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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진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작가 : 화산호
작품등록일 : 2020.9.11

“나랑 사귀자!”
진심 1도 없는 고백이란 걸 알지만
커플이 되어 살아남아 우승해야만 끝이 나는 유튜브 인기 방송,
<리얼 청춘 낭만 서바이벌 쇼: 하이틴 스캔들>에 출연하게 된 12명의 고등학생들.
서로의 정체를 살피며 아슬아슬한 연애 서바이벌 게임을 시작한다.

뭔가 유치한 프로그램에 쭈뼛쭈뼛 참가하게 된 권재하!
최대한 존재감 없이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첫 번째 탈락자가 되는 것이 원래 목표였다.
그런데!
왜 나보고 웃어 자꾸!
왜 삼겹살 그거 내 밥에 올려주고 난리야!
분명히 날 좋아하는 게 아니란 걸 아는데
이러면 탈락하기 싫어지잖아.
점점 살아남고 싶어진다고!
다음 라운드에서도 너를 계속 보려면
다른 애한테 고백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진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애에게 그러면 나는 완전 양아치잖아.

 
22. 미션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래도 나빴다.
작성일 : 20-09-30 22:22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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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여름 재하네 집은 난리가 났었다.

 결혼 한지 1년도 안된 고모가 이혼 하겠다고 짐을 싸서 들이 닥쳤기 때문이다. 아무리 물어도 이유를 얘기하지 않던 고모가 새벽에 엄마에게 슬쩍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재하는 고모가 참 웃긴다고 생각했었다.

 점심시간에 고모부 회사 앞으로 찾아갔었는데 거기서 고모부가 회사 동료인 어떤 여자에게 커피를 건네는 것을 봤었다고 했다. 별 것 아니고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고모는 너무 화가 났고 결국 고모부와 말다툼을 하고 집을 나왔다는 어이없는 이야기였다.

 재하는 항상 유쾌하고 쿨하던 고모가 왜 저렇게 이상하게 변했나 싶었는데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우서진이랑 이규진이네?”

 문현빈의 말에 재하는 자기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란 걸 확인했다.

 우서진이 이규진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쟤들 미션 성공했나봐.”

 이규진이 우서진에게 팔찌를 건네주는 것을 보고 문현빈이 말했다.

 “응. 그런가봐.”

 재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나빴다.

 미션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래도 나빴다.

 “괜찮아?”

 문현빈이 재하를 보며 물었다.

 “응? 응! 당연하지! 왜?”

 문현빈은 피식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너는 표정에 다 보인다고 말을 하는 대신 문현빈은 창문에 비친 재하의 얼굴을 가리켰다.

 “아!”

 자기 얼굴을 확인하고 당황하는 재하를 보며 문현빈이 놀렸다.

 “썩어 있지? 무슨 드라마냐? 남친이 양다리인 거 확인한 여주인공?”

 “뭐! 뭐래? 아닌데 전혀?”

 횡설수설하는 하는 재하의 말을 무시하고 문현빈은 가방을 뒤적여 젤리를 꺼냈다.

 “배고프면 원래 예민해져!”

 그리곤 젤리 봉지를 찢어서 먼저 하나를 먹은 다음 재하에게 내밀었다.

 쪼그마한 봉지에 몇 개 들어 있지도 않았다. 재하는 문현빈의 눈치를 보다가 곰 모양 젤리를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어버렸다.

 “또 없어?”

 문현빈은 재하가 우물거리는 걸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있겠냐? 이것도 영어 시간에 발표하고 받은 거야. 한 개 한 개 음미하면서 소중하게 천천히 먹었어야지!”

 쩨쩨한 척 구는 문현빈의 말투에 재하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미안, 미안! 나중에 내가 큰 봉지로 사줄게.”

 하지만 활짝 웃는 재하를 가만히 쳐다보던 문현빈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만하면 대가로 충분해. 가자!”

 그리곤 먼저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무슨 말이야? 무슨 대가?

 말버릇인가?

 참 알 수 없는 애라는 생각을 하며 재하도 발을 옮겼다.

 문현빈은 재하가 뒤에서 타박타박 따라오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것처럼 재하에게 물었다.

 “이번엔 미션 제대로 할 생각인가 봐?”

 재하는 잠깐 멈칫했다가 대답했다.

 “응! 누구 말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흑기사 죽이고 살아남았잖아.”

 문현빈은 재하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도 어쨌든 희생인데, 그걸 쓸데없는 걸로 만들면 안 될 것 같아서.”

 재하가 문현빈 옆에 서서 씩 웃었다.

 “그래?”

 문현빈은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그 흑기사한테도 젤리 좀 갖다 줘야겠네.

 

 문현빈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재하는 촬영만 하면 하루가 일주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롤러코스터를 연달아 탄 것처럼 기분이 왔다 갔다 하고 머리는 어지럽고 피곤했다.

 곧바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벌렁 드러눕자 억지로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 마구잡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김산은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왜 그랬을까?

 재하는 더 이상 화끈 거리지 않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이상한 놈. 외국에서 살다 왔나?

 아님 양다리?

 헐!

 재하는 그 지원 선배라는 3학년 선배에게 머리채 휘어 잡힐 뻔 했다는 생각이 들자 두피가 찌릿했다.

 미친!

 우서진이 아니었으면 그 뻘쭘한 상황에서 진땀만 흘렸을 것이 분명했다.

 앗!

 우서진!

 생각해보니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애한테 진짜 고백을 받았다.

 ‘미션 아니고. 방송 아니고. 사심! 내 사심이야!’

 재하는 배시시 흘러나오는 웃음을 꾹 누르면서 팔찌를 만져봤다. 작은 구슬들이 까슬까슬 했다.

 ‘절에 갔다가 예뻐서 샀어!’

 남자애한테 선물도 받았다.

 우서진의 냄새, 우서진의 심장 소리. 우서진의 목소리.

 ‘그 찌질이한테 니가 어떤 존재인지 너는 몰라.’

 남자애랑 껴안았다.

 끄악! 미쳤어! 말도 안 돼!

 재하는 순간 자기가 진짜 소리를 지른 것 같아 잠깐 움찔했다.

 재하는 자기의 인생이 자기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위험할 정도로 달달한 것이 무척 낯설었다.

 침착하자! 엄마한테 들키겠어.

 보는 사람도 없는데 애써 표정을 수습하던 재하는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벌떡 일어나 앉았다.

 헐!

 근데 어제는 딴 애가 이마에 뽀뽀했어.

 이래도 돼?

 엄청 죄 지은 기분이 들었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어쩌지?

 그러다 우서진이 이규진과 마주보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제길.

 오늘도 자기는 글렀다.

 

 하이틴 스캔들 촬영이후 벌써 몇 번째 맞이하는 퀭한 아침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재하는 꺼끌꺼끌한 입속에 칫솔을 넣었다.

 어제 하루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머리가 멍했다.

 평소처럼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떠들었다. 학교에서 마치자마자 레슨을 갔고 다시 연습실에 갔다.

 하지만 그 사이에 2번의 고비가 있었다. 3교시 끝나고 복도에서 우서진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냥 스쳐 지나갔고, 점심시간에 급식실 앞에서 김산이 쳐다보는 걸 알았지만 모른 척 했다.

 다른 애들 눈엔 뭐하나 다를 것 없었겠지만 재하는 그 때 마다 수명이 깎이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는 정말 죽겠다 싶어 재하는 일단 미션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목요일 오후 6시 3분. 본관 2층 제1음악실 앞 복도.

 오늘이다.

 재하는 카드에 적힌 시간과 장소를 기계적으로 중얼거리며 찬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최지민. 그 놈만 생각해야지.

 재하는 오늘은 미션 장소에 최지민만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은주만 없었으면 오늘까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정말 쉽게 미션을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오늘이라도 간단히 끝났으면 싶었다.

 

 “권재하!”

 재하는 설마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

 이은주가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가 이럴 사이야?

 재하는 아침 등굣길부터 기분을 망친 것 같아 떨떠름하게 서있었다.

 “뭐 안 좋은 일 있어? 아침부터 표정이 왜 그래?”

 너를 봐서.

 “그런 거 없는데? 잠이 덜 깼나?”

 재하는 차마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예의를 지켰다.

 “미션은 했니?”

 이은주가 친근하게 물었다.

 “아니, 아직.”

 누구 때문에 못 했는지 몰라?

 재하는 씩 웃었다.

 “그래? 이번엔 흑기사도 없는데. 어쩌니?”

 등교 길에서 동급생을 치면 안 된단 생각으로 재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미션하면 되지.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마.”

 신경 끄라고.

 이은주는 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뜬금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 전공 실기 때문에 너무 무리를 했는지 손목이 남아나질 않아.”

 어쩌라고?

 재하는 안경을 쓸어 올리고 짜증을 참으며 이은주의 손목을 째려봤다.

 뭐지?

 팔찌가 2개야?

 왜?

 “너!”

 재하가 이제야 눈치를 챘구나 싶어 이은주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응? 뭐?”

 설마. 그 바보 자식.

 “부지런도 하네.”

 재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아니면 너 설마 이해를 못 한 거였어? 그럼 나한테 물어보지. 내가 자세히 설명해 줬을 텐데.”

 재하가 빈정거리자 이은주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뭐라는 거야?”

 “또 못 알아들었어?”

 재하는 이은주에게 다가가 천천히 나긋나긋하게 설명했다.

 “은주야, 미션은 카드에 적힌 시간과 장소에 가서 너의 인연을 찾아 팔찌를 끼워주면 되는 거야. 팔찌를 많이 모아 오는 게 아니라고.”

 이은주의 뺨이 붉어졌다.

 “뭘 부끄러워해. 괜찮아. 내가 비밀로 해줄게.”

 재하는 너그러운 목소리로 말을 하고 미련 없이 휙 돌아섰다.

 망할! 썩을! 제길!

 

 원래 이렇게 시간이 안가나 싶을 정도로 더디게 학교 일과가 이어졌다.

 몇 년은 늙은 것 같은 기분으로 겨우 종례를 하고 초조하게 시계만 봤다.

 그래. 미션은 팔찌를 받는 게 아니고 팔찌를 주는 거야.

 최지민 그 자식이 멍청해서 딴 애한테 팔찌를 준건데 어쩌겠어?

 난 그냥 그 자식 팔에 팔찌만 끼워주면 돼.

 재하는 초조함을 떨쳐내려고 애쓰면서 제1음악실 앞으로 갔다.

 복도에 설치 된 카메라가 첫 촬영 때 보다 더 거슬렸다.

 재하는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오후 5시 55분.

 아직 8분이 남았다.

 조용한 복도를 두리번거리고 서성거리다가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

 아직 3분. 괜찮아. 오겠지.

 그렇지만 4분이 되고 20분이 되어도 복도엔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최지민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자식이!

 재하는 어금니에 힘을 주면 꽉 다물었다.

 등 한 번 못 펴보고 영원히 구부정하게 살고 싶어서 니가 안달이 났지?

 재하는 눈에 핏발이 서도록 애꿎은 카메라 렌즈만 지그시 노려봤다.

 

 

 “윽! 이게 뭐야?”

 송PD가 편집된 영상을 보다가 움찔했다.

 “무섭죠? 권재하 눈빛 장난 아닙니다.”

 편집을 하던 스텝이 웃으며 말했다.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잠 올 때 마다 볼까 했어요.”

 “얘 설마 이번에 또 최지민 발로 찼어?”

 송PD가 소리치자 옆에 있던 다른 스텝들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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