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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서사모아
작가 : 갑주어
작품등록일 : 2020.9.22

1950년 7월 15일,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전쟁에서 패한 이들이 망명한 곳은 다름아닌 남태평양 환상의 섬, 서사모아 제도.
그곳에서 50년 전, 태평양 깊이 잠들어있던 대한민국의 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5화 - 사바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작성일 : 20-09-30 23:15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1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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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모아 서쪽 사바이 섬 북쪽에는 우리의 선조가 도착한 해변이 있다. 사퓬 바로 앞의 해변인데, 우리는 이곳을 낙원을 향한 해변이라고 부른다. 인민군과 공산주의를 피해 낙원을 향해 항해했지만, 아직도 낙원을 찾지 못하여 낙원을 찾으러 가기 위한 해변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사퓬에는 아바오 교회가 있는데, 이 교회가 우리 선조들이 이곳에 도착해 바닷물에서 급히 피신하여 지친 몸을 달랜 교회다. 마침 우리말 중 아버지와 발음이 비슷해서 편하게 우리끼리 부를 때에는 아버지 교회라고 부른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흔들리는 수송선 안에서 토하고 쓰러짐을 반복하면서도 살아남겠다는 그 의지 하나로 도착한 서사모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물, 어쩌면 되찾은 아들을 기뻐 끌어안은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사퓬에서 마타바누산을 향해 남쪽으로 난 길을 타고 오르면 우리의 제2의 고향이 나타난다. 사모안들은 이곳을 코리회관이라 부르고, 관공서에도 한인자치회관이라 등록되어있지만, 우리의 정식 명칭으로는 다르다.

 전쟁에서 짐으로 한반도에서 사라진, 지도상에서 지워진 한의 나라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이 숨을 거두기 직전 살아 도망친 그의 후손들. 그리고 그 후손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기 위해 직접 사들이고 건설한 전초기지이자 낙원을 향한 등대.

 서사모아에 거주하는 21만 한인의 복지와 생활을 위한 자치회관이자 대한민국이 지도상에서는 사라졌지만, 전 세계에 퍼진 140만 한인 동포의 영혼과 머릿속에는 영원함을, 그리고 한반도에 아직도 조선이라는 이름의 공산국가라고 우기지만 김씨일가와 조선로동당 독재국가인 그곳에서 신음하는 7천만 동포의 해방을 위해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헌신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 바로 이곳이다.

 사바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퓬에서 올라오면 보이는 넓은 땅의 한인 자치회관. 하지만 그곳은 표면적인 시설 입구이자 공개된 장소로 간단한 복지업무를 하는 곳이다.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임시정부 직원과 관련자, 요인만 출입 가능한 안쪽으로 검문 후 들어가면 본격적인 우리의 임시정부 청사가 나타난다.

 임시정부는 말이 임시정부이지 서사모아는 물론 UN에 인정을 받은 임시정부 또는 망명정부로서 기능하지는 않으며, 한반도를 탈환하고 나서 운영될 정부로서 임시직인 셈이다.

 조직은 크게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존재하며, 현재 운영방침 상 행정부가 가장 바쁘고 입법부와 사법부는 그다지 큰일은 없는 편이다.

 행정부는 크게 전 세계 한인의 등록과 관리에 대한 업무를 기준으로 하여 임시정부 및 산하 기관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특히 뒤에 소개할 광복군의 운영을 전담한다.

 입법부는 말 그대로 입법을 주관하며, 정당은 존재하지 않아 개개인이 직접 활동한다. 의원은 서사모아에 거주하는 25세 이상의 한인이면 누구든 후보자로 나설 수 있으며, 후보자 등록 후 무작위 추첨으로 받은 번호를 통해 한인 투표를 치르고 최다 득표 1위 후보자에서 시작해 21위의 후보자까지(서사모아에 거주하는 한인 수에 비례한다) 당선자로 인정하는 매우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역구 선거가 아니다 보니 임시로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대한민국 임시헌법 및 각종 규정과 규칙, 정의에 관한 논의를 하고 이를 정리하여 정체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행정부가 제안한 예산안에 대한 심의도 거치는 역할을 한다. 이렇기에 주로 연세가 많아 경험이 풍부하며 어선 및 농장을 소유하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이 주로 맡는다.

 사법부는 실제 서사모아나 뉴질랜드, 호주에서 법조인으로 활동하는 있는 한인이 추천을 통해 임명되며, 입법부가 정한 규정과 정의대로 임시정부 및 등록된 한인을 관리한다. 또한, 임시정부 운영에 있어 국제법이나 서사모아, 뉴질랜드 등 인접 국가에 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해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장은 총통이라 부르는데, 이는 사실상 임시정부의 알파와 오메가가 후술할 광복군이기 때문이다.

 

 광복군은 현재 여러 의미로 쓰이곤 하는데, 표면적으로는 이곳 임시정부 입구에 있는 한인자치회관과 마찬가지로 서사모아 이곳저곳과 전 세계 여기저기에 퍼져있는 한인자치회관의 운영과 관리를 담당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구세군과 같은 의미의 단체로 알고 있다.

 모두가 예상했겠지만, 표면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내면의 실제 모습은 전혀 다르다.

 

 광복군은 사실 50년 전 서귀포항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사퓬에 도착한 후,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었다. 사퓬에 터를 잡은 그들은 지금의 임시정부 본청이 있는 베이풀리 학교를 사들여 한인학교 및 광복군 본거지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후 아피아의 한인들도 교류하고 많이 이들이 합류하게 되면서 광복군의 규모는 점차 커지게 되었고, 곧 서사모아에 거주하는 모든 한인과 한인 후손들을 관리하게 되었다. 그러자 기존의 청사보다 더 큰 시설과 규모가 필요하게 되어 점차 늘려가면서 지금은 베이풀리를 시작으로 거대한 부지에 운영하게 된 것이다.

 광복군의 표면적인 모습 말고 내면적인 모습은 바로 조선공화국을 멸망시키고 한반도에 자유 대한민국을 세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인자치회관 체육시설이라는 명분 아래 베이풀리 서쪽에 땅을 마련하여 종합 장애물 훈련장을 포함, 클레이사격장과 수영장은 물론 레펠 훈련장에 클라이밍 훈련장까지 마련했다. 이곳에서 훈련된 광복군 중 일부는 실제로 한반도로 침투하여 간첩 수준으로 들어가 무장항쟁을 펼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1951년 8월 15일, 광복 6주년 기념행사에서 자행된 자살폭탄 테러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김일성 주석의 아들 김정남과 김정일이 자살폭탄테러로 인해 사망하였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무차별적인 테러와 무장항쟁을 지양하고 있다. 왜냐하면, 전 세계가 테러리즘에 대해 반대하고 있으며, 그렇게 무분별한 무장투쟁은 이제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광복군은 조금 다른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광복군의 임무는 비밀임무이기에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기 위해 조선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목표를 지닌 작전임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나는 누군데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고 있냐 궁금할 것이다. 나는 사바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 작전부 작전관 중 한 명이며, 소속은 광복군사령부 작전참모부, 계급은 중사다. 나의 표면적인 임무는 광복군으로 지원한 신병들의 신상을 신병교육대로부터 인계받아 다른 작전관들과 함께 논의하여 하달된 작전에 배치하는 역할이다. 즉, 알맞은 작전과 알맞은 임무, 알맞은 위치에 병사를 효율적으로 배치한다, 그것이 나와 내 동료들의 역할이다.

 

 광복군이 되고자 하는 이는 18세에서 40세의 한인 등록된 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다만, 우풀루 섬 매니노아에 있는 한인자치회관에 가서 실명 확인을 하고 간단한 자체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 요원으로서 활동함에 따라 많은 비밀과 마주하게 되므로 인성 및 사상적으로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체시험에 합격하면 사바이 섬으로 와 베이풀리 한인자치회관에서 기수에 맞춰 입소해 기본교육을 받는다. 기본교육은 총 2주에 걸쳐 이루어지며, 기숙학원 형식으로 합숙 진행되기에 임시정부 소속 강사들이 신병 한 명 한 명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기본교육은 한글, 한국사, 윤리와 사상, 태권도, 보안으로 총 다섯 과목이며, 오전 7시 30분에 기상하여 하루를 시작해, 9시에 교육이 시작되어 오후 5시에 마친 후 체력훈련 및 자유시간이 주어지다가 오후 9시에 점호를 마지막으로 하루는 종료된다. 2주 차 5일째 되는 날에는 기본교육 종합시험이 있어 각 과목 당 70점 이상, 평균 70점을 통과해야만 합격으로 인정된다.

 나도 그랬지만, 보안 과목이 가장 어렵다. 한글이나 한국사, 윤리와 사상, 태권도 모두 재밌고 신선한 교육이라 제대로 임하지 않는 경우가 드문데, 유독 보안 과목은 까다롭고 어려운 용어도 많은 데다가 하지 말라는 것,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가득 차 있어 매우 힘들다.

 

 기본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정식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 신병이 되어 베이풀리 한인자치회관을 지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지에 들어오게 된다. 신병교육대는 임시정부 본청을 지나 더 마타바누산 쪽으로 올라가야야 한다. 으리으리하고 멋진 본청에서 활약할 것이라 기대한 신병들은 대부분 신병교육대 건물을 보고 매우 실망하기 마련이다.

 애초에 사설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불법이나 다름없는 행위인지라 신병교육대 건물은 위성과 항공 촬영으로도 구분하기 힘들게 나무와 풀 등으로 위장되어 있다. 운동장 역시 커다란 위장 천으로 덮어 운동장인지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안 그래도 덥고 습한 이곳에는 벌레와 곤충이 아주 잘 공존하고 있다. 처음 온 여성 신병들은 이들을 보고 기겁할 때도 있으나, 곧 친해지게 된다.

 신병이 받는 훈련은 크게 일반훈련과 특수훈련으로 나누어진다. 일반훈련은 말 그대로 광복군이라면 모두가 지녀야 할, 군인으로서 기본 소양을 교육하며, 특수훈련은 신병이 지원할 시에 지원했던 병과나 전공에 따라, 또는 부여받은 임무에 따라 필요한 특수한 기술과 특기를 배우는 것이다. 일반훈련은 8주로 정해져 있으나, 특수훈련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신병교육대는 일반훈련만 담당하고, 특수훈련은 해당 병사에 알맞은 교관이 배정되어 필요한 부분에 집중훈련을 한다.

 

 일반훈련 16주 차 일정은 아주 간단하다.

 1주 차는 병기본과 윤리에 대해 훈련하는데, 병기본은 말 그대로 군인으로서 제식을 배우기 위한 훈련이고, 윤리 훈련은 종묘사직을 이은 제사상 차리기부터 제사 예절, 태극기 관리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완창을 주로 훈련한다. 훈련병들은 제사상 차리기와 제사 예절 훈련이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밝히곤 한다. 이 분야에 심취한 훈련병들은 훗날 연구부에 배속되어 본래의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한 연구에 동참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2주 차는 대검을 활용한 암살에 대해 훈련하고, 간단한 요리법에 대해 교육받는다. 사실 말이 요리이지 이후 있을 훈련에서 살아남기 위한 식량 확보와 관리법이다. 토끼를 잡아 가죽을 벗겨 말리고 살코기만 도려내 삶든 훈제하든 그런 행위가 요리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3주 차는 소총과 권총에 대해 훈련하며, 기본적인 승용차 운전에 대해 훈련한다. 광복군은 만일을 대비하여 각종 차량을 무리 없이 다룰 수 있어야 한다.

 4주 차는 각종 사격술과 도심 속 장애물 극복이 주를 이룬다. 장애물 극복에는 파크루가 활용된다. 이 때문에 4주 차 훈련이 아주 고되다고 평가한 훈련병도 있고, 제사상 차리기와 제사예절 다음으로 재미있었다고 평가하는 훈련병도 있다. 사실 훈련 중 사고가 발생하여 팔다리 부러져 의무대에 입실해 훈련이 지연되기도 하는 무서운 훈련이다. 특히 옥상 넘어 건물 이동하는 부분에서 생각보다 많은 훈련병이 다친다.

 5주 차는 무기를 활용한 공격과 동시에 화생방 등 여러 장애물 극복을 훈련한다. 훈련병들은 마치 FPS 게임을 하는 듯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게 되는데, 간혹 장치가 낡아 훈련병들이 공격하지 않았는데도 공격 판정이 나서 공짜로 얻어먹거나, 수차례 공격하고 아예 목을 졸라버려도 공격 판정이 안 떠서 훈련병을 우울하게 만드는 사례도 존재한다. 신병교육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6주 차에는 주둔지를 떠나 정해진 최소한의 식량만을 가지고 마타바누산을 관통하여 남하해 라타강을 타고 푸레이아로 향하는 훈련을 한다. 제한 시간은 5일이며, 많은 이들이 이 훈련에 성공하지 못해 낙제하고 여러 번 재도전 한다. 마타바누산은 완만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활화산인 탓에 높기도 높거니와 간혹 가스나 열이 올라와 위험에 처할 때가 있다.

 7주 차에는 뉴질랜드의 섬 중 하나인 채텀 섬으로 이동한다. 이곳에 마련된 자연수학학습장에서 생존 훈련을 받는다. 훈련병들은 정해진 최소한의 식량과 무기와 지도만 가지고 섬 곳곳에 설치된 POST를 모두 확인해야 하고 5일안에 베이스 캠프로 귀환해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6주 차 훈련이 너무 고된 훈련인 탓인지 7주 차 훈련에서 쓰러져 실패하거나 낙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8주 차에는 다시 사바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신병교육대 주둔지로 귀환한 뒤 건물 습격 및 도심지 기습 훈련을 받는다. 이때 4주 차에서 훈련했던 파쿠르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파쿠르를 활용하여 습격 및 기습 작전을 잘 수행하는 훈련병은 작전부에서 매우 좋아한다.

 9주 차에는 1주 차 훈련 때 받았던 과목을 다시 한번 훈련한다. 이는 10주 차도 마찬가지이며, 15주 차까지 이전에 있었던 훈련을 복습한다.

 단, 16주 차가 되면 그간 훈련의 수준별 시험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섯째 날에는 최종 시험으로 사바이 섬 중앙에 있는 실리실리 산 정복을 시도한다. 훈련병들은 최소한의 식량과 대검 한 자루로 모든 함정과 장애물을 극복하고 알아서 식사를 해결하며 실리실리 산 정상에 태극기를 꽂으면 훈련을 수료하게 된다. 쉽게 느껴지겠지만, 중간중간에 발생하는 상황에 잘 대처해야 하며, 때때로 활화산 가스가 발생하여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훈련병들은 신병교육대에서 그런 것까지 다 계산한 것이라 생각하여 감탄하지만, 사실 상황이 발생하면 신병교육대가 가장 긴장을 한다.

 성적표를 받고 수료식을 마친 훈련병들은 계급장 수여식을 통해 이등병으로 진급하며, 본래 지원 당시 적었던 임무와 신병교육대가 보고하는 최종 성적 증명을 통해 검토한 작전부의 결정에 따라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확실히 날 포함해 작전부의 요원 모두 역시 사람인지라, 신병이 원하지 않거나 왜 배치되었는지 모를 임무를 맡을 때가 있다. 임무 배치를 받아 신병교육대를 떠나는 병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반은 본인이 원하는 임무를 맡아 기분이 좋다는 평, 절반은 내가 왜 이런 임무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로 갈린다. 이 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생각한다. 물론 본인이 만족하지 않더라도 광복군은 자긍심을 가지고 본인의 임무를 완수한다.

 아 물론, 나처럼 대놓고 활동하는 이를 제외하면 하달받은 임무는 우리 작전부 간부와 임무를 받은 병사를 제외하고는 보안유지로 인해 비밀이 된다. 동료, 동기라 할지라도 본인의 임무는 절대 누설해서는 안 된다. 누설하는 즉시 조사되어 사법부의 집행관들이 찾아와 정의를 집행한다. 임무는 우리 작전부와 병사 본인밖에 모르므로, 임무가 새어 나가고 작전이 드러났다면 그것은 병사 본인의 잘못이다. 우리 작전부는 일절 외부와 소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병교육대를 통해 한 명의 광복군이 만들어진다. 나도 그랬고, 동료들도 그랬고, 선배들도 그랬으며, 또 들어 올 신병들이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다. 신병교육대를 수료한 신병은 이제 어엿한 한 명의 광복군으로서 부여받은 임무와 작전을 수행하는 데 일생을 바친다.

 광복군의 총지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총통이 통솔하며, 총통 직속 기구인 대한광복군사령부가 미국의 국방성처럼 국방군을 지휘한다.

 대한광복군사령부는 여기 사바이섬에 존재하고, 가까운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괌, 사이판, 하와이, 필리핀 보라카이, 일본 오키나와에 대한광복군지부가 존재하여 작전을 나누어 지휘한다. 정확한 위치는 나도 모른다. 기밀 사항이기 때문이다. 물론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하면 모두 세계적인 휴양지라는 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을 이용한 것일까?

 

 이쯤 되면 대한광복군사령부를 알파요 오메가로 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서사모아에서만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태평양 여기저기에서 국제적으로 활동하기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할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충당하느냐?

 나도 전부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는 것만 말하자면, 우선 서사모아를 포함해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등 광복군지부가 있는 곳 근처에 한인들이 세운 어업이나 농업, 유통업체 등 산하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을 두어 운영자금을 수입한다. 일설에 의하면 위에서 말한 ‘휴양지’에 존재하는 광복군지부는 호텔이나 카지노 등 유흥업을 통해 자금을 모은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나도 모른다.

 두 번째로 전 세계 여기저기에 퍼져있는 한인자치회관으로 받는 지원금과 자선금이 그 두 번째 수입원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한인들과 우리를 비밀리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한인자치회관에 돈을 지원하고 명절에는 자선을 베풀어 준다.

 세 번째로 한인회비다. 사실 이걸 수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전 세계의 한인자치회관에 등록된 21세 이상의 한인은 한 달에 4달라의 회비를 납부한다. 한인자치회관에서 도움이 필요한 한인 전용으로 보급되는 도시락과 생필품 서비스나 회관 시설 이용을 감안 한다면 매우 싼 회비다. 사실 이것만으로 한다면 자치회관 운영하고 남는 게 없다고 한다.

 

 내가 배치된 사바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렇게 조직되었고 운영되고 있다.

 우리 광복군 모두는 총통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각자 맡은 임무와 작전에서의 역할에 충실하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후손임을 명심하고 먼 훗날 한반도에 다시금 나라를 세울 것을 소원하고 있다.

 

 나 역시 지금까지 구구절절 설명이 꽤 길었지만, 지금은 식사 후 쉬는 시간이라 담배도 한 대 필 겸 생각을 정리해 본 것이다. 곧 있으면 작전장교들이 총통 결재를 받아 온 작전들의 브리핑을 받고, 이번 수료 신병과 다음 기수를 준비하는 신병의 확인,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병사들의 배치를 위한 회의가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대한광복군사령부 작전부는 세 명의 작전참모, 여섯 명의 작전장교, 열두 명의 작전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총통 주재 회의에서 작전참모 세 명이 현재 작전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지향에 맞춰 수정 및 보완, 계획한다. 그리고 회의를 마치면 작전참모와 작전장교들의 회의가 이어지고, 그 회의에서 결정된 작전들을 우리에게 전달하면 작전관들은 병사 및 활용 가능한 장비 등을 점검하여 배치하는 순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총통을 포함한 고위간부 회의에서는 의미를 유추할 수 없는 독특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나 라틴어처럼 보편적으로 알 수 있는 언어는 아니고, 한국어와 비슷한데 조선어는 물론 조선어 사투리도 아닌, 무언가 독특한 언어를 사용한다. 이는 총통과 각 부서 참모진들만이 알고 있는 극소수 언어라고 전해지며, 광복군 고위간부를 위해 새로 만든 특수한 언어라고도 하고 여러 가설이 많지만, 모두가 그냥 참모어라고 부른다. 참모어를 모르는 사람은 들어도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해석이나 유추하기도 꽤 어렵다. 참모어는 각 부서 참모가 아닌 이상 절대 알려주지 않고, 교본 같은 것도 없어 절대 알아낼 수 없다. 이렇게 같은 임시정부 직원과 광복군 요원들도 못 알아들으니 보안 강도는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오늘 회의가 시작되자 우선 지난주 신병교육대를 수료한 따끈따끈한 신병들의 신상이 보고되었다. 지난 기수 수료 신병은 총 열다섯 명이다. S등급을 받은 이는 한 명으로 여성인데, 사실 지난 기수에 부상으로 의무대에 입실하는 바람에 자동 낙제했다가 치료 후 다시 도전하여 수석이 되었다. 정말 눈물 나는 인간승리다.

 참고로 수료 당시 종합성적이 B등급 이하로 나오면 언어나 공학 특기를 배워 특정 기술 전문 병사나 혹은 군자금 확보를 위한 실업계로 차출되거나 일반 행정병이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불명예스러운 것은 아니다. 다만, 광복군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기에 B등급과 C등급을 받은 신병들은 스파이 활동을 기대하고 들어왔다가 조금 우울해하는 경우가 있다. S등급과 A등급 인원만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비밀요원 내지는 공작원으로서 활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본인의 능력 여하인걸.

 이는 비하하는 게 아니다. 나도 신병교육대 수료 당시 B+등급을 받았었지만, 광복군이 나를 필요한 곳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나를 필요한 곳에 부르셨고 지금까지 계속 나는 나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 하고 있다. 작전관이 일하기 쉬운 직이 아니다. 작전이 실패하고 광복군들이 음지에서 아무도 모르게 고통받고 죽어 나가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밥을 못 먹을 정도.

 아무튼, 각설하자면 등급과 광복군으로서의 무게는 비례하지 않는다.

 

 이번에 새로 들어와 기본교육 종합시험을 통과한 신병은 모두 스물한 명이다. 계속해서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매우 흡족하다.

 서류를 간단히 둘러보다가 한 신병이 눈에 띄었다. 바로 내가 광복군에 지원하기 전, 식당에서 마주쳤다가 날 보고 멋있다며 선망의 눈망울을 그렁그렁 보여주던 꼬맹이가 수년 후 광복군에 지원한 것이다. 어엿한 청년이 된 꼬맹이의 사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지옥에 어서 와라.”

 

 신병 확인이 끝나자 작전장교들의 주재로 작전관 동료들과 함께 이번 참모 회의에서 결정된 작전들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하달된 작전은 기밀 사항이기에 여기서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단, 지향만은 이야기할 수 있다. 바로 조선공화국의 내부를 뒤흔들기 위한, 이공계열 포섭 작전이다.

 

 일전에 한반도에서는 김씨 일가와 조선공화국, 그리고 수십 년째 1당으로 군림 중인 조선로동당에 반대하여 많은 무장항쟁과 테러가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대한광복군도 몇 개는 주도했고, 몇 개는 지원했었다.

 그렇게 관공서를 불태우고 최고인민회의 인민의원을 암살하고 심지어는 김일성을 공격하고 그의 두 아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있는 우리 동포들은 이상하게도 우리의 항쟁에 부정적이었다. 마치 50년 전 서귀포항쟁의 마지막에서 제주도민들이 최후의 연대를 향해 칼을 들이댔던 것처럼.

 그래서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총통인 이영민 총통 시절에 무장항쟁과 테러를 최소화하고 광복군의 활동을 세계 각 지역의 봉사와 자선사업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앞서 있었던 테러를 우리가 저질렀다는 것을 모른다. 조선공화국에서도 우리 존재를 알고는 있겠지만,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으므로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후 현 경대준 총통께서는 5년 전 초선 시절에 광복군 작전 노선을 대폭 수정하여 무장항쟁과 테러는 아주 긴박하거나 꼭 필요한 대상에게만 사용하도록 하고, 겉으로는 봉사활동과 자선사업을 이어가되, 음지에서는 조선공화국을 뒤흔들 내부교란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참고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총통은 5년제이며, 입법부의 승인을 받으면 두세 번 연임이 가능하다. 경대준 총통은 최초의 코리 출신 사모아 독립군 총리 비서실장인 경선희 비서실장의 차남이며, 한반도전쟁 당시 시흥지구전투부사령관이었던 경성호 부사령관의 손자이다. 어릴 적부터 많은 경험과 배움을 받은 경대준 총통께서는 분명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신 것이다.

 

 이번 작전의 지향은 조선공화국 내 이공계열을 포섭하여 산업, 공학, 나아가 의학계에 반조선 지향을 뿌리내리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조선공화국에서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모일 수 없는데, 조선공화국의 노동법에 근거하여 노동자 문화동아리를 창설할 수 있어 예부터 많은 노동자 문화동아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를 적극 활용, 우리 요원들이 조선공화국에 침투한 후 위장 가입하여 조선공화국 내 이공계열의 분란을 조장한다는 지향이다.

 조선공화국은 태초부터 잘못된 점이 하나 있는데, 조선로동당이 중국의 문화대혁명에 감명을 받았는지 지식인과 전공자들을 매우 끔찍이 혐오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을 살리고 병을 고쳐 생명과 건강을 되찾게 해주는 의학에 대해 그다지 지원하지 않으며, 의학도는 정말 본인의 명예와 사명감이 아니면 절대 안 할 거라는 식으로 불만이 많음은 이미 정보부의 보고를 통해 익히 들어왔다. 이를 적극, 이용하자는 작전이다.

 물론 어찌 보면 그저 탁상공론에 불과한 종이 회의로 보일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광복군이 조선공화국에 침투하여 고정간첩으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고 또 실력은 확실하다고 자부한다.

 

 “자, 그럼 작전부 실무 회의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집중해주십시오.”

 이거 하나만큼은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그 산하 대한광복군은 50년 동안 계속해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해왔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기억해주지도 않는 음지에서 목숨 바쳐 임하고 있음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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