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색에 홀리다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20.7.31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우경. 어느 날부터인가 붉은 색에 홀려들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해졋다. 아름답고 아찔한 붉은 색에.... 홀린다....

 
feliz의 밤 02
작성일 : 20-09-29 20:49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500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도우경씨?”

 

 서늘한 목소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우경의 몸이 굳어졌다.

 우경이 빠르게 얼굴에 표정을 덮어썼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고 평온한 표정을.

 

 “네? 아-. 예화씨. 아직 여기 계셨네요?”

 

 예화의 구두가 로비를 울리며 우경의 앞까지 왔다.

 

 “그러는 그쪽은 왜 아직 여기에 있어요?”

 

 우경이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점퍼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는 태연함을 가장해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걸 계산하고 깜빡했나 봅니다. 집에 갔더니 없어서 찾으러 왔어요.”

 “찾아서... 참 다행이네요. 근데 그쪽에는 왜 갔어요?”

 

 살짝 미소를 짓고 있지만, 예화의 시선에는 의심이 가득 들어차 있다.

 우경이 일부러 예화의 손끝이 가리키는 걸 무시했다.

 

 “어느 쪽 말입니까?”

 “비상구요. 지하에서 올라오던 거 아니었어요?”

 

 그제야 우경의 시선이 예화의 손끝을 따라 비상구 쪽을 쳐다봤다.

 

 “올라오던 거 아닙니다. 가볼까 했던 거죠. 근데 불이 꺼져 있어서 포기하고 돌아가는 중이었어요. 어쩐지 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난 또... 우경씨도 그런 쪽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인가 했어요.”

 

 예화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심하며 미소지었다.

 

 “어떤 쪽이요?”

 “아까 말했던 거요. 불법 영업한다고 했던 그거.”

 “아-. 그런 말을 했었죠?”

 

 우경의 말에 예화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알 수 없어 짜증이라도 난 것 같았다.

 

 “그거 기억 못 했으면서 지하에는 왜 가보려고 했던 건데요?”

 “거기 옛날 레코드와 책을 팔던 게 생각나서요. 진짜 없어졌는지 궁금했거든요. 근데 안 내려가 보길 잘한 것 같네요. 예화씨 말처럼. 괜히 내려갔다가 이상한 거라도 봤으면 기분 상했을 거잖아요. 안 그래요?”

 

 예화가 우경의 표정을 살핀다.

 그러더니 살짝 미소를 지으며 검붉은 손톱으로 자신이 입술 끝을 만진다.

 

 “그렇죠. 근데... 안 주무셔도 괜찮아요?”

 

 예화가 한 걸음 더 우경에게 다가온다.

 우경의 시선은 붉은색에 홀린 듯 우경의 입술과 손톱에 고정되어있다.

 

 “아... 그러네요. 피곤했나 봅니다. 이제 자야죠. 예화씨는요?”

 

 거짓말처럼 피로가 몰려와 우경이 나른하게 관자놀이를 주무른다.

 그때 예화가 한 걸음 더 우경에게 다가섰다.

 

 “말했잖아요. 나는 바 때문에 아니, 워낙 습관이 돼서 괜찮다고. 아무 때나 자도 잘 자거든요.”

 

 한 걸음도 채 남겨지지 않은 거리에 우경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건 좀 부럽군요.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다니.”

 

 예화가 우경이 물러난 만큼 다시 다가왔다.

 

 “도움을 좀 받아서요. 당신도 곧 괜찮아 질 거예요.”

 

 예화의 목소리에 확신이 가득하다.

 우경이 홀린 듯 다시 예화를 쳐다보며 나른하게 눈을 깜빡인다.

 

 “그러면 좋겠어요.”

 “벌써 만나지 않았나요?”

 “벌써... 누굴...?”

 

 때마침 예화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 미안해요. 이만 가봐야겠네요.”

 

 휴대폰을 받으며 우경을 흘깃 보고 그대로 사라진다.

 예화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우경이 멍청하게 안을 살핀다.

 

 “방금... 하... 진짜 홀리기라도 한 건가?”

 

 우경이 복잡해지는 생각을 애써 내리누르며 몸을 돌린다.

 로비를 가로지르는 우경을 지켜보는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

 어두운 거실에는 여전히 스탠드 조명만이 켜져 있다.

 나갈 때 켜져 있던 녹음기는 이미 재생을 멈춰 조용하다.

 우경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며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다.

 

 쿵쾅거리며 소파 앞에까지 와서 지갑과 휴대폰을 테이블로 던지듯 놓았다.

 그리고는 소파에 앉아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쥔다.

 

 “하! 바보도 안 믿겠다. 이 새벽에 어느 정신 빠진 놈이 레코드 가게나 확인해볼까 하는 건데!”

 

 짜증을 가득 담아 움켜쥐었던 머리카락을 헝클였다.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혀 등받이에 기대며 깊게 한숨을 뱉어냈다.

 

 “하- 차라리 당신이 의심돼서 확인하러 갔다 왔다고 말을 하지! 그게 덜 이상했겠다! 나 진짜 바보 아냐!!!”

 

 더 생각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휴대폰을 집어 시간을 확인한다.

 

 “벌써 3시 20분이네. 하...”

 

 별생각 없이 습관처럼 우경이 연락처를 뒤졌다.

 [김이진상담사]를 찾아내고 시간을 보며 고민하다 결국 통화를 눌렀다.

 통화 연결 음이 짧게 이어지고 김이진의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잠들지 못했나요?]

 “잠들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기에 불면증인 사람이 잠을 포기했을까 궁금해지네요.]

 

 우경이 깊게 한숨을 뱉어냈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소파 등받이에 고개를 기댔다.

 김이진은 아무 말없이 우경이 말하기를 기다려주고 있다.

 

 “되게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어요. 근데... 굉장히 서늘해요.”

 [흥미롭네요. 온도로 표현되는 여자가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니. 무척 추상적이네요. 엄청난 사람을 만난 것 같군요.]

 

 우경이 잠시 고민하듯 관자놀이를 주무른다.

 

 “붉은색으로 가득한 여자였어요. 홀린 것처럼 계속 쳐다보게 되는 그런 사람. 근데 엄청난 것보다는 굉장히 귀찮은 일에 얽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부디 그 귀찮을 것 같은 일이 우경씨의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길 빌어야겠네요.]

 “아... 그거 힘들 거 같아요.”

 [그럼 일단은 이렇게 하죠. 그 일들은 아침에 다시 생각하기로 해요. 그리고 지금은 따뜻한 허브차를 한 잔 마셔보는 겁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차의 향과 온기만 느끼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되도록 자보라는 거죠?”

 [정답이에요.]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들었다.

 우경은 어쩐지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음-. 캐모마일 같은 거면 되는 건가요?”

 

 우경이 찬장을 뒤져 선물 받았던 허브차 상자를 꺼내며 물었다.

 

 [충분합니다. 착한 환자네요. 주치의 말도 잘 듣고. 그럼 이제 좀 자봐요.]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아까보다 더 흡족한 미소가 섞여들었다.

 그대로 전화를 끊은 우경이 착실하게 허브차를 탔다.

 퍼지는 향기를 들이마시며 발길을 침실 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침실에 들어서기 바로 직전에 거실 창 쪽으로 발을 돌렸다.

 

 한 모금 마신 차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의자에 앉았다.

 꺼지지 않은 모니터를 쳐다보다 의자를 돌려 커다란 거실 창밖을 쳐다봤다.

 어둠이 짙게 내려진 공원이 범죄 수사물의 살인사건 현장처럼 스산하게 보였다.

 

 -

 건물 지하, 어두운 복도에 붉은 원피스의 실루엣이 보인다.

 잠시 feliz의 작은 간판을 쳐다보고 있던 예화가 검붉은 색이 칠해진 손톱으로 톡 건드린다.

 살짝 흔들리는 간판을 예화의 창백한 손이 두 손으로 움켜쥔다.

 그대로 힘을 줘 당기려다 연결 부위에 걸린 잠금쇠를 풀어낸다.

 

 작은 간판이 손쉽게 떨어져 나와 예화의 손에 쥐어졌다.

 간판을 손에 쥔 예화가 그대로 몸을 돌려 복도를 빠져나간다.

 붉은 원피스와 긴 머리카락이 물결치듯 흔들리며.

 

 -

 어떤 불빛도 없는 텅 빈 공간 가운데 의자와 테이블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의자에 앉은 사람의 실루엣이 방금 내려 둔 휴대폰 빛에 의해 어렴풋이 보일 정도였다.

 

 “이 시간까지 못 잘 만한 일은 뭘까?”

 

 좀 전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와 전혀 다른 서늘하고 섬뜩한 목소리였다.

 김이진의 손끝이 어두워진 휴대폰 액정을 툭 친다.

 다시 불이 밝아지며 김이진의 손끝이 보였다.

 

 -

 공원을 보던 우경이 가로등 불빛으로 향했다.

 눈으로 가로등들을 따라 공원 안을 살피던 우경이 의자를 돌려 모니터를 쳐다본다.

 이미 열려있는 빈 문서 창에 우경이 적어내려간다.

 

 *21:21-후드 티 입은 여자를 만남

 *21:49-후드 티 여자 대신 피 웅덩이

 *22:15-후드 티 여자 추락사

 *23:20-신예화 발견

 *00:42-옆 건물 지하 feliz

 

 여기까지 정리한 뒤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본다.

 다른 것들을 떠올려 보려 눈을 꾹 감고 양손을 모아 입가에 댄다.

 다시 눈을 뜨고 모니터에 적힌 것들을 확인한다.

 “벌써 4시 10분이네. 하... 오늘은 진짜 자야 하는데.”

 

 이미 식어버린 찻잔에 손을 대는 순간 집 안에서 조금 큰 소음이 들렸다.

 그것도 두 번 연달아서.

 놀라 의자에서 일어난 우경이 책상 너머의 거실을 살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뭐지?”

 

 천천히 책상을 돌아 주변을 살피고 소리가 들린 것 같은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화장실에는 이미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조금 넓어 보이는 화장실 안을 살핀다.

 바닥에 면도기가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몸을 굽혀 면도기를 집은 우경이 이리저리 살핀다.

 

 “이게 그냥 떨어질 수도 있나?”

 

 한참 살피지만, 답을 찾을 수 없자 결국 포기하고 한쪽으로 치워둔다.

 화장실을 나서며 전에 습관처럼 불을 끈다.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려다 멈춘다.

 

 “아! 아까 사진.”

 

 사진을 열자 죽은 여자와 예화가 보인다.

 죽은 여자만 웃고 예화는 무표정하다.

 하지만 무표정함 속에 어딘지 모르는 스산함이 느껴진다.

 사진을 넘기자 모르는 여자와 죽은 여자가 있다.

 

 “이 여자 예화씨와 찍었던 것과 이 사진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사진 두 장을 반복해 넘겨보며 비교하던 우경이 한숨을 뱉었다.

 

 “다른 날 찍었다면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하... 근데... 예화씨 사진 찍을 때는 원래 잘 안 웃나? 아까는 잘 웃는 거 같았는데. 사진 찍을 때 기분이 안 좋았던 건가?”

 

 예화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우경이 뒤에 선 남자를 본다.

 남자의 얼굴을 크게 키워 유심히 쳐다봤지만, 플래시 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니, 분명 낯이 익어. 어디였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자 포기한 우경이 그대로 테이블에 휴대폰을 올려둔다.

 

 “안 떠올라. 너무 컴퓨터 앞에만 있어서 그런가? 요즘 기억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

 

 소파를 벗어나 책상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아까 들었던 소음이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화장실이 아니라 드레스 룸 쪽이다.

 

 문을 열자 화장실처럼 드레스 룸에도 불이 켜져 있다.

 왼쪽 벽에 있는 옷장을 눈으로 살폈지만, 문이 열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른쪽 있는 행거에는 소리를 낼 법한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경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내가 창문을 열어뒀나?”

 

 열린 창문 아래로 시계나 벨트 등을 넣어둔 낮은 장이 있다.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집이 좀 어수선한 느낌인데...”

 

 바람 때문에 커튼이 휘날리며 반만 열린 창을 때렸다.

 둔탁한 소리에 우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도 이런 소리였나? 다른 소리였던 것 같은데.”

 

 유경이 창문 앞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낮은 장이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은 없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그림자는 무섭다 02 2020 / 9 / 29 302 0 5205   
19 그림자는 무섭다 01 2020 / 9 / 29 279 0 5264   
18 구분이 모호해진다 04 2020 / 9 / 29 291 0 5189   
17 구분이 모호해진다 03 2020 / 9 / 29 293 0 5141   
16 구분이 모호해진다 02 2020 / 9 / 29 280 0 5019   
15 구분이 모호해진다 01 2020 / 9 / 29 278 0 5179   
14 혼란이 휘몰아친다 04 2020 / 9 / 29 266 0 5022   
13 혼란이 휘몰아친다 03 2020 / 9 / 29 286 0 5112   
12 혼란이 휘몰아친다 02 2020 / 9 / 29 308 0 5021   
11 혼란이 휘몰아친다 01 2020 / 9 / 29 282 0 5007   
10 feliz의 밤 03 2020 / 9 / 29 283 0 5007   
9 feliz의 밤 02 2020 / 9 / 29 277 0 5006   
8 feliz의 밤 01 2020 / 9 / 29 283 0 5021   
7 붉은색에 홀린다 04 2020 / 9 / 29 275 0 5065   
6 붉은색에 홀린다 03 2020 / 9 / 29 284 0 5018   
5 붉은색에 홀린다 02 2020 / 9 / 29 276 0 5130   
4 붉은색에 홀린다 01 2020 / 9 / 29 286 0 5064   
3 잠들지 못한 다는 것은 03 2020 / 9 / 29 290 0 5111   
2 잠들지 못한다는 것은 02 2020 / 7 / 31 298 0 5063   
1 잠들지 못한다는 것은 01 2020 / 7 / 31 506 0 513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보고만 있어도
m현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