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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 대문
작가 : 웨인킹
작품등록일 : 2020.8.31

뒤늦게 꿈틀거리는 살인충동을 발견한 남자와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여자가 만난다.
그들에게 불어닥치는 고통의 소용돌이. 그 끝을 알수없는 불행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상황을 바꾸어보려는 정민의 노력앞에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18화. 회상
작성일 : 20-09-30 16:34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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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년 전, 제주도의 어느 외곽.

 

  노을이 뉘엿뉘엿 지고 있는 여름밤.

 

  야트막한 담장과 키가 작은 야자수가 있는 집, 작은 마당에는 소년과 그의 엄마가 손수레에 있는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야 우리 정민이 장사네, 그걸 다 번쩍번쩍 들고!”

 

  여자는 10킬로 짜리 쌀 포대를 번쩍 들어 올리는 아들의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이제 왔냐?”

 

  방문이 열리면서 거동이 편치 않은 여자의 아버지가 얼굴을 내밀었다.

 

  “네 아버지,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우리는 먹었다만, 너는?”

 

  “네 저도 정민이하고 가게에서 먹고 왔어요.

 불고기 재료가 좀 남았네요. 내일은 제가 좀 일찍 마치고 와서 아버지, 엄마, 저녁 맛있게 해드릴게요.”

 

  “힘들게 무슨, 우리는 그냥 알아서 먹으니까

 정민이나 잘 챙겨라.”

 

  “힘들기는요. 아무튼, 내일은 우리 넷이서 맛있게 저녁이나 먹자고요.”

 

  덥다고 마루에서 잠을 자는 정민을 위해 엄마는 모기장을 치고 한쪽에 모기향을 피웠다.

 

  “정민아. 내일은 가게 오지 말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일은 엄마가 일찍 마치고 집에 와서 저녁 먹을 거야. 엄마가 내일 집에서 맛있는 것 많이 해줄게.”

 

  “아. 알았어요. 엄마!”

 

  이제 막 잠이 들기 시작한 정민은 잠결에 대답했다.

 

  잠든 정민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던 여자는 이불을 치켜 올려주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시냇가에 모인 친구들과 정민은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정민은 미꾸라지 3마리와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 친구들 중 1등이었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친구가 울상을 지으면서 말했다.

 

  “정민아 나 한 마리만 줄래?”

 

  “그래. 조금 더 잡고 있다가 갈 때 줄게!”

 

  한참을 고기 잡기에 열중인데, 한 친구가 말했다.

 

  “얘들아? 너희는 집에 안 가냐? 나는 이제 저녁 먹으러 집에 가야 해!”

 

  ‘아차차’

  정민은 오늘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자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나도 가야겠다. 야 너 이거 한 마리랑 개구리도 줄게.”

 

  “진짜?”

 

  정민의 선심에 친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개구리와 미꾸라지 한 마리를 건넨 정민에게 고맙다는 친구를 보고 정민은 미소를 지었다.

 

  플라스틱 컵에 미꾸라지 세 마리를 담아 넣은 정민은 뛰기 시작했다. 한 손은 찰랑거리는 컵 입구를 막고 한 손은 컵을 받치면서.

 

  간만에 엄마가 집에 일찍 오는데 빨리 가서 엄마를 맞이하고 싶었다. 게다가, 미꾸라지 잡은 것도 빨리 자랑하고 싶었다.

 

  물이 묻은 슬리퍼가 미끄러워, 뛸 때마다 발이 슬리퍼 밖으로 빠져 나갈 것만 같았다.

 

  백 미터 전방에 야트막한 담장과 키 작은 야자수가 보였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잠시 숨을 고른, 정민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집 앞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정민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바닥에 엎어진 플라스틱 컵에서 나온 미꾸라지가 땅바닥에서 펄떡거렸다. 흙이 묻은 미꾸라지를 다시 컵 안에 담아 넣었다.

 

  무릎에 난 생채기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정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문을 열었다.

 

 마당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와 있었다.

 

  “엄마는 아직 안 왔어요?”

 

  “그러게 말이다. 올 때가 지났는데 아직 연락도 없네. 가게 전화했는데 전화도 안 받네. 손님이 많은가?”

 

  “제가 가게 한번 가볼게요.”

 

  정민은 미꾸라지가 든 플라스틱 컵을 마당 평상 위에 올려놓고는 말했다.

 

  “얘야 너 무릎에서 피 나잖아?”

 

  “괜찮아요. 빨리 가서 엄마랑 같이 올게요.”

 

  정민은 그대로 뛰어나갔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정민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정민은 뒤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엄마의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해서 지고 있었다.

 

  식당 문은 잠겨 있고, 불도 꺼져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정민은 유리문을 두드리며 엄마를 불러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혹시 벌써 집에 가셨나? 가게 주변을 한참 둘러보던 정민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오십 미터쯤 걷다 보니, 도로 옆 갓길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여자의 신발 같았다.

 

  정민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달려가, 떨어진 신발을 주웠다. 엄마의 신발이었다.

 

  떨어진 신발 주변 바닥에는 핏자국 같은 것이 떨어진 흔적이 보였다. 핏자국을 따라, 정민은 갓길 너머 수풀이 무성한 쪽으로 발을 옮겼다.

 

  엄마가 끌고 다니던 자줏빛 손수레 옆에, 쓰러져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정민은 엄마를 본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만 같았다.

 

  엄마의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정민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며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의 코에 귀를 갖다 대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엄마, 엄마!”

 

  정민은 울부짖었다.

 

  교회도 절도, 성당도 가지 않는 정민이였지만 그들 중 누군가 꼭 필요한 순간이었다.

 

  “살려주세요. 제발요.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제발 한 번만요!”

 

 

  그들의 작은 마당은, 갑자기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찰들, 동네 이장 및 통반장, 경황이 없어 사고를 실감 못 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에 의해 부축을 받고 마루에 앉아 있었다.

 

  엄마의 시신은 현장에서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다. 경찰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 정민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평상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정민의 까진 무릎에는 마른 피가 번드르르하게 붙어 있었다.

  ‘내 잘못이야, 내가 좀 일찍 가서 엄마랑 같이 왔어야 하는데.’

  정민은 소용없는 자책을 하고 있었다.

 

  정민은 이렇게 엄마를 보낼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서 엄마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정민은 경찰관에게 달려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저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엄마를 한 번 더 봐야 해요. 저 좀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네?”

 

  14살, 더벅머리 아이의 절규에 마당에 모인 마을 사람들은 모두 코끝이 찡해졌다.

 

  평상 위에 놓인 플라스틱 컵, 미꾸라지들은 더는 팔딱거리지 않고 있었다.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이륙하겠습니다. 좌석벨트를 매셨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굉음과 함께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렸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남자는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남자는 전 부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탔다. 물론 기분 좋은 이유로 만나러 가는 것은 아니었다.

 

  여자는 이혼 합의금 1억 원을 요구했다. 원활한 이혼 합의를 위해서 1억 원을 주겠다고 하고 6천만 원을 먼저 넘겨줬다. 하지만, 남자는 나머지 4천만 원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지난 몇 주에 걸쳐, 전화 통화를 하면서 설득해 보았지만, 여자는 요지부동이었다.

 

  남자는 묘한 수 하나를 떠올렸다. 아들이 대학 갈 때까지 양육비를 매달 주겠노라고 여자를 꾀어보는 것이었다. 물론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몇 개월 주다가 연락 끊으면 그만이었다.

 

  이혼 후 여자가 아들과 함께 제주도에 간 것은 어찌 보면, 잘된 일이었다. 다시 볼 확률이 얼마 없으니까.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착륙하겠습니다. 좌석벨트를 매셔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여자를 잘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제주 공항에 내린 남자는 곧바로 렌터카 업체로 향했다. 밤 열시, 서울행 비행기를 타려면 서둘러야 했다.

 

  여자가 운영하는 허름한 식당 구석에 앉은 남자와 여자는 옥신각신 중이었다.

 

  전처는 예전 같지 않았다.

 남자의 사탕발림에도 좀처럼 넘어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머지 4천만 원 대신에 정민이 대학까지 매월 양육비를 대겠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니까. 당신도 생각해봐, 내가 이미 당신한테 6천만 원도 대출받아서 줬잖아, 나 같은 일하는 사람이 목돈이 어딨어? 매월 양육비로 받으면 나도 벌어서 보낼 수가 있잖아. 내 입장도 생각해줘야지!”

 

  “당신 입장 내가 모르진 않지만, 이미 1억으로 합의 한 거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어렵다니까. 그것도 분할 납부하는 것에 동의한 거고!”

 

 대진은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4천 안 받고, 양육비로 받겠다고 하면, 그 돈을 당신이 매달 보낼지 안 보낼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제기랄, 여자는 대진의 속임수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오늘 여자를 설득하기는 글러 먹은 것 같았다.

 

  “이 여편네 완전히 돈독이 올랐구먼!”

 

  열이 받은, 대진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중얼중얼 욕을 내뱉던 대진은 담배를 하나 물고는 건너편 갓길에 세워둔 렌터카로 향했다.

 

  대진은 차에 앉아, 두 번째 담배를 꺼내 물었다. 흥분만 마음을 좀 가라앉혀야 했다. 식당 쪽을 바라보니 여자가 불을 끄고 손수레를 밀며 나오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급하게 시동을 건 대진은 차를 유턴하여 갓길로 걸어가는 여자 옆에 붙였다.

 

  담배를 입에 문 채, 차창 문을 연 대진은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

 

  “그럼 내가 천만 원 먼저 주고 나머지는 양육비 돌리는 건 어때?”

 

  “아니요, 그냥 4천 빨리 주고 양육비 안 받을게요. 빨리 보내주세요,”

 

  전처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했다.

 

  “정말 이럴 거야?”

 

  대진은 멀어지는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

  여자는 소리 지르는 대진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단호한 여자의 반응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대진은 차를 세웠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어스름했고, 도로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여자는 빠른 걸음으로 손수레를 끌며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대진은 페달을 밟고 속도를 냈다. 50km, 60km, 70km 이제 곧 여자를 지나칠 순간, 바로 그때 대진은 핸들을 급하게 왼쪽으로 꺾었다. 차체에 느껴지는 둔탁한 충격과 함께 여자의 몸이 공중으로 붕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끼익’

 

  대진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 문을 열고 나온 대진은 여자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도로 갓길 너머, 수풀 쪽으로 걸어가니, 여자의 손수레가 보였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여자를 확인하려는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대진은 황급히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탄 그는 저속으로 차를 달렸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굳이 과속해서 이목을 끌 필요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속도계가 30km에 이르자, 좌측에 뛰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제기랄, 그는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뱉었다.

 

  그의 아들 정민이었다.

 

  사이드미러로 보니, 아들은 사고지점을 지나 계속 뛰어가고 있었다.

 

  아들이 멀어진 것을 확인한 순간, 대진은 다시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수풀 더미 여자가 있는 쪽으로 뛰었다. 여자는 손수레 옆에 쓰러져 있었다. 머리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심장 박동도 없었다.

 

  여자는 확실히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다시 차량으로 돌아온 대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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