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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구령세기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7

치우가 칠대성을 물리치고 신국의 세운지 수백년.
사신과 사흉수를 봉인했던 구령의 봉인이 해제되면서 천하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흐른다.
수많은 나라의 영웅들 중 과연 천하를 지배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구품의 무게
작성일 : 20-10-17 17:38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5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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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직도 네 놈의 죄를 모르느냐?"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겸주 성주의 부인인 오씨였다.

 "소… 소인은 그저 고장난 12루를 고쳐보려고."

 "그래서 고쳤느냐?"

 오씨는 마치 성주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 짐짓 관원처럼 재판을 하고 있었다.

 집안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것은 안방 마님인 오씨의 몫이었다.

 소유물인 천민을 부리는 것도 역시 오씨였다.

 "그.. 그것이 12루의 종을 움직이게 하는 톱니가 어긋나 있어 소인이 이를 제대로."

 "네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오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네깟 놈이 12루를 고친다고? 공방의 장인도 고치지 못하여 사라에 사람을 불렀거늘. 제 시간에 종이 제대로 울리지 못할시엔 네 놈을 거꾸로 열흘동안 매달아 놓겠다. 알겠느냐? 박서방 어서 12루와 해시계를 가져오지 않고 무엇 하느냐? 내 해시계와 직접 비교하여 시간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는지 직접 확인하겠다."

 오씨 부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마당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그녀의 분노에 마당에 모인 노비들은 침 하나나 제대로 삼키지 못할 지경이었다.

 곧 마당에 해시계와 12루가 설치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며 해시계는 유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12루는 꼼짝도 하지 않고 졸졸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박서방. 뭘 해야하는지 알고 있겠지? 저런 노비 놈 100명과도 바꿀 수 없는 물건이니라."

 "예."

 박서방이 다시 멍석으로 돌배를 말았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분명 제 시간에 움직일 것입니다. 그럴리가 그럴리가."

 "이 놈. 그래도."

 퍽

 몽둥이가 돌배의 가슴팍에 날아들었다.

 "큭."

 멍석이 말리고 힘 깨나 쓴다는 노비들이 몽둥이를 들었다.

 오씨 부인의 입이 열렸다.

 끼릭 끼릭 끼릭

 닭 형상을 한 12루의 목각 인형이 동굴에서 나오더니 작은 종 앞에 가서 손에 든 망치를 치켜들었다.

 "어? 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12루에 가 멈췄다.

 뎅. 뎅. 뎅

 12루의 맑고 청량한 종소리였다.

 그때 절기에 따른 시간을 볼 수 있는 해시계는 정확히 유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울렸다. 울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비들이 외쳤다.

 "물시계를 고쳤어."

 "구품이라더니. 재주가 상당하구만."

 "와하하하 시간이 맞았어."

 "조용해."

 박서방의 말에 노비들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대단하구나. 공방의 장인도 고치지 못한 걸."

 마루 위에서 얼굴이 붉어진 오씨가 말했다.

 "아하하. 아빠가 고쳤어. 형아도 봤지?"

 온세의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지며 온조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온조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그.. 그럼 소… 소인은 그.. 그만"

 노비들이 다시 풀어준 멍석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돌아서던 돌배를 오씨가 불렀다.

 "이보게. 자네. 자네 어디 가는 것인가? 아직 이 송사가 끝나지 않았어."

 "예? 아.. 아직 끝나지 않다니요. 12루는 제대로 잘 고쳤습니다요."

 오씨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마루 위의 의자에 걸터 앉았다.

 주위가 어두워짐에 따라 횃불이 하나둘씩 켜졌다.

 "그래 자네의 죄는 이 나라의 근간인 구품제를 위협한 것이네. 천민 주제에 감히 주인의 물시계를 함부로 만진 것이 그 첫째요. 자네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기술을 익히고 배운 것이 그 둘째요. 셋째는 주인을 기망하고 욕되게 한 것이다. 감히 마굿간지기 주제에 기교와 기술을 익혀 구품제를 위협하려 들어?"

 억울한 표정의 돌배가 땅에 납작 엎드렸다.

 "마님. 그것이 아니오라. 소인은 그저."

 "닥치거라. 너희 종 놈들은 하나씩 나와 저 자가 주인을 기망하고 욕되게 한 것을 낱낱이 고하거라."

 노비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오씨가 직접 손가락으로 한 노비를 가리켰다.

 "박서방 저 자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을 하지 않는구나. 멍석에 말아라."

 "예에."

 울며불며 매달리는 노비 하나가 멍석에서 초주검이 되어 나오자,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앞으로 나왔다.

 풀무를 맡아 간단한 농기구를 고치는 개출이 아저씨였다.

 "개.. 개출이 내가 겉보리 서말 꿔주지 않았나? 그리고 자네가 바쁠 때 내가 거시기 농기구도 고쳐주고 말이여."

 개출이 아저씨가 돌배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뺨을 때렸다.

 짝

 "이.. 이 잡 것이 글쎄 주인님 욕을 하고 평소에도 주인님 물건을 지 것처럼 막 쓰고 다녔습니다요. 자기가 최고라는 말도 했습니다."

 개출이 아저씨는 악을 쓰며 입에서 침을 튀겼다.

 "저.. 저 자가 주인 마님을 흉 보는 것도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부엌에서 상에 올린 음식도 몰래 집어 먹었습니다."

 서 있던 노비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앞으로 나오며 돌배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저 놈이 말들한테 해코지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아주 죽일 놈입니다. 평소에도 귀족들을 업신여깁니다."

 "죽여라. 죽여. 더러운 구품놈."

 퍽

 어디서 돌이 날아와 돌배의 이마에 부딪혔다.

 "죽여. 죽여."

 악다구리를 쓰며 덤비는 노비들에게 둘러싸여 무차별적으로 맞고 있던 돌배를 박서방이 잡아 앞으로 데리고 나왔다.

 돌배가 허망한 표정으로 입을 헤 벌린 채 그저 앉아 있었다.

 "잘 들었느냐? 이래도 네 죄가 없다고 할 것이냐? 입이 있으면 말해보거라."

 평소에도 재주가 많아 노비들을 많이 도와주었던 돌배였지만 이때는 아무도 나서지 읺았다.

 그들은 돌배의 눈을 외면하고 있었다.

 돌배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이보게. 자네. 내가 엊그저께 놋수저 한 쌍 빌려주지 않았나? 자네는 내가 거름도 져 날라줬었고. 그 탁배기 그것도."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노비들 사이로 간 돌배의 뒤르 오씨의 목소리가 타고 흘렀다.

 "당장 네 놈의 목을 비틀어야 하나, 이는 아랫사람을 잘 교화하지 못한 내 탓도 큰 법. 자네의 목숨만은 거두지 않겠네. 다만 잦기술을 쓴 네 놈의 오른 손과 네 놈을 함부로 이끌고 다닌 왼쪽 발목을 잘라 자네 몸을 잘못 다룬 죄를 묻겠노라. 이보게 박서방."

 "예. 뭣들 하는가?"

 박서방의 말에 그가 수족처럼 부리는 노비 몇몇이 돌배의 집에 재갈을 물리고 작두를 가지고 왔다.

 써컥 탁

 "으악."

 돌배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돌배의 피가 노비들과 온조의 얼굴에 튀었다.

 창백한 표정의 온조는 외면하지 않고 이 모든 장면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의 목과 팔뚝에 이따금씩 핏줄이 펄떡펄떡 올라섰으나 그 뿐이었다.

 온조는 단지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러나 옆에 서 있던 온세는 눈을 허옇게 뒤집으며 그대로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야 이 호로자식들아. 뭣들 하는 거여? 엉? 탁배기 안 가져와? 이 천하의."

 우당탕

 마루에 걸터 앉아 조로 만든 막걸리를 마시던 돌배가 목발을 짚으며 일어서다가 그대로 자빠지고 말았다.

 "애들한테 왜 그래요? 자 여기 술 있으니 어디 실컷 먹고 같이 저승이나 갑시다. 저승이요."

 뒷마당의 독에서 막걸리를 가져 온 정화가 돌배 앞에 바가지를 내려놓으며 악을 썼다.

 "오냐. 그래 네 이 년 말 한 번 잘했다. 너 이 썩을 년. 네 년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그래 같이 죽자."

 돌배가 바가지의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정화의 머리끄댕이를 잡았다.

 "아악."

 어린 온세는 그 모습을 보며 마당 한 구석에 서서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천민 출신이라 아무도 그들 가까이 살지 않았기에 어린 온세를 지켜줄 이웃 하나 없었다.

 "그래. 죽여라."

 "어머니. 온세야."

 정화의 뺨을 때리던 돌배의 손목을 낚아채는 이가 있었으니, 마굿간 정리를 마치고 돌아온 온조였다.

 "아버지. 날이 찹니다. 이제 그만 들어가시지요."

 온조가 돌배의 손을 잡아 방으로 이끌었다.

 "딸꾹. 그래. 그래엥. 나 같은 천민은 아주 황족 나으리들 말씀을 잘 꺽. 잘 들어얍지요. 예압."

 콰당탕

 방으로 들어가던 돌배가 문지방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크렁 커러렁. 크렁"

 돌배는 쓰러진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어머니."

 "흐음. 이런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 어여 둘이 가서 씻고 오너라."

 "예."

 온조는 온세를 데리고 말털과 말똥을 씻으러 나갔다.

 돌배가 몸이 병신이 된 뒤로 그는 집에만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며, 그리고 그 꿈을 이룰 몸이 망가진 데 대한 울분을 삭히며 그는 스스로를 학대하였다.

 매일 술을 마시고 안 하던 욕과 폭력을 행사하며 하루하루 괴물이 되어 갔다.

 그리고 그 날들만큼 정화와 온조 형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돌배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기에 마굿간지기 일은 온조 형제의 몫이었다.

 말털 고르기, 여물 챙기기, 분뇨 처리 등등 온갖 더럽고 고된 일들이 이제 겨우 십대에 들어선 아이들이 할 일이었다.

 매일 몸과 옷은 말똥냄새와 말털로 찌들고 더럽혀져 갔다.

 하지만 온조는 늘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잃지 않았다.

 그는 시간이 날때마다 짬짬이 어린 온세를 데리고 말 타는 연습을 하였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실력이 제법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온세는 겨우 말 위에 앉아 있는 정도였지만 온조는 달리는 말 위에서 각종 자세를 바꿔가며 마치 기예단처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어머니."

 "내 오늘 일 마치고 오다가 네가 말을 타는 모습을 보았다. 제법 잘 타더구나."

 온세가 잠들고 나자 정화가 마루에 앉아 돌배의 목발을 다듬던 온조에게 다가갔다.

 "하하하하. 그래도 하급 관리라도 했었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아닐까요? 근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 말 위가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고, 말을 달리며 심장이 요동치고 뭔가 막 가슴속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아요."

 온조가 황홀한 표정으로 달을 보며 말했다.

 뭔가 결심을 한 것 같은 굳은 표정으로 정화가 일어 마루 구석을 뜯고 손을 넣었다.

 달그락

 탁

 "뭐야? 여기서 뭐 해?"

 잠에서 깬 온세였다.

 정화는 얼른 눈물을 닦으며 황금 방울을 등 뒤로 숨겼다.

 "아. 뭐야? 아까 그거 내 놔. 엄마 뒤로 숨긴 거 냐 놓으라고."

 정화는 마루를 뜯어낸 곳으로 가서 등을 돌린 뒤 얼른 방울을 그 안으로 집어 넣었다.

 "아 뭐야?"

 온세가 와서 정화의 어깨를 잡아당겼을 땐 이미 마루의 뚜껑은 다시 제자리를 찾은 뒤였다.

 "아 뭐냐고? 그 이상한 거."

 평소 자신을 차별 대우한다고 생각하던 온세는 집요했다.

 "자 이거야."

 정화가 준 것은 돌배가 예전에 장에서 가져 온 나무방울이었다.

 통실통실한 어린 아이를 엄마가 안고 있는 모양이 새겨진 나무 방울은 하도 때를 많이 타서 까맣게 반들거렸다.

 잠시 그 방울을 들고 이리저리 흔들어 보고 모양을 한참 바라보던 온세를 제 품속에 넣어 버렸다.

 "이거 이제 내꺼야. 히힛."

 기분이 좋아진 온세는 마당에다 오줌을 누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온조도 들어갔다.

 정화는 마당에 서서 달을 보며 합장을 했다.

 '바리 공주님.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이렇게 비옵니다. 바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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