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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기사의 폭군
작가 : 유슬
작품등록일 : 2020.10.12

"모든 것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에요."

황제는 제 기사의 발치에 무릎을 꿇는다. 메마른 감정만 가득한 눈이건만, 제게 주어진 시선 하나가 너무나 기뻐 환히 웃는다.
하지만, 폐하.

"이것으로 이 제국이 무너지리라 확신하십니까?"

기사의 물음에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이것으로 부족하다. 아직, 아직.
시타라도, 이케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폐하, 저는 멸망을 원합니다."

이 제국에 파멸을.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에게 죽음을. 그 광경을 보고 웃은 자들에게 저주를.
그것은 변하지 않은 어린 날의 결심이다.

"그대의 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무너진 황성을 장식하길 원합니다."

죄를 짓지 않은 이에게 죄를 강요하는 시타라의 낯은, 아무런 표정이 없이 창백하여 시체를 닮았다.
이케르가 웃었다.

"네, 타라.

전부, 당신의 뜻대로.

#약피폐 #무심여주 #기사여주 #연상여주 #다정남주 #황제남주 #연하남주


표지:commision_l님
Twitter @U_MOONFLOWER
MAIL: yuseul592@gmail.com

 
1 달리는 것을 멈추지 말아라
작성일 : 20-10-12 09:26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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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이 주일이 흘렀다. 매일같이 통나무집과 마을을 오가는 시타라는 조금의 지친 기색도 없다. 카롤리나를 비롯한 이들이 놀라움을 담아 바라보아도 당연하다는 기색이었기에, 그 일은 자연스럽게 시타라의 것이 되었다.

 

  어느새 가을이 서서히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발갛게 치장하던 단풍이 노쇠해지자 가지는 가차 없이 잎을 제게서 떨어트린다. 기댈 곳을 잃은 것은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쌓이니,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카리슈마의 말처럼, 죽음의 계절이다. 살아남은 것들은 겨울의 눈을 이불 삼아 잠들 것이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 죽음을 넘어야 한다.

 

  "시타."

 

  다정한 부름에 고개를 들면 오늘도 변함없이 상자를 받는다. 시타라는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였으나, 이들이 원하는 것을 알기에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붉던 숲이 검게 변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발끝에 바스러진 생의 끝이 존재한다. 시타라는 이 모든 것을 무시하며 걸었다.

 

  너무나 당연하여서, 뒤를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 *

 

  바닥 밑이 시끄러웠다. 모처럼 휴식을 받은 날이라 침대 위를 구르듯 자던 카롤리나가 그 눈꺼풀을 들어 올릴 정도였다.

 

  하늘이 유달리 붉게 물들었다. 강렬한 핏빛의 태양이 비춘 빛이 눈 부셨으며 그림자가 너무나 어두워 밤이 된 것만 같다. 뚜렷하게 일그러진 경계를 멍하니 바라보던 카롤리나의 정신을 깨우듯이 다시금 요동친다.

 

  시끄럽다는 투덜거림 속에서 익숙하게 바닥을 열고 내려간다. 일렁이는 불꽃이 유달리 어둡다. 그림자가 구더기마냥 이리저리 기어 다녔다. 공기 중에 기묘한 냄새가 뒤섞였다. 익숙하고도, 익숙하지 않은 냄새의 근원이 떠오를 듯 말듯이 아슬한 잔향으로 남았다.

 

  "뭐야, 왜 이리 시끄러워?"

 

  질문을 내뱉으며 넓은 공간에 들어선 카롤리나는 곧장 그 말을 후회했다.

 

  아,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찌하여 그 냄새를 잊었는가. 복수하겠다고, 반드시 그것을 황좌에서 끌어내리겠다고 다짐하였는데. 십여 년이 넘은 듯한 그 긴 시간이 이토록 사람을 가볍게 만든 것인가?

 

  한 발, 다시 한 발. 처음에는 걷는 듯하였으나 어느새 뛰었다. 내딛자 찰박이는 소리가 발끝에 내려앉자 주저앉듯이 멈추고 만다. 카롤리나는 멍하니 핏덩이와 그 중심에 누운 제 동료와 바쁘게 움직이고 무어라 소리치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죽는다. 죽어간다. 아니, 이미 죽은 것인가? 무엇이 정답이지?

 

  "카롤리나! 무사했구나!"

 

  가장 먼 통로에서 단박에 달려온 카리슈마가 카롤리나를 부축했다. 충격과 기묘한 혐오로 얼룩진 시선이 답을 요구하고, 답을 거부한다. 이미 예측한 진실을 거부하였다.

 

  그야, 이미 십여 년이고, 그 황제는, 우리를 기억할 리가…

 

  "있어."

 

  카리슈마가 제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일 카롤리나를 내려다보았다. 몇 개월간 작은 아이와의 평화에 조금은 느른해진, 오랜 동료이자 목표로 이어진 가족에게 선고했다.

 

  "그들이 우리를 죽은 사람으로 판단할 시간이 흘렀는데, 어디서 꼬리가 밟혔나 봐. 그 황제 놈은 죽이는 것만 좋아하지 매번 뒤처리는 안 하던데. 누가 나선 건가?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아. 카롤리나. 알겠지만 곧장 피해야 해.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이 있는 게 아니면 다른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 내가 왔던 곳은 아직 누구도 오지 않았어. 다들 흩어져서 빠져나가고 있으니까. 어서."

 

  "시타, 시타는?"

 

  "어… 나 모르는데, 깨어날 때 없었어? 나간 건가?"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심장이 목이 잘린 시체의 머리처럼 굴러내렸다.

 

  "없었어! 시타를 찾고 올 테니까 먼저 움직이고 있어."

 

  "뭐? 잠깐, 카롤리나! 이봐! 야!!"

 

  평소라면 어디 어른을 그따위로 부르냐며 머리를 쥐어박았을 카롤리나는 없었다. 그저 정처 없이 너무나 작아서, 그리 튼튼한데도 곧 바스러질 것만 같은 아이를 찾아 뛰었다.

 

  허나 작은 통나무집이며, 기이한 웃음소리를 내는 숲에도 빛바랜 회색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디 있니? 그런 물음이 엉망으로 녹아든 머릿속에서 울렸다. 이성이라곤 이미 흐물거리며 흘러간 지 오래였다.

 

  죽은 가족의 울음소리가 들려 헤매던 빛바랜 과거처럼 헤매던 이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뒤덮인 과거의 장막이 가린 시야가 눈앞에 당도할 이를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찾았습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마자, 뺨에 둔탁한 통증이 강타한다. 균형을 잃고 휘청이는 사이 다시 등 뒤에서 무언가 머리를 내리친다. 힘없이 구부러진 신체가 쓰러지고 입안에 비릿한 쇠 맛과 텁텁한 흙의 맛이 섞였다.

 

  "이 근방이다! 샅샅이 뒤져라!"

 

  "예!"

 

  무어라 오가는 말소리가 들리지만, 그것은 잔뜩 뭉개져 있다. 입안까지 가득 채운 고통에 신음하던 카롤리나의 귀에 한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그 남자가 말한 아이는? 이곳에 없는 건가?"

 

  마을, 남자. 상자.

 

  '시타.'

 

  그곳으로 갔구나.

 

  '시타는 아직 무사하구나.'

 

  카롤리나는 그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그 어린아이가 자신들과 있음이 발견된다면, 분명 마찬가지로 잡혀가거나 죽을 터이니 곁에 있지 않음이 맞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좋은 일이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꿈을 꿨어요.]

 

  처음 만난 그날과 같은 말투가 울음에 짓이겨진 것이 떠올랐다.

 

  [시체가 기어 오고 목이 잘린 채로 노래하였어요. 그들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 노래해요.]

 

  구더기 같이 기어 와서 옭아매어 무덤으로 끌고 가는 꿈은 한참 뛰놀며 자라야 할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 꿈은 아마 죄책감이며 공포였을 테다. 그날 밤, 카롤리나는 공포에 질린 채로 울던 시타라를 끌어안고서 함께 잤다.

 

  제 자식들이, 남편이 죽은 이후로 누군가와 이리 가까이서 자본 적이 없었는데도, 모처럼 푹 자고 느지막한 시간에 같이 일어났다. 화창한 하늘이 맑은 어느 날의 일이었다.

 

  '아, 그래서구나.'

 

  카롤리나는 자신이 어째서 시타라가 없음에 안심하지 못한 것인지 깨달았다.

 

  '역시, 내가 거두어선 안되었던 거야.'

 

  눈앞으로 다가오는 병사들이 자신을 잡아채고, 끌려가는 와중에도 카롤리나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꿈속에 있는 것처럼 부유하는 감각 속에서, 카롤리나는 작은 아이만을 떠올렸다.

 

  자신이 어디로 가더라도, 설령 죽더라도. 시타라의 곁에는 자신이 있을 것이다. 늪의 진흙처럼 달라붙어서는 말라도 바스러지지 않으며 흘러내리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원치 않는 방법으로.

 

  그것을 깨닫는 순간, 카롤리나는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 * *

 

  "이 비는 언제 그치는 거야."

 

  조금 전까지는 하늘이 맑아서 노을이 고왔는데, 어느새 후두둑 비가 쏟아져 내린다. 길을 가다가 전해주기로 한 사람을 만난 것이 행운이 아니라 불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빠르게 달려 큼직한 나무 아래로 몸을 피하였음에도 억지로 물에 잠겼다가 빠져나온 듯이 흥건히 젖어있다. 머리카락이며 옷의 물기를 짜내며 만든 웅덩이에 시타라가 비춰진다. 자그맣게 고인 물에 비친 자신이 뭉뚱그려낸 유화를 엉망으로 뒤덮은 것보다 이상하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 좀 이상했던 것 같은데.'

 

  왜 굳이 나와서 받아 간 거지? 왜 갑자기 다른 이들의 안부를 그리 물은 거지? 왜 갑자기…

 

  '오늘 하루는 마을에 들러서 자고 가라고 한 거지?'

 

  시타라의 빠른 속도나 강건한 체력은 이미 그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그 작은 아이가 몇 살 더 많은 이들보다도 오래 버티는 것이 신기하다고 칭하였으니. 그러니 이번에도 홀로 잘 돌아갈 것을 알았을 테다. 그런데, 어째서?

 

  마음에 걸린다. 자신을 계속 돌아보던 그 시선이 계속 아른거린다. 암흑 속에서 이어진 사슬에 달린 족쇄가 제 발목을 자를 듯이 잡아챈다. 묵직한 무언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얹혀 제 존재를 알리고 있다. 심장을 짓누르고 옥죄어 마침내 터트릴 것만 같은 기묘한 감각…

 

  감각의 이름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시타라는 달렸다.

 

  몇 개월 전, 잡히고 싶지 않아서 도망치고, 죽음에서 도망치던 그 날처럼 달렸다. 이유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다만 최대한, 최대한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만든 기우일 것이다. 붉은빛이 섞인 것만 같은 구름에서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꼭 피로 만들어진 비처럼 보여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물방울에 비춰진 자신은 기괴하게 일그러져있다.

 

  시타라는 이런 감각이 치가 떨리게 싫었다. 시체에 들끓는 구더기마냥 징그럽게 제 목을 옥죄는 것이 너무나 끔찍하다. 퉁겨진 물방울이 발목을 스칠 때마다 묶인 것만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덩굴이 밧줄처럼 얼기설기 묶여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죽고 말았건만, 아직 떨어지지 않은 덩굴이 드리운 장막이 그림자를 이어낸다. 그림자에 가려진 길을 쉴 새 없이 달리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모든 친구를 잃은 성마른 가지 사이로 구름이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달이 뜬다. 위대한 존재의 행차에 물러선 어린 양처럼 물러난 구름 사이로 파르스름 쏟아지는 달빛이 만월을 알린다. 달빛이 그림자로 이뤄진 어둠 사이를 비춰주었다. 별이 뜨지 않고 오직 달빛만으로 이뤄진 길이 흐릿하다. 자칫, 길을 잃을 것만 같다.

 

  '어?'

 

  몸은 길을 찾아내지만, 정신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괴한 감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정처 없이 길을 되찾아 온, 나무로 가려진 통나무집.

 

  아니, 뼈대가 남은 집 주위로 낙엽처럼 쌓인 피 웅덩이가 있다.

 

  "아…?"

 

  기름 냄새가 공기 중을 가득 채웠다. 안에서부터 시작된 불인지 내부가 새까맣다. 멍하니 흔들리는 시선이 타버린 집을 지나, 시체로 향한다. 팔목에 묶인 밧줄과, 찔린 듯이 울컥거리며 흘러나오는 피의 근원. 모든 것이 꿈처럼 현실감이 없다.

 

  "어째서…?"

 

  이주일 전, 시타라는 꿈을 꾸었다. 어째서인지 그 꿈이 자꾸만 떠올랐다.

 

  불타는 저택이 타오르는 사람처럼 기이한 비명을 질렀다. 그 앞에서 울부짖던 사람들의 머리가 하나씩 떨어져 굴러온다. 그 꿈과 같았다. 다른 것이라곤, 현실에선 목이 잘린 시체가 움직이지 않고 잘린 목이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꿈의 눈은 툭 튀어나온 별과 같은 눈이었건만, 이곳에서는 그동안의 생기가 사라진 듯이 비어버린 눈이 시타라를 담았다.

 

  "아… 아아…"

 

  말이 나오지 않는다.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다가 턱하니 걸리는 듯이 막혀버렸다. 숨조차 말과 함께 막힌 듯이 답답하다. 손이 목을 감쌌다. 손끝이 숨을 쉬라며 목을 긁어대었지만, 그 살점이 작게 뜯겨 나와 핏방울이 구를 만큼 박혔건만, 목소리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핏방울이 물에 섞여 기묘한 그림을 그린다. 스타라는 멍하니 죽은 이들에게서 흘러나오는 피가 비가 고인 웅덩이와 섞이는 광경을 보았다. 시타라의 눈에 그것은 전설에 나올법한 신에게 바칠 신성한 술과 같았다. 존재해선 안될 것이 이 땅에 자리했다.

 

  바스락, 밟히는 소리가 난다. 시타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세상이 암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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