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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색에 홀리다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20.7.31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우경. 어느 날부터인가 붉은 색에 홀려들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해졋다. 아름답고 아찔한 붉은 색에.... 홀린다....

 
혼란이 휘몰아친다 02
작성일 : 20-09-29 20:50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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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경이 자신이 썼던 시나리오들을 되짚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썼던 기억은 없다.

 

 “없어요. 이런 장면은.... 아!”

 [뭔가 생각나는 게 있나요?]

 “읽었던 책에서... 비슷한 내용이 있었어요. 살인범이 피해자에게 죽음을 예고하기 위해서. 음- 하지만 그건 글이었는데요.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게 아니었어요.”

 [글을 읽으면서 장면을 떠올리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리고 떠올린 그 장면이 기대로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알죠? 전에도 말해 줬잖아요.]

 “전에...? 그런 말을 들었던가요? 아... 진짜 모르겠어요. 도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저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아니요. 지금이 현실입니다. 괜찮아요. 너무 혼란스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우경씨는 그저 잠을 너무 못 잔 것뿐이에요. 다른 건 없어요. 잠을 오래 못 자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입니다. 푹 자고 나면 전부 괜찮아지는 그런 것들이에요. 그러니까 침착하게 집으로 들어가야죠.]

 

 차분하게 이어지던 김이진의 목소리가 답을 알려줬다.

 

 “아.. 그래요. 일단 들어가야죠. 들어왔어요. 이제 전 어떻게 해요?”

 

 문을 닫고 현관에 선 채 우경이 물었다.

 김이진은 어쩐지 기분 좋은 듯 목소리가 살짝 경쾌해졌다.

 

 [조금이라도 자야죠. 이제부터는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조금이라도 잠이 오면 자는 겁니다. 자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위험하거나 우경씨를 모르는 타인들만 있는 장소에서 자는 건 안 되겠죠?]

 “집 안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맞았어요. 전에는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게 노력하고 했죠. 침대는 잠을 자는 공간이라 인식할 수 있도록.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우경씨는 잠을 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알았죠?]

 “네. 알겠어요. 그렇게 해볼게요.”

 

 우경이 안으로 들어와 손에 쥔 전단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점퍼를 벗지도 않은 채 그대로 소파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상담도 좀 나와요. 약 처방이 필요 없다고 일 년에 세 번도 나오지 않는 건 좀 심하지 않나요? 상담도 꼭 필요한 처방 중의 하나인데요.]

 “아... 제가 그랬나요? 그래도 저 상담료는 꼬박 잘 내잖아요.”

 [상담 안 오고 꼬박 상담료 내는 건 아깝지 않나요?]

 

 어이없다는 김이진의 목소리가 잔소리처럼 들려왔다.

 

 “하하. 그래도 전화 상담은 꼬박 받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물론 전화상담도 중요하죠. 특히 우경씨 같은 경우에는. 하지만 면담 상담도 중요해요.]

 “알았어요. 다름에는 갈게요.”

 [믿어볼게요.]

 

 통화를 끝낸 우경이 점퍼를 벗어 소파에 걸친다.

 눈에 거슬리는 붉은 리본과 전단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 눈 끝에 걸린 리모컨들의 위치가 거슬렸다.

 

 “내가 이렇게 똑바로 정리해 둔 적이 있나?”

 

 리모컨을 집었다가 내려놓으며 우경이 고개를 털어냈다.

 

 “이것도 잠을 자지 않아서 착각하는 걸 거야. 하... 진짜. 자야 할 거 같아.”

 

 소파를 벗어난 우경이 책상 쪽으로 향했다.

 창의 커튼이 걷혀있어 어둡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책상 앞에 앉는데 컴퓨터가 꺼져있다.

 

 “내가 컴퓨터를 언제 껐지? 아...! 커튼!”

 

 빠르게 뒤를 돌아 우경이 창을 살폈다.

 아까 쳐두었던 커튼이 한쪽 끝으로 치워져 있다.

 기억을 더듬던 우경이 포기하고 컴퓨터를 켰다.

 

 “아... 틀렸어.”

 

 어젯밤부터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적어두었던 파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클라우드 켜뒀어야 하는 건데.”

 

 우경이 클라우드의 자동 백업 기능을 켜고 그대로 컴퓨터 앞을 벗어난다.

 

 “잠을 너무 못 자서 그렇다고 하셨지. 그럼 커튼도 내가 치웠을 거고 컴퓨터도 하... 진짜 이러다 어디 쓰러져서 잠자고 있는 거 아닐까?”

 

 피로를 호소하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드레스 룸으로 발을 옮겼다.

 환하게 불이 켜진 드레스 룸의 창문이 열려있었다.

 

 “분명 창문도 닫고 불도 껐던 거 같은데.”

 

 우경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밖을 살핀다.

 7층이라 발 디딜 곳도 없어 누군가의 출입은 불가능해 보인다.

 우경이 고개를 돌려 위층의 창문 쪽을 살폈다.

 

 “저기서 내려오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할 거고. 누군가 집 안에 숨어있을 리는 없을 테고.”

 

 우경이 천천히 드레스 룸 안을 살폈다.

 

 “의심해서 그런가. 집 안이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달라진 거 같아. 집어낼 수는 없지만 뭔가 어색해. 이질감이....”

 

 정체 모를 거북함이 우경을 먹어치우려는 것처럼 발끝을 타고 올라왔다.

 거북한 느낌을 떨쳐내려 고개를 털어냈다.

 

 “아... 선생님하고 다시 통화를 해봐야겠어. 내가 이상한 게 아니야.”

 

 휴대폰을 꺼내 든 우경이 김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보다 길게 이어지는 통화 연결음에 우경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대로 통화 연결음을 들으며 우경이 드레스 룸을 나선다.

 몸에 밴 습관처럼 불을 끄고 문을 닫는다.

 

 여전히 울려대는 밋밋한 통화 연결음을 들으며 거실의 불을 켠다.

 항상 스탠드 조명에만 의지하던 거실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밝다.

 우경이 거실 한 가운데 서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식탁 뒤의 공간과 책상 옆의 공간.

 소파 아래, 식탁과 책상 아래.

 사람이 숨을 수 있을 공간은 전부 살펴보려는 것처럼 바쁘게 시선이 움직였다.

 

 어느새 통화 연결음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라는 말을 뱉어냈다.

 상냥하지만 상냥하지 않은 단어들에 우경이 전화를 끊는다.

 

 “뭐야. 왜 안 받지? 아... 운동 간다고 했었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소파 앞 테이블에 휴대폰을 던지듯 놓는다.

 거실을 한 번 더 둘러보고 그대로 침실과 화장실 안을 살핀 뒤 불을 끄고 문을 닫는다.

 

 “이 느낌도 전부 잠을 못 자서 생기는 현상인 건가?”

 

 거북한 이질감을 떨쳐내려 같은 자리를 맴돌던 우경이 결국 책상 앞에 앉았다.

 별 생각 없이 녹음기를 틀어 재생 시킨다.

 

 ‘삐-’

 

 녹음된 내용이 없을 때 나오는 비프음이 밝아진 거실을 울렸다.

 

 “뭐? 왜 이런 소리를 내?”

 

 우경이 녹음기를 이리저리 살핀 후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도 녹음기는 같은 비프음을 뱉어냈다.

 

 “이게 왜 안돼? 설마... 다 파일이 지워진 거야?”

 

 허탈한 우경의 시선이 녹음기를 쳐다봤다.

 몇 번이고 재생 버튼을 누르던 우경이 드디어 포기하고 녹음기를 책상에 내려둔다.

 

 “설마... 신예화를 만났던 것까지 전부 꿈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우경이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 맞은편 벽의 시계를 확인했다.

 

 “7시 15분... 지금이라면 아무도 없을 거야. 확인만 하자. 확인만.”

 

 우경이 점퍼도 걸치지 않은 채 현관을 나선다.

 승강기에 올라 최상층을 누르고 초조하게 숫자가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래. 신예화를 만났던 게 꿈이면 그 추락 사건도 없었던 일이라는 거잖아.”

 

 초조해진 우경이 손끝으로 턱을 문질렀다.

 새벽이라 까슬한 감촉이 손끝에 감기며 조금 현실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승강기에서 내리자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대여섯 개의 계단 위로 옥상 문이 열려있다.

 

 “폴리스 라인은 있고.”

 

 열린 문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어렴풋이 보인다.

 우경의 발이 망설임 없이 계단을 오른다.

 

 “현장이면 지키는 경찰이 있어야 정상인데... 여긴 왜 방치해둔 거지?”

 

 계단 하나만을 남겨두고 우경의 발이 멈췄다.

 남은 하나를 더 올라가야 안이 확실히 보일 것을 알지만 망설여졌다.

 혹시라도 저 안에 생각지 못한 살풍경이 펼쳐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우경이 마지막 계단을 올라갔다.

 폴리스라인 사이로 옥상 안을 쳐다봤다.

 평범한 회색의 바닥과 난간이 보인다.

 고개를 폴리스라인 너머로 넘겨 보이는 곳들을 전부 살폈다.

 

 다른 옥상들과 다를 바 없는 풍경만이 있었다.

 혹시 몰라 구석을 살피지만, 특별한 점은 없다.

 

 “살인 현장이라면 이렇게 버려두지는 않을 거고... 정말 자살이라는 건가?”

 

 한 번 더 안쪽을 살핀 우경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이게 현실이었다는 건... 신예화도.... 아. 지금도 내가 제대로 된 잠을 잔 상태는 아니구나.”

 

 허망한 깨달음을 얻은 우경이 그대로 계단을 내려왔다.

 7층에 도착한 승강기에서 우경이 한 발을 내디뎠다가 그대로 멈춰 섰다.

 

 현관문이 열려있다.

 긴장한 우경이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열린 문틈 사이로 집 안을 살피지만 보이는 것은 없다.

 

 틈 사이를 손으로 잡고 우경이 문을 마저 열었다.

 집 안으로 들어와 잔뜩 긴장한 채 거실로 발을 들었다.

 만일을 대비해 문을 열어둔 채 최대한 소리를 죽여 안을 살폈다.

 너른 거실 전체를 눈으로 훑을 동안 인기척을 느끼지는 않았다.

 있던 물건들도 전부 그대로였다.

 

 조금 안심한 우경이 천천히 발을 움직여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인기척을 느낀 우경이 뒤로 돌려 할 때 빠르게 하얀 천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한쪽 팔로 목을 감은 채.

 

 “읍!!! 으.... 읍!!!! 으.. .. .”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우경의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온통 검은색으로 몸을 가린 사람이 늘어지는 우경의 몸을 받아낸다.

 

 -

 방 안에 스탠드가 켜져 있지만, 더 밝은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누군가 우경의 방 블라인드를 전부 걷어버려 아침 햇살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죽은 것처럼 얌전히 누워 있던 우경의 눈이 번쩍 뜨인다.

 막혔던 숨이 트인 사람처럼 우경이 빠르게 상체를 세웠다.

 

 “헉! 하아- 하. 이게... 대체 무슨....”

 

 몰려오는 어지러움에 우경이 머리를 양손으로 감쌌다.

 점차 어지러움이 옅어지고 나서야 손을 뗀 우경이 시계를 찾는다.

 

 “8시... 20분?”

 

 다급하게 침대를 벗어난 우경이 방을 나갔다.

 햇살이 가득 들어온 덕분에 거실이 온통 밝았다.

 우경이 긴장한 채 천천히 안을 살폈다.

 달라진 곳은 없다.

 

 서둘러 현관으로 가보지만, 평소와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습관처럼 뒤꿈치로 반대쪽 신발을 밟아 벗은 그대로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다.

 입을 틀어막던 분명한 감각이 다시 떠올랐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혼란을 떨쳐내지 못한 우경이 달리듯 화장실로 들어갔다.

 우경을 위해 준비한 것처럼 불이 켜져 있다.

 상의를 벗어 던 지 우경이 거울에 자신의 몸을 비춰본다.

 혹시라도 있을 흔적을 찾기 위해.

 조그만 상처도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 그것도 현실이 아니었다고? 감각이 이렇게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혼란스런 시선으로 거울 속의 자신을 노려본다.

 하지만 거울 속의 자신은 어떤 답도 해주지 않았다.

 결국, 화풀이를 고스란히 화장실 문에 헤대며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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