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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911
작성일 : 20-09-30 23:11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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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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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얼굴 위론 놀람, 민망함, 떨림이 그려졌고.

  “…….”

  다른 한 얼굴 위론 당혹감이 제일 먼저, 그리 크게 떠지지 않은 두 눈의 검은 동자가 옅게 떨리며 내뿜는 그리움이 그 다음으로 떠올랐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아주아주 멋없는 재회였다.

  건이 열어젖힌 옷장 문 뒤에서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분명 이따금씩 눈꺼풀을 껌벅였는데도 불구하고 눈물이 겉돌기 시작한다.

  아아, 이것은 눈이 시려 흐르는 눈물이 아닌 거구나.

  우스꽝스러울 제 모습 따윈 생각 않고, 그를 다시 만났단 사실 하나만으로 서럽게도 흘러내리는 눈물인 거구나.

  숨막히는 눈싸움, 먼저 시선을 피한 건 이수 쪽이었다.

  달리 도망칠 데도 없어, 그저 고갤 돌리고 볼에 아롱진 눈물을 훔쳤다.

  살며시 제 손을 잡는 건 때문에 잠시 멎었던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엄지로 부드럽게 손목을 간지럽히는 게 꼭 저를 봐 달란 말 같았다.

  마지못해 그와 눈을 맞추자 가슴이 뭉클, 했다.

  왜 아직도 이렇게 따뜻한 건데, 기어이 날 네 앞에서 녹아내리게 할 참이야?

  눈썹을 살짝 밀어 올리고 제 얼굴을 찬찬히 살피는 시선에,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꾹 물었다.

  그만해, 네가 뭐라 그러는지 하나도 안 읽히니까 그만하라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발엔 차꼬를 채워, 작은 틈새로도 새어 나오지 못하게 꽁꽁 묶어 둔 마음을 깨우지 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더러 그걸 또 어떻게 하란 거야, 너.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얌전한 대기를 농락하는 바람이었다. 힘 들이지 않고 숙, 겹겹이 두른 창살을 빠져나와 간만의 유희를 즐긴다.

  반갑다.

  그리워만 하다 이리 보니, 좋다.

  그럼 안 된다 스스로에게 타이르면서도 나는 널, 참 많이도 보고 싶어 했다.

  벌컥—

  그때, 나갔던 매니저가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얘들아, 리허설 바로 시작한댄다!”

  “거짓말.”

  “아우… 왜….”

  피로에 절은 아이들에게 비보에 가까운 소식을 들고서.

  발걸음 소리가 하나둘 들리고, 이수의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니나다를까,

  “뭐 해, 거기서?”

  기지개를 켠 무강이 옷장 앞에 선 건 쪽으로 다가왔다.

  건은 손에 꼭 움켜쥐고 있던 외투를 재빨리 옷걸이에 걸어 이수를 가려 주었다. 혹시 몰라 몸으로 그 앞을 막아서기까지 했다.

  “가자.”

  무강은 멀뚱히 저를 쳐다보며 마른침을 삼키는 건의 어깨를 툭 치고는 걸음을 돌렸다.

  “하….” 옷장 안에 있는 이수가 안도의 숨을 내쉬던 순간,

  펄럭—

  앞을 가리고 있던 옷자락이 사라지더니 그의 입술이 닿았다.

  잔뜩 경직된 목이 거북이처럼 뒤로 살짝 밀려나고, 두 눈은 토끼처럼 동그랗게 떠졌다.

  그가 침범하고 들어온 공간이 은은한 시트러스 향으로 물들었다.

  입을 맞춘 몇 초의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멀어져 간 건은 누가 볼까, 이수를 다시 옷장 안에 고이 숨겼다.

  낯선 섬에서 찾은 제 소중한 보물, 다시 돌아왔을 때도 이 자리에 그대로 있기를.

 

  타악, 문 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적막이 돌았다.

  그제야 이수는 답답한 옷장 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멍한 얼굴로 문을 바라보고 선 이수의 모습을 주홍빛 조명 앞의 거울이 비췄다.

  천천히 한 손을 들어 입가를 만지작, 코끝이 찡하여 또 눈물이 고인다.

  지이잉, 진동 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수는 파르르 눈꺼풀을 흔들어 눈물을 떨어뜨리고는 전화를 받았다.

  —서이수, 너 어디야?

  “어… 그게….”

  —칸 애들 리허설 빨리 진행하라면서 왜 코빼기도 안 보이냐고.

  옷장에 숨어들어 이수가 제일 먼저 한 일, 동료에게 칸의 리허설을 서두르란 문잘 보낸 것.

  모두를 대기실에서 쫓아내고, 아무 일 없었단 듯 이곳을 유유히 빠져나갈 계획이었는데.

  만지작—

  망했다. 다 망해버렸다.

 

 

  * * *

 

 

  “…잘도 숨어 다니네.”

  입술부터 쭉 내밀고 보길 잘했다. 그 바보 같은 여자가 하루 종일 저를 피해 다니느라 용을 쓴다.

  외국 공연장에서 제가 돌아다니면 얼마나 돌아다닌다고, 제게 허락된 반경을 훨씬 넘어서 있는 게 분명하다.

  반칙이야, 서이수.

 

  땅거미가 지고, 낮 동안 성황을 이뤘던 부스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듯, 사람들은 공연장을 찾으며 곧 만날 가수들을 위해 심장을 뜀박질 시켰다.

  설렘 가득한 예열을 마친 이들은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자 목청을 틔우며 마음 솥에 활활 불을 지폈다.

  칸은 끝에서 세 번째 순서였다. 이글거리는 불기둥이 양 옆으로 솟구치고, 멤버들은 박력 넘치는 안무를 뽐내며 방울땀을 흘렸다.

  데뷔 타이틀 두 곡을 연달아 부르며 뉴욕에 칸이 어떤 그룹인지 여실히 보여 준다.

  좋은 노랠 부르는 좋은 가수, 서이수가 바라던 제 모습.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죽어라 노력했던 시간들.

  건은 그 어떤 때보다 욕심을 부려 무대를 소화했다. 떨어져 있는 동안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녀가 알아봐 주길 원했다.

  “이건…! 이건…!”

  꺅꺅거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이수는 그간 13인치 화면으로만 봤던 건의 춤사위를 눈에 담았다.

  일 년 전에 이미,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있었던 그가 이젠 성숙미까지 겸비해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뭐 한 게 있다고 뿌듯해, 웃겨 너 진짜.

  이수는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을 비로소 이해했다.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가슴을 두드리는 음악도, 불규칙하게 귓전을 때리는 여럿의 고함도, 조금씩 흐려져 갔다.

  이렇게 또 안녕인가, 이렇겐 도저히 아쉬워서 안 되겠는데.

  꼬부랑 망부석 될 때까지 여기에 서서 앵콜, 앵콜… 그래 볼까.

  고개를 떨구고 이수는 쓰게 웃었다.

  —Hello, New York…!

  재선의 씩씩한 인사에 뉴욕의 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차례로 돌아가며 한 마디씩을 하고, 마침내 건의 순서가 되었다.

  입을 떼기도 전에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함성이 터졌다.

  —…감사합니다.

  건의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 나오자 팬들의 박수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뉴욕 공연은 처음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반겨 주실 줄 몰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평소대로라면 좀 더 활기찬 목소리로 환하게 웃었을 건이 오늘따라 점잖게 말을 이어나간다.

  —여러분들 만나러… 너무 오고 싶었어요, 여기.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이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서 있었다.

  그의 팬이 되길 잘했다. 지금 듣고 있는 말이 전부, 제게만 하는 소리라 착각해도 되니까.

  하. 한심한 생각에 속이 쓰라려, 이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툭,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에게 치여 무게 중심을 잃었다.

  —…앞에 보고 다니랬잖아.

  멈칫. 잘못 들었나, 방금 그거… 그건 진짜….

  다시 무대 앞을 바라보았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저를 찾아낸 건의 두 눈이 정확히 저를 향해 있었다.

  —또 어디 가려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힘이 드는지 젖은 머릴 하고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서 있는 건의 쓸쓸한 목소리가 심장을 할퀴고 간 탓이다.

  전광판엔 건의 말을 번역한 영어 자막이 뒤늦게 떠올랐다. 따로 대상이 있는 듯한 그의 말에 모두들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힘찬 도리질 몇 번에 제게 들러붙으려는 슬픈 악령을 쫓아내고, 이수는 다시 길을 나섰다. 건의 시선을 따라, 팬들이 저를 찾아내기 전에 도망쳐야 했다.

  이 아둔한 사랑에도 출구는 있겠지, 아무렴… 있을 거야, 그래야 돼.

  입술을 강다물고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이수의 귀에 투욱! 둔탁한 마찰음이 들렸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마이크의 삐— 소리와 함께.

  “건아…!”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머릿속 회로가 정지된 이수의 어깨를 툭, 툭, 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이건…!”

  시각을 제외한 다름 감각들이 제게 물어다 준 걸로는 하나의 얘기밖에 안 나오는데. 지금 저 무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그 얘기말곤 설명이 안 될 텐데.

  “…안 돼.”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수가 몸을 돌려 인파를 헤쳐 나가기 시작했지만, 전보다 더 촘촘한 대열을 갖춘 팬들 때문에 열 걸음 나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저 멀리 민주의 등에 업혀 무대에서 내려가는 건이 보였다. 축 늘어진 팔, 하… 돌아버릴 거 같다.

  “하… 하….”

  가쁜 숨을 쉬며 머릴 헝큰 이수는 곧장 출구로 달려 나갔다.

  목에 건 직원 카드를 마패처럼 내보이며, 관계자 외 출입금지인 구역에 황급히 진입했다.

  타다닥, 달려가는 이수의 발걸음 소리가 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팬들의 외침에 묻히는 곳. 단숨에 그곳까지 다다른 이수의 걸음이 비로소 멈춰졌다.

  “하….”

  정신을 잃고 쓰러진 건의 창백한 얼굴을 마주하자 강렬한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심장이 뻐근하여 그 통증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졌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녀는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다.

  “어? 서 피디님!”

  저를 알아본 가람을 무시하고, 이수는 곧장 건에게 가 그의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며 걱정 가득한 목소리를 뱉었다.

  “건아… 건아, 너 왜 이래… 건아, 눈 좀 떠 봐….”

  끝말이 살짝 떨리는 게 울음이 터지는 모양새였다.

  “앰뷸런스… 앰뷸런스 불러요, 빨리.”

  미친 사람처럼 주위를 닦달하는 이수의 모습이 어딘가 참담해 보였다.

  “누가 좀 제발…!”

  이 아이를 구해줘요.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고 알려줘요.

  제발, 여전히 널 사랑한단 말을 전할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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