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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신스틸러
작가 : 감귤
작품등록일 : 2020.9.23

과거 연습생, 현직 매니저, 조만간 백수 예정.
나 은서리, 연예기획사의 대표가 되어보겠습니다!

 
딩동치킨
작성일 : 20-09-30 04:22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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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널 지켜내는 입장으로서 불쾌하다.”

 

 마치 손끝으로 만지는 것조차 조심스럽다는 손길에서, 녀석이 날 더없이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머리칼을 만지는 감촉만큼이나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새삼 마주 본 한소을의 얼굴이 무척 가깝다는 게 느껴졌다.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 안 돼. 이러다 얼굴까지 붉어지겠어!

 

 “알았다! 다신 안 그럴게!”

 

 위기감에 몸을 확 일으키며 소리쳤다.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했던 행동치고는 목소리가 너무 우렁찼던 모양이었다. 시끌벅적했던 공간이 한순간에 조용해지며 정적이 맴돌았다.

 

 “…….”

 

 아니, 이러려던 게 아닌데. 그게 그러니까…….

 모든 군중의 시선이 이곳으로 집중된 분위기가 더없이 불편했다. 빨리 자리를 정리하고 이곳을 떠야 하나 고민하는 그 순간이었다.

 

 “핸드폰 번호 끝자리 1234번 딩동치킨 주문하신 분!”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한 남성이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이곳으로 진입했다. 누군가가 이곳으로 치킨이라도 주문했나 보다.

 적막한 분위기 속에 소리 없이 치킨 냄새만 솔솔 퍼져나가는 가운데,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여, 여기요.”

 “아! 끝자리 1234번! 딩동치킨 주문하셨죠?”

 

 아직 분위기 파악이 덜 된 남자가 와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웃음소리도 목소리만큼이나 무척 크고 경쾌했다. 무려 유원지 일대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성량이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 나의 존재감을 지워준 고마운 이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헬멧을 쓴 남자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나 헬멧에 머리칼과 이목구비가 가려져 있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딩동치킨 많이 이용해 주세요!”

 

 계산을 마친 청년이 커다란 인사말과 함께 또다시 호탕하게 웃었다. 이미 나의 존재감은 청년의 진한 존재감에 가려 희미해진 지 오래였다. 고마워요, 딩동치킨 청년. 앞으로는 딩동치킨만 먹겠어요. 라고 다짐한 찰나였다.

 이 화창한 날씨에 헬멧을 쓰고 배달하려니 무척 더웠는지, 청년이 헬멧을 벗고 땀에 젖은 머릴 털어냈다.

 

 “어...?”

 

 말 그대로 헬멧 안에 봉인되어 있던 미모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내 위치에서는 청년의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건만, 동시에 주변에서 청년에게 몰리는 이목이 순식간에 늘어나는 게 보였다. 그전에도 청년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지금의 시선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것에서보다 집중력이 남달라졌다.

 

 “오빠 보려고 주문했으니까 노래 하나 불러줘요~”

 “맞아요! 오빠 때문에 주문했는데~”

 

 딩동치킨을 주문했던 사람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다소 무례할 수도 있는 요청이었건만 청년은 당황하거나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다른 사람들에게서 쏟아지는 요청에서 알 수 있었다.

 

 “형 노래 잘하잖아요~ 하나만 불러줘요!”

 “쟤가 그렇게 노래를 잘해?”

 “엄청나게 잘해요!”

 

 아마도 이 딩동치킨 청년은 이곳 한강 유원지 내에서 유명인사인가 보다. 청년을 아는 이마다 노래 한 소절만 해달라고 아주 성화였다. 이에 청년은 예의 그 호탕한 웃음으로 응수하더니 이내 못 이긴 척 나무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럼 요청에 힘입어 한 곡조 뽑겠습니다.”

 

 허릴 꾸벅 숙인 그가 흠흠,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거기까지는 대부분의 아마추어에게서 보이는 지극히 어리숙하고 쑥스러움 많은 행보였다. 그러나,

 

 “거리에-”

 

 단 한 소절이었다. 겨우 단 한 소절을 읊조리듯 내뱉은 것뿐인데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심지어 나는 그 곡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가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 보니 청년의 노래에 몰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청년이 허공에 던져놓은 단 한 소절의 가사가 왜 그리도 사무치게 쓸쓸한지.

 

 “…….”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땐 아무도 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모두 숨소리마저 죽인 모양인지, 들려오는 다른 소리라곤 오로지 청년이 노래를 이어가기 위해 간간이 숨을 들이쉬는 소리뿐이었다.

 시끌벅적했던 한강 유원지가 이토록 적막할 수 있었던가. 내가 본의 아니게 남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때, 혹은 청년이 처음 등장한 순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최고치의 집중력이다.

 가사는 몹시 서정적이었으나 가사의 배경이 된 스토리 자체는 단순한 편이었다. 연인과 함께 걷던 거리를 홀로 거닐면서, 자신을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청년의 입을 통해 호소된 가사는 소절을 이어갈 때마다 쓸쓸한 거리의 그림을 더욱 풍성하게 그려나갔다.

 

 “헉…”

 “허억…….”

 

 이윽고 노래가 절정에 이르자, 곳곳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너나 할 것 없이 터져 나왔다. 마치 자체적으로 확성기를 달아놓은 듯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성량이 대단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우선 귀에 내리꽂는 성량만으로 압도되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도 온몸에 소름이 돋다 못해 정수리가 찌릿찌릿할 정도의 충격이 와 닿았다.

 

 “…….”

 

 곁에 앉은 한소을을 쳐다보았다. 그 아름다운 곡조는 아무래도 감수성이 메말라버린 녀석에게마저도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녀석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하아…….”

 

 노래가 어느새 마칠 무렵이 되자 곳곳에서 아쉬움이 담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들의 눈을 보니 어느덧 다들 상상 속의 가로등 불이 놓인 쓸쓸한 길을, 그 길을 홀로 거닐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노래가 끝나고 청년이 인사를 남겼음에도 아무도 호응하는 이가 없었다. 아니, 다들 제각기 상상 속의 거리를 걷느라 바빠서 호응할 여유가 없었다. 이에 머쓱해진 청년이 더욱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환기하려 애썼다.

 

 “와하하하!”

 

 청년의 노력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그 커다란 웃음소리가 노래의 여운을 제대로 깨뜨린 것이다. 정신을 차린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빠 너무 멋져요~”

 “형 진짜 잘 불러요!”

 

 곳곳에서 이내 환호성이 쏟아졌다. 어느새 관중이 된 대중들의 박수 소리에 나와 한소을의 박수도 얹어졌다. 그렇게 마냥 좋아서 정신없이 손뼉을 치고 있는데, 청년이 헬멧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아, 그새 또 콜이 들어오네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하하하!”

 

 어? 간다고? 왜?

 순간 청년의 본업이 치킨 배달이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 웅성거리는 사람 중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어, 자, 잠깐만...!”

 

 부웅- 하는 오토바이 엔진소리와 함께 청년의 모습이 급속도로 멀어졌다. 급히 돗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허탈하게 제자리에 선 채로 이미 멀어져 점이 된 곳만 바라보았다.

 

 “가버렸군.”

 

 뒤에서 한소을이 담담하게 확인사살을 했다. 어, 그래. 친절하게 알려줘서 고맙구나.

 청년이 부른 저 곡의 제목이 미치도록 궁금했다. 근래에는 도통 들어본 적이 없는 꽤 오래된 곡으로 추정되었으나 상관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다 그 곡의 제목을 궁금해하며 술렁대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그 곡을 궁금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한소을이 곧바로 뒤따르는 기척이 들렸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세요?”

 

 내 발걸음이 멈춰선 곳은 딩동치킨을 주문했던 이들이 앉은 돗자리 앞이었다. 이제 갓 이십 대 초반의 대학 새내기로 보이는 아이들은, 느닷없이 돗자리 앞까지 돌진한 내 행동에 경계하는 기색을 보였다. 치킨을 사수하려는 듯이 은근히 감싸는 녀석도 보였다. 아니, 치킨은 필요 없거든?

 

 “거기 치킨집 쿠폰 받으신 거 있죠?”

 

 물론 쿠폰이 필요해서 달라고 한 건 아니었다. 그 안에 적혀 있을 연락처가 필요했다. 당장 마음이 급해 무작정 말을 내뱉긴 했으나, 막상 말하고 나니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이 바보가! 그렇게 말을 하면 쿠폰을 구걸하러 온 걸로 보일 거 아냐…….

 이런 내 예상대로 날 쳐다보는 학생들의 시선에 경계심이 더욱더 짙어졌다.

 

 “쿠폰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가 필요한데. 잠깐만 빌려줄 수 있나?”

 

 때마침 날 구원해줄 구원자가 뒤에서 스륵 나타났다. 내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친 한소을이 돗자리에 앉은 학생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와 동시에 녀석과 눈이 마주친 학생들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니 여학생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학생들 얼굴은 왜 빨개지는 건데.

 

 “여, 여기 쿠폰 있어요!”

 “여기도 있어요!”

 “형 다 가지셔도 돼요!”

 

 곳곳에서 쿠폰 러시가 쏟아졌다. 다들 저마다 동그란 모양의 쿠폰을 손에 들고서 자기 것을 받아 달라 아우성이었다. 그 모습만 본다면 칩을 들고서 자신이 먼저 배팅하겠노라 싸우는 여느 도박장의 열기 못지않았다.

 

 “너희들, 아까 노래 부른 사람이랑 친한 것 같던데.”

 “친한 건 아니지만 잘 알아요! 여기 한강 올 때마다 딩동치킨 시켜 먹거든요.”

 

 새내기 아이들은 한소을의 탐문수사에 매우 협조적이었다. 쿠폰을 구걸하던 내게 보인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그럼 그 사람은 여기 자주 오나?”

 “거의 매일 배달 오는 것 같던데요. 한강 유원지에서 제일 가까운 치킨집이라.”

 “그렇군.”

 

 한소을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손에 수북이 쌓인 쿠폰 중 하나를 내 손 위에 올려주었다.

 

 “앞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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