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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세상이 멸망해서 엔딩 다시 씁니다.
작가 : 한잎이
작품등록일 : 2020.9.30

"헌신하면 헌신짝 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은 과로사로 죽습니다."

공포 게임을 만들던 여주, 이지은. 그녀가 만들던 <블러드 필드에서 탈출하는 방법> 프로젝트가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엎어져 버린다.

그렇게 굴려댔으면서 엎어버린다고? 분노한 그녀는 게임의 모든 엔딩을 배드 엔딩으로 바꿔 버렸는데… 잠시만요. 그런데 제가 이 세상에 떨어질 거라는 경고는 없었잖아요!

원작의 게임 속엔 없던 캐릭터, 헤르미안으로 빙의하게 된 지은이. 게임 속 배경인 에니타스가 크리처 천지인 블러드 필드로 변하기 전에 탈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보지만. 동서남북, 사방이 배드 엔딩 뿐이다.

별별 노력을 다 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헤르미안. 그녀의 앞에 낯선 생명체가 나타난다.

“나랑 계약을 맺자, 헤르미안. 마법청년이 되어 세상을 지켜보자고.”
그렇게, 기존에는 없던 히든 루트인 <가디언 특별 전형> 루트를 타게 된 헤르미안.

과연, 지은이는 이 세계의 엔딩을 제대로 다시 쓸 수 있을까?

 
03
작성일 : 20-09-30 18:05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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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보면 무술 배운 적 한 번 없을지라도 주인공 버프 받으면, 달리는 차에서 멋지게 뛰어내리던데.

 

 퍼억. 데굴 데굴 데굴.

 

 ‘젠장, 아파 죽을 것 같아!’

 

 지은, 아니, 현 헤르미안인 나에게는 버프 따위 없었다.

 

 “아가씨?!”

 

 셀레나 사제가 헤르미안의 기행에 기함을 토하는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그래, 성공이야!’

 

 보아하니 블러드 필드는 아직 활성화 안 된 것 같았다. 셀레나 사제에게 죽는 게 아니더라도 배드 엔딩만 가득한 그곳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데구르르르르. 퍽.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가던 중 딱딱한 무언가에 부딪혔다. 돌부리인가 싶어 올려다 본 그곳에는 로브를 뒤집어 쓴 여성과 남성이 서 있었다.

 

 “뭐지? 이 같잖은 계집은?”

 

 여성이 살며시 후드를 들어 올렸다. 가려졌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그니스 황녀?!”

 

 가슴 부근까지 내려온 금발에 연한 갈색 눈동자. 우아하게 내려간 눈매와 그 옆에 있는 눈물점. 한눈에 척 봐도 싸가지 없어 보이는 모습은, 바로 <블러드 필드에서 탈출하는 방법>의 주인공들 중 하나인 에니타스 제국의 황녀, 아그니스 폰 프리지안 브류나크였다.

 

 퍽.

 

 같잖다는 듯 내려다보던 그녀가 갑자기 몸을 걷어찼다.

 

 “어디서 내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려.”

 

 내가 만든 캐릭터한테 걷어차이는 기분은 여러모로 묘했다. 그러나 그녀는,

 

 퍽.

 

 벌러덩 자빠진 나를 또 한 번 걷어찼다.

 

 “똑바로 다시 말해. 높임말.”

 

 미친… 욕 나오는 인성. 역시 QA 당시 얘 인성은 왜 블러드 필드 활성화 되지도 않았는데 이따위예요? 라는 질문이 빗발치던 캐릭터다웠다.

 

 “……잘 컸구나, 아그니스.”

 

 “…뭐?”

 

 “내 생각보다 잘 컸어. 그래.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 네 대사 치면서 대리만족하던 보람이 있었어.”

 

 그러나 아그니스는 어미 새의 마음은 전혀 몰라주고 눈썹을 찌푸린다.

 

 “지금 황족을 능멸하는 건가?”

 

 호감도 깎이는 소리가들렸다. 자존심 강한 아그니스의 심기를 거스른 듯 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비록 황족의 서열은 낮을지언정 너 하나 따위 없앤다고 하여 처분을 받을 만한 위치는 아니다.”

 

 그녀가 급기야 칼을 뽑아들려 할 때였다.

 

 “당장 도로 집어넣어.”

 

 마치 어두운 새벽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그니스의 옆에 서 있던 검은 로브를 쓴 남자. 그가 후드를 벗었다. 얼굴을 보는 순간 헤르미안은 깨달았다.

 

 <그는 에니타스의 제국민들과는 결이 다른 외모를 지녔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는 어두운 밤하늘 같았고 푸른빛의 눈동자는 마치 새벽의 여명을 보는 듯 했다.>

 

 반스타인 폰 프리지안 브류나크. 그는 <블러드 필드>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그 묘사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아니 오히려 부족해 보이는 남주가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마음 아파할 것 같은 그는 고결했다. 2D 디자인으로 봤던 것보다 더욱 고결했다. 마치 인간 그리스 신전을 보는 것처럼.

 

 그리스 신전이 나를 본다. 묘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본다. 성큼, 성큼. 나에게로 걸어온다.

 

 “헤르미안.”

 

 당황한 아그니스.

 

 “…이게 헤르미안이라고?”

 

 반스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헤르미안은 뭐하는 캐릭터기에 이 두 사람을 알고 있는 거지? 궁금해 하기도 잠시.

 

 “황태자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 셀레나 사제입니다.”

 

 어느새 마차에서 내린 그녀가 이곳으로 다가왔다. 반스타인은 서늘한 말투로 셀레나에게 말했다.

 

 “분명히 황궁에 먼저 들리라 했을 텐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신전에서 귀환의 축성을 올린 뒤 바로 가려고 했답니다.”

 

 “축성은 미룬다. 블러드 필드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해야 합니다. 저주의 기운이 묻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온전하진 못할 거란 걸 이미 알 텐데?”

 

 “언제나 예외라는 것이 있는 법입니다.”

 

 “…하긴. 그대는 에니타스 수호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사람이니 성전 첫 페이지에 있는 구절을 잘 알겠군.”

 

 둘 중 어느 누구도 지지 않을 기 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 사제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황태자가 성큼 셀레나 사제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럼 묻지. 에니타스님께서는 힘들고 지친 자에게 제일 먼저 축성을 드리라고 하였는가, 아니면 먼저 목을 축이라고 하였는가.”

 

 이곳은 에니타스 제국. 성 에니타스라는 수호신의 가호를 받는 나라였다. 그렇기 때문에 에니타스의 이름은 곧 법이나 마찬가지였다.

 

 ‘중세 유럽에는 신이라는 절대 존재가 선이 된 적도 있고, 악이 된 적도 있었지. 그걸 살리기 위해 넣었던 설정이었는데.’

 

 이렇게 메인 남주가 말발에서 이기기 위해 유용하게 써먹는 모습을 보니 기쁠 따름이었다.

 

 셀레나 사제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반스타인의 말에 따르는 듯 보였다.

 

 “알다시피 헤르미안은 어릴 적부터 아카데미를 같이 다니던 동기야. 축성은 무조건 받겠지만, 아주 잠깐만이라도 내가 직접 상태를 살피고 싶어.”

 

 고개를 숙였던 셀레나가 이윽고 고개를 들더니 빙그레 웃었다.

 

 “에니타스님의 말씀을 받들어야지요. 일단 목을 축이시지요. 내일 동이 트면 찾아뵙겠습니다.”

 

 “…그러지. 나 또한 사제의 배려를 기억하도록 하지.”

 

 반스타인 역시 마주 미소 지었지만 둘 사이엔 한파가 부는 듯 했다. 셀레나는 베일로 얼굴을 가리며 마차에 올라탔고 이내 그녀가 탄 마차는 신전을 향해 사라졌다.

 

 “어쩌자고 신전을 건드리는 겁니까? 제겐 마을의 동태를 살피자고 하시더니, 처음부터 헤르미안을 데려올 작정으로 밖으로 나오신 거죠?”

 

 “…목적을 다했으니 이만 가 봐도 좋다.”

 

 반스타인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고, 아그니스는 부들부들 떨며 헤르미안을 노려보았다.

 

 뭐야. 잘못은 반스타인이 했는데 왜 나를 노려봐, 죽으려고 저게. 어미 새도 못 알아보고.

 

 “아카데미 시절부터 그러더니 돌아와서까지 기어이… 이 일은 꼭 기억할 거다, 헤르미안.”

 

 무섭게 쏘아보던 아그니스는 로브를 걸친 뒤 휙 돌아섰다. 그러나 우리의 남주는 동생의 분노따위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헤르미안을 본인 쪽으로 돌려세웠다.

 

 “…잘 왔다.”

 

 뭔가 사연 많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던 반스타인은, 이내 천천히 손을 올렸다. 목에서 뺨으로 올라오던 그 손은…

 

 헤르미안의 볼을 아프게 꼬집었다.

 

 “아!”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자 즐거운 듯 웃는다…?

 

 “…살아있는 것 맞군.”

 

 “…아까부터 죽어있지는 않았답니다.”

 

 “혹시 모르지. 이미 죽었을지도.”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반스타인.

 

 ‘…맞아. 여긴 블러드 필드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블러드 필드. 해피엔딩 하나 없는….’

 

 그제야 떠올랐다. 내가 손수 이 게임의 해피엔딩을 모두 없애버렸다는 사실이.

 

 ‘큰일 났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에 오싹한 기운이 찰싹 달라붙는 듯 했다. 아까 전, 셀레나와 손이 맞닿았을 때 머릿속에 떠올랐던 영상이 어른거렸다.

 

 ‘내가 여기 탈출 루트 모두 없애버렸는데…. 여기 배드 엔딩 밖에 없는데….’

 

 헤르미안이라는 히든 캐릭터에 빙의하기 전, 했던 일이 그것이었기 때문에 아주 잘 알았다. 블러드 필드가 되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통행로를 통해 나가야 하나? 아니면 비상 출입구? 외나무 다리로 가는 방법도 있어, 하지만 이미 그 모든 게 막혀있다면…?

 

 “헤르미안.”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반스타인이 그녀를 불렀다. 살며시 기울어진 눈매는 무언가 언짢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아니요, 그냥. 별 생각 않고 있었어요.”

 

 그는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인 채, 고개만큼이나 삐딱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반스타인은 망설임 없이 본론을 꺼냈다.

 

 “8년 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지?”

 

 “네?”

 

 “지금껏 블러드 필드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변경을 헤집고 다니면서도 찾지 못했는데. 에니타스 전역 어디에서도 네 행방을 찾지 못했었는데.”

 

 반스타인의 청안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헤르미안은 처음 알았다. 푸른 눈도 불꽃처럼 이글이글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을.

 

 “8년 동안이나 어디서 뭘 하고 있던 거지? 생존했다면 당장 내게 왔어야지, 몸이 온전치 못했다면 다른 방법이라도 써서 내게 연락 했어야지.”

 

 꽤 화가 난 듯 보였던터라 오히려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반스타인이라면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녀석인데. 얘가 나 때문에 화를 낸다고?’

 

 메인 남주 녀석이 내게 화를 내고 있다. 내가 8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 수 없는 감정에 가슴이 뭉클해진 헤르미안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미안하네요. 기억이 잘 안 나.”

 

 물론 정말 미안했다기보다는 그저 걱정하는 그를 위로하고 싶었을 뿐이지만. 어쨌든 그런 안타까운 마음 때문에 반스타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또 다시, 머릿속에 처음 보는 영상이 2배속을 돌린 화면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치 셀레나 사제 때 그랬던 것처럼.

 

 「생명의 무게라.」

 

 그리고 그 영상의 중앙에는 검은 머리에 온통 피범벅이 된 반스타인이 수많은 시체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

 

 「궁금하군. 나와 그대들의 생명의 무게를 잰다면, 어느 쪽 저울이 기울 것이라 생각하는가?」

 

 이윽고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둘러 두려움에 떨던 나머지 사람들의 목을 전부 베어버렸다.

 

 「내가 끝까지 살아남는 편이 더 가치 있을 거야.」

 

 피가 튄 제 입술을 핥으며 그가 내뱉는 말을 끝으로 다시 온통 검은색 세상이 되더니, 이윽고 붉은색 글씨로 타이틀이 떠올랐다.

 

 <배드 엔딩, 72 : 지옥의 군주>

 

 멈칫.

 

 반스타인의 손을 잡았던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뿌리쳤다.

 

 그의 놀란 듯한 표정에 헤르미안은 모기를 잡느라 그랬던 척 다시 그의 손을 붙잡았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어떤 영상도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망했다……. 난 진짜 망했어.’

 

 여태껏 본 배드 엔딩은 헤르미안이 만든 234가지 배드 엔딩 중 두 개의 티끌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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