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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대에게 죽음을 고합니다.
작가 : 카레샤워
작품등록일 : 2020.8.31

로이날슨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스는 누군가의 사주로 거리에서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다.
어릴 때부터 행복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던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원을 빌고,
그 소원으로 인해 일곱 살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괴롭던 지난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 어린 엘리자베스는 다시 한 번 불구덩이에 몸을 던진다.


#복수물 #황궁물 #회귀물 #후회물 #여주성장물 #남주성장물
#사이다여주 #똑똑여주 #불쌍한여주 #한방먹이는여주
#집착남주 #다정남주 #능글남주 #짝사랑남주

 
이스테리아의 예절(1)
작성일 : 20-10-25 02:22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6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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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날슨 최고의 상업도시 이스테리아.

 

 세로로 긴 영토는 북쪽으로는 수도 에브게니아에 가깝고 남쪽으로는 바다에 닿아있어 이 곳이 상업도시로 성장하는 데에 큰 이유가 되었다.

 

 예전부터 귀족보다는 평민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이기도 하고, 실제로 이곳의 실권을 잡고 있는 것이 평민이기 때문인지 시장의 분위기는 다른 도시와는 매우 달랐다.

 

 귀족의 마차 앞을 당당하게 가로질러 간다던가, 내놓은 물건에 대해 아는 척하는 귀족에게 확실히 자기주장을 한다던가, 이곳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 놀랍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통쾌하기도 했다.

 

 많은 물건이 오가는 곳이라 겉은 소란스럽지만 그 안에는 평화와 자유가 깃들어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지, 가지고 싶은 건 찾았니?”

 “아직 조금 더 둘러보고 싶어요.”

 

 

 인파에 떠밀려 길을 잃지 않도록 아버지는 나를 안아들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셨다.

 

 물건이 너무 많아 뭘 사야 할지 고민이 되는 날이었다.

 

 

 “아버지, 저건 뭐예요?”

 “글세... 저런 건 처음 보는구나. 궁금하면 가까이 가서 보겠니?”

 “네!”

 

 

 동그란 고리에 깃털이 길게 늘어져 있는 장식품이 눈에 띄었다.

 

 로이날슨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식품이었다.

 

 “이건 드림캐쳐라는 겁니다.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물건이죠. 이 그물이 나쁜 꿈을 걸러주기 때문에 좋은 꿈만 꿀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악몽을 꾸고 있지는 않지만 하얀 깃털이 피네의 가슴에 난 작은 털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기울었다.

 

 

 “아버지, 저거 마음에 들어요. 사도될까요?”

 “그럼 몇 개 정도가 좋겠니?”

 “악몽을 꾸지 않게 도와주는 거니까 아버지도, 한나도, 리암경도, 크리스경도, 로건경도 모두 하나씩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 녀석들은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만 네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단장님, 또 왜 그러십니까? 섭섭하게…….”

 

 

 어깨 너머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더니 예상치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크리스경, 로건경?”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놀라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나를 제외한 아버지, 크리스, 로건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놀란 기색이 없었다.

 

 내게도 미리 언질을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를 어린아이로만 취급하는 것 같아 조금 서운했다.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예요?”

 “로건의 집에서 머물고 있던 차에 아가씨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이 넓은 시장을 돌아다녔습니다.”

 “로건경의 고향이 이스테리아인가요?”

 “네, 그래서 여기에서 며칠 지내실 거라면 저희 저택으로 초대하려고 찾아뵀습니다.”

 

 

 며칠 묵을 생각은 없었지만 항상 과묵하고 속내를 잘 내비치지 않는 로건이 먼저 초대했으니 응해주는 게 도리 아닐까.

 

 기대에 찬 얼굴로 아버지를 올려다보자 내 속내를 짐작하셨는지 눈썹을 구기셨다.

 

 

 “오늘 하루만 묵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걸로 하자꾸나.”

 “네, 좋아요! 로건경, 잘 부탁드려요.”

 “네, 그러면 저녁쯤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로건을 크리스가 막아섰다.

 표정에 뭔가 불만이 있어 보였다.

 

 

 “여기서 이렇게 헤어진다고? 아가씨랑 같이 물건을 골라야지.”

 “하지만 방해가 되는 건...”

 “무슨 소리야. 우리는 프리페리어 가문의 기사라고. 무슨 일이 있으면 아가씨를 지켜야지.”

 

 

 크리스의 말도 안 되는 설득에 넘어간 로건이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여튼, 크리스는 못 말린다니까.

 

 

 “단장님, 저희도 동행하겠습니다.”

 “하... 오늘은 조용히 지내려고 했건만 또 끼어드는 거냐, 크리스.”

 “호위도 몇 없는 걸로 보이는데 아가씨께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쉬는 날도 반납하고 호위하려 하는데 좀 봐주십쇼, 단장님.”

 “대신 조용히 하고, 멀리서 보이지 않게 따라오도록.”

 “네!”

 

 

 성격 좋은 크리스가 또 몇 마디로 아버지의 마음까지 돌려놨다.

 

 저 화술이 좋은 데에 쓰인다면 참 좋을 텐데.

 크리스가 나쁜 방향으로 길을 들지 않도록 잘 지켜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와, 저 큰 가죽은 뭘까요?”

 “저건 꽤 진귀한 물건이구나. 테네린 산맥에서만 산다는 검은 곰의 가죽이야. 저렇게 큰 곰을 잡는 건 어려웠을 테니 값이 꽤 나가겠구나.”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요. 저 음식일까요?”

 “아니, 저건 보기와는 달리 아주 매운 음식이란다. 이렇게 달콤한 냄새는 나지 않아. 네가 찾는 건 아마 저 음식일거다.”

 

 

 아버지는 내가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 듯했다.

 

 다양한 지역으로 파병 나가는 분이시니 그 지방의 물건들을 직접 접하고, 겪으셨을 테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대단해보였다.

 

 역시 책에서 본 지식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차이가 느껴졌다.

 

 

 “리지, 왜 그러니? 혹시 지친 거라면 말해주렴.”

 “즐겁기는 해도 역시 낯선 곳에 오니 긴장이 되어서요. 저는 괜찮아요.”

 “괜찮다고는 해도 꽤나 오랫동안 바깥에 있었으니 이제 실내로 들어가는 편이 좋겠구나.”

 “그러면 이제 봄옷을 사러 갈까요?”

 “그래, 그러자꾸나.”

 

 

 아버지는 웃음으로 화답하며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셨다.

 

 미리 예약해둔 살롱으로 걸음을 옮기며 아버지와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살롱에는 다른 귀부인들이 먼저 와 있을 수 있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들에게 예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황궁에서 오랜 시간 생활한 내게 별 문제되는 일은 아니었다.

 

 

 “어서 오십시오. 프리페리어 백작님과 프리페리어 백작 영애님.”

 “예약한대로 딸의 봄옷을 보러 왔으니 준비해주게.”

 “네.”

 

 

 이스테리아의 살롱은 프리페리어 백작령에 있는 살롱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훌륭한 외관과 더불어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큰 드레스룸이 먼저 보였고, 손님들이 편히 쉴 수 있게 준비된 공간 또한 크기와 관리 면에서 우수해보였다.

 

 그곳에는 아버지의 예상대로 먼저 도착해 이야기를 나누는 귀부인들의 모습이 여럿 보였다.

 

 보통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수다를 떨며 옷을 고르는 곳이기 때문인지 아버지의 등장에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평소 파티나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아서 모두 낯선 얼굴들뿐이었다.

 

 

 “프리페리어 백작님 아니십니까? 이런 곳에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일라 백작부인.”

 “어머, 작년 신년제에서 한 번 뵈었을 뿐인데 기억해주셨군요.”

 “레일라 백작과는 몇 번 사냥을 나간 적이 있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모임을 즐기지 않는 아버지이지만 귀부인들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일류였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말투와 정중한 태도에 우리 주변에는 어느새 귀부인들의 드레스 자락이 만연해 있었다.

 

 아버지는 그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듯 보였지만 무의식적으로 나를 뒤쪽으로 숨기고 계셨다.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괜스레 마음이 쓰였다.

 

 

 “어머, 이 사랑스러운 아가씨는 누구신가요?”

 “아,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던 아버지는 내 이야기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셨다.

 

 이제 아버지의 걱정을 덜어줄 때가 온 것이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프리페리어 가문의 삼녀, 엘리자베스 쉘더 프리페리어입니다.”

 “어머, 네가 엘리자베스구나. 소문은 익히 들었단다.”

 “프리페리어 백작가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었군요.”

 “첫째 언니와 둘째 언니는 저보다도 훨씬 사랑스럽답니다.”

 “어머, 말하는 것도 어쩜 그렇게 예쁠까.”

 

 

 순식간에 모두의 관심사가 내게로 쏠렸다.

 내 대처가 마음에 들었던지 아버지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어른들의 눈에 사랑스럽게 비치는 아이를 연기하는 것은 쉬웠다.

 

 낯가리지 않고, 그저 방긋방긋 웃기만 하면 대부분은 똑같이 입가에 웃음을 띤다.

 

 

 “내 딸아이가 작년 가을쯤에 티파티 초대장을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아 슬퍼했었단다. 이번에 초대장을 보내면 올 수 있니?”

 “제가 아직 예절을 충분히 익히지 못해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되어서요. 준비가 되면 나중에 제가 티파티를 열어 모두를 초대하고 싶어서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어머,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네 뜻이 그렇다면 조금 기다려야 되겠구나.”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귀부인들의 테이블로 이동한 나는 질문 세례를 받으며 모두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과보호로 그 어떤 모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이렇게까지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여기서 내가 걱정해야 되는 건 이후 이들의 입에서 전해질 내 이미지였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나쁜 쪽으로 한껏 기울어진 소문들이 나와 내 가문의 이름에 끈질기게 따라붙을 것이다.

 

 

 “프리페리어 백작부인이 없으시니 사교계 예절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지 않니? 듣기로는 가정교사도 두지 않고 있다고 하던데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어머, 켈빈 백작 부인, 그게 사실인가요? 아직 가정교사가 없다니 믿기 힘들군요.”

 “프리페리어 백작 부인의 부재가 큰 거겠죠. 가여운 것.”

 

 

 하, 이래서 내가 사교계를 싫어하지.

 

 즐거운 화제로 이야기를 하다가도 금세 누군가를 심판의 도마 위에 올리는 건 어딜 가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옆 테이블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버지도 얼굴을 구기실만큼 무례한 질문인데 정작 저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듯 내 입술에서 떨어질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다.

 

 

 “가정교사를 두지 않은 건 오로지 제 의지였어요. 어머니의 부재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예요.”

 “어린 나이에 즐겁게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교육도 중요하단다.”

 “걱정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런 교육은 제게는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그런 교육이라니? 전에 만난 가정교사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수도의 가정교사는 실력도 좋고, 예절도 잘 갖춘단다.”

 

 

 변경에 있는 프리페리어 백작령을 욕보이려는 듯 굳이 ‘수도의 가정교사’라는 단어를 쓴 저 켈빈 부인의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오늘 밤에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의 가정교사는 어떤 것을 가르치나요?”

 “네 나이대의 교육이라면, 사교계의 예절과 무도회에서 출 간단한 춤을 알려주고, 로이날슨의 역사학을 가르친단다.”

 “그것뿐인가요?”

 “뭐?”

 “그래서 제가 가정교사를 두는 것을 반대했어요. 혼자 공부한 제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똑바로 말했더니 모두의 눈이 놀란 듯 커진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싸늘한 조소로 바뀌는 것도 금방이었다.

 내가 허세를 떨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사교계의 예절이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행동들을 유심히 살펴보시면 제 예절이 크게 어긋나는 부분은 없었을 거예요. 또한 가정교사에게서 춤은 주로 카드리유나 왈츠를 배우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직 어린 영애들은 제일 처음의 카드리유만 춰도 문제없으니까요. 저는 이미 카드리유, 왈츠, 랜서스, 갤럽과 폴카를 모두 배웠답니다.”

 “어차피 랜서스는 카드리유가 변형된 형태가 아니니? 잘 쓸 일이 없을 텐데?”

 “그러한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황가에서는 심심치 않게 랜서스의 곡을 연주한다고 알고 있어요. 그렇기에 미리 배워둔 것이죠.”

 

 

 싱긋 웃음을 지었더니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귀부인들의 얼굴이 보였다.

 

 여기서 춤을 춰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여전히 내 말에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날슨 건국신화와 역사서도 모두 공부했어요. 토지의 측량과 표기, 가네스 수학, 로펠러 천문학, 트리니드의 역사서와 트리니드 고유 언어 필로아도 익혔고, 최근에는 칼리고의 기상학과 예언서에도 관심이 있어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가네스 수학과 로펠러 천문학을 이미 익혔다는 거니?”

 “네, 특히 로펠러 천문학이 다른 천문학 서적들에 비해 어려워서 애를 먹기는 했지만요. 세틴의 둘레를 구하는 것은 특히 가네스 수학에서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로이날슨의 건국신화는 어떻게 공부하게 된 거니? 아는 내용을 말해주겠니?”

 “페리네스의 왕이셨던 레안 템푸스께서 주변국들을 정복하고 병합하면서 로이날슨이 생겨났습니다. 그 중 스타투아, 나투라, 니에베는 강대국이었기 때문에 그 명목을 유지하고 독립된 영토로서 인정을 받기 원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스타투아는 현재 남쪽의 이엘로 지방, 나투라는 지금의 이스테리아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니에베는 제국력 239년에 있었던 전쟁으로 인해 트리니드에 병합되어 현재는 필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죠.”

 

 

 황궁에서 지겹도록 읽었던 건국 신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보통 제국민에게 요구되는 것은 로이날슨의 역사서뿐이었기에 건국신화는 등한시되었다.

 

 그러니까 방금까지 열중해서 내 이야기를 들었던 귀부인들도 사실 아는 것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을 뿐.

 

 쉽게 말해 ‘아는 척’만 했던 것이다.

 

 

 “이제 더 묻고 싶은 건 없으신가요?”

 “그, 그래. 혼자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모양이구나.”

 “우리 애들도 책을 좀 더 많이 읽게 해야 되겠구나.”

 

 

 방금까지 나를 비웃던 이들이 꼬리를 감추고 시선을 피하고 있다.

 나와 우리 영지를 욕보였던 켈빈 부인의 얼굴이 창백하게 물든 것은 오래토록 기억해 두는 것이 좋겠다.

 

 옆 테이블로 살짝 고개를 돌리니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조금 전의 대화로 놀란 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이제 곧 제 옷이 준비될 것 같아서 먼저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아요. 오늘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부족한 제게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네 시간을 빼앗은 건 아닌지 걱정되는구나. 오늘 만나서 즐거웠단다.”

 “프리페리어 가문의 영애가 이렇게 영특한 줄 알았다면 진즉에 교육법을 들으러 갔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구나.”

 “다음에 주최할 티파티 기대하고 있으마. 내게도 초대장을 줬으면 좋겠구나.”

 

 

 다투는 것처럼 열렬했던 대화가 끝나자 부인들은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보였다.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고 아버지와 함께 준비된 옷을 고르고 난 후에는 미련 없이 살롱을 빠져나왔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온 후에야 참아왔던 긴 한숨을 토해냈다.

 

 시간이 참 느리게 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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