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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기사의 폭군
작가 : 유슬
작품등록일 : 2020.10.12

"모든 것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에요."

황제는 제 기사의 발치에 무릎을 꿇는다. 메마른 감정만 가득한 눈이건만, 제게 주어진 시선 하나가 너무나 기뻐 환히 웃는다.
하지만, 폐하.

"이것으로 이 제국이 무너지리라 확신하십니까?"

기사의 물음에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이것으로 부족하다. 아직, 아직.
시타라도, 이케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폐하, 저는 멸망을 원합니다."

이 제국에 파멸을.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에게 죽음을. 그 광경을 보고 웃은 자들에게 저주를.
그것은 변하지 않은 어린 날의 결심이다.

"그대의 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무너진 황성을 장식하길 원합니다."

죄를 짓지 않은 이에게 죄를 강요하는 시타라의 낯은, 아무런 표정이 없이 창백하여 시체를 닮았다.
이케르가 웃었다.

"네, 타라.

전부, 당신의 뜻대로.

#약피폐 #무심여주 #기사여주 #연상여주 #다정남주 #황제남주 #연하남주


표지:commision_l님
Twitter @U_MOONFLOWER
MAIL: yuseul592@gmail.com

 
1 달리는 것을 멈추지 말아라
작성일 : 20-10-12 09:18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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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인 형장이란 기실 우스운 것일 테다. 시타라는 타인의 죽음을 저리 즐겁다는 듯이 목도할 준비를 마친 이들을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목숨이 끝을 맞이하는 것이 무대를 바라보는 시선과 똑같으면 어찌하란 말인가.

 

  허나 그 시선을 마주한 이들이 제 얼굴을 알아볼까, 새까만 후드를 꾹 누르며 발끝을 세웠다. 인파를 헤치고 나아간다.

 

  조금만, 조금만 더.

 

  저곳에 가족들이 올 것이다.

 

  조금 더 앞으로 가려 하는 이들의 얼굴은 웃음과 분노가 가득하고, 내뱉는 말에는 오직 자신의 가족들을 욕하는 말뿐이다.

 

  어째서 그들이 죽어야 하는가.

 

  "죄인이 갈 길을 만들어라!"

 

  어째서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저질렀다고 말하는가.

 

  사람들이 만들어낸 길 너머에는 일가족이 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가득히 초췌해진 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도 오직 시타라 뿐이었다.

 

  죄수복을 입은 일가족은 부모로 보이는 어른 두 사람과 자녀로 보이는 청년과 어린아이. 이렇게 넷뿐인지라, 개중 저들을 아는 몇몇 이들만이 한 사람이 더 있어야 하지 않냐고 수군거린다. 저들의 딸은 어딨냐며.

 

  수군거림이 가까이서 들릴수록 시타라는 더더욱 자신을 가렸다. 자신을 보여선 안 된다.

 

  의문은 정말 잠시간의 것이었는지, 이제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눈앞에 주어진 것을 즐기려 한다.

 

  "죄인이다!"

 

  부서지는 소리가 난 것은, 아마 계란이 깨져서일 것이다. 아이의 머리에 던져진 것이 썩은 냄새를 풍긴다.

 

  "우리를 속인 이들이다!"

 

  썩은 달걀과 채소, 작은 돌멩이가 날아가는 것보다 더욱더 무겁게 그들을 때리는 것은 사람들의 말이다. 그들에게는 그 고통보다 저 말이 더욱 괴롭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한 걸음이 무거운 듯한 가족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모두를 마주하지 않고 있다. 울음을 터트릴법한 막내는 울지 않고 있다. 허나, 그것이 입이 천에 막혀있기에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시타라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어머니…"

 

  옅게 흘러내린 목소리는 들키면 안 된다는 이성이 억눌렀음에도 흐느낌을 참을 수 없었다.

 

  형장에 선 이들의 검은 옷과, 새까만 머리카락이 음울하게 덮어 내린다. 가장 앞에 선 여인이 무엇인가 결심한 듯이 고개를 드니 그 눈동자만은 결연히 빛나 태양보다 찬란하다.

 

  당당한 기백에 군중이 조용해지고, 집행인마저 압도된 것인지 입을 다문다. 온 세상이 조용해진 순간,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죄가 없다."

 

  거트루드 공작. 누구보다 강인하며 누구보다 백성을 위한다는 말을 듣던 여인은 이제 백성들을 해한 죄로 사형대에 올랐다. 그런데도 그녀의 기백은 꺾이지 않는다. 그 눈이 꺼지기 직전의 촛불처럼 타올랐다.

 

  "나에게, 나의 가족에게, 나의 저택의 이들에게 무고한 죄를 씌워 죽인 황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혀가 뽑혀도 저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나의 눈이 멀어도 노려볼 것이며, 내가 죽어도 나의 영혼이 그 곁에서 멸망을 부을 것이다!"

 

  고요한 세상에 퍼진 하나의 저주가 한 사람에게 깊은 뿌리를 내리는 것이, 당사자에게 느껴졌다.

 

  "죽여라!'

 

  거대한 파문이 가시자 해일이 밀려오듯 사람들이 고함을 지른다. 제 일을 잊은 사형 집행인이 자신의 일을 깨닫는다. 그 모든 혼돈 속에서 끌려 나온 이는 여전히 당당하였다.

 

  '어머니.'

 

  곧 있으면 목이 잘릴 이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다.

 

  아, 눈이 마주쳤다.

 

  강렬히 빛나던 눈동자가 크게 뜨이고, 안도에 물드는 것이 보였다. 입이 열리다가, 다물린다.

 

  당신은 무엇을 말하고 싶나요.

 

  시타라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 시타라는 제 어머니가 오직 자신을 바라보고 그 눈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각이 아닐 테다.

 

  저주를 뿌리던 어머니의 바람은 그녀에게 닿아 이미 그 뿌리가 깊어졌으니.

 

  입을 여는 것과 동시에, 사형 집행인의 검이 내려친다.

 

  "네."

 

  시타라는 자신이 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머니."

 

  잔인한 사형집행인의 검이 멈추질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머리가 몸통과 분리되고 사람들은 그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환호를 내뱉는다. 타인의 죽음에 기뻐한다.

 

  통탄스럽게도 그 환호성은 태어난 지 오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의 숨마저도 끊어낼 것이다. 평소 어린아이의 죽음에 슬퍼하던 이들이 지금은 어서 사악한 싹을 자르라고 입을 모아 외치고 있다.

 

  사악한 싹이라니. 저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안돼……"

 

  최후라도, 자신이라도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서 온 형장에서, 시타라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피투성이가 된 검이 목을 자르기 직전, 어린아이의 입을 막았던 천이 살짝 풀렸다.

 

  "싫어!!!"

 

  울음 섞인 비명에 머뭇거리는 이는 아주 적었다. 더욱더 많은 이들이, 아이의 비명을 들으며 어서 죄의 씨앗을 죽이라 외친다. 검은 아이의 목을 갈라 그 피를 흠뻑 즐기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른다.

 

  이리 기뻐하는 것은 죄가 아니며, 그저 하나의 연극을 지켜보는 듯이.

 

  모두가 웃고 있는 곳에서 울고 있는 것은 오로지 시타라 뿐이었다.

 

  웃음소리에 울음소리가 묻혔다.

 

  "황제 폐하 만세!!"

 

  환호에 저주가 묻혔다.

 

  뒷걸음질 쳤다.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히고 몸이 부딪히지만 다들 환호를 내지르기에 누구도 시타라를 신경 쓰지 않았다.

 

  부딪혔다. 누군가 휘두른 팔에 머리를 맞아 휘청거렸다. 사과를 건넬 정신도 없는 자는 여전히 팔을 휘두르며 죽은 이들을 저주하고 죽인 자를 축복한다. 아프다, 어지럽다. 어지럽지만, 동시에 눈이 제대로 뜨였다. 이곳에 이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그것을 너무 늦게 떠올렸다.

 

  시타라는 달렸다.

 

  인파를 헤쳐 달리고, 거리를 벗어나기 위해서, 외성 안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녀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턱밑까지 차오른 숨이 목을 옥죄어도 멈출 수가 없다. 귓가에는 여전히 가족들의 죽음으로 기뻐하는 이들의 환호성이 가득하다. 적어도, 이 모든 환호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

 

  어찌나 거세게 달렸는지 신발의 밑창에 구멍이 뚫리고, 푹 눌러쓴 후드가 바람에 벗겨져, 본래 새까맣던 머리카락이 얼핏 밝은 잿빛으로 희어갔음을 알려주는 와중에도 시타라는 달렸다.

 

  처형식에 어울리는 붉은 핏빛의 하늘이 서서히 으스러져 검어지더니 그 사이로 금이 가 하얀빛이 박힌다. 촘촘하게 빛나는 하늘은 다른 인간들이 바라보면 하늘에서 축제가 벌어진 것이리라 표하였겠건만, 아쉽게도 시타라에게는 별빛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으니, 혹 몸을 사용하는 이들이 봤다면 당장 그녀를 데려와 제 밑에서 배우게 하겠다고 말할 신체 능력이었지만, 시타라에게는 그저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고, 수도 너머에 자리한 숲에 닿아서, 그곳을 헤매어 달린다. 어둡게 가라앉은 숲은 누가 들어오던 제 안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버리지만, 도망쳐온 시타라에게 자비롭게 품을 내어주었다.

 

  시타라는 달렸다.

 

  달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숲이 제 품을 내어주다가, 길을 알려주기를 반복한다. 바람이 시타라가 달리며 내는 소리를 가려준다. 별빛이 그 앞에 길을 비추었다.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정신은 오직 그것만이 희망인 듯이 보고서 달렸다.

 

  빛이 최후에 자리한 곳은 숲이 감싸 숨긴 절벽이어서, 한발만 더 가면 그 빛 사이로 추락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귓가에 들리는 비명과 환호가 섞이는 소리, 잔상처럼 남은 핏줄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눈이 말하던 바람과 저주가 이 이상 새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한 발을 내디딜 수 없다.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어서 달리고, 달렸는데.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비명과 같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서 달렸는데. 모든 것에서 도망칠 수 있는 순간 앞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시타라는 바람이 나뭇잎을 밀어내는 소리를 들었다. 들릴 리 없는 비명을 들었다. 차가운 공기를 만나며 흘러내린 땀방울에서 존재해선 안 될 비릿한 향이 느껴진다. 너무 달려서 속이 엉망이다. 내장이 뒤틀린 것 같아서 당장이라도 전부 쏟아질 것 같다.

 

  그 모든 것보다도 아팠다. 너무나도.

 

  그런데도.

 

  '살고 싶은 건가.'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살아서, 제 가족을 죽여버린 이들의 목을 전부 잘라내고, 죽음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내지른 이들의 혀를 뽑아내기 전까지는 살고 싶었다.

 

  그것이 불가능한 일인 것을 아는데도 살고 싶다.

 

  "어머니… 아빠… 오빠… 다들……"

 

  엄격하면서도 단단한 공작이었던 어머니. 바쁜 어머니를 대신하여 곁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준 아빠. 소공작에 걸맞은 사람이 될 것이라 호언장담하였으나 매번 장난을 치던 오빠. 아직 말도 잘하지 못하던, 너무나 어린 동생.

 

  화려하던 저택이 차가운 창과 검에 둘러싸이고, 저택 내에서 일하던 이들 대부분이 그 앞에서 억울하게 죽었다. 가족들은 사람들의 눈앞에서 눈요깃거리처럼 죽었다.

 

  그렇기에 복수하고 싶고, 그렇기에 죽고 싶고, 그런데도 살고 싶다. 먹은 것이 없는데도 토할 것 같고, 마신 것이 없는 채로 땀이 흘렀는데도 울고 싶었다. 아니, 이미 울고 있었다.

 

  "얘."

 

  시타라는 고개를 들었다. 사람이 오는 줄도 몰랐다. 사실, 이런 깊은 밤의 숲속에, 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 있는데도 이곳에 있는 것이 이상하단 사실을 알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하였다.

 

  밤하늘을 자른 천 조각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이 후드 사이로 삐져나온 채로 아무렇게나 흩날리는 모습이, 제 가족들을 떠오르게 했다. 별빛이 얼굴에 내려앉고서야 그 낯이 보였다. 시체처럼 창백하게 죽은 얼굴에 박힌 붉은 눈동자가 한여름의 태양보다 강렬하였다.

 

  시타라의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여인이 몸을 낮춰 시타라를 바라본다.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이를 보며 다정스레 물었다.

 

  "어린애가 이런 곳에서 혼자 뭐 하는 거야?"

 

  가족들 모두의 목이 모두의 웃음 속에서 잘려 나간 날. 차라리 죽어 그 소리에서 도망치고 싶던 날. 그런데도 살고 싶었던 날.

 

 제 가족들이 입고 왔던 것처럼 새까만 후드를 걸친 여인과 만난 날.

 

  시타라가 열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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