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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벨트는 제 겁니다, 전하
작가 : 곰고미
작품등록일 : 2016.9.3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남자는 얼굴 한가득 화사한 미소를 띠었다.

"바지 좀 벗어주겠는가, 그대."

어머니. 일하러 왔는데 순결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흔한 황태자와 보좌관의 관계 (11)
작성일 : 16-10-27 00:05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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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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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비. 계약서 제대로 읽었니?"

  "그거야 당연히..."

  "당연히?"

  "안 읽었죠."

  "후우... 내 아들이지만 이럴 땐 한 대 때리고 싶다니까."

 

 불안하다. 에이비가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 않아 자신이 피해를 봤던 것이 얼마였던가. 에온은 처음 자신이 불안해 하던 이유를 기억해냈다. 애초에 에이비의 손에 계약서가 들려있던 것이 문제였다.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를 듣자하니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 듯 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비는 수 밖에 없었다. 에이비 때문에 피해를 보았던 경험 중 최악의 것보다 낫기를 바랄 수 밖에.

 

 에온은 아까까지의 유쾌한 기분은 온데간데 없이 간절히 기도하며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냐며 불안해하는 딸의 모습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들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4조 1항. 계약위반에 대하여. 피고용인은 계약이 성사된 순간부터 황실의 피고용인으로 취급되며 어떤 이유에서도 (단, 부모의 타계로 인한 작위계승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 계약이 성사된 뒤 계약기간을 변경하거나 고용인의 해고가 아닌 무단 퇴사, 무단 결근을 할 경우 반역죄에 해당된다. 피고용인은 그로 인한 피해 및 불이익에 대하여 아무 항의도 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지킬 것을 맹세한다."

  "어... 그러니까...?"

  "네가 가지 않으면 우리 가문은 반역도가 된다는구나."

  "에에엑?!"

 

 아니, 세상에. 얼마나 지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저런 억지조항까지 끼워넣었을까... 줄여말하면 '너 안나오면 죽음'이라는 뜻의 조항을 그대로 읊는 그녀의 말에 에온도 에이비도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이 상태로 황궁으로 가는 수밖에..."

  "그것도 안되겠구나."

  "네?!"

 

 물벼락은 맞기 싫었지만 가문이 반역도가 된다는데 어떡하나. 결국 물에 맞아 익사를 하더라도 갈 결심을 하고 말을 꺼내는데 이번에는 계약서를 함께 읽은 하스웰 남작이 고개를 저었다.

 

  "2조 3항. 황족의 안위에 대하여. 1,2항의 시도 외에도 간접적으로 황족의 안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발생시킬 경우 황족상해죄를 적용토록 한다."

  "에에에엑?!"

 

 이 조항에 의하면 넌 황태자 전하를 만나자마자 잘리겠구나. 목이.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싸인을 한 바보같은 아들에 대한 한심함을 듬뿍 담아 상큼한 미소와 함께 말을 꺼낸 하스웰 남작은 놀라는 아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한 글자도 안 읽었구나 이녀석.

 

  "아무리 그래도... 설마 저걸 다 지킬까요...?"

  "에온. 상대는 황족이란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

 

 아무리 봐도 억지 같은 상황에 에온은 말을 채 잇지 못하는 에이비를 대신하여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대로 다 시행한다기에는 너무 심한 조항이었다. 그러나 하스웰 남작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저것이 그냥 하는 소리일 것이라며 넘기고 싶을 정도로 터무니 없는 내용이기는 했지만 이 계약서의 고용인은 황족이었다.

 

 계약서에 적혀있는 사항인데가가 이미 싸인을 해버렸고, 계약을 한 상대방이 황족이라면 이 조항을 지키지 못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황태자의 경우, 어느 황족들보다 이상한 소문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머리를 다쳐 어릴 때의 총기를 잃었다던가, 남자를 좋아한다던가.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확인을 한 자는 없었으나 발없는 말이 1000km를 가는 법. 황족이기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일은 없었어도 말 옮기기 좋아하는 귀족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기라도 한다면 저 계약조항을 실현시키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그러게... 마땅한 방법이 없구나."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한숨만 나온다. 희박하기는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 쉽게 단정지을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네가 저지른 일이니 네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규모의 일이 아니었다.

 

 세사람의 한숨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와중에도 계약서도 읽지 않고 덥썩 싸인을 한 당사자 에이비는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가 싶더니 곧 방법이 떠오른 듯 고개를 휙 들어올렸다.

 

  "방법이 있어요!"

  "뭐?"

  "얼른 말해, 에이비."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소릴 하면 이 엄마는 널 때리고 싶어질 것 같구나, 이비."

 

 순간적으로 커지는 목소리가 만들어낸 짧은 문장에 세사람의 시선이 쏠린다. 의문을 담고있는 짧은 물음,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아채기라도 할 듯 거친 말투, 헛소리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미소까지. 생각지도 못한 세사람의 기세에 에이비는 저도 모르게 움찔 뒤로 물러났다.

 

  "ㄱ,그게..."

  "빨리 말해."

  "에온 네가 남장을 하고 나 대신 가면 되잖아."

  "뭐?"

 

 잠시 머뭇거리다가 에온의 재촉에 눈을 질끈 감고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을 밖으로 꺼낸 에이비는 당장에 멱살을 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에온의 눈초리에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 집 여자들은 무섭다니까... 사납게 치켜올라간 눈썹에 차라리 황궁으로 가는 게 살 확률이 더 높은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에이비는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죽이겠어? 라는 마음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우리 일단 쌍둥이이기도 하고, 키가 내가 더 크기는 하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으니 괜찮을 거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뭐?"

 

 꿀꺽. 솔직히 이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말하면 정말 한 대 맞을 것 같기는 했지만, 오빠의 본능은 그것을 알면서도 입을 열게 만들었다.

 

  "가슴도 작으니까 남장은 문제없..."

  "나가 죽어, 에이비! 황궁에 가버려!"

 

 역시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아오는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은 에이비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드레스 입어놓고 있는 힘껏 발을 차올리는 게 여자라고 보긴 힘들잖아! 괜히 억울해져 속으로 외쳐보았지만 아직도 눈을 흘기고 있는 에온 앞에서 속마음을 밖으로 꺼내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는거야, 바보 에이비! 말이 돼? 엄마. 에이비 좀 혼내주세요! 이런 때 장난이나 치고!"

  "... 괜찮지 않아?"

  "예?"

  "그러니까... 괜찮은 방법 같은데? 어때요, 여보?"

  "어... 확실히."

 

 아니, 엄마 아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거죠? 에이비를 응징하는 도중에도 아무 반응이 없던 부모님을 향해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흘러나온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장난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거에요?"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책이 아닐까 싶은데."

  "보좌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자주 해고되니까 금방 돌아올 수 있을거야."

  "사교계에서 활동 못하는 건 에이비 저녀석 잘못이니 알아서 하라고 하고."

 

 네? 제가 잘못 들은거겠죠? 자꾸 스물스물 올라오는 불안감에 에온은 제발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바라며 되물었다. 이 불안감은 딱 그거였다. 에이비가 사고를 치고 자신이 수습을 맡게 될 때의 그 불안감.

 

  "아니, 잠깐만. 잠깐만요. 일단 기본적으로 제가 남장을 해도 남자라고 속일 수 있을 리 없잖아요! 전 여자라구요!"

  "아니야, 에온. 충분히 할 수 있단다. 그 크기는 감출 수 있어."

 

 어째서인지 생긋 웃는 어머니의 가슴께로 자꾸 시선이 향한다. 어머니. 어머니와 저의 차이가 매우 확연하기는 하지만 상처받아도 되나요?

 

 너무나도 차이가 확연한 상황에 에온은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끼며 반박할 말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럼 처음에야 속일 수 있다고 치고! 분명 시간이 지나면 위험해질거라니까요!”

  “걱정 말거라. 들키기도 전에 해고 당하는 게 먼저일게다. 그 짧은 기간 안에 위험한 일이 생길 일은 없을거야. 만약 위험하거든 바로 연락하거라. 그 땐 반역죄가 되더라도 달려갈테니까.”

 

 아니, 그거야 맞는 말이긴 한데 왠지 다른 사람 입에서 들으니까 기분이 좀… 반박의 여지도 없이 나오는 즉답에 미묘한 기분이 들었으나 어쨌든 이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그녀로써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에이비의 의견에 찬성하는 두사람은 얼이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에온을 제쳐두고 자세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문제는 목소리네요. 가슴이야 붕대로 가리면 가려진다지만 목소리는 천상 여자잖아요?”

  “그것만 해결되면 되나? 그거라면 상단에서 취급하려는 물건들 중에 목소리를 바꾸어주는 마법이 걸린 목걸이가 있어. 처음 녹음하는 목소리로 바꾸어 준다니 에이비 목소리를 녹음하면 되겠군. 아직 개발 중이어서 유통은 보류하던 중이었는데 샘플을 받아놓길 잘했군.”

 

 이런 식으로. 에이비가 누굴 닮았나 했더니 엄마를 닮은 거였어… 에온은 태연하게 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하는 엄마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조금 신나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고. 이건 아니란 말이야.

 

  “지금 올라가서 가져올…”

  “잠깐!! 두 분 진심으로 하시는 말이에요? 에이비야 계약서도 제대로 안 읽으니까 그렇다 치지만 두 분은 진심이에요?”

  “에온. 너 오빠한테 무슨…”

  “에이비, 넌 가만히 있어.”

  “넵…”

 

 당장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려 하는 모습에 겨우겨우 그 행동을 막은 에온은 발끈하는 에이비를 얌전하게 만들며 똑바로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두사람은 나름 비장해 보이는 에온의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서로 시선을 맞추고는 다시 에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아이고 세상에. 설마설마 했더니 그 설마가 진짜였을 줄이야. 그 와중에 부부라는 것을 뽐내기라도 하듯 타이밍 한 번 끝내준다. 에온은 갑자기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두사람을 바라보고는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하기 싫다는 이유이기는 했지만 이건 그것과는 별개로 들키면 큰일이 나게 만드는 이유였다.

 

  “두 분. 아니, 에이비 너도! 잘 들으세요. 만약 들키면 그냥 끝나지 않는다구요. 만에 하나 들키기라도 하면…”

  “황족기만죄지.”

  “그거야 우리도 알고 있단다?”

  “누가 그것도 모를 것 같아?”

 

 거기 마지막 대사. 에이비 넌 모르고 있던 거 알거든? 얼굴에 다 티나거든? 차라리 모르고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황당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서대로 흘러나오는 말들은 이 모든 행동들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너무나도 당당한 두사람의 태도에 잠시 에이비를 걸러내며 현실도피를 해보려 하다가 실패한 에온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원망하며 그렇게까지 당당한 이유를 물었다. 이유를 알아야 찬성을 하더라도 하고 반대를 하더라도 할 것 아닌가.

 

  “그럼 대체 왜들 그러시는 건데요!”

  “에온. 생각을 해보렴. 만약 에이비가 황궁에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그야 계약서에 반역죄라고 써있잖아요.”

  “그러면 저주에 걸린 상태에서 황궁으로 가게 되면?”

  “황족 상해죄죠.”

  “자, 그러면 반역죄, 황족 상해죄, 황족 기만죄. 이 세 개 중에서 가장 처벌이 약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

 

 망했다… 마지막 보루마저 허무하게 무너지자 에온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것이었다. 이거 망했다. 진짜 망했어. 분명 전부 따져보자면. 그래,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이게 맞기는 한데… 그래도…!

 

  “그래도 싫다구요! 분명 들킬 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남자의 행동이랑 제 행동은...”

  “응. 문제 없겠구나."

  "목걸이 가져올게, 여보.”

  “네. 저는 붕대 가져올게요.”

  “싫어-!!”

 

 결국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메아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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