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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서사모아
작가 : 갑주어
작품등록일 : 2020.9.22

1950년 7월 15일,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전쟁에서 패한 이들이 망명한 곳은 다름아닌 남태평양 환상의 섬, 서사모아 제도.
그곳에서 50년 전, 태평양 깊이 잠들어있던 대한민국의 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14화 - 서귀포항쟁
작성일 : 20-09-30 23:22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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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갑자기 시작된, 마치 남일이 나 왔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한, 지천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제주시는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각 대대 무전병들로부터 엄청난 보고세례가 빗발쳤다. 다행히 적의 함포로는 큰 피해는 없었다.

 제주시를 불태운 적의 함포 공격이 멈추자 해변 위로 조명탄들이 떨어졌다. 나는 전진기지에서 나가 그것을 눈으로 보았다. 마치 북두칠성이 제주시에 떨어진 듯한 광경이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강한게 타오르는 조명탄이 제주 해안 전역에서 한꺼번에 타오른 것이다.

 난 곧바로 깨달았다. 상륙작전에 투입된 적의 규모는 대대급이 아닌, 2개 연대 혹은 1개 사단의 규모라는 사실을.

 “적들이 총공세를 시작했습니다! 연대 이상 병력이 한꺼번에 상륙작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1대대 1중대, 2중대와 2대대 1, 2, 3중대, 3대대 1, 2중대 모두 동시에 상륙하는 인민군과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진수보 소령이 다급하게 전달했다. 김성은 중령은 행정병이 진수보 소령의 전달을 받아 행정병과 함께 상황판에 표시했다. 상황판을 바라보던 김성은 중령은 제주시내를 그나마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11자형의 두 시내를 가리키며 다급하게 말했다.

 “민간중대는 3대대와 함께 상륙을 저지하고, 1대대는 산지천을, 2대대는 도근천을 방어선으로 하여 적의 공세를 방어하라.”

 김성은 중령의 지시대로 총이 아닌 죽창과 칼로 무장한 민간중대는 3대대와 함께 제주 시내에서 더 해변 쪽으로 접근하여 상륙하여 달려가는 인민군을 기습해 그들을 죽이고 무기를 빼앗는 등의 게릴라를 펼쳤다.

 문제는 1대대와 2대대였다. 각각 92식 기관총을 한 정씩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워낙 조선인민군의 수가 많아 92식 기관총을 필두로 한 방어선에 조금씩 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3대대와 민간중대가 맡은 사수항과 용담포구 일대에 조선인민군 병력이 상륙하여 방파제를 넘어 집결하고 있었다.

 상륙에 성공한 조선인민군은 해변에서 올라와 재정비를 마친 제주 시내로 진입했다. 시내 여기저기에 매복했던 민간중대가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싸웠으나 제대로 된 무장도 없던 민간중대는 엄청난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동료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중대원 중 두려움에 빠진 이들은 항복하거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기세등등해진 조선인민군은 제주 시내의 우리를 포위하는 형태로 점점 조여왔다. 다행히 시가전에서는 우리가 유리하기 때문에 조선인민군이 아무리 머릿수가 많다고 해도 함부로 들이밀지는 못했다.

 그렇게 제주도 북부, 어둠 속에서 대한민국 최후의 연대와 조선인민군 2사단 사이에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계속되다가 어느덧 5시가 되자 설상가상으로 남일의 지시로 4대의 T-34전차가 막 상륙에 성공했다. 4대 중 동쪽 산지천 방어선의 1대대를 향해 2대가, 서쪽 도근천 방어선의 2대대를 향해 2대가 위협적인 포격을 가하며 전진했다.

 “적 T-34전차가 양쪽에서 두 대씩 압박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1대대와 2대대 모두 이를 막아낼 수 없습니다. 속수무책입니다!”

 “민간중대가 전멸당했습니다! 3대대는 이쪽으로 서서히 퇴각 중입니다. 이대로는 1대대와 2대대가 적에게 포위됩니다!”

 무전병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진수보 소령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황판을 갱신했다. 김성은 중령은 이마에서 계속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전원 퇴각한다! 서둘러!”

 “알겠습니다!”

 

 그렇게 최후의 연대는 엄청난 병력차와 T-34 네 대의 화력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퇴각하기 시작했다. 훗날 1139번 국도라 불리게 될 이 도로는 한라산의 서쪽 자락을 관통하는 길로, 여러 오름 사이사이를 지나는 길이다.

 엄청난 화력 차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물자와 병사가 계속해서 소모되어가는 최후의 연대는 게릴라전을 위해 재정비할 겸 제주 시내에서 퇴각해, 기지가 있는 서귀포로 향했다.

 

 제주 시내를 버리고 퇴각한 최후의 연대는 절망적이었다. 낮에 있었던 작은 승리는 이미 잊어버린 듯, 부상한 동료를 업고, 무거운 총과 물자를 등에 진 채 말없이 차량에 헐레벌떡 탑승한 그들은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고개를 숙인 채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살아남은 이들은 절반밖에 안 되어 보였다.

 다행히 조선인민군들이 지쳤는지, 어둠 속에서 추격전을 벌이기는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추격하지 않아 살아남은 우리는 무사히 퇴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서귀포에 퇴각 성공한 최후의 연대는 기존 해병대가 쓴 고근산 기지와 한라산 자락과 여러 오름의 비밀 벙커, 그리고 서귀포 민가 중 버려진 집과 관공서에 나누어 점령하였으며, 다치고 지친 병사들을 치료하고 쉬도록 했다.

 서귀포 주민들은 병사들을 위해 먹을 것과 깨끗한 물, 그리고 천을 잘라 만든 붕대를 가져다주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들만으로는 절대 인민군을 모두 물리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에 서귀포 주민들은 그저 대견하다고 위로할 따름이었다.

 간간이 매복해둔 통신병들을 통해 인민군들이 더이상 추격하거나 남하하여 최후의 연대를 공격하지 않음을 알게 된 김성은 중령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남은 병력과 물자를 확인했다.

 그렇게 서귀포항쟁 첫 전투는 우리의 패배로 제주시를 빼앗기며 마무리되었다.

 

 1950년 7월 18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김성은 중령은 바삐 병력을 이동시켰다. 피로와 부상으로 지친 그들이지만, 생존을 위해 잠도 안 자고 연대장의 명령에 절대복종했다.

 먼저 상태가 가장 괜찮은 1대대는 다시 윗세오름부터 창오름과 삼형제큰오름을 점령해 남하하는 인민군 부대를 저지해야 하며, 2대대는 동쪽의 흥악과 그 아래 일대를 점령하여 우회하는 인민군을 저지하고자 했다. 마지막 3대대는 1대대와 2대대 소속 소대와 협력하면서 서귀포의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 동쪽으로는 동홍천과 서홍천을 이용한 방어선을, 서쪽으로는 도순천과 악근천을 이용한 방어선을 구축해 서귀포의 효과적인 방어를 구축하고자 했다.

 “김성은 연대장님! 우리도 싸우게 해 주십시오! 총은 못 다루지만, 충분히 싸울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 서귀포의 지리는 할망보다도 우리가 더 잘 압니다!”

 조선인민군의 상륙 성공과 제주시가 적 수중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무섭게 퍼지자 공포를 느낀 탓인지 서귀포 시내에서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에서도 각자 쓸만한 무기를 든 청년들이 입대를 지원했다. 수를 헤아려 보니 무려 200여 명이나 되었다.

 김성은 중령은 이들을 하나하나 끌어안아 환영해주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모두 소총을 주기에는 보급에 무리가 있기에 시가전 때 최후의 연대 전투병들을 도울 수 있도록 보급대 및 길잡이병으로 편제했다.

 

 쉬지도 못한 채, 오전 10시가 되자 예상대로 조선인민군의 대대적인 남하 공격이 시작되었다. 먼저 최후의 연대 1대대가 있는 곳으로 무수천을 건넌 조선인민군 2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부터 공격에 나섰으나, 지형을 이용해 게릴라전을 펼치는 우리 병사들의 악착같은 공격으로 잠시 멈춘 상황이 되었다. 동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19일 오후 4시가 되자 서귀포의 서쪽 자락에 조선인민군 병력이 나타났다. 우리 최후의 연대 3대대는 도순천을 따라 방어선을 구축하고, 1대대 3중대가 주변에 매복했다가 강을 건너려는 인민군을 기습공격하고 도망치는 전술을 가했다.

 오후 5시에는 동쪽 동홍천에 조선인민군 병력이 나타났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머릿수로 밀고 나서려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동홍천 동쪽에 참호를 파고 장기전으로 가고자 진지를 구축했다. 이를 최후의 연대 3대대가 맞서고 2대대 3중대가 게릴라전으로 괴롭혔다.

 김성은 중령과 최후의 연대는 네 대의 T-34가 양쪽에서 밀고 들어올 것이라 예상하고 바짝 긴장하였는데, 의외로 전차는 해가 진 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양쪽에 연대 병력 모두가 집결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전선을 구축할 병력만 보이고 나머지 본대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공격도 없었다. 해가 지자마자 양쪽에서 박격포를 통한 포격만 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전차랑 연대 병력으로 밀고 오지 않는 거지?”

 김성은 중령이 말했다. 물론 이는 김성은 중령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매우 궁금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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