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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더 스트라드
작가 : NOAHSHIN
작품등록일 : 2020.9.3

"이진우 씨, 서울시향과의 계약은 파기하고 우리와 함께 하시죠."
관현악과 4학년, 첼리스트 이진우는 그렇게 초능력자 피아니스트 윤피에르의 손을 잡았다.

그의 곁에는 계약을 파기할만한 가치가 있는 저명한 실력파들이 있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잉그램 에반스, 클래식계의 아이돌 서정아,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올리스트의 딸, 강예빈. 그리고 신예 첼리스트 이진우까지 손에 넣은 윤피에르는 자신이 모은 이 멤버들로 실내악단을 꾸렸다. 하지만 어딘가 맞지 않고, 불협화음만이 지속되는데...

초능력과 클래식, 사랑, 그리고 불협화음, 더 스트라드의 연주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9. 호기심
작성일 : 20-09-30 23:47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6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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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이잉, 폰을 켜자마자 진동이 길게 단 한 번 울렸다. 두 번, 세 번씩 연속되지 않는 걸 보니 전화가 아니라 문자일 것이다. 정아는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도 맞았다.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 아침부터 계속된 스케줄 강행군 때문에 피곤에 찌든 정아는 그 문자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곤 곧 문자를 보낸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드윈과 제시카가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조에는?”

  “뭐야, 스케줄 중 아니었어? 일찍 연락했네.”

 

  문자를 보낸 이, 잉그램은 지금 시간대에 전화를 걸 줄 몰랐는지, 정아의 질문에 다른 대답을 했다. 정아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끝났어. 그래서 내가 가야해?”

  “에드윈과 제시카가 그렇게 보고 싶다는데, 한 번 가야하지 않겠어?”

 

  잉그램의 말에 정아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누가 들어도 빈정거린다고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얘는 또 나한테 왜 이럴까. 아, 하긴, 원래 얘는 나한테 시비를 거는 걸 좋아했지.

 

  “...그래, 갈게.”

 

  하지만 잉그램이 빈정거린다고,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정아는 차를 운전하고 있는 매니저에게 차를 공항으로 돌려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렇지만 왜? 왜 나를 보자고 하는 거지?’

 

  정아는 그들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없어 왜 그들이 자신을 찾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 상황이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다.

  에반스 가족은 좋은 가정, 미국 특유의 개방된 가정인 탓에 늘 활기가 넘쳤고, 누군가를 비웃고 조롱하는 잉그램조차도 그들에게만 가면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곤 했다. 그러다보니 그들을 만날 때마다 정아는 자신과 정반대의 ‘좋은’ 성향을 가진 그들과 섞여있으면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보다 먼저 지치곤 했다.

 

  ‘지친다, 진짜...’

 

  스케줄 강행군으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정아였다. 그렇기에, 그들을 만나러 가고 싶진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같이 있으면 기 빠지는 그들을 보러 가자니, 벌써부터 눈앞이 아찔했다.

  하지만 차는 이미 공항으로 빠지는 길을 탔고,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정아는 한숨을 쉬며 창밖의 한강을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빛에 물들어 강물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누가 보면 아름답다고 느낄만한데, 정아는 그 모습에 오히려 속이 매슥거렸다. 그리고 불현 듯 안 좋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막아줄 사람도 없이 그 안을 파고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정아는 저 강 아래로 가라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잉그램.”

  “어.”

 

  공항 안에 있는 커피숍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던 잉그램은 정아가 자신을 부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른손에는 커피, 왼손에는 쇼핑백을 들고서. 정아는 왼손에 들린 쇼핑백이 무엇인가 궁금했지만, 애써 모른 척 하고 잉그램을 꼿꼿이 바라보았다.

 

  “곧 올 거야.”

 

  쇼핑백을 정아에게 내어주지도 않고, 그대로 들은 채 잉그램은 왼쪽 손목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정아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분명 저건, 조에가 자신이 선물한 거라고 그렇게 자랑한 것이었다. 적어도 정아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왜?”

  “아무것도. 뭐가.”

 

  너무 빤히 쳐다본 게 부끄러웠는지, 잉그램의 물음에 정아는 오히려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그런 말을 들은 잉그램은 인상을 쓰며 정아를 위아래로 훑었다.

 

  “스케줄 끝나고 바로 왔나봐.”

  “...어.”

 

  정아는 잉그램에게 대답하며 눈을 비볐다. 잉그램은 오른손으로 들고 있던 커피를 정아의 왼쪽 뺨에 가져가댔다. 얼음이 들어 플라스틱 컵의 표면이 차가워져, 정아의 뺨에 그대로 그 냉기가 전해져왔다.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정아는 컵이 뺨에 닿자마자 눈을 비비던 손으로 잉그램의 손을 탁, 쳤고 그 상태로 커피가 든 플라스틱 컵이 쏟아져 내렸다. 하얀 바닥이 순식간에 커피로 물들었다.

 

  “아, 그.”

  “정신 차리라고.”

 

  커피를 쏟아 당황하는 정아와는 다르게, 잉그램은 오히려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커피가 쏟은 것도, 정아가 당황해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정신 좀 차렸으면 이번에는 싫은 티 내지 말지?”

 

  잉그램은 발로 엎어진 플라스틱 컵을 툭 쳤다. 정아는 그 모습을 보고 주워 치우려는 마음을 접었다. 그저, 아래를 바라보았다. 엎진 컵과 그 근처로 얼음과 커피가 어지러이 쏟아져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보는 정아 본인이 어지러웠다.

 

  “...알아.”

  “서로 귀찮게 하지 말고.”

 

  잉그램은 그대로 뒤로 돌아 앞장섰다. 정아도 그 뒤를 따라나섰다. 하지만 정아의 마음 한편으로는, 이 모습이 따라가는 게 아닌 도살장에 끌려가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

 

  ‘아, 씨. 귀찮게.’

 

  예빈은 애써 시선을 회피하며 음료수에 꽂은 빨대만 잘근잘근 씹었다. 그런 예빈 앞에는 진우가 있었다. 진우는 큰 첼로를 동여매고 눈을 끔뻑이면서 예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커피나 마시려고 온 건데.’

 

  예빈은 청현중학교 방과후학교를 끝내고 집으로 가기 전에, 문득 민우와 왔던 카페가 생각났다. 비록 기분이 나빴으나, 커피의 맛은 좋았다. 이 근처에 맛은 없고 남는 건 인스타용 인테리어뿐인 카페들밖에 없어서 더 인상 깊었는지 몰라도, 어찌됐든 예빈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그 카페를 찾아서 음료수를 마시며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첼로를 든 익숙한 모습이 보이지 않던가. 한예종 다닐 때 만난 사람이겠거니, 하고 저쪽에서 먼저 아는 척 하면 인사나 할까 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까 그 첼로를 든 사람이 진우였다. 심지어 그냥 무시하고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가게 안으로 들어와 심지어는 예빈과 눈이 마주쳤다.

  예빈이 생각하는 진우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진우를 엄청나게 질책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예빈은 그가 좀 불편했다. 화를 낸 걸 뒤늦게 후회한다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예빈은 진우 또한 자신을 좀 껄끄러워하며 그냥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쳤으면 했다. 저렇게 눈을 끔뻑거리며 예빈을 바라보고만 있지 말고.

 

  “아, 저, 안녕하세요.”

 

  하지만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진우는 예빈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우가 저렇게 나온다면, 예빈은 피할 수도 없었다.

 

  “예...”

 

  예빈은 마지못해 고개를 까딱거리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냐는 말은 하지 못 했다. 분명 이렇게 서먹하게 만든 것에 예빈 본인도 어느 정도 일조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서먹서먹한 기류가 흘렀다. 예빈은 그게 영 불만스러웠고, 진우 또한 그래보였다.

 

  “그, 잠시 산책 나오셨나 봐요..”

  “아, 네...”

 

  한 두 마디 나누고 다시 정적, 그들의 귀에는 원두 갈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럼 전 이만...”

  “네...”

 

  정적의 압박감에 먼저 지친 사람은 진우였다. 그는 예빈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카운터 쪽으로 갔다. 아니, 카운터를 지나서... 그 옆의 방으로 간다?

 

  ‘뭐야?’

 

  그의 동선을 보고 예빈이 처음 생각한 것이었다. 알바라도 하는 걸까? 더 스트라드 일로 돈을 꽤 받을 텐데, 저렇게까지 알바를 해? 아니, 왜? 예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빈 자신도 청현중 방과후학교를 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음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예빈의 생각을 비웃듯, 그 안에서 첼로 소리가 났다.

 

  ‘아, 뭐야, 연습실이었어?’

 

  여러 번의 개방현 소리가 나다가 제대로 조율된 소리가 나자, 첼로는 잠시 소리를 멈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연주를 시작했다. 첼로 파트만 들어도 밝은 분위기의 곡인 걸 알 수 있었다.

 

  ‘뭐더라.’

 

  익숙한 곡이었다. 뭐였지? 예빈은 단순히 듣기만 한 게 아니라 이런 선율과 같이 연주를 했던 것 같았다. 그럼 비올라와 첼로의 듀오였나?

 

  ‘아, 제목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예빈이 이렇게 고민을 하던 중에도 첼로의 선율은 섬세했다. 더 스트라드가 모두 모인 그 날 들었던, 거의 자학이라고 생각할 만큼의 무서운 연주를, 그는 지금 하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잘 하면서 그 때는 왜...’

 

  곡의 분위기 차이도 있겠고, 예빈이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서도 있겠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차이가 났다. 적어도 그때 본 연주보다는 자연스러운 연주가 아니지 않나. 예빈은 첼로의 음색을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중후한 첼로의 소리는 저녁녘의 시간을 때우긴 충분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느낌은 있었다. 비올라와의 듀오니까, 당연히 첼로만으로는 미완성이었다.

  채우고 싶었다. 이 빈 소리들을 말이다. 예빈은 눈을 떠 제 앞 의자에 놓인 비올라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케이스가 노을빛에 물들었다.

 

  “아.”

 

  그래, 기억났다. 곡의 이름을 기억해내자, 예빈은 곧바로 비올라 케이스를 들고 진우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아까 전의 서먹함을 까맣게 잊은 채.

  예빈이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자, 순식간에 카운터를 지나쳐 그의 방 앞으로 당도했다. 그 탓에, 카운터에서 진우를 위한 음료수를 만들고 있던 카페 사장, 요한은 그녀를 막을 틈조차 없었다. 그가 예빈의 팔을 붙잡을 즈음엔, 이미 그녀는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연주도 그와 동시에 끊겼다.

 

  “어... 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연주를 하고 있던 진우는 어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다가 옆의 요한의 눈치를 살폈다.

 

  “손님, 여기는...”

  “베토벤의 안경!”

 

  요한의 말을 끊은 예빈은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 마냥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희열이 가득 차있었다. 물론, 자신의 악기인 비올라 파트가 아닌, 첼로 파트만 듣고 곡을 떠올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니긴 했다.

 

  “맞죠?”

  “아, 네...”

 

  진우는 요한의 눈치를 살피다 결국 그렇다고,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빈은 요한의 손을 뿌리치고 의자를 끌어다 그 앞에 앉았다. 진우는 여전히 요한의 눈치를 보면서 연주를 하던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손님, 여기는 개인공간이라 들어오실 수 없으신데...”

  “아, 아뇨, 아는 사람이에요.”

 

  요한이 예빈을 내보내려고 하자, 진우가 급하게 막았다. 요한은 무안하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들어오세요.”

 

  진우는 첼로를 두고, 예빈의 뒤로 가 문을 닫았다. 예빈은 자연스럽게 안으로 밀려 들어왔고, 요한은 문 밖으로 밀려나갔다.

  이제 이 방에는 예빈과 진우, 둘밖에 남지 않았다. 예빈은 방 안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 원래 용도로 쓰이던 공간은 아닌 것 같고, 창고를 개조해서 간이연습실로 만든 것 같았다. 조잡해 보이는 게, 급히 만든 모양이었다.

  진우는 왜 이런 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을까? 아니, 여태까지 여기에서 연습을 했을까? 더 스트라드에 오기 전까지? 예빈은 진우의 인생을 감히 가늠할 수 없었다.

 

  “무슨 일로...”

 

  진우가 조심스럽게 예빈에게 물었다.

 

  “그냥 단순히 곡 제목 물으려고 오신 건... 아니잖아요.”

 

  진우가 말했다. 그는 첼로를 잡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유하게 말하지만, 속은 날카로웠다. 예빈은 그가 그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했다. 저번에 예빈이 한 짓이 있으니, 예빈이 껄끄럽겠다고.

  하지만 진우가 말한 것과는 달리, 예빈은 정말로 곡 제목을 물으려고 왔었다. 더 정확히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왔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첼로 선율에 이끌려서 왔다. 아까 전의 서먹함도 까맣게 잊으면서 말이다.

  예전의 예빈 같았으면, 솔직하게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왔다고 했을 텐데, 저번에 예빈이 했던 짓도 있으니 진우에게 그러기가 좀 껄끄러웠다.

 

  “음, 그냥, 예전에 제가 예의 없게 말한 것도 있고, 미안해서...”

 

  예빈은 겸연쩍은 듯 말끝을 흐렸다. 그러곤 진우와 눈이 마주치자, 아하하, 웃어버렸다.

 

  “아니에요, 제가 늦었고, 기분 나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우도 예빈을 따라 웃었다. 하지만 웃음의 결은 서로 달랐다. 예빈과 다른 말간 웃음, 무표정일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어쩐지 예빈은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피에르가 생각났다. 둘이 닮아서 생각났다기보다는, 비교된다고 해야 하나. 분위기만큼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둘의 웃음이 끝나자, 다시 방에 침묵이 일었다. 예빈은 무언가 말을 이끌어내려고 눈치를 살피다가, 보면대에 올려진 악보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왜 이 곡을 연습하시는 거예요?”

  “아...”

 

  진우는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다가, 갑자기 꾹 다물더니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진우는 멋쩍게 웃었다. 대답을 들은 예빈도 진우를 따라 웃었다.

 

  “그래도 같이 연주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죠.”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럼, 저도 같이 할까요?”

 

  예빈은 비올라 케이스를 흔들면서 말했다.

 

  “아, 악보는,”

  “대충 맞춰보는 거니까 상관없지 않을까요?”

  “아뇨, 잠시만요, 저한테 악보가 있어서요.”

 

  진우는 자신의 첼로 케이스에서 악보를 하나 꺼내어 예빈에게 건넸다. 예빈은 그 악보들을 쭉 훑어보더니, 놀란 눈으로 진우를 바라보았다.

 

  “비올라 악보네요?”

 

  진우가 예빈에게 건넨 건, 정말 베토벤 ‘안경’의 비올라 악보였다. 진우는 머쓱해하면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첼로 악보를 뽑았어야 했는데 실수로 비올라 악보를 뽑아서요.”

 

  예빈은 그 말을 듣자마자, 왠지 진우라면 정말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직접 만나본 건 이번이 두 번째지만.

  진우는 구석에 치워진 다른 보면대를 들고 예빈 앞에 세웠다. 예빈은 거기에 진우에게 받은 악보를 펼치면서 생각했다. 혼자 쓰는 연습실로 보이는데, 왜 보면대가 2개일까? 누가 와서 쓰기라도 한 걸까? 대체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예빈은 비올라를 조율하면서 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악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이 일렁였다.

  그 눈을 본 예빈은, 갑자기 그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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