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나의 119.
작가 : 삼각형
작품등록일 : 2016.8.31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사고, 어머니의 유산을 독차지 하려는 아내, 아무런 의욕 없이 삶을 살아오던 주인공은 뇌사 상태에 빠진 어머니의 곁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기다린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회의적으로만 생각하던 주인공은 어느 날, 병원 안을 산책하던 도중에 어린이 병동에서 꼬마 환자 박하를 만나게 된다.

 
18
작성일 : 16-10-27 22:43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526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늘 응석만 부리던 어린애였다.

  그래서 뺨을 맞은 순간, 나는 밀려오는 혼란을 어쩌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깨달았고.

  이제부터는 꼭 어른다운 어린이가, 가족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엄마는 항상 내 병상에 왔다.

  엄마와 나는 같은 병실이기는 했지만, 엄마는 자신의 병상위에 누워있지 않고 항상 내 옆자리에 앉아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짜증만 부려도, 내가 듣는 둥 마는 둥 해도.

  잘못이었다.

  내 잘못이었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기를 참 좋아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짓이 왠지 애기라고 취급당하는 것 같아서 항상 거부했다.

  내 잘못이었다.

 

  나는 엄마의 소중함을,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았다.

  이 또한, 내 잘못임이 틀림없었다.

 

  엄마의 몸은 나보다 훨씬 더 좋지 않았다, 가끔 내가 퇴원을 하는 경우가 있어도 엄마는 항상 병실에서 있었다. 가끔 기분전환을 삼아서 집으로 오고는 했지만, 이 역시 그렇게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누구에게 투정을 부렸을까.

  잘못했다.

  잘못됐다.

 

  “이제 곧, 엄마 생일이네요?”

  언젠가, 나는 즐거운 얼굴로 아빠에게 물었다.

  “아, 좋네. 아빠는 일 때문에 늦게 올 수도 있지만 먼저 엄마랑 케이크라도 먹고 있을래?”

  아빠 역시 굉장히 즐거운 얼굴이었다.

  “네!”

  힘찬 대답.

  나는 분명 생일 날, 엄마에게 별 거 아니지만 인형뽑기에서 뽑은 인형을 선물할 계획이었다.

 

  “엄마, 선물!”

  전보다 더 수척해진 얼굴로, 엄마는 내 손에 들린 하얀색 하트모양 인형을 바라봤다.

  “선물?”

  고개를 갸우뚱하며, 엄마는 더 커다래진 눈으로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오늘 엄마 생일이잖아요! 그래서 이거 엄마 거예요!”

  자신만만했다. 일부러 하얀색으로 뽑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과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가. 나는 거센 콧김을 불며, 그 인형을 엄마의 품에 안겼다.

  “풋, 선물 센스가 죽이는데? 엄마가 좋아하는 하트 모양이네?”

  그제야 이해가 됐나는 표정을 지으며, 엄마는 그 인형을 두 손으로 이리저리 주물렀다.

  “푹신푹신 하네. 꼭 우리 하 볼 만지는 것 같다~”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굉장히 기쁜 표정이었다.

  케이크도 굉장히 맛있었다.

  엄마의 나이에 맞게 케이크에 촛불을 꽂았고 그날따라, 빨리 온 아빠도 그 촛불을 함께 불 수 있었다.

  최고였다.

  행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엄마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줄곧 엄마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할 수 있다면, 꼭 이날. 그러니까, 엄마의 생일날에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이제야 좀 솔직하게, 이제야 좀 의젓하게 함께 있을 수 있는 법을 배웠으니까.

  나는 꼭 그러고 싶었다.

 

  “여보, 여보!”

  애절한 아빠의 목소리.

 

  “여기 빨리요! 여기 환자분이 위급해요! 빨리요! 좀!”

  다급한 간호사 언니의 목소리.

 

  “어, 어떡해!”

  두 손을 모으고 떨리는 목소리를 하는 다른 환자들.

 

  뭘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나는 잠결에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마구 비볐다.

 

  아, 그러고 보니까, 잠이 들었네.

  케이크를 먹고, 병실 안에 있는 다른 환자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고, 평소 즐겨보던 드라마를 함께 보고, 과일도 먹고.

  엄마와 함께 있을 타이밍이 없었다.

  아니지, 사실 그냥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아직은 좀 부끄러웠다.

  그래도 기왕 이렇게 일어난 거, 꼭 오늘은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잠이 덜 깨서, 멍한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눈앞에 있는 엄마의 병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엄마?”

  답이 없다.

 

  “엄마?”

  병상은 비어있다.

  아니, 병실이 비어있다.

 

  “빨리, 수술 준비해!”

  “어떡해요!”

  “담당 선생님 아직 연락 안 돼?”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원래 이렇게 상태가 안 좋았나?”

  “의식이 없어요!”

 

  복도가 시끄럽다.

  귀가 깨질 만큼, 시끄럽다.

 

  뭐야.

 

  비가 오는 건지, 창문 밖에서는 빗소리가 세차게 들려온다.

  그리고 쿵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번개가 쳤다.

  밝은 빛이 잠깐 병실을 가득 채운다.

 

  빨간색.

  빨간색 이불.

  빨간색 배게.

  빨간색 바닥.

  빨간색 병상.

  빨간색 하트 인형.

 

  앉아있던 간이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소리가 점점 더 웅성댄다.

  그러나 그 소리를 알아들을 판단력이 내게는 사라졌다.

 

  발을 뗀다.

  천천히 병실 문을 나가, 복도로 몸을 옮긴다.

  수많은 사람.

  저마다 심각한 표정을 한 채로 누군가를 에워싸고 있다.

  손을 떨며, 그 사람들 사이로 들어간다.

  눈치를 챈 걸까, 모두들 내 주위에서 몸을 비킨다.

 

  이 하얀 얼굴은 내가 아는 얼굴이다.

  이 검은 머리는 내가 아는 머리카락이다.

  이 가느다란 눈썹은 내가 아는 사람의 눈썹을 닮았다.

  아니지.

  눈을 잠시 감았다.

  허무하네.

 

  11시 59분.

  수술은 너무 늦었다고 한다.

  원인은 불명.

  아마도 엄마는 전부터 몸 상태가 굉장히 악화가 된 상태였을 거라고 한다.

  엄마는 참고, 참아서 생일을 아빠, 그리고 나와 함께 보낸 건 아니었을까. 하는 망상도 들었다.

  허무하다.

  몹시 허무하다.

  행복하고, 따뜻해서 눈을 잠시 감은 순간.

  다 끝났다.

  이제 엄마의 눈과 마주치는 일을 다시는 없을 것이다.

  이제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일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이제 엄마에게 어떤 말을 해도, 엄마가 대답을 해주는 일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밉다.

  엄마가 밉다.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더 내가 밉다.

 

  이게 뭐야.

 

  끝도 보지 못했다,

  너무도 쉽게 보냈다.

  간단한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어떤 일이 발생한 건지 알지도 못한다. 목격도 못했다. 손 한번 까딱하지 못했다.

  그저 눈 한번 감았다 뜬 것으로,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꿈이야.

 

  그 커다란 구멍을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어떤 신호도 없이, 어떤 경고도 없이.

  끝났다.

  이런 일을 인정할 수 없었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망상했다.

  그리고 마지막에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저 이 일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키지 않았다.

  그래, 내키지 않는 일이야.

  엄마의 가르침대로.

  바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엄마는 옳았으니까, 나는 그대로 실천할 뿐이다.

  이런 일은 없었던 일이다.

  아직 받아들일 수 없다.

  엄마는 다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엄마는 아직 이 병실에 존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허나, 망상이다.

  이 망상을 똑똑히 직시하고 있음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최면이 제대로 걸렸든, 제대로 걸리지 않았든. 이제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생겼다.

  오늘, 엄마의 생일날, 11시 59분.

  엄마는 자신의 생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병실을 떠났다.

 

 

  빗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병실을 떠난 날도, 빗소리가 들렸었다.

  나는 내 작은 가방에 챙길 물건들을 꽉꽉 채워 넣었다.

  짐은 다 챙겼다.

  가방을 메고, 병실을 나선다.

  복도를 걸어간다.

  계단을 차츰 내려간다.

  지금 기분은 무겁다.

  긴장감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후.”

  심호흡을 하고, 병원 로비로 몸을 옮긴다.

  누군가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퇴원을 하는 어린이 환자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병원을 나간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병원 로비를 똑바로 가로질러서, 병원 정문을 향한다.

  오늘은 가야할 곳이 있다.

  어느 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마음을 먹었다.

  더 이상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최면을 이어갈 맘은 없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내게는 분명 중요한 일이다.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나는 간다.

  “늦었네.”

  평소 착용하지도 않던 번쩍번쩍 빛나는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웬일로 말끔한 복장을 하고 있는 아저씨가 내게 눈길을 준다.

  “죄송해요.”

  머리를 살짝 숙인다.

  “아니, 됐어. 장소는 어제 말했던 거기로 가면 되는 거지?”

  어제, 나는 미리 이 아저씨에게 오늘 가야할 장소를 말해주었다. 이미 약속은 됐으니, 어느 정도 안심을 할 수가 있었다. 적어도 이 아저씨는 자신이 한 말을 꼭 따를 것만 같았다.

  “네.”

  조용히 답한다.

  “그럼, 타라.”

  잠깐 머리를 긁적이더니, 아저씨가 내게 손짓을 한다.

  나는 그 손짓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눈을 멀뚱하게 뜨고 앞만 바라보았다.

  아저씨, 그리고 검정색 외제차가 그 옆에 주차가 돼있다.

  무슨 뜻일까.

  일단, 이 아저씨가 저 비싸 보이는 자동차의 주인일 리는 절대 없다는 전제 안에서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얼굴을 찡그리고 고심한다.

  “야, 혹시 이상한 망상을 하고 있는 거면 이 차는 내 차가 확실하니까 어서 타라고.”

  목소리를 조금 높이며, 엄청 비싸 보이는 자동차를 쾅 친다.

  “훔친 건…….”

  내가 걱정을 채 말하기도 전에, 내게 고개를 쑥 내밀고 소리친다.

  “타!”

 

  처음 느껴보는 편안한 감촉의 시트다.

  아빠의 차와 비교를 해보면, 이 자동차가 몇 십 배는, 아니 몇 백배는 더 우월하다.

  나는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서,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어진 아저씨가 운전하고 있는 것을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부자였나요?”

  확실할 것이다.

  “어떨 것 같은데?”

  표정의 변화가 없이, 무덤덤하게 다시 묻는다.

  “엄청 짠돌이었네요.”

  내 말을 들은 게 분명하다, 눈을 찌푸리고 나를 째려본다.

  “기껏 부탁을 들어준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지.”

  시선을 회피한다.

  “그럼, 아저씨는 왜 병원에 있는 건데요?”

  돈 많은 부자들은 굳이 병원에서 보호자 역할 같은 거 안 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솟구쳤다.

  “전에도 말했지, 꽤 대충 살았다고.”

  차가 우회전 한다.

  비가 더 거세게 내리며, 자동차 창문을 마구 친다.

  나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저씨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리고 조금 놀랐다.

  어쩐지 그 표정을 얼굴에 띠고 있지 않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을까.

  어쨌든, 지금 이 아저씨도 나하고 더욱 비슷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은요?”

  눈을 돌리고, 창문 밖을 바라본다.

  오랜만에 보는 병원 밖 풍경이다.

  “그건 모르지.”

  이제 전처럼 뭐가 뭔지 모를 말을 꼬아서 하지는 않는다. 훨씬 듣기 좋은 것 같다.

  “그럼, 나도 질문 하나.”

  와이퍼가 왔다 갔다 하며 빗물에 가려지던 시야를 확보해준다.

  “뭔데요?”

  “거기는 뭐 하러 가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

  후, 하고 다시 심호흡을 했다.

  말해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동시에 말하고 싶다, 라는 욕구가 머릿속을 덮쳤다. 왠지 이 아저씨에게는 말하면 편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와 가장 비슷한 어른일지도 모르는 이 아저씨라면, 말해도 상관이 없을 듯하다.

  “네.”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다. 진심으로 밝게 웃는다.

  나는 그렇게 꽤 길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2016 / 10 / 31 368 0 6560   
19 19 2016 / 10 / 29 502 0 5516   
18 18 2016 / 10 / 27 354 0 5268   
17 17 2016 / 10 / 26 520 0 5563   
16 16 2016 / 10 / 25 417 0 6741   
15 15 2016 / 10 / 25 348 0 5286   
14 14 2016 / 10 / 24 392 0 6030   
13 13 2016 / 10 / 23 351 0 5348   
12 12 2016 / 10 / 20 371 0 5781   
11 11 2016 / 10 / 17 423 0 5112   
10 10 2016 / 10 / 12 630 0 6035   
9 9 2016 / 10 / 7 400 0 6591   
8 8 2016 / 10 / 5 393 0 5183   
7 7 2016 / 9 / 25 394 0 5292   
6 6 2016 / 9 / 20 458 0 5983   
5 5 2016 / 9 / 13 492 0 5625   
4 4 2016 / 9 / 9 382 0 5450   
3 3 2016 / 9 / 4 342 0 5969   
2 2 2016 / 9 / 1 396 0 5185   
1 1 (1) 2016 / 8 / 31 790 1 594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싹수부터 노란
삼각형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