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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색에 홀리다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20.7.31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우경. 어느 날부터인가 붉은 색에 홀려들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해졋다. 아름답고 아찔한 붉은 색에.... 홀린다....

 
구분이 모호해진다 04
작성일 : 20-09-29 20:56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5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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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강기에서 먼저 내린 나강인이 로비에 몇 걸음 내디디지도 않고 발을 멈췄다.

 놀란 듯 빠르게 고개가 승강기 쪽으로 돌아갔다.

 

 “왜요? 뭐 있어요?”

 “아니. 여기 승강기 안내하는 게 좀 특이하지 않냐?”

 “음... 그런가?”

 “나만 그런 건가? 다른 승강기하고 좀 다른 거 같은데.”

 “일하기 싫어서 그러는 겁니다. 일하기 싫으니까 쓸데없는데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그 신경을 사건에 쏟으세요.”

 “쳇. 알았다.”

 

 멈췄던 형사들이 로비를 가로지르자 승강기가 움직였다.

 

 -

 우경이 신간한 표정을 한 채 현관을 노려봤다.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한숨마저 뱉어낸 뒤에야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서 일어난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벽에 있는 시계로 향한다.

 오후 5시 10분.

 

 걱정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거실을 서성이다가 거실 창으로 향한다.

 창밖을 쳐다보다 떨어지던 김이수의 눈동자를 떠올리고 눈을 감아버린다.

 깊게 한숨을 뱉어내며 고개를 돌린다.

 

 “아! 녹음기.”

 

 그제야 녹음기를 떠올리며 입고 나갔던 옷을 뒤져 녹음기를 꺼낸다.

 조금 피곤한 모습으로 우경이 책상 앞에 앉는다.

 잠시 의자 등받이에 기대 안정을 취한 뒤, 녹음된 것을 재생한다.

 

 발소리와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린 뒤부터 침묵이 감돈다.

 우경의 손이 녹음된 것을 빨리 돌리려 할 때 김이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

 도우경이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김이진이 한참 동안 문만 쳐다보고 있다.

 지루할 만큼 침묵이 이어지고 나서야 김이진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렀다.

 

 “음~ 흐으음~ 흠~~ 흠~~~ 흠~~~”

 

 어떤 노래인지 알 수 없는 것을 허밍으로 부르고 있다.

 평소 친근하고 친절하던 김이진의 목소리가 아니다.

 도우경이 알던 김이진과 너무도 다른 목소리가 서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허밍으로 노래한다.

 한참을 같은 노래의 한 부분만 반복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나른하고 느리게.

 누군가 본다면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그렇게 책상을 돌아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응.”

 

 여전히 서늘한 목소리로 김이진이 짧게 답을 뱉어냈다.

 전화를 건 누군가가 김이진 대신 많을 말들을 뱉어내고 있는 듯 얌전히 휴대폰을 쥐고 있다.

 

 “예--. -- ----”

 

 복화술이라도 하는 것처럼 우경이 말을 입안으로 씹었다.

 알아듣지 못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 소리를 휴대폰 너머의 누군가는 들었다.

 무언가를 계속 말해오는 걸 듣고만 있던 김이진이 미간을 좁혔다.

 심각한 표정을 하고 김이진이 차분하게 말을 뱉어냈다.

 

 “그래.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가 말했잖아. 어차피 봤다고 해도 기억할 수 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해뒀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우리의 준비’나 철저히 하자.”

 

 여전히 서늘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의 상대를 달래듯 말했다.

 잠시 김이진이 전화를 건 이의 말을 들어주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이진이 빠르게 문을 등지고 섰다.

 

 “그래. 나중에 연락할게.”

 

 좀 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김이진의 입을 타고 흘렀다.

 그대로 전화를 끊은 김이진이 천천히 몸을 돌려 우경을 쳐다봤다.

 얼굴에는 친근하고 친절한 미소를 그려낸 채.

 

 우경에게는 자신이 들어오자마자 김이진이 전화를 끊는 것처럼 보였다.

 김이진의 입술이 만족감을 표하며 호선을 그렸다.

 

 -

 우경이 돌아오고 난 뒤부터는 계속 상담을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루함에 녹음된 부분들을 뭉텅이로 뛰어넘기던 우경이 재생을 멈췄다.

 그리고 김이진의 통화가 녹음된 부분을 다시 찾았다.

 

 “분명... 아까 안 들리던 것이 있었는데...”

 

 앞뒤로 계속 녹음파일을 돌려듣다 드디어 원하는 부분을 찾았다.

 다시 재생을 해 보았지만 웅얼거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소리를 최대로 키운 채 녹음기를 귀 옆으로 가져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예화야... 너도 그 애들처럼.... 죽고 싶은 거니?”

 

 여태 우경이 듣던 것과 정말 다른 목소리였다.

 누가 듣는다면 공포영화의 살인자 목소리를 가져온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놀란 우경이 녹음기를 책상 위로 던져버렸다.

 

 “이... 이게 뭐야.... 이게...”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 우경의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붉은 색과 함께 예화가 떠올랐다.

 우경은 휴대폰을 뒤졌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예화의 연락처를 저장해 뒀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하지만 우경의 휴대폰에 예화의 연락처는 없었다.

 

 “아... 알려줘야... 음-. 근데 이 통화를 예화씨랑 한 거 아닌가?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게 있기는 할까?”

 

 역시 대답은 ‘아니요.’였다.

 이미 들은 사람에게 새삼스럽게 알려주는 것도 웃겼다.

 아니, 알려준다 한들 어쩔 것인가.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자신의 사항을 체념한 우경이 한숨을 뱉어냈다.

 

 “하... 뭘 어쩌려고. 제가 상담을 하다 몰래 녹음을 했거든요? 근데 거기 당신이랑 김이진 선생님이 통화하는 게 녹음됐는데 위험해 보여서요. 이러기라도 하려고? 하... 진짜... 제대로 멍청하다.”

 

 뱉어진 말이 우경을 타박하며 박혀 들었다.

 한참 멍청하게 녹음기만 바라보고 있던 우경의 손이 키보드 위로 올라갔다.

 언제나 켜져 있는 새하얀 한글창에 검은색 글씨들이 차올랐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누군가처럼 초점 없는 눈동자로 기계처럼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다.

 

 -

 남자 주인공은 언제가 시작인지 모를 불면증에 힘들어하고 있다.

 어떻게든 잠을 자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처럼 남자는 잠에 매달린다.

 온 신경이 잠에 맞춰진 남자는 어느 날 누군가의 자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정신을 못차린다.

 그런 남자의 앞에 붉은색이 나타난다.

 홀린 듯 붉은색을 쫓던 남자가 붉은색을 온몸에 두른 유혹적인 여자 주인공을 만난다.

 한눈에 시선을 빼앗을 듯 강렬한 색을 몸에 두른 여자는 남주의 정신을 흩트려 놓는다.

 너무 손쉽게 홀려버린 남자는 다시 한번 타인의 자살을 목격한다.

 

 두 번의 자살을 목격한 남자는 생존본능처럼 붉은색을 찾는다.

 어쩌면 저 붉은색이 자신을 구원해줄 것만 같았다.

 남자는 붉은색에 취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려한다.

 

 여자는 두 명을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 성공해 기분이 좋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둘을 치워버리고 나니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거기다 자신의 붉은색에 홀려 든 남자는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남자의 손을 잡아준다.

 

 사실 여자는 남자를 알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

 여자는 심리치료사를 통해 남자의 이야기를 꾸준히 듣고 있었다.

 왜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 채 계속 들어야만 했다.

 여자는 남자의 일상을 아주 세밀하게 알아버리게 됐다.

 습관이나 말투, 성격 같은 것들까지.

 

 사실 심리치료를 받는다는 공통점 외에도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다.

 여자는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남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언가 때문에.....

 제대로 잠들 수 없다는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공통의 시련을 가진 탓에 둘은 편하게 곁을 내어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서로의 곁을 차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도, 서로의 곁을 차지하게 된 것도.

 모두 심리치료사의 뜻이었다는 것을.

 

 두 사람의 심리치료사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암시를 심어주고 자신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것.

 가장 마음에 들게 만들어진 것이 여자였고 자살한 사람 둘이 실패작이라는 것.

 심리치료사는 실패작임을 알자마자 자살한 사람들에게 암시를 걸었다.

 우울하고 삶의 의욕을 가질 수 없게.

 

 평소에 하던 미술, 음악 등 모든 치료를 조금씩 비틀었다.

 그것만으로도 암시는 실패작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거짓 기억을 진짜라고 믿게 했다.

 상관도 없던 실패작 둘은 여자의 어린 시절에 등장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당사자들로.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심리치료사는 실패작들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높였다.

 평소 먹던 약도 갑자기 끊어버리거나 먹으면 안 되는 것들로 바꿔버렸다.

 실패작들이 이상해지며 힘겨워하는 사이 여자가 찾아갔다.

 심리치료사가 준 약물이 섞인 음료수를 먹이고 옥상으로 함께 올라갔다.

 저항할 수 없는 실패작을 여자는 힘들이지 않고 처리했다.

 

 이 모든 사실을 여자가 남자에게 힘겹게 말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려 했다.

 심리치료사는 그런 두 사람을 불렀다.

 

 멍청하게도 둘은 심리치료사의 상담실을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손쉽게 먹이를 눈앞에 둔 심리치료사는 자신의 니즈를 펼쳤다.

 남자를 잠들게 하고 여자의 목을 손수 매달았다.

 전에 치료라며 쓰게 만들었던 유서를 여자 발아래 놓아두었다.

 그리고 경찰을 불렀다.

 경찰에게 보호를 받으며 빠져나오는 심리치료사의 눈에는 아쉬움이 감돌았다.

 마음에 쏙 들었던 장난감이 사라져버린 아이의 눈에서 보이는 아쉬움이.

 

 -

 어느새 화면 가득 스토리를 적어낸 우경이 고개를 좌우로 스트레칭했다.

 눈은 자신이 적어 내린 스토리를 다시 읽으며.

 

 “아... 이걸로 쓰면 되겠다.”

 

 일어나는 우경의 눈에 시계가 보였다.

 오후 7시 30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하... 그래서 허리가 아팠던 거구나.”

 

 책상을 돌아 나오는 우경의 귀에 전화벨이 들렸다.

 테이블에 둔 휴대폰을 찾아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전화를 받았다.

 

 “네.”

 [낮잠이라도 잤었나요?]

 “아뇨. 그러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네요.”

 [아-. 안타깝네요. 돌아간 뒤에 연락이 없어서 혹시나 하고 있었거든요.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피로하게 만드는 거니까요. 그 피로가 어쩌면 우경씨를 잠들게 하지 않을까 했거든요.]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우경이 미간을 살짝 구기며 휴대폰 너머의 소리에 집중했다.

 김이진의 주변이 굉장히 시끄럽게 느껴진다.

 

 “퇴근하시는 중이신가요? 주변이 꽤... 시끄럽군요.”

 [통화하기 불편할 정도인가요?]

 “아뇨. 아닙니다. 그냥... 어-. 여태 선생님의 주변이 시끄러운 적이 없었던 것... 음?”

 [왜 그러죠?]

 “음-. 그러니까 왜 한 번도 선생님 주변이 시끄러운 적이 없는 거 같을까요?”

 [그럴 리가요. 제가 매일 상담실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요. 그냥- 심리적인 것 아닐까요? 우경씨는 항상 내 목소리를 편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 그런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좋은 거네요. 것보다 오늘은 운동했나요?]

 

 그때 익숙한 소리가 우경의 귀에 들려왔다.

 다른 평범한 승강기와는 전혀 다른 소리.

 우경이 사는 건물에서만 들리는 소리.

 

 독특한... 효과음 같은 소리와 ‘문이 닫힙니다. 올라가게 됩니다.’

 우경의 몸이 돌덩어리처럼 굳어버렸다.

 

 [우경씨? 왜 갑자기 아무 말도 없죠?]

 “어... 아닙니다. 무슨 말을 하셨었죠?”

 

 우경이 애써 생각들을 털어내려는 것처럼 머리를 흔들었다.

 아마도 좀 전까지 써 내려갔던 줄거리 때문일 거라고 계속 되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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