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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차원표류자의 살림꾼이 되었다.
작가 : 냉모밀
작품등록일 : 2020.9.30

이름값을 기가 막히게 해오던 청년 은태평.
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새를 발견했다.
다시 보니 그건 새가 아닌 사람이었고, 태평의 집 창문을 깨부수며 들어온 그녀석은 다짜고짜 이런 소릴 지껄였다.
'안녕.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난 인간이네. 그럼 날 좀 도와줄래?'
창문과 함께 태평의 평화로운 나날도 깨져버린 순간이었다.

 
12
작성일 : 20-09-30 22:11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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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부엌이 좁아 셋이 나란히 설 공간은 되지 않았다.

 

 이 녀석들은 함께 즐기며 하는 요릴 원했던 거고, 난 뒤로 한발 물러나 지시해주는 역할로 돌기로 했다.

 

 근데 이 녀석들, 요리 경험 많다는 게 과연 허풍은 아닌지 기본적인 건 알아서 척척척 해냈다.

 

 “이게 국물 맛을 내는 재료야. 대충 이 정도 크기로 썰어서 냄비에 넣어.”

 

 일단 루셀에게 식재료의 역할을 알려주고 이셀리를 보았다.

 

 “야! 너는 칼질을 왜 가스렌지 위에서 하려 그래? 자, 도마 줄 테니까 평평한 곳 찾아서 해.”

 

 그래, 기본적인 지식은 있는데 문제는 저런 요소들이었다.

 

 “오호, 신기하군요. 한번 조작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쉽게 뜨거운 물이 나온다니, 이건 확실히 놀랄만한 기술이네요.”

 

 “그래, 엄청 편리… 야! 그거 찬물이잖아! 오른쪽으로 돌려!”

 

 “? 뭘 말입니까. 냄비를…?”

 

 냄비 손잡이를 시계방향으로 돌리고나 있다. 이거 뭐야, 구십 년대 개그야?

 

 “어? 야 은태평. 불 갑자기 세졌는데? 왜 이래?”

 

 “네가 뭘 건드렸으니까 그렇겠지!”

 

 “근데 이렇게 일어선 채로 하는 거 불편하다. 불판 바닥에 내리면 안 되는 거야?”

 

 “안돼. 너 그냥 밥상 가서 이거나 썰고 있어.”

 

 난 씻긴 당근을 이셀리에게 내밀었다.

 

 “싫어. 여기서 할 거야.”

 

 “그럼 딴 거 안 건드리게 조심해서… 으앗, 야 이거 떨어질 뻔 했잖아!”

 

 “아~ 정말. 기술 편리한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좁은 거야? 그런 것까지 생각도 좀 하고 만들지.”

 

 “여긴 혼자 사는 집으로 설계된 거니까!”

 

 “왜? 집이 저렇게 높은 건물이 된다는 건 인구수에 비해 집은 부족하다는 거야? 그런 와중에 혼자 사는 집도 지어?”

 

 “아무튼 여러 가지 종류의 집이 있는 거니까, 일단 요리부터 집중해.”

 

 입 아파 죽겠네.

 

 아무튼 그 후로도 국을 그릇이 아닌 컵에다 담는다던가 국자로 밥을 푼다던가 이런 저런 게 있었지만, 결론은 무사히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인스턴트 반찬이나 라면이 아닌, 진짜 엄청나게 오랜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가정식이었다.

 

 “맛은 뭐, 묘하긴 하네. 이셀리가 맡은 건 타기까지 했고.”

 

 “네가 자꾸 신경 쓰이게 해서 그래.”

 

 뭐 어쨌든 세 사람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군.

 

 “아, 이 국 괜찮네. 역시 루셀이야. 적응도 금새 해버렸구나?”

 

 “과찬이십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음식을 맛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저도 정말 행복하군요.”

 

 흠.

 뭐 요리 과정 중엔 투덜대는 게 많았지만 나도 내심 흐뭇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함께 요리를 하는 것.

 이건 이 녀석들도 그 동안 거의 못 해본 경험이라고 하니까.

 어쩌면 이게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큰 의미일 수도 있고.

 

 내 집이 이런 화합의 장으로 쓰일 수 있을 줄이야.

 이름값을 제대로 해낸 것 같아 좋네.

 

 “좋아. 그럼 저녁밥은 더 근사하게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리 환경도 대강 파악했으니 이번엔 저 혼자 해보도록 하지요.”

 

 “그래? 그럼 내일은 내가 준비할게!”

 

 “이셀리. 너는 내가 감독할거야.”

 

 루셀 녀석도 첫인상과 달리 기분좋은 웃음만 보이고 있고, 그래 좋아.

 이런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신경 써보기로 하자.

 

 

 

 ◆

 

 

 

 다음 날.

 

 어김없이 루셀 녀석이 일찍 찾아왔고, 난 이 두 명의 다른 차원 사람한테 물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느긋하게 보낼 거냐고.

 

 그 대답을 듣고, 난 이 녀석에게 아예 제대로 이곳에서 사는 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우선 티비는 며칠 전부터 이미 이셀리가 침대에 엎드려 누워서 즐기는 요소가 되어있었다.

 

 그러니 대충 넘기고, 내가 먼저 알려준 건 컴퓨터였다.

 

 와, 그러고 보니 이전까진 컴퓨터 없이 어떻게 사나~ 했었는데.

 이셀리와 만난 뒤론 거의 잊어버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컴퓨터없이 살 수도 있긴 있는 거였구나.

 

 “흐음~ 다루는 법은 이해했습니다. 이걸로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단 거군요.”

 

 “그렇지. 어지간한 건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이 참에 내 집 주변의 볼만한 곳도 검색해 보여주었다.

 

 “신기한 세상이네. 전부 가보고 싶은데?”

 

 “언제든지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주님.”

 

 “그런데 너네, 이렇게 놀 시간 있는 건 맞는 거지?”

 

 초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이런 건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두 바보는 그냥 모니터 속 화면을 보며 웃기만 할 뿐이었다.

 

 

 

 ◆

 

 

 

 가장 처음으로 이 녀석들과 함께 온 곳은, 느즈막한 산 위에 있는 인기 많은 공원이었다.

 

 꽤나 넓직하고 깨끗하고 분수 같은 것도 꾸며져 있고, 이 주변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곳이다.

 

 작은 언덕을 올라 공원에 도착하자, 이셀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벌렸다.

 

 “와아, 단순히 깊은 자연이 있는 곳은 많이 보긴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곳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

 

 “그렇네요. 이 장소만으로 이 세계가 얼마나 평화로운지 알 것 같습니다. 이런 장소를 꾸밀 여유가 된다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증명된 셈이네요.”

 

 이 녀석들이 가장 첫 번째로 이 장소를 고른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모양이다.

 

 “느긋하게 돌아다녀보자.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

 

 “응. 고마워 은태평!”

 

 고작 이런 걸로 저렇게 기쁜듯한 감사를 받는다니.

 살짝 쑥스러운 생각도 드네.

 

 평일 낮이지만 공원엔 그럭저럭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과 그걸 웃으며 지켜보는 어른들.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들도 많고.

 

 아무튼 도시에서 평화로움 하면 이만한 장소가 없긴 했다.

 

 “은태평. 저건 놀기 위해 타는 거야?”

 

 “응? 아, 자전거?”

 

 저것도 처음 보는 건가?

 

 “타보고 싶어? 우리도 탈 수 있는데.”

 

 “그래? 그럼 타볼래!”

 

 망설일 거 없지. 나는 곧장 다른 두 녀석을 데리고 대여소에 갔다.

 

 그리고 적당히 타는 법을 알려줬는데….

 

 “…뭐야? 처음 타는 거 치고 엄청 능숙한데?”

 

 “왜냐면 비슷한 건 많이 타봤거든.”

 

 “아 그래? 엄청 신기하다는 듯한 말투라서 처음인 줄 알았는데.”

 

 “처음 맞아. 도망치려고 전력으로 타는 것 말고 이렇게 느긋하게, 즐기려는 용도로 타는 건.”

 

 “엥….”

 

 얘 진짜 험하게 살아왔구나.

 

 “뭐 내가 에스코트해줄 테니까 편하게 타봐.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 너무 속도 내는 건 안 된다?”

 

 이셀리와 루셀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공주님이니 차원을 넘나들었니 뭐니, 지금의 이셀리의 모습은 그런 것하곤 전혀 관련 없는 그냥 한 명의 여자애처럼 보였다.

 

 루셀 녀석은 뭐, 자전거에 비해 너무 큰 키 때문에 조금 우습게도 보였다.

 근데 이셀리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 표정을 보면, 모양새 같은 걸 가지고 이상하다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두 녀석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느긋하게 계속 자전거를 탔다.

 

 “아~ 재미있었어. 진짜 좋은 경험이었어.”

 

 “저도 감사를 드리죠 태평. 사실 저희는 이렇게 평화로운 세계를 겪은 지 너무 오래됐었거든요. 이렇게 친절히 안내를 해주시다니. 바보긴 하지만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고마우면 그 바보 소리는 떼고 말하지 그랬어.”

 

 자전거를 반납한 뒤 난 두 사람을 잔디가 펼쳐진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에 마련된 간이 테이블 한곳에 자리를 잡고 난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 이 녀석들이 해온 말을 들어보면, 야외에서 느긋하게 밥 먹은 적도 오래 됐겠지.

 

 함께 만든 도시락이긴 한데, 두 녀석은 그럼에도 밝게 웃으며 도시락을 즐기기 시작했다.

 

 나도 오랜만이었다. 도시락 들고 소풍이라니.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 아닐까?

 

 어쩐지 뭔가 정신연령이 어려지는 느낌도 들었다.

 순수해지고 있달까.

 근데 이 녀석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고 있으면, 그게 싫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도시락을 먹은 뒤론 뭐, 새들한테 모이도 줘보고.

 나무 타고 올라가는 다람쥐 구경도 하고.

 군것질도 해보고.

 

 특히 이셀리 녀석은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한 다섯 개는 뽑아 먹었다. 그냥 자판기를 써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하긴 나도 어릴 땐 버튼 누르는 게 너무 재밌었지.

 별에 별 잊고 있던 게 이셀리를 보면 떠오르고 있었다.

 

 시간은 금새 흘러 하늘이 주황빛이 되었고, 난 두 사람을 이 공원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안내했다.

 그래 봤자 별 차이는 안 나긴 했지만, 그래도 이 공원을 둘러볼 정도는 되었다.

 

 “어때. 저번에 네가 이렇게 말했던가? 뭔가 좋은 걸 남기고 싶어서 그 세계에서 화목하게 살아보려 하고 있다고. 오늘 일도 특히 남을 만하지?”

 

 “그렇네. 진짜 좋은 경험이었어. 이런 세계에 오게 된 게 행운이라 여겨질 정도로.”

 

 “그래. 내가 보여준 게 없긴 한데, 우리 세계 엄청 넓거든? 네가 볼만한 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어.”

 

 이셀리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말없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표정을 보면 만족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

 

 나는 진심으로, 이 녀석에게 우리 세계를 좀 더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은 곳에 위치한 그 시설은 지금 꽤 분주해져 있는 상태였다.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쉴새 없이 돌아다니고 서로에게 무언가를 외치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며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의 곁에 선 부하에게 물었다.

 

 “찾으라고 한 건 어떻게 됐지?”

 

 “죄송합니다. 다만 흔적은 찾았으니 곧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이 수정에 대해 알고 있는 자들일 거야. 꽤 많은 양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네.”

 

 “철저하게 하도록. 전력을 아끼지 말고 투입해.”

 

 “네. 알겠습니다.”

 

 “말할 것도 없지만 만약 부딪혔을 경우 반드시 멀쩡한 상태로 생포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마.”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부하가 떠나감과 동시에 다른 부하가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제 이십칠 호 실험이 방금 종료됐습니다.”

 

 “어떻게 됐지?”

 

 “실패입니다. 틀림없이 더 강한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얼마 안가 몸이 버티질 못하게 돼버리고 있습니다.”

 

 “최대한 작은 파편을 썼어도 말이지?”

 

 “네.”

 

 지금까지 한 실험 전부 비슷한 결과였지만, 이 정도는 결론을 낼만한 샘플 수가 확보 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실패를 했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 자들은 그것을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외엔 어떻지? 새로이 나온 정보가 있나?”

 

 “아니요. 수정 파편마다 다른 능력을 발현할 수 있고, 같은 힘이어도 사람에 따라 다룰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 정도입니다.”

 

 “아직 한참 멀었군. 이걸 제대로 연구해내는 데 성공하면 인류가, 그전에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초능력자가 되는 것도 절대 무리가 아냐. 꼼꼼하게 계속 실험해나가도록 해.”

 

 “알겠습니다.”

 

 어디선가 거친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또 어느 실험체가 격한 반응을 일으킨 거겠지.

 연구원들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 아무도 개의치 않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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