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누군가 다급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무슨 일인가 확인하는 몸짓으로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남자보다 아래 연배로 보이는 자가 다가와서 다급하게 말을 꺼낸다.
“저, 요한 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미처 끝마치기 전 남자가 그 말허리를 끊는다.
“무슨 일인가? 얼마나 급한 일이라서 이리 방정이야.”
“지하창고에서 무슨 소리가 난 거 같아서요.”
지하창고라는 말에 남자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지하창고? 소리가 들렸다고? 거긴 쥐가 돌아다닐 수도 있으니.”
“크게 울리는 쇳소리 같았어요. 쥐는 아닐 겁니다.”
“어허.”
어허, 라는 말에 무거운 권위를 실어 상대방을 압박한다.
“어찌 그리 호들갑을 떠나. 내가 가서 확인할 터이니 그만 방으로 돌아가게.”
“직접 가보시게요?”
“네, 그리 하겠네. 어서 돌아가. 별 일 아닐 거야.”
그다지 탐탁치 못한 얼굴을 한 채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잠시 시간을 보내다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간이용 전등을 들고 지하로 향한다. 오래 된 건물의 쇠가 삭는 냄새가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무슨 일이지?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지하로 내려와 긴 복도를 걸어 그 끝자락에 다다른다. 문 앞에 서서 남자는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뱉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발걸음은 무겁다. 미처 시험공부를 끝내지 못한 채 시험장에 들어서는 학생처럼 바닥 위를 질질 끈다.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히고 한참을 남자는 그 안에서 머무른다. 그렇게 한나절이 지난다. 저녁이 되어 어둑해질 때가 되어서야 문이 열리고 남자가 밖으로 나온다. 다리에 힘이 없는지 휘청거리다 겨우 자세를 바로 잡는다. 이마와 목 주위는 온통 땀범벅이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누가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넘어갈 버릴 듯 위태롭다. 하아, 하아. 숨을 고르기 위해 가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이번엔 겨우 넘겼지만 얼마나 이렇게 끌고 갈 수 있을 런지. 이건 사람 할 짓이 아니야.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