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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그리고 그녀의 비밀
작가 : 로투스틸
작품등록일 : 2020.9.29

그의 비밀, 마지막 숨을 다 하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었다. 덮어두었던 누군가의 마음이, 그의 비밀을 들춰낼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이 비밀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너는, 괜찮니~~~~

그녀의 비밀, 약속을 했다. 죽을 때까지 지키겠노라고. 새로운 빛을 만나고, 새롭게 시작된 생에 충실하겠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 비밀이 탄로날 위기가 찾아 왔다. 이제, 이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할 지, 어떻게 비밀과 스스로 마주해야할지 고민해야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 새빛아~

그리고, 새빛~
우주가 흔들리고 있어. 이 비밀 때문에......

 
[제 13 화] 사진 속의 그녀, 숨겨둔 시간.
작성일 : 20-09-30 04:19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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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한 2주 째 새빛이 학교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차 문을 열고 다가서지도 못하면서, 계속 이 근처를 지키는 이유를, 안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이 사진 속의 여자가, 너희 엄마가 맞는지, 그 한 마디만 물어 보면 된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오히려 간단할 거다. 찾아가 만나며 되니까. 그런데, 그 다음은? 사실, 그 다음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해서, 차 문을 열고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

 오늘은, 새빛이 제일 먼저 교문 앞에 나타났다.

 “오늘은 혼자네?”

 훈의 눈에도, 교문 안으로 혼자 들어서는 새빛이 보인다.

 딸깍~,

 차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훈이 돌아본다.

 “오늘은, 가서 물어봐야겠어.”

 안나의 목소리에 결의마저 느껴진다.

 “무엇을, 물어보실 생각이십니까?”

 훈이 질문에,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무얼 물어봐야 하나.

 “몰라~, 모르겠어. 그렇다고, 만날 여기 와서 쳐다 보기만 할 수는 없잖아. 딱 봐도, 저 아이 엄마라는 사람은, 애 학교에 자주 오지 않는 것 같고.”

 똑, 똑, 똑.

 “깜짝이야~”

 누군가, 짙게 코팅 되어 있는 차장을 두들긴다. 잔뜩 긴장한 상태였던 안나는 화들짝 놀란다. 당황한 건, 훈도 마찬가지.

 “뭐야? 이 사람은?”

 안나가 창 밖의 사람을 확인하며 훈에게 묻는다.

 “그, 글쎄~”

 훈도 알 리가 없다.

 똑, 똑, 똑.

 다시 두들긴다. 안절부절하던 안나는, 결심을 한 듯, 창문의 내림 버튼을 누른다. 검정 모자를 눌러 쓰고, 검정 마스크까지 한, 체구가 작은 여자가 하나 서 있다.

 “무슨~~?”

 “누구세요?”

 여자의 질문에 날이 서 있다. 안나는, 순간, 얼굴에 열이 확, 오를 정도로 긴장한다. 짙은 선글라스에 가려 눈빛이 단번에 드러나지는 않을테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누구시냐고요?”

 여자가 다시 묻는다.

 “무슨 일로 그러시는 거죠?”

 가까스로 용기를 낸 안나가 되묻는다. 사진을 들고 있던 손에서 땀이 흐른다. 그 바람에 사진이, 발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안나는 얼른 허리를 숙여 사진을 붙잡는다. 순간, 사진 속 주인공이, 제경의 눈에 띄었다.

 ‘저건~!’

 제경의 눈빛이 흔들린다. 안나가 사진을 가방에 넣으며, 제경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굳은 듯, 서 있는 제경의 표정을 살피던 안나는 다시 묻는다.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당신 누구야?!”

 제경의 반응이 격해진다. 제경은, 심장이 쿵닥거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표정을 안나가 놓칠 리 없다.

 ‘혹시, 이 여자~’

 그러고 보니, 지난 번 저 아이 학교 앞에서 보았던, 그 작은 체구의 예쁘장한 여자와 닮은 것도 같다. 아니,

 ‘그 여자다!’

 안나는, 그제야 제경이 떠올랐다. 안나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진 속의 여자가, 이 여자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그 여자가 서 있고, 말을 걸자, 말문이 막혀 버렸다. 맥박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심장이 뛰었고, 손 뿐만 아니라, 등에서도 땀이 흘렀다.

 “전 이만, 바빠서······.”

 안나가 창문을 올리려고 하자, 제경이 손으로 창문을 붙잡는다.

 “당신 누구냐고~!?”

 제경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훈아~, 가자.”

 훈도 이상항 낌새를 느꼈는지, 서둘러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제경이 다시 붙잡을 새 없이, 차는 빠르게 사라져 갔다.

 “분명히, 분명히 언니였어!”

 제경은, 조금 전 차 안에 떨어졌던 사진을 생각했다. 가슴이 벌렁거리며 뛰었다. 숨도 찬 것 같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제자리에서 뱅뱅 돈다. 새빛이 주위에, 같은 외제차가 맴도는 것 같아 따라나온 길이었다. 좋은 일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새빛이 엄마 재판에 관여한, 앙심을 품은 사람들, 간혹 제경이 하는 네일샵에 들이닥쳐,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하고, 새빛이를 찾아가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으므로, 이번에도 그런 류의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이었다.

 

 “그 아이 엄마일까?”

 빠르게 큰 길로 들어서는 차 안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나가 말한다. 훈이 대답할 리 없음을 알면서도,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한다. 안나는 사진을 다시 한 번 쳐다본다. 닮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무언가, 진짜로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그 아이 주변을 맴도는 것이, 그 아이의 누군가에게 들켰으니, 이런 식으로 맴돌기만 하다가는 쓸데없는 오해만 키울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쓸데없는 오해들로 시끄러워지는 것을 그냥 두기만 하기에는, ‘안나 정’이 지나치게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다.

 

 “앗, 따거~!”

 “어머~!”

 제경은, 새벽에 새빛이 학교 앞에서 본 차 안의 주인공이 영 거슬렸다. 하루 종일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 집중이 되지 않는다. 결국, 붙잡고 있던 손님의 손 끝을 긁히게 만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다행히, 윤지 엄마였으니 망정이지, 괜시리 시끄러워질 뻔 했다.

 “어떻해요~~ 죄송해요, 언니~”

 살짝 벗겨진 손 끝의 살갗을 달래고, 팩으로 찜질을 시작한다.

 “왜 그래?”

 찜질팩을 손 위에 올려 마사지를 하는가 싶더니, 다시 딴 생각에 빠진 제경을 보고 윤지 엄마가 묻는다.

 “제경아~”

 불러도 못 알아 듣는다.

 “제경아~!”

 옆 자리에 앉아 아리 엄마의 손가락 손질을 하던 수연이, 좀 더 큰 소리로 제경을 부른다.

 “어~ 어?”

 그제야 알아듣는다.

 “너, 아침부터 왜 그래?”

 수연이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오늘 하루 종일 이러고 있는 거야?”윤지 엄마가 수연에게 묻는다. 수연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아리 엄마가 수연에게 ‘왜 저러냐’는 눈짓을 하자, 수연은 고개를 젓는다. 수연도 아침부터 딴 생각에 빠져 있는 제경이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샵으로 들어올 때부터, 제경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수연이 몇 번 물어봤지만, 별 일 아니라고만 대답했다. 하지만 별 일 아닌 것이 아니었던 것은, 제경의 상태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아~~ 뜨, 뜨, 뜨겁다~~ 제경아~”

 찜질팩을 올리고 있던 윤지 엄마가 찜질팩을 밀치며 말한다.

 “어머~ 어머, 어떻게해~~~ 정말 죄송해요······.”

 이번에도 멍하던 제경이, 화들짝 놀란다.

 “정신을 좀 차려봐, 왜 그러는 거야?”

 수연이 걱정스러운 듯 말한다. 아리 엄마도 계속해서 제경의 표정을 살핀다.

 “집에 무슨 일 있어?”

 보다 못한 윤지 엄마가 묻는다. 아리 엄마가 그걸 생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묻는다.

 “새빛이 엄마한테 무슨 일 생겼어?”

 “그런 거 아니에요~!!!!!”

 아리 엄마의 질문에, 제경은, 더 크게 놀라며 큰 소리로 대답한다. 마치 화가 잔뜩 난 사람처럼.

 “너, 왜 그래애~”

 중간에서 수연이 어쩔 줄 몰라한다.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런대~!!!”제경의 격한 반응에 무안해진 아리 엄마가 더 크게 소리친다.

 “아휴~, 언니까지 같이 그럼 돼~?”

 윤지 엄마가 둘을 말린다. 윤지 엄마의 말에, 제경이 제정신이 든 듯, 고개를 살짝 흔든다.

 “어머~, 죄, 죄송해요, 아리 언니~ 나도 모르게~”

 제경이 한 번 더 세차게 머리를 흔든다.

 ‘정신 차리자, 정신,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속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려고 중얼거린다.

 지난 10년 동안, 일부러라도 입에 올리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언니가 그러길 바랐고, 그 분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도 했다. 말 속에 섞여 나올 지 몰라, 한동안은 정말로 조심했던 기억도 있다.

 --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티나지 않게, 아주 아주 평범하게, 그렇게 살으래.

 -- 그래서 언니는?

 --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새빛이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준 이야기가 전부였다. ‘평범하게, 티나지 않게’ 그렇게 살라고 했다고, 그렇게 살자고. 그래서 그렇게 살았다. 언니도, 제경도. 그 시간들을 입에 올리는 순간, 평범하지 않게 될 까 봐, 다른 것이 티가 날까 봐. 그런데, 오늘. 며칠 째 새빛이 주변을 맴돌던 수상한 차 안에서, 그 시간의 언니 사진을 봤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온 정신이, 다, 그 사진에 팔려 집중을 하지 못했다. 언니한테 전해야할 지, 말 지부터 난관이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는 건지.

 “제경아~”

 윤지 엄마가 다시 제경을 살핀다.

 “네, 네~~~”

 “괜찮아?”

 “아~, 아, 저 괜찮아요.”

 “근데, 왜 그래? 정말 집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아, 아니에요.”

 “근데, 왜 그래? 아까 애들 학원 갈 때, 새빛이 보니까, 별일 없어 보였는데······.”

 “아무 일 아니에요.”

 윤지 엄마가 걱정스럽게, 제경의 안색을 살피자, 아리 엄마가 한 소리 한다.

 “아무 일 없는데, 왜 그렇게 정신이 나가 있어?!”

 늘 제경에게 날이 서 있는 아리 엄마라, 말이 곱게 나가질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제경도 아닌데, 오늘은 별달리 반응하지 않는다.

 “그냥~ 좀~”

 제경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아리 엄마였다. 평상시라면, 발끈해서 대들어야 정상인데, 가만히 넘어가는 제경이 영 이상했다. 아리 엄마가 윤지 엄마를 바라보자, 윤지 엄마도 아리 엄마를 바라보며, 뭔가 문제 있는 것 같다는 눈짓을 한다. 아리 엄마도 고개를 끄덕인다. 둘 사이에 그런 신호가 오고 갈 때, 갑자기 제경이 벌떡 일어선다.

 “아, 깜짝이야~!”

 수연까지 세 사람이 동시에 같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제경아~ 너 왜 그래, 진짜~”

 수연이 짜증 반 걱정 반인 감정을 실어 말한다.

 “나, 오늘 좀 먼저 들어 갈게.”

 “아니, 뭐, 그거야 상관없는데~”

 “뒷정리하고, 너도 그냥 일찍 들어가, 괜히 혼자서 손님 다 커버하려고 하지 말고~”

 “아니, 그건, 내가 알아서 하는데~”

 “그럼 좀 부탁한다.”

 수연의 뒷말은 듣지도 않고, 제경이 샵을 뛰쳐 나간다. 손톱 손질을 다 마치지 못하고, 상처만 난 윤지 엄마도, 아리 엄마도, 아리 엄마의 손을 마무리 하고 있는 수연도, 제경의 뒷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기는 똑같았다.

 “새빛이 엄마한테 전화 좀 해 봐.”

 아리 엄마가 윤지 엄마한테 말한다.

 “전화 해서 뭐라고 해?”

 “집에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면 되지~”

 “뜬금없이?”

 “아님, 쟤 오늘 좀 이상하다고 하던가~”

 “좀 이상한 거 맞지?”

 “좀이 아니고, 아주 심각하게 이상하지~ 오늘 안 덤비잖아~”

 “에이~ 언니도~”

 아리 엄마의 말에, 윤지 엄마가 피식 웃는다. 아리 엄마는 오히려 정색을 하고 말을 잇는다.

 “에이~가 아니라, 쟤가 언제 나한테 고분 고분한 적 있어?”

 “그건, 언니도 제경이한테 유난히 쌀쌀맞게 굴잖아~”

 “내가 언제~!!!”

 “아휴~ 그건, 우리도 다~ 알고, 애들도 다~ 알고, 여기, 수연씨도 알겠다.”

 윤지 엄마의 말에, 수연이 큭, 하고 웃는다.

 “아휴~ 빨리 빨리 마무리 좀 해 줘~”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은 아리 엄마가 수연을 재촉한다. 가벼운 농담으로 넘어가기는 하지만, 윤지 엄마와 아리 엄마는 제경의 행동이 영 걸린다.

 

 샵을 뛰쳐 나온 제경은, 한참을 어딘가로 급하게 향하다 멈춘다.

 ‘어디 가는 거지? 지금?’

 무언가 급한 마음이 들어 샵을 뛰쳐 나오기는 했지만, 딱히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머리 속이 뒤죽 박죽이라 정리가 필요하기는 했다.

 ‘생각을 해야해, 언니한테 말을 해야 하나? 아님, 그 여자가 누군지 먼저 알아봐야 하나?’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일단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새빛이 엄마의 사무실 앞이었다.

 ‘미쳤나 봐, 여기로 바로 달려오면 어쩌자는 거야~!!!!!’

 혹시나, 새빛이 엄마 눈에 띌까 싶어 서둘러 지하철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제경이니?”등 뒤에서 새빛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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