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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스산한 죽음
작가 : 기옹
작품등록일 : 2020.8.16

미스테리한 가상의 마을 거시를 배경으로, 마을의 비밀과 마주한 남자의 고뇌와 방황을 그린 작품

 
스산한 죽음-14(최종)
작성일 : 20-09-30 16:38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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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4.

 

  철물점에 들어서자 신문을 보고 있던 주인이 코 끝에 걸치고 있던 돋보기 안경을 끌어올렸다. 인자하게 생긴 인상 뒤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인상과 같이 부드러운 목소리에 분명한 발음과 억양에서 어느 정도의 학식을 갖춘 사람 같았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좁은 내부에 진열된 물건들을 둘러봤다.

  “뭐 찾으시나?”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그의 말투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벽면 보수를 하려고 하는데 시멘트랑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려고요.”

  “아하…….”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 밝고 경쾌한 억양이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벽이라면 어디? 베란다? 다용도실? 금간 데만 살짝 메울거면 시멘트 한 포대면 되는데.”

  시종 미소를 띠고 있는 주인의 얼굴이 보기 좋지 않았다.

  “아뇨, 그보다 좀 더 많이 필요한데……. 한 다섯 포대 주세요.”

  “오케이. 그럼 배달해 줄 테니 주소를 알려줘요. 미장에 필요한 도구는 내 알아서 갖다 드리리다.”

  결제를 위해 카드를 내미는 내게 주인이 말했다.

  “연립에서 오랜만에 시멘트를 사 가네. 예전에는 많이들 사가고는 했는데 말이야. 작년인가? 어떤 잘생긴 남자가 사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참, 오랜만이야.”

  나의 모습 묘사

  “아, 다른 뜻은 없네. 예전에는 거주하는 주민들도 많고 하니 보수들을 많이 하고 살았지. 그래서, 반가워서.”

  트럭에 물건을 싣는 주인은 시종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여기 오래 사셨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당초 나의 반응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은 대화였다. 남자는 운전하는 동안에도 계속 혼잣말을 했다.

  “참, 재밌는 동네야, 안 그런가? 내가 여기 신도시 개발한다고 했을 때 들어왔으니까, 한 40년 됐지? 예전에는 이 동네 참 재밌었는데 요즘은 통 재밌는 일이 없었단 말이지. 그런데, 오랜만에 외지 손님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들떠지네.”

  철물점 주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5층 현관 앞까지 시멘트를 배달해주었다. 가까이에서 본 주인의 팔과 어깨가 생각보다 단단해 보였다. 50대 중반쯤으로 보였지만 나이에 비해 체력이 상당했다.

  “혹시 괜찮다면 물 한 잔만 마실 수 있을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물을 가지러 들어갔지만 내심 불안했다. 서둘러 생수 한 병을 가지고 나와 주인에게 건넸다. 주인은 생수를 받아들고 고맙다는 말을 남긴 채 연립을 떠났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여자가 돌아왔다. 베란다 창고의 문이 시멘트에 가려져 사라졌다.

  “내일 한 번 더 발라야 할 것 같아.”

  시멘트 미장으로 어수선한 베란다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나를 보자마자 여자는 울음을 터트렸다.

  “재밌네, 이 동네.”

  낮의 철물점 주인의 말투가 떠올랐다. 이것도 원했던 결말은 아니었는데…….

 

  개구리 울음소리가 적막한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해 뜨기 직전의 푸르스름한 어둠이 도리어 주변을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흑백영화의 배경 같았다. 위층 남자에게 맞았던 옆구리가 아직도 뻐근했다. 담배를 피울까 하다가 담배를 담배갑에 넣었다. 복도 난간에 팔을 궤고 둑방쪽을 바라봤다. 제임스 생모의 집은 오늘도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둑방에 누군가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뚫어지게 그를 주시했다. 정체모를 대치는 해가 뜨면 끝날 것이고, 오늘이면 완전히 끝날 것이다.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듯 둑방에 앉아 있는 남자쪽에 밝은 빛이 빛났다. 그때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여전히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전화였다. 오늘도 통화 버튼을 누르고 가만히 전화기 너머 발신자의 소리에 집중했다. 전화기 너머의 세상은 여전히 고요했다.

  “제임스?”

  “…….”

  “제임스, 제임스 맞나? 난 오늘 여기를 떠나려고 합니다. 혹 제임스가 예상했던 결말이 아니라면 미안합니다. 인생은 늘 그렇듯 계획대로,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더군요. 요즘 들어 제임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과거는 모르는 게 낫다는 말. 어머니가 침묵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하니 어머니는 저를 무시했던 것이 아니라 제 삶을 존중했던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계속 어머니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던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민망하더군요. 오히려 당황스러웠을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진실을 알려고 무던히도 발버둥 쳤던 내가 어리석었던 것이지요. 진실은 판도라의 상자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자를 여는 제 손에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일찍이 말을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았겠지요.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혹시 생모를 만나 말해보았나요? 보고 싶었다고 말입니다. 진실은 어머니들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인지…….”

  말을 마치고 통화중지 버튼을 눌렀다. 둑방에 앉아 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파란색 지붕집으로 들어갔다. 막연했던 공포와 두려움도 함께 사라졌다.

 

  여자가 자정을 훌쩍 넘겨 돌아왔다. 여전히 술 냄새가 풍겨왔다. 여자의 손에는 치킨과 맥주가 들려있었다.

  “먹고 가.”

  여자는 식탁에 상을 차렸다.

  “같이 가자.”

  여자는 답이 없었다. 입을 꾹 다문 여자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나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여자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나는 배낭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간다.”

  “오빠!”

  여자의 부름이 현관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멈춰서게 했다. 여자를 돌아봤다.

  “오빠, 나 좋아해?”

  여자의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답을 하기에 아직 이르거나, 너무 늦었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505호를 나왔다. 여자의 울음소리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트럭을 세운 건 강원도의 한 국도변이었다. 졸음쉼터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였다. 거시를 떠나기 전 여자는 내게 남자의 차 키를 건넸다.

  눈을 뜨니 동이 터 오고 있었다. 트럭에서 내려 차 키를 수풀 속으로 던졌다. 어디로 갈 지는 몰랐다. 그때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무작정 걷다 보면 어딘가 도착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곳에 지친이가 쉴 수 있는 작은 식당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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