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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작전-7
작성일 : 16-10-27 01:37     조회 : 432     추천 : 1     분량 : 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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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더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달래기 위해 찬 공기를 들이켰다. 그러나 답답한 속은 나아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병력 차출. 그것이 두통과 속앓이의 원인이었다. 루더의 아버지는 용병을 고용해 자신의 영지를 지켰다. 루더는 그럴 수 없었다. 아버지 대의 지출은 루더 대에서 회복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소수에 불과한 영지민들 사이에서 다수의 병력을 뽑아야만 하는 상황이, 루더를 괴롭게 했다. 루더는 마땅한 해결책을 떠올리지 못하며 비틀비틀 말을 몰았다.

 

  루더가 숙소에 도착했을 땐, 해가 저무는 중이었다. 인기척을 내자 하이젤이 문을 열고 루더의 품에 뛰어들었다. 하이젤의 뒤에서 갈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엘라가 루더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루더가 하이젤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말할 게 있어.”

  “나쁜 일이야?”

 

  하이젤이 묻자 루더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쩌면.”

 

  루더는 하이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엘라가 차를 내오자 루더가 빙긋 웃었다.

 

  “지금 머리가 훨씬 낫군. 예전 머리는 미역 줄기 같았는데.”

  “감사해요, 남작님.”

 

  엘라가 미소로 답하자 루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흠. 이 반응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 나는 좀 더…….”

  “여보, 장난은 그만해.” 하이젤이 루더의 말을 끊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루더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황금 지붕의 폭발과 폭풍 전야 같던 다리아 공작과 필립의 대립,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 그 모든 게 루더의 머릿속에서 두서없이 뒤섞여 있었다.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루더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다른 모든 이야기를 지운 채, 자신이 받은 명령만을 남겼다.

 

  “마법사 토벌 작전이야. 나도 참전하고. 병력 이백을 데려오래. 전하께서 직접 명령하셨어.”

 

  루더의 말에 하이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이백 명이나? 그렇게 많은 병력을 어떻게 뽑아?”

  “일단 내 밑에 병사 오십이 있으니 백 오십 명만 뽑으면 돼.”

  “루더.” 하이젤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수확 철이야. 백 오십의 인원을 뽑는 건 무리야. 천명도 되지 않는 영지민 중에서 어떻게 그 많은 인원을 데려가?”

  “나도 모르겠어.” 루더가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뭔가 일어날 거라는 예감은 했어. 그러지 않고서야 공작이 날 부를 리 없을 테니까. 작전을 시행한다고 했을 때도 많이 놀라진 않았어. 이 기회에 공을 세워서 더 나은 지원을 받아야겠다고만 생각했지. 물론 한 명의 기사로 참전해서. 그런데 이백을 데려오라니.”

  “이건 불공평해.” 하이젤이 화내며 말했다. “트루소는 황무지와 맞닿은 곳이야. 개간에 성공한 게 기적인 동네라고. 어떻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부탁해 볼 사람 없어?”

 

  루더는 곰곰이 생각했다. 단 한 명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알 지역을 전체를 관할하며, 작전 시 자신의 최고 상관이 될 남자. 다리아 솔헤인 공작이었다.

 

  “공작님을 뵈어야겠어.”

  “솔헤인 공작님?” 하이젤이 놀라며 입을 가렸다. “만나 주실까?”

  “찾아가 보면 알겠지. 억지라도 부리겠어.”

 

  그러자 하이젤이 안쓰러워하는 눈빛으로 루더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미안해, 여보.”

  “무슨 말이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서.” 하이젤이 눈물을 글썽였다. “계속 참았는데, 안 되겠어.” 하이젤이 루더의 눈을 바라봤다. “당신, 죽을 수도 있잖아.”

 

  루더는 하이젤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가져갔다. 하이젤은 루더의 심장 박동을 느꼈다. 루더의 심장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규칙적으로 울렸다. 그것이 하이젤의 불안을 조용히 밀어냈다. 루더가 하이젤에게 속삭였다.

 

  “나도, 아버지도 2차 작전에서 살아남았어. 아버지의 부대는 희생자가 가장 적은 부대 중 하나였고.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나도 아버지도 누굴 지키거나 살아남는 덴 자신 있다, 이거야.”

 

  하이젤이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더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하이젤의 눈물을 훔쳤다. 루더가 하이젤의 어깨너머로 엘라에게 말했다.

 

  “엘라. 난 당분간 수도에 머물 거야. 아내와 함께 영지로 돌아가 있거라.”

  “예. 남작님.”

  “필요한 게 있으면 하디가 도와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엘라는 가볍게 인사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엘라는 책상 앞에 앉아, 지도를 확인했다. 남작님의 영지에서 준비를 마치고 황무지로 가야겠어. 그때, 문득 루더의 얼굴이 머리를 스쳤다. 엘라는 책상에 엎드렸다. 남작님은 괜찮으실까. 마법사와의 전쟁……. 대체 어떤 걸까. 단 한 명의 마법사도 그토록 무서운데……. 그날 밤, 엘라는 잠들지 못했다. 루더와 하이젤도 마찬가지였다.

 

 ***

 

  말락은 떨리는 팔로 옷을 추슬렀다. 지난밤, 그는 황금 지붕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눈을 떴다. 후미진 거리였다. 말락의 몸은 골절과 타박상, 그리고 화상으로 망가져 있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그곳에서 말락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돌이켜 생각했다. 튕겨 나온 거야. 정말 구사일생이 따로 없군. 마법사에게도, 필립에게도 살아남았구나, 말락.

 

  그는 장대를 짚고 일어섰다. 부러진 다리에 힘이 들어가자 절로 비명이 터졌다. 말락은 자신의 비틀린 손가락을 물어 비명을 삼켰다. 들켜선 안 돼. 조용히, 조용히 움직이자. 그는 장대에 기대 절뚝이며 걸었다. 골목과 골목, 어둠과 어둠 사이를 지나가며 그는 자신의 운명과 분노에 치를 떨었다. 필립 이놈. 날 죽이려 해? 두고 보자. 내 너를 반드시 처단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몸을 피해야 할 때. 어떻게 수도를 뜨지? 말락은 곰곰이 생각했다. 몸을 다친 그는 말을 탈 수 없었다. 다른 이동수단이 필요했다. 말락은 떠올렸다. 이를테면, 마차 같은 것. 그래 마차야. 말락은 고통을 참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

 

  잠에서 깬 하이젤은 테이블 위에서 남편이 남긴 쪽지를 발견했다.

 

  <자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깨우기 싫었어. 다녀올게. –루더>

 

  쪽지는 루더 특유의 가벼운 필체로 쓰여 있었지만 읽는 하이젤의 마음은 무거웠다. 하이젤은 떠날 준비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곤 엘라의 방문을 두드렸다.

 

  “엘라, 준비 다 했니?”

  “예, 마님.”

 

  문이 열리고 엘라가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하디가 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이젤이 하디에게 다가가 물었다.

 

  “하디. 남편 나가는 거 봤어요?”

  “예, 마님.” 하디가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마님과 엘라 아씨를 잘 모시라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도울 거 없을까요?” 엘라가 묻자, 하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일은 알 코른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아씨의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 아닌가요?” 하디가 고삐를 점검하며 말했다. “그때가 되기 전엔 푹 쉬세요. 참, 그리고.” 하디가 엘라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속삭였다. “동생분은 방부처리를 마쳤습니다. 어쩔 수 없이 떼어내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하디가 말을 흐리자 엘라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동생을 데려가겠다는 건 제 억지인걸요. 그 정도로도 충분하고, 감사해요. 하디 씨는 제 은인이에요.”

  “별말씀을. 주인님의 손님은 모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

 

  하디가 눈인사하며 자리를 떴다. 마차에 탄 하이젤이 엘라를 불렀다.

 

  “엘라! 얼른 타지 않고 뭐하니?”

 

  엘라가 바람에 흩날리는 치마를 잡으며 말했다.

 

  “동생 좀 보고 와도 될까요?”

  “그럼, 당연하지.”

 

  하이젤의 허락을 받은 엘라는 짐마차 쪽으로 걸어갔다. 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반질반질하게 닦인 관이 보였다. 엘라는 관을 열었다. 이엘의 전신은 붕대에 둘러싸여 있었다. 엘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네 얼굴을 더 보고 싶은데. 엘라는 숨죽여 울었다. 동생을 떠나보내야 할 날이 점점 더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엘라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사슴의 눈을 통해 바라본 동생을 떠올렸다. 화판을 들고서 곁눈질로 자신을 바라보던 이엘의 모습은 이미 많은 부분이 흐려져 있었다. 엘라는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붕대로 감은 동생의 볼에 입 맞췄다.

 

  “널 위해 복수할게.”

 

  엘라의 목소리를 담은 숨결이 이엘의 귓가에 닿았다. 그녀는 관을 닫았다.

 

  밖으로 나오자 하이젤이 누군가 대화하고 있었다. 갈가리 찢긴 누더기를 걸친 남자였다. 하디가 그의 팔을 잡고 있었다. 엘라는 하이젤 곁으로 다가갔다.

 

  “마님, 부탁입니다. 한 번만 도와주십쇼.”

 

  남자의 몸에선 피비린내가 풍겼다. 장대를 짚은 팔은 부들부들 떨렸고 반대쪽 팔은 축 늘어져 있었다. 부러진 발톱마다 피가 고여 있었다.

 

  “제가 보기엔 의사를 찾아가는 게 나을 거 같아요.” 하이젤이 남자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남자가 다급하게 손사래 쳤다.

 

  “사정이 있습니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시면 그 은혜, 평생 갚으며 살겠습니다. 마님, 제발 도와주세요.”

  “마님. 신용 할 수 없는 자입니다. 어서 마차에 오르세요.” 하디가 남자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그러자 남자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 탓에 하디가 남자의 팔을 놓쳤다. 놀란 하이젤이 뒷걸음질 쳤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한 번이면…….”

 

  그때, 하이젤이 돌아온 엘라를 발견했다. 하이젤이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엘라에게 말했다.

 

  “엘라, 어쩌면 좋을까. 사정도 알려주지 않고서 도와달라니.”

 

  엘라는 잠시 고민했다. 더러운 옷과 큰 상처, 범벅된 핏자국이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위험한 사람일지도 몰라. 엘라는 데려가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는 하이젤의 눈 안에 비친 자신을 발견했다. 엘라는 시체를 안은 채 쓰러져 있었다. 옷은 해지다 못해 벗겨져 있었고 발바닥은 피투성이였다. 그녀가 안고 있던 시체로 벌레가 기어 올라왔다. 엘라는 눈을 감았다. 사정을 알리지 않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눈을 뜨자 더러운 옷과 상처, 핏자국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도와야 해요. 그게 옳아요.”

 

  엘라의 대답을 들은 남자가 엘라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리곤 크게 절하며 외쳤다.

 

  “감사합니다! 아씨, 감사합니다!”

  “너라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하이젤이 미소 지으며 손을 뻗었다. 남자가 손을 맞잡았다. 하디가 남자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어 일으켜 세웠다.

  “이름이 뭐죠?”

 

  하이젤이 묻자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곤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말락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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