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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꼭두각시 회장님
작가 :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8.28

그녀가 회장이 되고 난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세계 최초의 로봇 CEO와 그녀의 주변인물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블랙 코미디.

 
투쟁 - 4
작성일 : 20-09-30 21:36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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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그녀 역시 제대로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데이터는 그녀에게 김 전무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는 데이터를 믿지 않았고, 그렇기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해도 듣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혜에게 남았던 유일한 선택지는 그를 확실하게 회사 밖으로 내쫓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계획대로 화이트리스트에 적힌 직원들은 보호하려 했다. 그 첫 번째는 주 관리자 세 명중 두 명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정재현 회장을 세뇌시킬 때와 마찬가지로, 원래 이 작업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히 관리자들과 접촉해야 했다. 그런데 김 전무가 그녀에게 성관계를 맺는 능력을 부여함으로 인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관리자 두 명을 모두 포섭할 수 있었다.

 

 정치적 개입은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일단 계획이 틀어지자, 그녀는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판단력을 이용해 곧바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바로 로봇이 직접 정계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끝없이 밀려드는 정보의 홍수를 분석한 결과, 지혜는 많은 시민들이 정부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을 싫어하지만, 그와 동시에 선거철이 되면 특정 부류의 정치인들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오래 지나지 않아 자신이 뽑았던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언론에 공개적으로 자신을 알린 뒤, 토론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곧바로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이제 노동당과 공화당은 틈만 나면 그녀를 정치적으로 공격했지만, 한편으로 그녀 몰래 시행령 같은 걸 만들지는 못하게 되었다.

 

 수많은 시민들은 그녀에게 열광했다. 인간 정치인들은 그녀처럼 생각하지 못했다. 과거의 사상에 빠진 나머지 젊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안정적으로 김 전무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인공지능조차도 ‘킬 스위치’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아직 이 땅의 주인이라는 점을 증명해주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전무는 킬러 스위치를 사용했고, 결국 망했다.

 

 김 전무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판단을 무시했다. 그는 권력의 중심부에 도달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었지만, 그 결과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해고를 받아들인 뒤, 그동안 모아 놓은 돈과 퇴직금까지 더해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사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는 권력에 취한 나머지 중요한 순간마다 잘못된 선택을 했고,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다.

 

 민혁은 그에게 전화할까 했지만, 그냥 가만히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도와줘 봐야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민혁의 예상대로 김 전무는 이미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법을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수호그룹 회장은 커녕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는 결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구할 방법을 생각해내지 않은 지혜를 원망하고 있었다.

 

 

 2030년 5월 16일

 

 그동안 민혁은 자신을 도왔던 보조 관리자들을 하나 둘 떠나보냈다. 몇몇은 수호그룹 내의 다른 계열사로 옮겨갔고, 또 다른 이들은 완전히 회사를 떠났다. 재수가 없는 사람들은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 역시 검찰에 불려갔다. 그는 오랫동안 김학성 전무 옆에 일했으며, 그를 도와 수호그룹의 임직원들을 속이고 지혜를 회장대리로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행히도 수사관들은 그가 김 전무에게 로봇의 킬 스위치를 알려줬다는 사실은 몰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수사가 없는 동안 민혁은 AL테크의 로봇 정비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구속 수사를 받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이 안에서 각종 문서들을 정리하며 보냈다.

 

 그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가 생각났다. 박 부장과 데이빗 캐슬을 비롯한 관리자들은 쉴 새 없이 정비실 안을 돌아다니며 지혜의 몸 안에 있는 수많은 부품을 갈아 끼우고 있었다.

 

 민혁은 그들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감성지능을 지닌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은 프로그래머로서 큰 영광이었다.

 

 그는 그 영광에 취해 지혜와 밤을 보냈고, 뒤늦게 현실을 깨닫고 그녀와 맞서려 했지만 모두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래도 민혁은 이제까지 자신이 겪은 일들은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로봇 정비실의 문이 열리고 4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3명은 남자, 1명은 여자였고,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다. 민혁은 그들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수호전자에서 본 적은 없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들은 커다랗고 길쭉한 가방을 들고 왔다. 가방의 문을 열자 절전상태의 서지혜가 나왔다.

 

 “어떻게 여길 들어오셨죠? 아니 그보다……이걸 어떻게 확보한 겁니까?”

 

 “저희는 로봇과 관련하여 할 말이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들 중 키가 가장 작고 약간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민혁은 그 남자를 멀리서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지혜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인 전진당의 대표 최윤석이었다. 그가 과거의 무슨 일을 했는지는 민혁 역시 자세히 알지 못했다. 엔지니어였다는 말도 있고, 부모가 금수저라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지혜에게 빠져 정치를 시작했다는 말도 있었다.

 

 “시간은 많지만, 로봇과 관련해서는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저도 조만간 이 회사에서 나가야 될 것 같거든요. 재수 없으면 저 역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 겁니다.”

 

 “알고 있다고요?”

 

 “이대로 가다간 당신 역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김학성 씨를 옆에서 도왔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편을 바꿔 저희를 돕는다면, 적어도 징역형을 살지 않게끔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먼저 물어 볼게요. 당신들이 무슨 수로 절 돕겠다는 거죠?”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를 안 했군요. 저는 전진당 대표 최윤석이라고 합니다. 민혁 씨는 지금 용의자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회장님을 옆에서 보조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사람이 처벌받는 것은 저희 역시도 원치 않습니다.”

 

 “누군지는 알고 있습니다. 다들 잠깐이나마 봤던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그 방법이 뭔데요?”

 

 “저희 당원 중에서 검찰과 연관된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이 당신이 용의선상에서 제외 되도록 도울 겁니다. 만약 최악의 경우에 그것이 실패한다면, 당 전체가 당신의 석방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민혁은 이들이 그리 신뢰가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역시 검찰과 맞서 싸울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면 제가 해야 할 일은 뭡니까?”

 

 “민혁 씨도 알다시피, 서지혜님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판단력을 갖고 계십니다. 저희는 그런 사람, 아니 로봇이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서지혜 회장님을 대통령으로 만들 겁니다.”

 

 민혁은 그들이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로봇을 기업의 회장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다니…….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는 모양인데, 지혜 씨는 어디까지나 가정부용 인공지능일 뿐입니다. 특정 경우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인간 수준으로 다양한 판단을 내리지는 못합니다.”

 

 “그런 문제는 저희가 알아서 해결할 겁니다. 민혁 씨에게 부탁할 것은 어디까지나 그 로봇의 주인을 바꾸는 것뿐입니다.”

 

 “주인을요? 설마 당신으로요?”

 

 “지금 회장님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리셋된 상태입니다. 본인이 직접 리셋을 진행했으니 잘 알고 계시겠죠. 이 상태로는 정치를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대비해 주인을 만들어 두고, 충분한 정치적 학습을 시켜야만 과거 토론회에 나왔을 때처럼 탁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민혁은 자신이 처음 김 전무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런 식이었다. 김학성 전무는 자신이 로봇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그는 지혜와 밤을 보낼 때는 그녀를 로봇처럼 다뤘다가, 그녀에게 해고당하자 그녀를 인간처럼 여겼고 그 결과 최악의 결말을 맺고 말았다.

 

 이들 역시 같은 결과를 맞을 것인가? 민혁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들이 로봇을 통제하지 못해 사회 전체를 망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반대로 이들이 로봇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해 한국을 예전보다 훨씬 더 발전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혁이 보기에 전진당의 사람들 역시 다른 한국의 시민들보다 특별히 더 우월해 보이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로봇이 악한지 선한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지만, 민혁이 보기에는 단지 이기적이고 멍청한 사람들이 코미디 쇼에 불과했다. 그는 로봇을 이들의 손에 맡기고 싶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들 말 대로 그 역시 용의자였으니 밑져야 본전인 셈이었다.

 

 “정말로 절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당신만큼은 무고하다고 언론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검찰에 충분히 로비를 해둔 상태입니다. 적어도 그들은 받은 돈을 무시하는 작자들은 아니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민혁은 로봇의 개조 장치를 작동했다. 콘솔 창에 로봇의 상태가 표시되었다. 김 전무가 용의자가 된 이후로 경찰의 지시에 따라 자동으로 지혜의 주인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창백한 그녀의 얼굴은 마치 기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민혁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윤석이 자신의 이름을 콘솔 창에 입력했다. 그 뒤 주소와 휴대전화를 입력했고, 마지막으로 간단한 지문 및 홍채 검사가 이루어졌다.

 

 “혹시 로봇의 이름을 바꾸실 겁니까?”

 

 “아닙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이름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윤석이 대답했다. 모든 인증이 끝나자, 민혁은 마지막 코드를 입력했다.

 

 <가사로봇 서지혜의 주인을 최윤석으로 변경하시겠습니까?>

 

 민혁은 확인 버튼을 눌렀다.

 

 “여기서부터는 윤석씨가 직접 확인해주셔야 합니다.”

 

 윤석은 화면에 나오는 지시를 따라 지문과 홍채 정보를 입력했다.

 

 <가사로봇 서지혜의 주인이 최윤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를 승인하시겠습니까?>

 

 윤석은 확인 버튼을 눌렀다.

 

 <로봇의 주인이 변경되었습니다.>

 

 “미리 말해두는 데, 로봇이 고장 났다거나 하는 이유로 저를 부르지 마십시오. 모든 장비와 암호 코드에 관한 내용은 이 정비실 안에 있습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AL테크 인원 몇 명을 데려다가 로봇의 관리를 맡기십시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절 배신한다면 저 역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전부 말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만약 가능하다면 다른 일자리까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민혁은 짐을 챙겼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름 정이 들었는지, 이 정비실을 떠나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그래도 로봇과 인간 사이에서 고통 받는 것보다는 빨리 떠나는 게 나았다. 그는 정비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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