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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색에 홀리다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20.7.31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우경. 어느 날부터인가 붉은 색에 홀려들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해졋다. 아름답고 아찔한 붉은 색에.... 홀린다....

 
붉은색에 홀린다 04
작성일 : 20-09-29 20:49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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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입술에 검붉은 손톱이 올라앉으며 우경의 시선을 끌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홀린 듯 붉은색을 바라보던 우경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잘못 들었나 봅니다. 아! 그리고 보니 아까 경찰도 자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역시 자살이었네요.”

 

 마음에 드는 대답을 들을 것처럼 예화의 붉은 입술이 미소를 지었다.

 

 -

 이제 막 현장에서 철수한 김순경과 최 경장이 지구대 안으로 들어온다.

 오늘따라 지구대 안에는 취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희귀한 광경에 김순경이 안을 한 번도 둘러본다.

 

 “와... 어쩐 일이래요? 이 시간에 이렇게 조용하고.”

 “저승사자들이라도 왔나 보지.”

 

 최 경장의 시선이 사복을 입고 있는 두 사람에게 머물렀다.

 

 “사람 보자마자 저승사자는 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최 경장님.”

 “거야. 나 형사님 뜰 때마다 일이 터지니까 그런 거죠. 어지간한 일로는 여기까지 오실 분이 아니잖아요.”

 “하이고. 나라고 이러고 싶겠습니까. 자. 자! 우리 빨리 처리하고 들어가죠. 자살 사건인 거 같은데 질질 끌어봐야 우리만 귀찮아지잖아요. 가뜩이나 관할에 빈집털이 하나가 미쳐 날뛰고 있어서 죽겠어요.”

 “아. 그건. 아직 못 잡은 겁니까?”

 “우리도 잡고 싶죠. 근데 이놈 이거 보통 놈이 아니에요. 증거가 없어요. 증거가. CCTV는 또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피하는지. 하... 말도 마세요.”

 

 나강인 형사가 과장되게 짜증 난 표정을 지어 귀찮음을 어필했다.

 최 경장이 불쌍하다는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고생보다는 잡고 싶어서 미치는 거죠. 그 털이범 하나 때문에 며칠을 잠복한 건지. 하...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잠복을 해서 털이범을 잡냐고요!”

 “그래도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네요.”

 “그러니까 더 문제죠. 이렇게 잠복하다가 털이범 잡으면. 하... 털이범이 나올 때마다 잠복 확정인데! 집에 좀 가고 싶어요.”

 

 얌전히 듣고만 있던 김순경이 말을 거들었다.

 

 “힘드시겠네요. 우리도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힘든데... 오늘도 유독 이상한 사람 하나 때문에 귀찮았어요. 그죠? 아! 그리고 보니 아까 그 사람 현장에서도 최 경장님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말도 마라. 아까 자기가 공원에서 봤던 여자가 피해자라고 하더라. 잠을 못 자서 정말 어떻게 된 건지. 하…. 빠득빠득 우기는 걸 내가 억지로 보냈다니까.”

 “잠을 못 자면 사람이 미칠 수도 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진짜였나 보네요. 아! 근데 그거 진짜면 그 사람이 용의자 아니에요?”

 “아까 김순경 너도 봤잖아. 물웅덩이 가지고 피 웅덩이라고 했던 사람이야. 절대 진짜일 리가 없어.”

 

 김순경과 최 경장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이정인 형사가 귀찮은 일이 벌어질 걸 직감하고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나강인 형사가 이정인 형사에게 시선을 한 번 주고는 김순경에게 물었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피 웅덩이?”

 “아까 밤에 신고 하나가 들어왔었거든요. 자기가 밤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여자가 울고 있더랍니다. 그게 걱정돼서 다시 가봤더니 여자는 없고 피 웅덩이만 있었다고”

 “그래요?”

 

 흥미를 표하는 나 형사에게 김순경이 손을 내저었다.

 

 “그거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는 건이에요. 장난 신고였거든요. 피 웅덩이는 무슨. 물웅덩이였습니다. 어두워서 지레 겁먹고 신고한 거죠.”

 “물? 여기 밤에 비 왔었나요? 우리 쪽은 안 왔는데.”

 “아니요. 여기도 안 왔어요.”

 “근데 뭔 물웅덩이에요?”

 “애들이 장난이라도 쳤나 보죠. 저희가 정확히 확인했어요. 물 맞아요. 물.”

 “주변 순찰은 하고 돌아오신 거죠?”

 

 나 형사의 물음에 김순경이 답답하다는 듯 자기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저희가 모르는 일은 없었습니다. 관할이잖아요. 그 사람이 잠을 못 자서 헛것을 본 거예요.”

 “그래서 순찰은 했다는 겁니까? 안 했다는 겁니까?”

 

 갑자기 날을 세우는 나 형사 때문에 이 형사가 난처한 표정을 했다.

 

 “우리 나 형사님이 좀 철저한 걸 좋아하셔서요. 혹시 모르니까 일단 말씀해 주시는 편이 좋을 거 같아요.”

 “하... 그러니까 그게...”

 

 김순경이 저녁에 있던 신고 내용부터 차분히 들려주기 시작했다.

 

 -

 관심 없다는 듯 휴대폰을 보는 척하며 예화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순간 예화의 입술이 또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살기를 띤 서늘하고 작은 목소리가 우경의 귀에 들렸다.

 

 “잘 죽었네.”

 “누가... 죽었다고요?”

 

 우경의 물음에 예화가 고개를 들며 태연한 얼굴로 쳐다봤다.

 

 “누가 또 죽었어요?”

 “방금 예화씨가 죽었다고.....”

 “경찰이 자살이라고 했다는 말. 그거 말했잖아요. 자꾸... 왜 그러세요.”

 

 예화가 말을 끊고 살짝 겁난 표정으로 카페 안을 살폇다.

 

 “괜히 무서워지려고 하잖아요. 여기 귀신이나 그런 거 있는 거예요? 작가라면서 그런 것도 보는 건가요? 진짜 여기 뭐 있는 거 아니죠?”

 “그런 게 있기에는 지나치게 밝고 따뜻한 분위기네요. 여기가.”

 

 안심시키듯 안을 살피며 우경이 말했다.

 예화의 시선이 우경을 따라 다시 안을 살펴보더니 천장을 쳐다본다.

 

 “어둡고. 음- 노랗고 푸른데요?”

 

 천장에 톤을 낮춰둔 조명을 우경이 검지로 가리킨다.

 

 “일부러 살짝 어둡게 해둔 조명과 노란 계통으로 맞춰진 소품들. 그리고 주변에 인조 나무들이 푸른색이잖아요. 그런 것들이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거였어요.”

 “따뜻이라...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네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예화의 말투가 떨떠름하다.

 

 “보통은 그렇게 느끼는 것 같더군요. 전에 집 인테리어를 해줬던 분의 말씀으로는. 아! 제가 말했었나요? 아까 죽은 여자를 다른 곳에서도 봤다고.”

 

 우경이 갑자기 떠오른 것처럼 예화에게 말하며 반응을 살폈다.

 예화의 시선이 반짝이며 우경에게 몸이 기울었다.

 

 “봤어요? 진짜? 어디서요?”

 “공원에서 본 것 같기도 해요. 가끔 산책하거든요. 어쩌면 다른 곳에서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생각보다 잘 돌아다니는 편이어서.”

 

 실망한 듯 예화의 몸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의외네요. 집에 박혀있을 것처럼 생겼는데.”

 “편견입니다. 작가라고 집에만 박혀있다고 생각하는 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통 집에만 있어서 그런다고들 하잖아요.”

 

 건성으로 뱉어지는 말에 우경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제가 잠을 잘 자지 못 잔다고 말했었나요?”

 “그냥 보기만 해도 알 거 같은데요? 다크 서클이 여기까지 내려와 있잖아요. 며칠 못 잔 사람이라고 광고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깊게 잠들지 못할 뿐입니다. 잠을 자기는 해요.”

 “저도 그래요. 잠을 자기는 하는데 깊게 잠들지 못하고 계속 깨어나죠.”

 “운동이 도움 된다는 말에 저도 꾸준히 운동을 합니다. 하루에 두세 시간을 하는 것 같아요.”

 “운동을 너무 많이 해도 깊이 잠들지 못한다고 선..”

 

 당황한 표정으로 예화가 다급하게 입을 닫아 버렸다.

 어색함을 눈치채지 못한 척 우경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듣는 소리를 여기서도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너무 빤한 소리였죠? 저도 갑자기 떠올랐어요. 어디선가 들은 거 같기는 한데. 음- 어디였더라.”

 

 예화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는 것을 보고 우경이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아까 그 옥상에는 왜 계셨던 겁니까?”

 “제가요? 어디 옥상에요?”

 

 예화의 얼굴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우경은 봐버렸다.

 우경을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던 시선을.

 정말 찰나에 감춰버렸지만. 너무도 강렬했던 시선이 우경의 뇌리에 박혀 들었다.

 

 “아까 그 여자가 뛰어내린 옥상이요. 거기 계셨잖아요.”

 “제가 거길 왜 올라가요. 잘못 보신 거겠죠. 밤이고 그 높이에 있는 사람을 우경씨가 어떻게 보겠어요.”

 “붉은색을 봐서요.”

 

 붉은색이라는 말에 예화의 얼굴이 당황으로 덮였다.

 하지만 애써 표정을 숨기며 예화가 우경을 쳐다본다.

 

 “제가 붉은색으로 좋아하지만. 붉은색이라고 다 전 아니에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전 이만 가볼게요. 약속이 있어서.”

 

 예화가 급하게 휴대폰과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경이 남은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따라 일어난다.

 예화는 여태 보이지 않던 경계를 지금 우경에게 드러내고 있다.

 우경은 눈치채지 못한 척 예화를 잡았다.

 마치 호감이 생긴 사람처럼.

 

 “실례가 아니라면 번호를 받아도 될까요? 다른 것들도 여쭤보고 싶고, 식사도 대접하고 싶은데요.”

 “저한테요?”

 “아까도 말씀드렸는데요. 스치듯 봤는데도 매력적인 분이라서 따라왔다고요. 그래서 말인데, 식사 대접하면 안 됩니까? 번호 알려주시면 정말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요.”

 

 예화가 경계를 감추지 않은 채 테이블에서 한걸음 물러났다.

 우경은 대놓고 호감을 드러내며 예화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한참 우경을 살피던 예화가 경계를 살짝 누그러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대신 번호 말고 조금 있다가 다시 봐요. 아침 먹어요. 우리.”

 “현명한 결정이시네요. 그럼 몇 시가 편하실까요?”

 “8시 반쯤? 아까 그 여자가 죽은 곳에서 보면 되겠네요. 그럼 전 바빠서 먼저 갈게요.”

 

 자기 할 말만 하고 예화가 빠르게 카페를 나가버렸다.

 애써 일어서 있던 우경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다시 자리에 앉았다.

 

 “와... 연쇄 살인범 인터뷰할 때보다 더 머리 굴린 느낌이야. 하....”

 

 우경이 머리를 쓸며 한숨을 길게 뱉어냈다.

 

 “사람이 죽은 자리에서 다시 보자고? 도대체 뭐지? 저 여자.”

 

 우경의 시선이 카페 후문을 향해 고정됐다.

 미간까지 찌푸리며 한동안 머물렀던 시선이 거둬지며 다이어리를 쳐다봤다.

 다이어리에는 ‘예쁜 건 자기만족을 위한 거라 집에서 예쁘기로 함.’처럼 쓸데없는 것들이 낙서처럼 적혀있었다.

 

 우경이 펜을 들어 적었다.

 ‘신예화-위험한 붉은색. 8시 30분 여자가 죽은 자리에서 만나 아침 식사.’라고 적었다.

 생각을 정리하듯 펜 끝으로 글자를 툭툭 건드리다 우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숨겨둔 녹음기를 챙겨 예화가 나간 것과 반대편인 정문 쪽으로 향했다.

 나가기 전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고.

 

 “1시 45분. 생각보다 오래 말을 했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음- 홀리기라도 한 건가? 붉은색에.”

 

 우경이 카페를 돌아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

 커다란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 우경의 표정이 심각했다.

 여전히 거실에는 스탠드 조명과 모니터의 불빛 외에 다른 것은 없어 어두웠다.

 

 우경이 손에 들고 있던 녹음기를 빠르게 돌렸다.

 말들이 빠르게 흘러가다 멈췄다.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경이 다시 그 부분을 돌리며 소리를 최대로 키웠다.

 

 (죽어도 싼 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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