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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날'에 베이다
작가 : 셰리프a
작품등록일 : 2016.10.26

서른을 코 앞에 둔 은동명은 수십억의 빛과 출구없는 사랑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견디듯 살고있다.
어느날 백장미에게 속아 술에 취한채 국화랑과 원나잇스탠드를 하게 된다. 비록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녀는 국화랑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은동명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남자 정의와 정의의 범법행위를 뒤쫒고 있는 국화랑 그리고 그들의 삶속에 오아시스처럼 자리한 은동명, 그들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이십여년 전의 평화롭던 어느 날 저녁, 몇 방의 총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4
작성일 : 16-10-27 08:47     조회 : 443     추천 : 0     분량 : 5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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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똑, 똑’

 

 문을 노크 하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곧바로 문이 열리고 젊은 남자 한 사람이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사무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사무용 데스크 앞에서 멈춰 선 최세황이 구십 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입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노트북을 보고 있던 남자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책상 앞에 서있는 최세황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갔다.

 그러기를 십 여분, 그제야 집중하던 일을 일단락 지었는지 노트북을 보고 있던 남자가 책상 앞에 묵묵히 서 있는 최세황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됐지?”

 “지시하신 대로 잘 처리했습니다.”

 “잘 했어.”

 

 남자의 건조한 칭찬에도 불구하고 젊은 남자는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대표님이 지시하신 대로만 움직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오늘은 별다른 미팅 스케줄이 잡혀있지 않았을 텐데.”

 “사전 약속 없이 왔습니다. 꽤나 급했던 모양인지... 일전에 말씀드렸던 성형외과 의삽니다.”

 

 최세황의 보고를 들은 남자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그는 미리 정해진 스케줄대로 하루의 일과를 소화하는 성격이어서 이런 종류의 돌발적인 일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세황 역시 보고를 하면서도 시종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조사는?”

 “어제부로 끝났습니다. 마침 제가 보고서를 가지고 온 참인데 그 새를 못 참고 성미 급한 위인이 들이닥쳐 버렸습니다.”

 

 최세황이 불만 어린 투로 말했다.

 

 “보고해.”

 “네. 나이는 44세,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아들 2명과 전업주부인 아내가 있습니다. 개업한지는 10년이 조금 안됩니다. 장소는 서초구 쪽이고 지속적으로 병원 규모를 늘려왔습니다.

 평판은 좋은 편입니다. 단, 병원 확장을 하느라 다소 무리한 대출을 하면서 현재 상태는 고객이 많은 것에 비해 실적이 그리 좋은 편은 못됩니다. 상세한 부채 내역은 여기.”

 

 최세황은 서류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남자가 보기 편하도록 돌려서 책상에 펼쳐 놓았다. 남자는 건성으로 서류를 휘리릭 넘겼다.

 

 “그래서 이유는 뭐지? 기존 대출금들의 상환인가?”

 “아니요. 병원을 강남으로 옮길 계획이랍니다. 이번엔 전세가 아니라 작은 건물을 아예 매입해서 들어앉을 모양입니다.”

 “가능한가?”

 “아슬아슬합니다. 기존에 받은 대출들도 모두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에만 한정 되어 있고 사금융에 손대지는 않아서 안정적인 편입니다. 단, 별도로 가족들에게 빌린 게 좀 덩치가 큰 편입니다.”

 “그런 사람이 왜 하필 우리를 찾았지? 새로 매입할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재 대출받아도 충분할 텐데.”

 “신용도 때문입니다. 강남의 건물은 단독 매입이 아니라 동업자가 있습니다. 동업자는 대출 없이 순수자본으로 공동투자 하는 만큼 투자 건물을 은행 담보로 넣는 걸 원치 않는 답니다.”

 

 보고를 계속 하라는 듯 남자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리고 이건 대외비인데 내년부터 줄기세포를 이용한 미용 사업을 시작하려 계획 중입니다. 더불어 대규모 프로젝트라 정부 산하 관련 기관과 후원회 등에 지원금 요청 준비 중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과 본인의 재정 상태를 증명하는 서류 제출이 필수입니다.”

 “흠... 더 이상의 부채는 불가하겠군. 그럼 언더 요청인가?”

 “네. 정상 대출이 아니라 언더 요청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저희를 찾은 거죠.”

 “누구 소개라고?”

 “한 사장입니다.”

 “...액수는?”

 “스무 장입니다.”

 “담이 큰 남자는 아니군.”

 “그런 것 같습니다.”

 “뭘 걸겠데?”

 “현재 거주하는 주택은 거의 한계상황이고 전세를 준 서초동 소재 아파트는 여유가 있습니다만 추후 문제가 생기면 세입자와의 마찰이 우려됩니다. 개업 중인 병원은 어차피 전세라서 소용없고요. 반포에 있는 부인 명의의 상가를 걸겠답니다.”

 “그건 깨끗한가?”

 “제 1금융권에서 받은 게 있지만 아직 충분히 여유는 있습니다.”

 “부족해! 언더는 최소한 열 배 이상의 가치 있는 담보물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야.”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아까 가족들로부터 빌린 돈의 덩치가 크다고 그랬지?”

 “네.”

 “어느 쪽이지? 의사 본인? 아니면 부인?”

 “부인 쪽입니다.”

 “뭘 하는 집안인데?”

 “장인은 지방에서 제법 큰 중장비 임대업을 하고 있고, 슬하에 딸만 둘입니다. 의사부인이 장녀인데, 결혼할 때 반포에 있는 상가를 딸 이름으로 증여해 주었답니다.”

 

 책상 뒤에 앉아있던 남자가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허공을 노려보더니, 책상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보고서를 다시 집어 들어 찬찬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최세황은 여전히 부동자세로 남자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 안에는 종이를 만지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이 이어졌다. 마침내 보고서의 마지막장을 덮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지금 접견실에 있다고 했지? 좋아. 내가 직접 만나보지. 이 건은 '플랜E'로 간다.”

 “네!?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즉시 팀을 짜서 세팅해 놓겠습니다.”

 

 두 번이나 말실수를 한 젊은 남자가 얼른 구십도 각도로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남자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보더니 책상을 돌아 나와 접견실로 가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남자는 접견실로 들어서기 전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방 안에 있는 고객을 미리 관찰했다.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빈약한 상체에 비해 배가 약간 나오고 이마가 좁은 40대 남자가 초조한 듯 접견실 안을 맴돌고 있었다.

 혹시 돈을 빌리지 못할까봐 상당히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저들처럼 자신을 사회 최상위층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이들은 면대면으로 마주치면 판이하게 달라지는 부류다. 자신의 갖가지 직함이 빼곡하게 써진 명함 한 장으로 과분한 대우를 받으려 드는 것이다.

 그들은 정작 돈이 궁해 남자를 찾아온 주제에 마치 자신이 그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즉, 너처럼 사회적으로 열등한 지위를 지닌 자가 자신 같은 최상위층 인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그것을 영광으로 알라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돈을 받아갔다. 그러나 자신의 부를 늘리기 위해 돈을 빌리려는 저런 치들은 의자에 앉아서 돈을 받아가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다.

 그것도 밀린 공과금과 음식을 사기 위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낮은 이자로 말이다.

 최세황은 상사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문”

 “네!”

 

 최세황이 접견실의 문을 열었다.

 의사는 초조해서 의자에 앉아있지도 못하고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리던 CCTV에 비치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같이 굴었다.

 최세황은 공손한 태도로 악수를 나누는 상사와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고 있는 의사를 보며 미소 띤 겉얼굴과는 달리 내심 그의 암울해질 미래를 비웃었다.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의사에게 내밀었다.

 

 “저희 회사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카로운 눈매와는 달리 남자의 짙은 바리톤 음색은 온화 했다. 어쩐지 상대를 안심시켜 주는 힘을 가진 목소리였다.

 의사는 손에 든 명함을 내려다보았다.

 

 ‘트러스트 펀딩(주) 정의(鄭懿)’

 

 의사는 무심코 명함의 뒷면을 살펴보았다. 아무 무늬도 없는 하얀 바탕의 명함에 새겨진 것이라곤 검은색 활자로 쓰인 회사명과 이름뿐이었다.

 의사 자신의 명함처럼 온갖 타이틀을 빼곡하게 채우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직함과 연락처 정도는 적혀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눈앞에 서 있는 정의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박사님, 이리로 앉으시지요.”

 

 최세황이 공손한 태도로 의사를 응접 소파 쪽으로 안내했다. 의사가 그를 눈여겨보는 것을 눈치 챈 최세황이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트러스트 펀딩의 최세황 실장입니다. 박사님을 도와드릴 실무책임자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많이 봐줘야 겨우 서른이나 되었을까 싶은 젊은 나이로 보이는 최세황이 실무책임자라는데 그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 편견에 가까운 것이라 해도, 구린 구석이 있는 만큼 찜찜한 분위기와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을 상대하게 되리라는 불쾌한 상상에 마음이 불편했던 그의 예상을 송두리째 부셔버리는 인상이 아닌가?

 여느 대기업 엘리트 사원처럼 반듯하게 차려입은 정장과 목 끝까지 잠긴 흰 와이셔츠에 군청색 스트라이프 넥타이, 말끔한 얼굴과 쾌활한 미소, 거기다 고객을 대하는 공손한 태도까지, 최세황은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청년이었다.

 

 “네, 저야 말로. 그런데 여기 계신 분은.......”

 

 아까부터 계속 남자가 신경 쓰였던 의사는 명함을 준 남자를 슬쩍 눈으로 가리키며 말을 흐렸다.

 최세황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분은 저희 회사 대표이신 정의이사님이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일반적으로 대표이사님께서 고객을 직접 상대하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오늘은 저희 대표님이 자진해서 박사님을 직접 만나 뵙겠다고 나서시는 바람에 저도 깜짝 놀랐지 뭡니까. 아무래도 저희 대표이사님께서 박사님을 각별히 생각 하시는가 봅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에요, 최세황이 아주 의외라는 듯 거듭 감탄사를 터트리는 것을 본 의사는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곳의 대표 이사는 표면에 나서는 법이 거의 없다는 말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자신을 선뜻 만나러 나오다니 왠지 뿌듯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대표이사 정의라는 남자는 과묵한 편인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입관을 지워버리자 처음 그를 대면할 때 느꼈던 위압감은 어느새 한 회사의 대표다운 무게감으로 느껴졌고, 날카로운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도 아직 젊은 나이에 한 회사를 짊어진 성공한 이의 관록처럼 보였다.

 면담은 아주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의사는 이곳을 찾기를 잘 했다고 내심 생각하며 마음을 놓았다. 그가 그렇게 말하자 최세황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박사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최세황이 의사를 배웅하고 돌아왔다.

 

 “내일 오후에 다시 오겠답니다.”

 

 정의는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내일 의사가 원하는 돈을 내어주기로 한 것이다. 최세황이 계속 보고했다.

 

 “팀은 준비됐습니다. 팀장은 ‘오캡’으로 하려는데 허락하시겠습니까?”

 “‘오캡?’”

 “네. 성미가 좀 그렇긴 하지만 일 하나는 빈틈없이 하는 편인데다가, 원래 의사 나부랭이를 다루는 데는 다소 거친 면이 있는 쪽이 훨씬 더 잘 먹힐 것 같아서요.”

 “알아서 해. 대신 육 개월 안에 전부 털어.”

 “알겠습니다.”

 

 목례를 한 최세황이 등을 돌리려는 때였다. 남자가 짧은 명령을 던졌다.

 

 “전화해.”

 “네. 어디로.......”

 “집”

 “집이라면 은동명씨에게 말 입니까?”

 “내 집에 은동명 외에 다른 사람이 또 있나?”

 “아닙니다. 전하실 용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오늘 저녁은 집에서 들 거니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고 해.”

 “저녁식사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오늘은 집에서 식사하시는 날이 아닌데......, 죄송합니다.”

 

 최세황을 말없이 쳐다보는 정의의 건조한 눈빛이 먹이를 노리는 범처럼 번뜩였다. 최세황은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오늘 일진이 안 좋은가 왜 이렇게 거듭 말실수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내심 스스로를 욕했다.

 최세황이 경직된 음성으로 대답했다.

 

 “네! 즉시 전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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