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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신스틸러
작가 : 감귤
작품등록일 : 2020.9.23

과거 연습생, 현직 매니저, 조만간 백수 예정.
나 은서리, 연예기획사의 대표가 되어보겠습니다!

 
VVIP 라운지
작성일 : 20-09-30 04:10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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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자, 그럼 도전정신을 마저 불태우러 갑시다.”

 

 느긋하게 앉아서 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 양반도 성격 급하고 추진력 강한 건 홍소라 못지않았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며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에 일어나라고 성화였다. 그의 재촉에 어영부영 일어나며 남은 커피를 급히 쪽쪽 빨아 마셨다. 그 모습을 본 마봉구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 이 아가씨 안 되겠네. 애티튜드가 전혀 안 갖춰졌잖아”

 “애티튜드요?”

 

 대답하는 중에도 부지런히 마셨다. 남기긴 아깝잖아. 이내 쿠르릅- 하는 소리와 함께 컵이 바닥을 드러내자 급기야 그는 혀를 쯧쯧 찼다.

 

 “그만 마셔, 그만”

 

 결국 마봉구에게 손목을 붙잡혀 끌려 나오듯 카페를 벗어났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중에도 그의 잔소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렇게 음료가 바닥을 드러내서 소리가 날 때까지 먹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요. 음식을 탐하는 모습은 품위를 떨어뜨리기 가장 좋은 행동이니까 조심해야 돼.”

 “아, 알겠습니다. 조심할게요.”

 “특히 홍 회장님은 애티튜드에 민감한 사람이니까 그 앞에서는 더 언행에 주의해야 하고요. 그래도 아직 같이 식사까지 할 사이는 아닌 것 같으니까 미리 내가 조언을 좀 하자면-”

 “…….”

 “뭐야, 이미 같이 밥 먹었어?!”

 

 그의 말에 문득 조금 전 가졌던 식사 자리를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품위 있다 할 만한 모습은 떠오르지 않고 음식이 나오는 족족 부지런히 먹었던 기억만 났다. 젠장.

 ‘망했어요’라는 시선을 담아 마봉구를 올려다보니 그는 턱에 손을 짚으며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흐음……. 거참 희한하단 말이야.”

 “네?”

 “홍 회장님 성격 알죠? 깐깐하고 철두철미한 거. 주변 사람이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걸 그냥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거든요. 본인 품위와도 연결이 되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지적하든 관계를 끊어내든 할 사람이란 말이에요. 더군다나 수연 아가씨 친구라면 아가씨랑 어울릴 만한 사람인지 더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봤을 텐데. 그런데 그걸 그냥 지켜만 보고 계셨대요?”

 “그, 그러게요. 저도 한번 여쭤보고 싶네요.”

 

 홍소라와 홍수연, 두 모녀 모두 나에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들이다. 감사하다 못해 황송할 정도이지만 그럴수록 왜? 라는 의문이 점점 커지는 건 당연했다. 그것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

 

 “은인이라도 되나? 흐음… 연구 대상감인데, 서리 씨”

 

 그러게 말입니다. 저야말로 궁금하네요.

 그러나 깊은 상념에 잠겨 있을 틈도 없이 마봉구가 나를 이끌고 여성복 코너로 향했다. 층 전체가 여성복으로 꽉 채워진 이곳을 모두 둘러볼 생각을 하니 시작부터 진이 다 빠졌다. 이런 내게 마봉구가 기운을 북돋워 주는 말을 했다.

 

 “여기서는 딱 한 매장에 딱 한 벌만 입어볼 거예요. 생각해 둔 옷이 있어서. 아마 제 옷처럼 착 달라붙을걸?”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덩달아 힘이 솟아 급히 걸음을 옮겼다. 속전속결로 끝내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빙글빙글 돌았다. 그렇게 뒤따라간 곳은 체크무늬 코트로 유명한 브랜드 매장이었다. 물론 내 머릿속의 브랜드 이미지는 체크무늬 코트였지만, 막상 매장에 들어가 보니 코트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외투가 행거에 걸려 있었다.

 

 “와, 귀엽다.”

 

 물론 가격은 안 귀여웠다. 옷을 들었다 놨다 하며 택에 붙은 가격을 보고 놀라는 행동을 반복했다. 이러는 동안 마봉구는 매장 안에 있는 직원과 뭐라 상의를 하고 있었다. 직원이 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오늘 하루 백화점 전역을 돌아다니며 많이 받아본 시선이라 익숙했다.

 

 “선 예약 상품이라 이미 예약이 다 차긴 했는데 지금 사이즈가 빠진 게 딱 한 벌 있거든요. 한 번 가져와 볼게요.”

 

 직원이 매장 뒤로 들어갔다. 그사이에 나는 마음에 드는 코트를 집어 들고는 마봉구에게 선보였다. 무려 형광 패턴이 들어간 화려한 코트였다.

 

 “실장님, 이거-”

 “그거 아니야. 내려놔.”

 

 단호하게 고갤 젓는 그의 거절에 씁쓸하게 옷을 행거에 다시 걸었다. 가방과 구두를 비롯해 나름 예쁘다고 고른 것들은 번번이 그에게 퇴짜를 맞았다. 오늘 여러 번 퇴짜 맞는구나.

 이러는 동안 매장 뒤로 사라졌던 직원이 코트 한 벌을 들고 나타났다. 사이즈를 가늠하는 듯 나와 코트를 번갈아 보며 고갤 갸웃했다. 그러고는 마봉구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실은 이게 아동용이라서… 고객님한테는 비밀로 해주시고…….”

 

 본의 아니게 귀가 좋아서 다 들립니다만.

 직원이 가져온 그 아동복은 망토 모양의 코트였다. 베이지 색상의 민무늬 코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브랜드의 대표 격인 체크무늬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궁금증은 곧바로 마봉구의 설명으로 해결되었다.

 

 “자, 이 옷을 설명하자면 안쪽에 체크무늬가 있는 케이프 코트입니다. 안쪽에 체크무늬가 있다는 건? 이 케이프만 떼면 코트를 양면으로 입을 수 있다는 거예요.”

 “와...!”

 “코트를 한 벌만 사도 두 벌이나 생기는 거죠. 서리 씨처럼 옷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마봉구는 만족한 얼굴로 고갤 끄덕이며 내게 입어볼 것을 권유했다. 미련을 놓지 못해 또다시 들고 있던 형광 외투를 내려놓았다. 그에게 다가가 코트를 받아 걸치고는 빙그르르 돌아보았다. 마봉구는 마치 패션디자이너처럼 예리한 시선으로 나와 옷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이내 우아한 손길로 손뼉을 짝짝 쳤다.

 

 “음, 역시 키가 작고 왜소해서 아동복이 잘 어울리는군요.”

 “그거 칭찬 맞죠?”

 “그럼요.”

 

 천연덕스럽게 고갤 끄덕여 보인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매장을 나섰다. 나는 서둘러 내 외투로 다시 갈아입고는 새 옷을 주섬주섬 쇼핑백에 담았다.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는 마봉구의 시선이 느껴졌다. 눈을 들어보니 이번에야말로 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자기야, 왜 옷을 다시 갈아입는 거예요?”

 “그야… 이건 좀 아껴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응, 아껴 입어야 해서 그렇구나? 아예 농에 넣어놓고 좀이 슬 때까지 아끼려고?”

 “아니 그건 아니지만요...!”

 “비싼 옷일수록 자주 입어줘야 본전을 빼지! 옷도 다 때가 있고 유행이 있는 건데 이번 시즌 지나가면 이거 입고 싶어도 못 입는다? 당장 내년만 되어도 이거 유행 다 지나서 못 입을걸?”

 “아니 이렇게 비싼 걸 일 년밖에 못 입는다고요?”

 “그럼 얼마나 오래 입으려고 했는데?”

 “한… 십 년?”

 “하, 참…….”

 “아니 그래도 기백만 원이 넘는 옷을 일 년밖에, 그것도 봄이랑 가을 한 철밖에 못 입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옷이 든 쇼핑백을 부랴부랴 챙겨 들고 쫓아가면서 항변해 보았으나, 마봉구는 고갤 설레설레 저으며 앞서나갔다. 그러다 딱 멈춰 서서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는 것이다. 워낙 꽉 조여 꾸민 모습 탓에 손목시계조차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회장님 너무 오래 기다리셨겠다. 빨리 가야겠네요, 서리 씨.”

 “아, 네!”

 

 그는 걸음을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내가 뒤따라 타기 무섭게 마봉구가 맨 꼭대기 층 버튼을 눌렀다. 층별 안내도를 보니 맨 위층에 라운지가 있었다. 올라가는 동안 나는 손에 들린 쇼핑백들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물론 이런 내 모습을 보는 마봉구의 표정은 전혀 뿌듯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가면 회장님이 돈을 쓴 보람이 없지 않겠어요? 착장을 하고 갑시다.”

 “어어? 여, 여기서요?”

 

 마봉구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내가 신고 있던 신발을 벗겨내고는 새로 산 구두를 신기는 것이었다. 오늘 여러모로 갖은 고생을 한 발이 비명을 질러대는 게 느껴졌다. 발끝을 유리 조각으로 찔러대는 듯한 고통에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엘리베이터 벽면에 난 손잡이를 잡고 매달렸다.

 

 “끄악!”

 “엄살은. 좀 참아요. 그래도 나름 편한 신발로 사서 신겨줬구만.”

 

 곧이어 낡은 외투를 벗고 새로 산 코트로 갈아입었다. 마봉구는 지독하게도 손잡이에 매달린 내 손을 기어이 떼어내 새 가방을 들려주었다.

 

 “흠, 이 정도면 뭐… 회장님 안목에 그렇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겠네요. 갑시다.”

 

 그가 품 안에서 카드 하나를 꺼냈다. 엘리베이터 버튼 하단에 있는 단말기에 카드를 대니 엘리베이터 버튼이 있는 최고층에서 한 층을 더 올라갔다. 사실상 일반적인 사람들은 출입할 수 없는 가려진 층인 셈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고 해도 VIP 고객밖에 없는데 그 고객들조차 범접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게 또 있단 말인가. 이런 지극히 비밀스러운 공간은 내 인생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지라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라운지 위에, 라운지가 또 있는 거예요?”

 “정확한 명칭은 VVIP 라운지라고 하죠. 다만 이곳은 장소 자체가 극히 기밀이라 본인이 VVIP 고객이라 할지라도 기존 고객이 초대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어요.”

 

 오늘 참 여러모로 눈이 돌아가는 별세계 구경을 하고 가는 것 같다. 오민준이 쇼핑할 때마다 심부름꾼 겸 짐꾼으로 따라다니긴 했지만 라운지는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단번에 VVIP 라운지 입성이라니.

 이쯤 되니 정말로 궁금해졌다. 과연 구름 위의 신선들은 라운지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대단히 비밀스럽거나 거국적인 이야기를 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걸까, 아니면 평범한 소시민들과 같이 잡담을 나누는 걸까.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품고서 엘리베이터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띵- 하는 고전적인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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