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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차원표류자의 살림꾼이 되었다.
작가 : 냉모밀
작품등록일 : 2020.9.30

이름값을 기가 막히게 해오던 청년 은태평.
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새를 발견했다.
다시 보니 그건 새가 아닌 사람이었고, 태평의 집 창문을 깨부수며 들어온 그녀석은 다짜고짜 이런 소릴 지껄였다.
'안녕.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난 인간이네. 그럼 날 좀 도와줄래?'
창문과 함께 태평의 평화로운 나날도 깨져버린 순간이었다.

 
2
작성일 : 20-09-30 16:30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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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선녀님이라 판단한 근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존나 높은 데서부터 떨어졌다. 그것도 맨몸으로.

 

 둘째. 진짜… 그냥 얼굴이 말도 안 된다.

 설마 내가 오글거리게 이런 표현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즉 이거다.

 

 한낱 인간이 이런 미모를 가질 수가 없다. 그러니까 선녀님이다.

 

 “…….”

 

 그리고 지금, 근거가……… 한 가지 더 추가되는 중이다. 이건 진짜로 빼박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진짜 뭐지. 나 꿈꾸는 중인가?

 혹시 영화에서 봤던 망상병? 하… 이래서 방에만 틀어박혀있으면 안 되는 거였구나.

 안 되겠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살아봐야지….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선녀님은, 아니 진짜 선녀님인지 뭔지 그런 건 모르겠고, 아무튼 이 믿기지 않는 여성분께서 지금 뭐하고 있냐면.

 

 박살이 났던 창문을 마법인지 뭔질 부려서 원상복구 시키는 중이었다.

 

 “….”

 

 정말 신기했다.

 

 눈앞에서, 깨져버린 유리조각들이 스스로 허공에 떠올라 제자리를 찾아가버린다.

 

 처음 이 여성분을 봤을 때처럼, 이건 진짜 신비롭고, 홀린 것 같이 멍하니 보게 되는 광경이었다.

 

 “음~ 아아.”

 

 “?”

 

 너무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혼란스러웠다.

 

 이건 도저히 버틸 수 없다. 일단 말이라도 걸어봐야지.

 라고 생각했더니, 그녀가 먼저 목소릴 내더니 혼잣말로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지.

 

 “…이쯤이면 됐을라나.”

 

 “!?”

 

 “안녕. 내 말 알아들을 수 있겠어?”

 

 “네, 네!? 아, 네!”

 

 와.

 목소리도 존나 예쁘시네.

 

 “그래. 일단 창문은 고쳐놨어. 갑자기 미안해.”

 

 “네? 아뇨! 감사합니다!”

 

 “감사…? 풋, 이 세계 사람은 되게 웃기네.”

 

 뭐지. 선녀님이 깔깔대며 웃기 시작한다.

 내가 말을 좀 이상하게 하긴 했는데, 뭔가 이미지가 살짝 깨지고 있는데.

 

 “아니 근데 저기, 있잖아요.”

 

 “응?”

 

 정신차리자.

 예쁜 건 예쁜 거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비정상적이다.

 난 일단 이게 진짜 현실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저 좀 한번 때려주실래요?”

 

 “그래.”

 

 “커헉!?”

 

 아니.

 아니 무슨, 그래도 이건 아니지.

 

 보통은 때려달란 말하면 한번쯤은 망설이지 않나?

 

 아무튼 호쾌한 퍽소리와 정신이 오락가락 할 정도의 고통을 보니, 다행히 현실은 틀림없어 보였다.

 

 “진짜 여기 세계 사람은 이상하네. 자길 때려달라고 부탁하는 건 처음 봤어.”

 

 “…저도 그런다고 다짜고짜 때리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자, 상황 정리를 해보자.

 

 엄청 예쁜 사람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우리 집에 들어왔고, 깨진 창문이 시간을 돌린 거마냥 원상복구됐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현실이다.

 

 “음….”

 

 뭐 좋아.

 이제 생각이 났는데, 내가 좋아하던 애니메이션 같은 데서도 이런 시츄에이션이 자주 보였었다.

 

 거기서 보면 주인공도 처음에 존나게 당황한다.

 그러다가 대충 순응을 하는데, 아무 문제없이 잘 먹고 잘만 산다.

 

 그래, 인생 뭐 있나.

 

 여자가 떨어져 내릴 수도 있고 여자가 마법을 쓸 수도 있는 거지.

 

 …좀 아닌가?

 

 아냐아냐. 현실 부정하지 말자. 그러다가 진짜 정신병 걸리는 거다.

 

 “자! 그보다 너.”

 

 “네?”

 

 “처음으로 만난 인연이야. 나 좀 도와주지 않을래? 아까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엄~청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고 말았거든.”

 

 “?”

 

 뭔 헛소리야.

 

 아냐아냐, 침착하자. 선녀님께서 도와달라고 하시는 거다.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게다가 이런 만화 같은 비현실적인 상황을 걷어차버리는 것도 남자로써 말이 안되지.

 

 우선 들어나 보자.

 

 “네. 정확히 무슨 일인 거죠?”

 

 “오, 바로 들어주는 거야? 고마워! 그러니까 뭘 해야하냐면….”

 

 근데 웬만하면 뭘 말하든 오케이 할 생각이다.

 정신건강을 위해 앞으로 열심히 살기로 결심했으니까.

 그 시작으로 이렇게 예쁜 분과 함께 한다면 엄청난 행운이지.

 

 “내가 아까 떨어지다가 다른 차원으로 갈 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을 떨어뜨려버렸거든.”

 

 “?”

 

 “근데 그걸 어떤 무식하게 커다란 새가 들이받아버렸지 뭐야.”

 

 “??”

 

 “그래서 막 흩어지는 게 보이더라고. 산산조각 나버린 모양이야.”

 

 뭔 소리야. 무식하게 커다란 새는 또 뭐야?? 여기 그런 거 없는데.

 

 어 잠깐만. 설마 우리 집이 통째로 이세계에 전이돼버렸다던가 그런 건가!?

 

 느낌이 이상해서 창 밖을 내다보았다.

 

 음… 아닌데. 전부 그대론데. 아, 저 개새끼는 맨날 이 시간만 되면 전봇대 앞에 똥싸더라.

 

 일단 다시 얘기를 들어보자.

 

 “그래서요?”

 

 “그 흩어진걸 전부 찾아야 해. 아까 떨어지면서 봤는데 이 세계는 내가 봐왔던 세계들하곤 되게 다른 거 같거든? 도와준다니 다행이네. 고마워!”

 

 …저기 존나 높은 데서부터 산산조각나 떨어진걸 전부 찾아야 한다고?

 

 허 참.

 내가 미쳤냐?

 

 “그러시군요. 유감입니다. 죄송하지만 전 한번도 도와주겠다 한 적이 없어요. 안타깝네요.”

 

 “? 뭐야 갑자기. 점잔 빼면서.”

 

 “아무튼 딴 데 알아봐주세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자, 자. 출입문은 저기구요.”

 

 “잠깐만. 그러니까 도와주기 싫다는 거지?”

 

 “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죠?”

 

 가능하면 이분과 꼭 함께하고 싶었는데 정말로 아쉽게 됐다.

 

 으… 근데 예쁘긴 진짜 말도 안 되게 예쁜데, 그냥 도와준다 할까?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미친 짓이야. 정신차려라 은태평. 네 이름을 떠올려. 평화로움을 추구하자.

 

 “그렇구나… 이해했어. 지금껏 돌아다녔던 세계에서도 너처럼 튕기는 애들을 꽤 봐왔지.”

 

 “나처럼 튕기는 애들…?”

 

 “그리고 그런 애들한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답을 알고 있거든?”

 

 “어… 갑자기 왜 이러세요?”

 

 한걸음씩 다가오는데 이게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존나 무서웠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사람 아까 마법도 썼었잖아!?

 

 “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을게. 보다시피 난 굉장히 불쌍하고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가련한 아가씨거든? 그래도 안 도와줄 거야? 너한텐 행운인 거 아닐까?”

 

 “그게 뭔…!!”

 

 개소리야, 라는 말이 나오려다 말았다.

 

 그도 그럴게 행운이라니, 아까 내가 했던 생각 그대로지 않는가?

 

 아니 그보다, 뭐야 이 여성분. 공주병이야? 아가씨고 나발이고 개또라이였잖아!?

 

 “절대 안 도와줘! 뭐야 이사람!? 저리가! 겨, 경찰 부른다!?”

 

 “경찰이란 게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끝까지 반항하겠다는 거지?”

 

 “!!?”

 

 싸움 같은 건 조금도 배워보지 못한 내겐 생전 처음 당해보는 기술이었다.

 

 “우와악!?”

 

 손목을 잡히나 싶더니 갑자기 몸이 붕 떠버린 것이다.

 그러고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른 채 침대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읏차.”

 

 그리고, 이 선녀를 가장했던 미친년은 나를 따라 침대에 올라오더니…

 …존나 능숙하게 마운트 포지션을 잡아버렸다.

 

 장담한다.

 이 미친년 늘씬한 겉모습과 달리 싸움 존나 잘한다.

 

 “이게 진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던 내 손에 무언가 매끄러운 게 닿았다.

 

 …미친년의 맨다리였다.

 

 “…!!?”

 

 스물여섯 생에 엄마 꺼 빼곤 여자 손도 잡아본 적 없는 나다.

 

 그런데 다리?

 

 …시발… 다른 의미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런 와중인데도 존나 좋았다.

 

 “후우~”

 

 내가 힘이 없던 건 아니고, 정말 진짜 어쩔 수 없이 꼼짝 못하고 있던 사이.

 

 이 미친년은 자기 손가락에 바람을 불기 시작했다.

 

 뭔 짓거린가 했는데 마법이었다.

 

 뭔가 시퍼런 오라 같은 게 손가락을 둘러싼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거지만 확실하게 느껴졌다. 저거, 분명히 위험한 거다.

 

 “자~ 이 손가락이 네 목에 닿으면 어떻게 될까?”

 

 “죄송합니다. 따르겠습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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