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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원초적 욕망
작가 : 박소영
작품등록일 : 2016.10.9

“당신을 위해, 당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이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던 외모로 살아가며 당신이 원하던 일을 이루고, 당신의 이상형과 당신이 원하는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상상을 현실로 만드십시오. 유토피아는 당신이 창조하는 완벽한 현실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결국 유토피아를 가능케 했다. 만 30세를 넘긴 사람은 누구나 유토피아에 갈 수 있는 세상. 그러나 실제 유토피아를 조작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그들’의 욕망이다. 이를 깨달은 몇몇 사람들은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다.

 
세 사람
작성일 : 16-10-27 00:37     조회 : 502     추천 : 1     분량 : 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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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

 

 나는 3인용 가죽소파의 끄트머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기지개를 쫙 켰다.

 

 해가 진 저녁. 소파와 의자 몇 개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공간은 평온할 만큼 조용했다.

 

 페인트칠이 전혀 되지 않은 콘크리트 벽은 천장에 달린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단단한 민낯을 보였다.

 

 원래는 오래된 신발공장이었던 이 2층 건물은 나도 한때 좋아했던 어느 카페였다.

 

 -틀에 박힌 사무실 건물 말고, 좀 개방적인 느낌의 공간이 필요해요.

 

 일주일 전 지니는 파프의 한국지부로 쓸 곳을 찾았고, 나는 불현듯 이 카페가 다른 곳으로 이사간다는 소문을 기억해냈다.

 

 바로 다음날 우리는 한 부동산 실장님과 함께 카페를 방문했고, 지니는 사장이 원했던 금액 그대로 이 건물을 사들였다. 단체의 재정지원이 아주 빵빵한 모양이었다.

 

 “여기 정말 마음에 들어요.”

 

 지니가 소파와 멀찍이 떨어진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두 팔을 올리고 편안하게 얼굴을 받쳤다.

 

 “차영주 씨 덕분이에요.”

 

 그가 나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뭐 저는 들은 소문 하나 전해준 것밖에…….”

 

 그의 칭찬에 괜히 부끄러워진 내가 겸손을 부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가 이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다.

 

 “하긴, 나 없었으면 뒤에서 욕 꽤나 먹었을 거예요.”

 

 밝은 금발 머리를 짙은 갈색 계열로 염색했지만 여전히 지니는 튀는 외모였다.

 

 그런 그에게 부동산 실장님부터 카페를 정리하던 직원들까지 굉장한 호기심을 보였다.

 

 미국 어디에서 왔어요? 아이오와가 어디 있는 주예요? 그런데 미국사람이 왜 이렇게 한국말을 잘해요? 아 어쩐지 생긴 게 혼혈 같더라. 학교는 미국에서 다녔어요? 나이가 어떻게? 혹시 하시는 일은? 결혼은? 그럼 여자친구는?

 

 사람들의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나마저 귀가 따가웠다. 가족행사에 남편감을 데려와도 이보다는 덜할 것 같았다.

 

 처음 몇몇 질문에는 나름 차분하게 대답하던 지니가 어느 순간 ‘제가 왜 그런 걸 일일이 다 말씀드려야 하죠?’라며 순하지 않은 성깔을 드러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나서 그의 부족한 상냥함을 커버해주어야 했다. ‘하하. 이 친구가 한국말을 잘 하는 것 같아도 가끔 이렇게 서툴러요. 방금 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하하.’

 

 무표정한 지니의 몫까지 더해,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몇 겹씩 두르고 해명했다.

 

 “말을 좀 순화해서 하면 안 돼요? 좀 웃기도 하고.”

 

 내 활약을 곱씹어본 뒤, 나는 거드름을 피우듯 한 팔을 소파걸이에 턱 얹고,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깐죽거렸다.

 

 “이건 뭐 외계인이라는 정체를 걱정했더니 성격이 더 문제였어.”

 

 그러다 굳이 덧붙여질 필요가 없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나는 편하게 퍼져있는 몸은 그대로 둔 채 목을 빼꼼 들어 올려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자못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괜한 헛기침을 한 번 하면서 거만한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뭐 이런 조언을 해주는 것도 파트너(겸 비서 겸 보호자 겸 을)의 역할 아니겠어?

 

 “나도 내 직설적인 대화 방식을 약간 고치고 싶긴 해요.”

 

 신통방통하게도 내 조언은 거부당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자신을 책망하듯 한 쪽 눈을 찡그렸다. 짧은 한숨까지 쉬었다.

 

 고고해 보일 정도로 항상 당당함이 뿜어져 나오는 그가 처음으로 의기소침해보였다.

 

 “뭔 일 있었어요?”

 

 나는 거만하게 널브러져 있던 팔다리를 모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뇨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는 대답하는 시늉을 하며 왼손 검지를 자신의 입술 앞에 가져다댔다. ‘쉿.’ 그리고 왼손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를 몇 번 톡톡 터치했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대화예요.”

 

 그는 옛날 옛적 얘기를 꺼내는 할머니처럼 목소리를 낮췄다.

 

 “물론 개인적인 얘기도, 알죠? 어디 가서 발설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왼손을 얼굴 옆에서 동그랗게 오므렸다가 확 펼쳤다. 이번에도 역시나 ‘펑’하는 입모양과 함께.

 

 “그 쪽이야 말로, 알아요? 그 손 모양 진짜 짜증나는 거.”

 

 내가 인상을 확 구기자 그가 아주 옅은 미소를 띄웠다. 딱 그 정도만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 단체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누군 줄 알아요?”

 

 이윽고 그는 차분하게 자신의 얘기를 이어갔다.

 

 “파트너한테 공개해도 된다는 말은 없었지만…… 뭐, 말하지 말란 지시도 따로 없었으니까. 일단 한 번 들어봐요.”

 

 왠지 그가 윗선의 지시를 무시하며 꺼낸 얘기들은, 이번에도 우주 스케일의 충격이었다.

 

 첫째, 투라 독립단체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바로 세계적인 소설가 이원우 작가였다.

 

 내가 소설가를 꿈꾸도록 만든 그는 사실 글쓰기에 큰 뜻이 없었다고 한다. 하하…….

 

 둘째, 이원우 작가님은 지구인이 아니었다.

 

 이 말을 곱씹으면서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내가 10년 동안 키워온 개가 글쎄 알고 보니 고양이었지 뭐니!’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달까.

 

 개든 고양이든 사랑하는 마음이야 변할 것이 없지만, 기분이 정말 복잡 오묘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그간 미디어를 통해 봐왔던 ‘이원우’라는 사람은 애초에 실존인물이 아니었다.

 

 이원우는 주인의 생각과 감정대로 움직이는 기계라고 했다.

 

 그러니까, 뱀파이어 작가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노화하지 않는 고철덩어리였기 때문. 하하…….

 

 “놀라울 따름이네요. 정말.”

 

 나는 멍한 눈으로 천장과 벽 사이 어딘가를 응시했다.

 

 지니가 들려주는 얘기는 매번, 언어는 인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너무 그릇이 작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게 확실히 충격적인 얘기인 거죠?”

 

 지니는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면서 물었다.

 

 “당연하죠! 투라에서는 아바타라는 게 일반적인 개념이에요?”

 

 나는 눈의 초점을 찾으며 지니를 바라보았다.

 

 “네. 별다른 결격 사유만 없으면, 만 18세 이상은 누구나 아바타를 살 수 있어요. 지구에서 자동차를 사는 것처럼.”

 

 지니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렸다. ‘누구나 집에 아바타 한 대쯤은 있잖아?’

 

 “그래요, 뭐 그쪽 동네야 워낙 별별 것들이 다 있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수로운 얘기를 하는 지니에게 어느덧 익숙해졌다. 나도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근데 하필…… 하필, 이원우 작가님이 아바타라니……. 내 롤모델이 기계였다니!”

 

 안타깝게도 평정심은 2초 만에 사라졌다.

 

 내 반응에 지니는 한 쪽 눈을 찡그리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리고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로 시간을 확인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흠……. 미안하지만 오늘은 추가근무 좀 해줄 수 있어요?”

 

 “야근수당 나오나요?”

 

 롤모델을 잃은 상실감에 나는 입을 삐죽거렸다.

 

 “뭐, 파트너는 원래 24시간 근무체제지만.”

 

 지니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쪽으로 휙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물건! 초콜릿이었다.

 

 “이 사람이! 완전 악덕고용주구만.”

 

 “그거 귀한 건데? 그 초콜릿이 여기까지 오려고 웜홀을 몇 개나 통과했는줄 알아요? 먹기 싫음 다시 줘요.”

 

 내가 아주 하찮다는 표정으로 초콜릿을 바라보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내게 손을 뻗었다.

 

 “아, 이거 투라에서 먹는 초콜릿이에요?”

 

 나는 재빠르게 초콜릿을 손 안에 가두었다. 다른 행성에서 온 거라면 양잿물도 마실 기세의 나를 보며 그가 웃기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제가 뭐 하면 돼요?”

 

 어쨌든 초코덕후는 흔쾌히 야근을 승낙했다.

 

 “이제 곧 손님이 한 명 올 거예요.”

 

 지니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절대 그 사람이랑 나랑 둘이 있지 못하도록, 내 옆에 딱 붙어 있어요.”

 

 “네?”

 

 “차영주 씨 지적처럼 내가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는 성격이라… 덕분에 사고를 하나 쳤거든요. 그래서…….”

 

 지니가 앞뒤 맥락을 설명하는 도중.

 

 “형? 어디 있어?”

 

 그 손님이 도착했다. 아래 1층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아, 2층으로 올라와.”

 

 지니가 1층으로 이어지는 층계에 대고 크게 말했다.

 

 “형이요?”

 

 “차영주 씨에 대한 소개는 내가 할게요. 알겠죠?”

 

 그는 내 궁금한 얼굴을 무시하며 재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손님은 빠른 걸음으로 단숨에 2층까지 올라왔다.

 

 “왔어?”

 

 지니는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정한 얼굴로 그 손님을 맞았고 나도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 형 혼자 있는 게 아니었구나?”

 

 지니를 찾아온 손님은 지니와 달리 목소리에서부터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 목소리가 꽤나 매력적이었지만 나는 손님이 아닌 지니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았다.

 

 이제까지 본 그의 모습 중에 가장 부드럽고 따뜻했다.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긴 있구나.

 

 “안녕하세요.”

 

 손님은 자신에게도 관심을 좀 가져달라는 듯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지니에게 붙박이처럼 들러붙어 있던 내 시선은 손님이 내민 오른손에 먼저 가닿았다. 일단 그 손부터 덥석 잡고.

 

 “어?”

 

 이어 그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나는 말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뭐지? 굉장히 익숙하고도 적응 안 되는 이 얼굴은?

 

 “이영연입니다.”

 

 손님은 해사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도 닦는 신선이 아닌 이상, 대한민국 거주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얼굴과 이름.

 

 이원우 작가님의 외동아들이자,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 이영연.

 

 지금 겨우 30cm 간격으로 마주서서 악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이영연이라는 걸 인식한 순간 나는 숨쉬는 방법을 까먹을 뻔했다.

 

 와…… 역시 연예인은, 특히 잘 나가는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TV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물이 훨씬 잘생겼다.

 

 조막만한 얼굴에 매끄러운 피부. 눈빛은 촉촉하게 빛났다.

 

 이영연이 입을 헤 벌리고 있는 나를 보며 한 쪽 눈썹을 찡긋 추켜세웠다. ‘넌 누구?’

 

 “저는…….”

 

 "아, 이쪽은."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여는데 지니가 바로 말문을 가로막았다. 자신이 신고 있는 검은 구두의 앞코로 내 운동화 뒤꿈치를 툭툭 치면서.

 

 물론 지니가 그런 식으로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나는 내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판이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선생님 대신 소개하게 됐네.”

 

 지니는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자신의 두 손을 척 얹었다. 우리 사이가 원래 이 정도는 친밀했다는 듯.

 

 “이쪽은 차영주 씨. 이원우 작가님의 문하생이자 보조작가야.”

 

 이어진 지니의 설명에 나는 아래턱뿐 아니라 얼굴 근육 전체가 밑으로 쭉 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네? 제가 누구의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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