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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신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6.10.6

사신이 인도하는 비극적 결말 그리고 반전

 
사신 - 두번째이야기(트라우마)
작성일 : 16-10-28 00:01     조회 : 607     추천 : 0     분량 : 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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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스럽게도 발신번호는 아내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전화했어?”

 

  “민호씨 내가 낮에 어머님 병실에 들렸다가 왔는데... 미묘하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그게 말로 하기는 힘들지만 뭐랄까 여자의 감 같은 게 있단 말이야. 그래서 오늘 퇴근하고 오면서 어머님께 들렸다가 오라고 전화 했어.”

 

  “그래? 알았어. 그럼 다은이랑 먼저 저녁 먹어.”

 

  아내와의 통화를 끝내고 차에 올라타서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지도 꽤 된 일이었다.

 

  다은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에서 어머니는 크게 다치셨다.

 

  병원에서 혼수상태로만 장장 3년을 계셨었으니 말이다.

 

  엄마는 다행히도 작년에 깨어나셨고 그 날은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사고의 결과는 참담했었다.

 

  엄마는 하반신에 마비가 와서 다시는 서지 못하였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자신의 몸뚱이를 보며 상심을 했던 탓이었는지 아니면 사고 후유 장애로 우울증이 오셨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엄마는 자해를 하셨다.

 

  그 뒤로 가장 좋은 병실에 독실로 잡아놓고는 도우미 아주머니도 붙여드렸다.

 

  병원비가 제법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엄마는 보험을 팔아가며 나를 혼자서 길러주셨고 또한 결혼하기 전까지는 내 유일한 버팀목이기도 했다.

 

  그렇게 아낌없이 주던 나무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는 밑동만 남았지만 아직 어린 나무꾼은 그루터기에 앉아 울창했던 당신의 옛 모습을 회상하고는 했기에 저버릴 수 없었다.

 

  아내 역시 비용부분은 흔쾌히 허락했었다.

 

  오히려 어른이 살아계실 적에 더 잘해드리자고 위해주며 오늘도 병실을 찾아주었던 것이었다.

 

  나 혼자 다 써버린 것을 마치 보증이라도 선 것처럼 함께 채무를 갚아주는 모습에 더 미안하고 또 감사했다.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병원에 도착해있었다.

 

  병실로 올라가 문을 열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계시던 도우미 아주머니는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걸어왔다.

 

  나는 짧은 목례와 함께 속삭이듯 물었다.

 

  “별일은 없었지요?”

 

  나는 꽤 심각한 표정으로 많은 것이 함축된 말을 건넸고 다행히도 아주머니는 걱정스런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는 자리를 비켜주셨고 나는 문을 닫고 나서야 엄마를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눈두덩이 아직도 벌겋게 부어있는 것을 보아 아내가 말했던 무슨 일이 있었음에는 분명했다.

 

  넥타이를 풀어내어 침대 한구석에 던져두고는 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건넸다.

 

  “나왔어 엄마”

 

  “내... 내새끼 왔구나...”

 

  무심하게 말한 나에 비해 목이 잠겨 많이 가라앉은 목소리였을지언정 나를 향해 돌아눕는 엄마의 모습은 따뜻했다.

 

  “미정이 왔었지?”

 

  “그래 아까 왔었지... 참 착한 아이야”

 

  엄마의 말에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지 엄마”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쥐고는 말을 이었다.

 

  “엄마 혹시 울었어?”

 

  “많이 티 나니? 그 애도 그러던데... 괜히 걱정만 끼치는구나.”

 

  “아냐 엄마. 왜 무슨 일 있었어?”

 

  우물쭈물하며 잠시 뜸들이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아니야 엄마는 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 말려무나.”

 

  나는 탁자를 한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었다.

 

  “또 그 사람 생각했어?”

 

  이번에는 침묵이 길었다.

 

  조용한 적막만이 병실을 감돌았고 담담한척 하려했던 엄마의 눈에서는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 엄마를 나는 창가에 기대어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엄마는 베개 뒤에서 액자를 꺼내어 가슴에 품고는 흐느꼈다.

 

  내 기억 속에 그 사람은 어느 곳에도 제대로 박혀있지 않았다.

 

  얼굴조차 액자가 아니었다면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기억 속 그 사람은 지독한 술주정뱅이였다.

 

  내가 지금의 다은이 나이 정도였을 때였다.

 

  내 기억에 내 몸은 불덩이처럼 타오르며 아팠었다.

 

  그 와중에도 그 사람은 술만 퍼마시고 있었다.

 

  그 사람은 술만 마시면 성격이 포악해졌는데 그럴 때마다 훈육이라는 말로 좋게 포장된 폭력을 행사하였다.

 

  그 날도 이 가엾은 어린아이는 불덩이 같은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리 아프다한들 이불에 오줌을 싸버린다면 무자비한 체벌을 가했을 것이 분명했으므로...

 

  어린아이는 그날 밤을 기억했다.

 

  그 남자는 엄마에게 폭언을 일삼으며 말싸움을 벌였고 결국 제 분을 이기지 못한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엄마는 계속 울고만 계셨고 아이는 숨죽이며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트라우마로 아직도 남아있었다.

 

  엄마의 흐느낌이 잦아들고 진정이 되었을 때 엄마는 말을 꺼냈다.

 

  “흡 엄마가 미안해. 자꾸 이런 모습만 보여줘서...”

 

  나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꿈속에 네 아버지가 나왔어... 나는 여기에 누워있었고 그 사람은 창가에서 아른거렸지 마치 그리로 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어...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함께하자고... 자기가 미안하다고...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침대에서 떨어지는 게 고작이었지.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남자에게 닿지 못해. 이제는 용서할 수 있는데... 이제는 짐을 내 던지고 자유롭고 싶은데... 이 몸뚱이가 나를 구속해서 그럴 수가 없어... 그 사이에 그 사람은 어디론가 가버렸고 나는 꿈에서 깨어나게 된 거야. 아주 생생한 꿈을...”

 

  엄마는 뭔가에 홀린 듯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았다.

 

  “그만해요 이제!”

 

  나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을 잘랐다.

 

  “그 사람! 그 사람! 그 사람이 해준 게 뭐가 있는데! 그 사람 우리한테 해 준거 하나도 없어! 오히려 힘들게만 만들었지... 기억나요? 나 아프던 날. 그 날도 그 남자 술 처먹고 욕 했어! 그리곤 처자식 다 버리고 집을 나가버렸지. 그 사람 술 취한채로 돌아다니다가 벌 받아서 차에 치인거야! 그땐 아주 잘 죽었다고 생각했어.. 근데 웬걸 그게 더 큰 고통의 시작 이었죠. 그 사람 생명보험 가입되어 있던 거 때문에 조사받았고... 보험사기로 판결났죠. 웃긴 게 뭔지 알아요? 내 치료비! 내 치료비 때문에 죽은 거로 포장됐잖아! 그게 말이나 돼요? 그 사람이?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엄마는 그 사람 장례도 다 치렀죠. 그리고 보험사기 피해액! 그것도 엄마가 다 갚았죠. 그러면서도 나 하나 키워냈고... 이제 할 만큼 했잖아요. 근데 왜 엄마는 아직도 그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왜!”

  나는 숨도 쉬지 않고 고래고래 악을 내질렀다.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서 두 손을 감쌌다.

 

  “엄마. 이제 그만하자. 그런 사람 잊어버리고 우리도 잘 살아 보자. 응? 엄마가 마음을 빨리 털어내버려야 몸도 다시 건강해져서 걸을 수 있지. 엄마가 나 키워낸 것처럼 우리 다은이 크는 것도 봐야지 응?”

 

  나는 간곡히 빌었다.

 

  “우리아들... 우리아들... 근데 엄마는 이제 더 바랄게 없어. 엄마가 젊었을 때 보험 팔아가며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번건 우리 아들을 그 사람 몫까지 잘 키우기 위해서였어. 다행히도 우리 아들은 훌륭하게 자라주었고, 좋은 회사에 취직도 했고 또 착한 아이를 데려와 귀여운 아이도 낳았지... 여기까지가 엄마의 목표이자 버팀목이었어... 이제 엄마는 죽어도 여한이 없단다. 네 아버지가 보고 싶구나. 우리 아들, 이런 엄마를 이해해 줄 거지?”

 

  나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목에는 핏대가 섰다.

 

  애써 티내지 않으려 자리에서 일어서며 넥타이를 맸다.

 

  “그래요 아니 잘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까지 집착을 하시는지... 그래도 이거 하나만 약속해줘요. 절대 그 사람을 위해서 죽지는 마요. 그러면 내가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래 우리아들... 약속할게.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엄마는 죽어도 너를 위해 죽을 거야. 그것만큼은 약속할게. 내 새끼”

 

  “쉬세요.”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복도를 돌아 홀로 나가자 아주머니가 앉아계셨다.

 

  “언제부터 저러신 거죠?”

 

  “그게... 어머님께서 이틀 전부터 자꾸 돌아가신 남편을 꿈에서 봤다면서 하루 종일 액자만 껴안고 우시는 거예요. 또 자기는 이제 죽을 때가 된 것 같다고 우시고 사장님이랑 사모님께 폐만 끼치는 것 같다고 우시고... 삼일 내내 밥도 거르면서 울고만 계신다니까요.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사모님께 연락드렸더니 낮에 오셨고 그제야 밥 한술 뜨셨고요. 정말 걱정 이예요. 혹시나 또 그... 그러실까봐 밤낮으로 지켜보고는 있지만 아무튼 큰일입니다.”

 

  아주머니의 말은 어느 정도 짐작은 갔지만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아주머니께 당부했다.

 

  “꼭 좀 지켜봐 주십시오. 제가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병원을 나선 나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못해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담배를 한 개비 꺼내어 입에 물고는 쭉 빨아들였다.

 

  자욱한 연기가 몸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구멍을 내는 기분이 들었고 그 느낌이 뇌에 번졌을 때 머리가 숨구멍을 틔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뭐가 지워지는지도 모르며 연거푸 담배를 피워댔다.

 

  ‘도대체 왜 그런 식으로 얘기가 마무리 된 거야? 이게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야?’

 

  다 타들어간 꽁초를 발로 차버리고는 차에 올라탔다.

 

  집에 들어와서도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심지어 아내의 말에도 대꾸조차 않았다.

 

  이미 부하가 걸린 머리에 걱정을 추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의 일도 일이었지만 결정해야할 더 큰 일이 남아있었다.

 

  당장 3일 아니 오늘이 다 지났으니 이틀이 남아있었다.

 

  밤새도록 자리를 뒤척이며 고심하던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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