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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관상이 아이돌
작가 : 쓔수수
작품등록일 : 2020.9.30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입시생 채송아. 학원을 가는 도중, 어떤 도쟁이 아주머니에게 색다른 전도를 듣는데?

"학생... 아이돌이 될 관상이군."

예? 요즘은 크리에이티브 전도 공모전이라도 하나요? 의문을 가지기도 잠시, 그 이후 채송아의 인생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불행으로 가득 차 어쩔 수 없이 아이돌의 길을 구경만 할 정도로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다 오디션에서 만난, 이전에는 일류 아이돌이었지만 소문과 억측만 가지고 탈퇴한 연습생 이 현. 그의 세상 제일 야비한 비웃거림을 받고 경쟁심에 타올라 국민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 <라이징 스타>에 참여하게 되는데. 어라? 네가 또 여기서 왜 나오냐? 다시 시작된 이 현과의 악연, 그리고 전국 유일 관상으로 아이돌이 된 관상돌 채송아의 파라만장한 도전!

 
3. 얼굴값 못하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못생겼는데 잘난 거고. 나머지 하나는.
작성일 : 20-09-30 23:52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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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비상계단 안에서, 우뚝. 채송아는 멈춰섰다.

 

 “…야… 나 아무리 생각해도… …좀…”

 

 올 것이 왔구나, 한숨을 푹 쉰 승주는 앞서가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하긴, 굳이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그거 안쓰고 계단으로 가겠다는 것부터가 좀 이상했지. 걸음걸이 역시도 미적미적, 태화고 점심시간의 날으는 독수리라고 불리던 채송아가 이렇게나 느리게 계단을 내려갈 이유 역시도 없었다. 긴장했구만. 이자식.

 

 “여기까지 왔는데. 그럼 그냥 갈거야?”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좁은데.. . 유튜브고, SNS고, 트위터고… 내가 하는거 누가 찍어서 올리면 어떡해… 그럼 대학 가서도 고개 못들고 가오나시처럼 다녀야 할텐데…”

 

 “야. 수요 없는 공급을 누가 하냐. 춤 못추는 영상같은게 SNS에 아무도 안올려. 딱히 보고 싶으면 지들이 음악 틀고 욕실 거울 앞에서 추면 되는데.”

 

 그래도… 섣불리 다음 칸으로 내려서지 못하고 멈춰 있는 친구의 잔뜩 굳어있는 얼굴을 보고서, 이승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혹시 누가 아냐? 네가 여기서 만난 사람 중 진짜 유명 연예인이 될 사람이 있을지. 그럼 걔는 오늘 너를 기억하겠지. 그 이상한 놈으로. 친분 생성 가능성이 있다는거 아냐… 연예인 친구, 해보고 싶지 않아?”

 

 아아. 아무리 소심하고 눈 앞에 띄는 것은 싫지만 그럼에도 알게모르게 주목받고 싶다는 성향을 가진 모든 내향적 외향인, 혹은 외향적 내향인에게 이보다 달콤한 제안은 없었을 것이다. 너 그 사람 알아? 내 친구인데…에서 오는 또래 사이의 파급력, 권력, 그리고 올라가는 턱과 콧대… 물론 벼락 맞을 확률이라는 것을 알지만. 듣고보니… 잃을것도 별로 없고 얻을건 좀 있는 것 같아 드디어 채송아는 한 칸 내려갔다. 저놈, 말 잘하네 저거… 홈쇼핑 호스트 하면 분명 곧 강남에 아파트 하나 산다. 시덥잖은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오디션이 열린다는 연습실 층에 도착해 있었다.

 

 문 손잡이를 잡고, 숨을 한 번 후, 그리고 하.

 

 “…열어…?”

 

 “…열어…”

 

 다시 시작된 눈빛 교환. 그래. 뭣하면 대학 면접 연습이라고 하지, 뭐. 이걸 이겨내면 그 어떤 면접도 안무서울거다. 스스로를 달래며 손잡이 위에 채송아의 손이 살포시 얹힌 그 순간.

 

 쾅!

 

 천둥 소리처럼 철문이 흰 페인트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밀폐된 공간에 메아리쳤다. 갑작스럽게 밀쳐진 문에 맞은 손목에서 시큰한 감각이 뼈를 타고 올라왔다. 그러나 채송아는, 차마 인상을 찌푸릴 수 없었다. 바로,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 때문에.

 

 요정인가?

 

 솔직히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니,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어떤 인간이 초록색 머리카락이 어울리지? 빌리 아일리시를 제외하고? 풀잎에 매달린 이슬만 먹는대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이 머리카락을 그저 잔디처럼 보이지 않게 완성해주는 것은, 바로. 푸르게 일렁이는 머리카락의 그림자 아래에, 희고 작게 빚어놓은 얼굴. 그 안의 조금은 올라간 눈꼬리를 따라 세밀하게 쌓인 촘촘한 속눈썹. 웃는다면 분명 귀여움으로 지구를 내핵까지 뚫어 지구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에 큰 일조를 할 애교살. 짙고 굵은 편이지만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어 부담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인상을 딱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만 진하게 만들어주는 눈썹. 딱 동양의 미를 듣는다면 예시로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곧게 서 있는 오똑한 코. 틴트의 정체를 미친듯이 궁금하게 하는 붉은 입술까지.

 

 “미친…”

 

 저절로 중얼거렸다. 이건 불가항력이나 마찬가지였다. 물건을 떨어트리면 바닥을 향해 붙고.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불은 높은 곳으로 가는 것처럼… 지나친 미모를 보면, 사람은 어떻게든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기에 채송아와 이승주는 동시에 짧은 단어로 본인들의 황홀해진 시야를 요약했다.

 

 요정님은 문 너머에 누가 있을 거라고는 몰랐던 눈치인지, 그 예쁜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금세 아름답게 찌푸렸다. 그리고는 금세 얼어붙어 있는 두 친구 사이를 지나쳐 동화 속 왕자님처럼 계단을 두개씩 사뿐사뿐 뛰어내려 사라졌다.

 

 “…나 사실 인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실패한 점토인형 미술과제였나?”

 

 “헐, 저거 이현 아니냐?”

 

 같은 순간에 터져나온 두개의 감상평.

 

 “이현? 그게 누군데.”

 

 “엥, 몰라? 너도 연예인 좋아하잖아.”

 

 “그렇긴 한데 이름은 잘 못외워. 노래만 듣는 편이라서.”

 

 “그린베리즈 이현. 팬들 사이에서는 엄청 유명하거든? 최애는 최애고 이현은 이현이다, 하는 말로. 완전 덕후몰이상으로 생겨서 쟤 직캠 조회수가 어마어마 했지. 물론 이제는 아니지만.”

 

 왜? 라고 물어보기 전에 어디선가 튼 음악이 쿵짝쿵짝 다시 빈 계단을 울렸다. 맞다, 오디션! 서둘러 둘이 핸드폰 시계를 확인해보니 시간은 2시 59분. 딱 1분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제는 저 문에서 요정이 아닌 저승사자가 나와 채송아씨. 당신 아직 죄인 아닙니다를 외쳐도 더 이상 미적거릴수는 없어 둘은 힘차게 문을 열어젖히고 우당탕 뛰어들어갔다.

 

 그래. 이제부터 죽기, 아니면 죽기 뿐이다. 내가 부끄러움으로 죽거나, 내 기막힌 춤을 본 오디션 관계자들이 혈압이 올라 죽거나!

 

 

 간단한 결과 요약. 아무도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더 나을 뻔했다.

 

 적막의 공포를 알고 있는지.

 예를 들어 조별 발표 때 온갖 각오를 다지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집어넣은 회심의 드립을 발표하고 나서 흐르는 침묵의 시간이나. 지하철에서 갑자기 이어폰이 빠져 내가 듣고 있는 삐리빠빠 뺴리빠빠 빼 빼 빼 빼 뽐 노래가 칸 안에 울려퍼질 때라든가. 길 건너편에서 오던 사람이 친구인 줄 알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서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이라든가.

 

 하여튼, 채송아는 인생에서 가장 길고, 또 최악의 적막을 경험 중이었다. 제발… 제발 차라리 뭐라고 말을 해줘…!! 공기반 소리반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네요 같은 거라도…! 갑자기 여기서 송아씨, 장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한번 해볼까요? 계단 뛰어내리기! 같은 멘트라도…! 제발… 제발…! 온갖 신에게 다 빌고도 모자라 이미 살아있는 엄마, 아빠, 집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 머루의 이름까지 빌어 기도하고 있을 때가 되어서야 드디어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나가셔도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우렁차게 외치고는 거의 체육대회 계주가 된 마음가짐으로 뛰쳐나갔다. 자존심이 있어 뛸 수는 없었기에 걸음과 뜀 사이의 애매한 간극을 유지했으나, 속도만큼은 발이 네개인 것처럼. 문 밖에 기다리고 있던 이승주를 낚아채고, 오늘밤 악몽이 될 것 같은 이 장소에 속으로 셋째 손가락을 올려 욕을 남기며 척척척척 부지런히도 걸어갔다. 올라올 때는 계단이 왜 이렇게 짧은지 불만을 가졌지만 내려갈 때는 왜 이 빌딩은 내가 꺼질 수 있게 바닥에 구멍을 뚫어놓지 않았는지 원망이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야, 결과는? 언제 나온대? 종알대는 승주의 입을 탁탁탁 걸음에 맞춰서 치며 엘리베이터에 둘만 남게 될 떄까지 채송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디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그제서야 채송아는 아주 길고 어두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눈치를 보고 있던 이승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많이… 힘들었냐…?”

 

 말도 마라. 안쪽의 분위기가 얼마나 싸늘한지 순간 내가 엘사는 아닌지 고민했다. 유치원 재롱잔치를 봐도 그보다 따스한 눈빛으로 지켜봐줄 것이다. 한명의 얼굴에는 이게 춤인지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춤의 정의는 무엇인지 본인의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표정이 어려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지금 당장 핸드폰을 열어 딴 짓을 하고 싶어 부들거리는 손가락을 깍지껴서 겨우 참아냈으며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엄마를 찾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렇게 눈물섞인 푸념을 늘어놓으려 할 때, 다시 디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외쳐버렸다. 물론 친숙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미모는 만나는 빈도를 넘어서서 사람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요정님?

 

 분명 똑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일 리가 없었다. 저런 얼굴이 둘이라면 이 세계는 너무 밝아져 밤이 없는 세상이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아까의 당황한 표정과는 다르게, 이번의 요정님은 화가 나 보였다. 붉어진 눈가나, 불안정해 보이는 호흡이나,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이곳저곳을 오가는 시선이나. 울었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려는 때에,

 

 “…하.”

 

 뭐임?

 

 승주와 순식간에 시선을 교환했다. 명백한 비웃음. 웬만하면 아아, 입꼬리가 비뚤어진 웃음도 아름답구나. 역시 미모는 불균형을 균형으로 만드는 마법이렸다 하고 찬양을 할텐데, 그렇게 덮기도 힘들 정도로 넘치는 악의가 단박에 드러났다. 뭐야, 쟤 나 알아? 요정님에서 초록대가리로 순식간에 강등된 그자식은, 다시 한껏 비웃는 입술 사이로 다음 공격을 날렸다.

 

 “저런 것도 아이돌을 하겠다고…”

 

 순식간에 사람의 자격을 잃어버린 두 친구.

 

 “즈그, 즈금 즈 브그 믈씀흐슨 근그으?”

 

 보다 못한 채송아가 최대한 차분하게, 이를 악물고 되물었다. 이 엘리베이터 안의 인원은 고작 세명이기에 착각할 리는 없었지만, 마지막 기회를 자비롭게 베푸는 것이었다. 그래. 화려한 미모를 봐서 살려주마. 미인은 귀한 목숨이다.

 

 “…주제도 모르는지.”

 

 생각해보니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한 듯. 미인이 딱히 귀한 목숨일까? 슬그머니 송아의 손목을 잡고 주먹이 날아가는걸 말리던 승주도 자기 손의 힘을 뺐다. 반띵하면 합의금도 할만하지 않을까…생각하며.

 

 자신의 뒤에서 두 소녀가 어디를 쳐야 가장 효율적이라고 소문날까, 고민하는 것도 모르는지 요정 자식은 문쪽만을 바라보고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딩동. 고민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로비에 도착했고 열린 문을 따라 유유히 사라져가는 초록 머리를 바라보며 그제야 채송아는 소리질렀다.

 

 “아악!!! 아까 너 같은 것도 아이돌을 하는데 내가 못할건 뭐냐고 할걸!!!!”

 

 “악!!! 니 주제는 얼마나 잘났기에 지금 그 모양이냐고 할걸!!!!”

 

 원래 말싸움에서 찰진 대꾸들은 싸움이 끝난 다음에야 생각나는 법이다. 이 쓰디쓴 인생의 규칙을 맛본 채송아와 이승주는 자기 머리털을 꽉 쥐어당기며 절규했다. 아아아아아악- 아까 심사의원들이 들었다면 성량이 좋다고 칭찬했을 비명이 회사 빌딩을 절절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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