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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색에 홀리다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20.7.31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우경. 어느 날부터인가 붉은 색에 홀려들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해졋다. 아름답고 아찔한 붉은 색에.... 홀린다....

 
붉은색에 홀린다 01
작성일 : 20-09-29 20:47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5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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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화가 나지만 현장을 이탈할 수는 없고 시민에게 욕을 할 수도 없다.

 물론 눈으로 온갖 욕을 다 섞어 우경을 쳐다봤지만.

 그건 우경이 무시하면 그만일 것들이었다.

 

 “왜 부릅니까? 아-. 선량한 시민에게 성질부리려고요? 그럴 시간 있으시면 지금 하시는 일이나 제대로 하시죠? 저기 밀리겠는데.”

 

 우경이 김순경 쪽을 가리키자 최 경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깊게 한숨을 뱉어내며 먼저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러게 그때 좀 살펴보지.”

 

 우경이 입고 있던 후드 티처럼 하얀 천을 덮고 누운 여자를 쳐다봤다.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대로 돌아가지 말고 여자를 먼저 보냈다면 다른 결말을 볼 수 있었을까?

 

 여자가 떨어져 내렸다는 옥상을 향해 우경의 시선이 움직였다.

 건물 끝자락에 밤하늘이 걸려있었다.

 

 문득 옥상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미간을 좁히며 우경이 시선을 집중했다.

 

 “붉은... 색?”

 

 무언가 바람에 흩날리며 달빛을 받고 있었다.

 15층 높이의 건물이라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낌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붉은... 옷? 치마...? 혹시... 원피스?”

 

 우경의 말을 들은 것처럼 옥상 위의 형체가 빠르게 사라졌다.

 

 “..... 여자?”

 

 우경의 시선이 건물 위쪽을 빠르게 훑었다.

 더 보이는 것은 없었다.

 한참을 쳐다보다 포기하듯 우경의 시선이 내려앉았다.

 하얀 천을 향해 머무르던 시선이 불현듯 건물 입구를 향해 옮겨졌다.

 의도치 않은 시선이었다.

 

 -

 승강기 문이 열리며 붉은 원피스를 입은 예화가 내렸다.

 검고 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지나 붉은 원피스를 입은 예화의 등을 덮었다.

 어두운 밤이라 그런지 붉은색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조용한 로비 가득 예화의 붉은 하이힐이 소리를 남겼다.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하고 나른하게.

 옮겨지는 발자국이 돌연 멈췄다.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예화가 고개를 들었다.

 아직 로비를 나서지 않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한 번 더 훑어본 뒤 예화가 살짝 미소를 띠고 로비를 나섰다.

 

 -

 우경의 시선 끝에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주변에는 관심이 없는 분위기의 여자가 태연하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었다.

 원래 거기 있었다는 듯 위화감이나 이질감이 없었다.

 

 눈에 잘 보이는 붉은 색을 입어놓고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그렇게 움직였다.

 천천히 사람들 사이를 지나친 여자가 옆 건물로 들어갔다.

 홀린 듯 붉은색을 쳐다보고 있던 우경이 다급하게 발을 움직였다.

 

 사람들 사이를 가르고 붉은 원피스 자락을 따라 옆 건물로 들어섰다.

 승강기 앞, 여자가 서 있다.

 붉은색으로 세상을 유혹하려는 것처럼 화려하고 단아하게.

 

 “아! 저기....”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 우경의 손이 여자의 팔을 잡아버렸다.

 우경의 목소리를 따라 예화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창백하리만치 하얗고 투명한 피부.

 짙은 갈색의 눈동자를 품은 커다란 눈과 잘 정리된 눈썹.

 오뚝한 코와 붉고 도톰한 입술, 결이 좋아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

 

 영화 같은 곳에서 인간을 홀리는 아름다운 악마의 모습처럼 예화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네?”

 

 차분하고 고운 음성이 우경의 귀를 파고들었다.

 홀렸던 우경이 조금 정신을 차리려고 할 때 발목을 붙잡혀버린 꼴이 됐다.

 

 

 #2. 붉은색에 홀린다.

 

 “제가... 어.... 그러니까... 어...”

 

 예화의 시선이 우경을 천천히 훑었다.

 위험을 감지하듯 조금 떨리는 시선에 우경이 다급하게 잡은 손을 놔줬다.

 

 “아... 그러니까. 아! 잠시 시간 좀 괜찮으실까요? 제가 작가인데. 그러니까 어... 드라마요. 괜찮으시면 취재를 좀 할 수 있을까요?”

 

 정리되지 못한 말들이 우경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무슨 말을 뱉어내는지도 모른 채 우경이 중얼거렸다.

 예화가 잠시 미간을 좁히고 우경을 살폈다.

 

 “드라마 작가도 취재해요? 취재는 기자가 하는 거 아니에요?”

 

 의심이 담긴 시선에 다급해진 우경이 억지로라도 웃었다.

 지금 멍청하게 굴어 경계를 높였다가는 눈앞의 붉은색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간절함에.

 

 “하하하하.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작가도 취재합니다. 뭔가를 쓰려면 알아야 할 것 들이 아주 많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홀려 든 와중에도 제대로 된 설명을 했는지 예화의 경계가 조금 허물어졌다.

 덕분에 분위기가 어색해져 예화가 억지로 표정을 풀어냈다.

 

 “제가 뭐 하는 사람인 줄 알고 취재한다고 해요?”

 

 우경의 머릿속이 다급함을 알려왔다.

 이리저리 눈을 도려 주변을 살피고 예화도 살폈다.

 답이 떠오르지 않자 기다렸다는 듯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제가 그러니까... 지금 그쪽 분 같은 나이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쓰고 있거든요. 근데 심리라고 해야하나... 생각이라고 해야하나....”

 

 생각을 거치지 않고 튀어 나가는 말들 때문에 진땀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경이 목덜미를 문지르며 예화를 쳐다봤다.

 시선 끝에 간절한 마음이 담기길 바라며.

 

 “그런 부분들이 좀 많이 막혀서요. 잠깐이면 됩니다. 아주 잠깐이면... 혹시 안 될까요?”

 

 예화가 고민하는 척 우경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본다.

 누군가와 비교를 하는 것 같은 시선이 우경에게 닿았다.

 덕분에 우경도 예화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아! 제가 집이 여기 옆 건물이라서... 하하하하....”

 

 편하게 입고 있던 바지와 티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시선이었다.

 괜히 티 허리 부분을 손으로 다듬고 머리를 정리하고는 말을 이었다.

 

 “쉬고 있다가 사이렌 소리에 급하게 나왔거든요. 원래 이런 상태로 부탁드리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요. 하하하.”

 

 어색함을 숨기려 웃는 게 더 어색했다.

 예화가 다시 우경을 살펴보더니 갑자기 경계를 무너트렸다.

 

 “아~ 동네 분이셨구나.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하셨죠? 그럼 괜찮을 거 같아요.”

 “하아. 다행이다. 진짜 얼마 안 걸릴 겁니다. 아! 근데 제가 잠시 집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예화에게 보라는 듯 머쓱하게 웃으며 양손을 펼쳐 보였다.

 

 “보시다시피 적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너무 다급했거든요.”

 “옆 건물에 사신다면서요. 그럼 얼마 안 걸리지 않아요?”

 “그럼요! 진짜 얼마 안 걸릴 겁니다.”

 

 경계가 호의로 바뀌자 우경의 어색함도 사라졌다.

 멈췄던 머리도 이제 일을 시작하려는 듯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아! 저기. 저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제가 금세 다시 와서 커피 살게요. 진짜 맛있는 커피로.”

 

 미안함이 가득 담긴 우경의 표정이 마음에 든 듯 예화가 환하게 웃었다.

 창백해 보이던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맑아 보였다.

 투명한 피부에 미소가 피어오르자 우경이 홀려들었다.

 그런 시선에 익숙한 듯 예화가 한 번 더 미소를 머금었다.

 수줍은 듯 살포시.

 

 “그래요. 그럼. 진짜 맛있는 커피 기대하고 있을게요.”

 

 예화가 먼저 우경의 앞에서 벗어나 카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을 울리는 발소리에 우경의 시선이 예화에게 박혀 들었다.

 붉은색에 홀린 것처럼 우경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예화가 카페 안으로 들어서고, 붉은색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우경이 정신을 차렸다.

 달리듯 로비를 가로지른 우경이 자신이 사는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옆 몰려든 사람들이나 경찰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

 거실로 달려 들어온 우경이 소파 앞 테이블에서 휴대폰을 챙겼다.

 그대로 현관으로 가려다, 다시 몸을 돌려 책상으로 향했다.

 두어 개 쌓여있는 다이어리 중 하나를 챙기곤 얌전히 놓여있는 녹음기를 노려본다.

 

 “음-. 이걸 챙겨야 하나?”

 

 소형 녹음기를 들고 만지작거리던 우경이 결심한 듯 녹음기를 점퍼 주머니에 넣는다.

 그대로 거실을 가로지르려던 우경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지갑을 들고 집을 나섰다.

 

 -

 예화가 유리로 된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테이블과 의자들.

 전체적으로 노란빛을 띤 내부에 푸른 것들이 섞여들어 따뜻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예화가 천천히 카페 내부를 훑었다.

 자신이 들어온 후문이 아닌 정문 쪽에 있는 자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돌린다.

 정문과 반대편.

 후문에서 정면이지만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가 높은 인조 대나무로 가려진 자리.

 그 자리가 마음에 든 예화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점원이 예화를 발견하고 계산대에서 인사를 한다.

 

 대답도 없이 예화가 벽을 마주 보고 앉는 자리에 앉았다.

 가방을 내려놓으며 예화가 뒤쪽의 계산대를 흘깃거렸다.

 

 예화가 앉은 자리는 정문과 후문, 모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였다.

 계산대도 등지고 있는 외딴 섬 같은 자리.

 예화가 실내장식을 구경하며 천장을 살폈다.

 

 “CCTV는 계산대 위에 하나뿐이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를 예화가 뱉어냈다.

 가방의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고개를 살짝 돌려 꽤 괜찮은 가림막이 되어 주는 인조 대나무를 손끝으로 훑었다.

 

 “음~흐~음~~~~~”

 

 마음에 드는 듯 작게 콧노래를 하며 펄이 들어간 검붉은 손톱이 테이블 위를 내리긋는다.

 어떤 노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로 느리고 낮게 흥얼거린다.

 무언가를 가르듯 예화의 붉은 손톱이 계속 테이블 위를 갈랐다.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예화만 우경을 발견해 콧노래를 멈춘다.

 몸을 숨기려는 것처럼 살짝 고개를 뒤로 젖히고 두리번거리는 우경을 보며 예화의 붉은 입술이 웃었다.

 검붉은 손톱으로는 섬뜩해 보일 정도로 테이블을 꾹 누른 채.

 

 -

 달리듯 카페 안으로 들어온 우경이 예화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안락한 의자들 가운데 예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가버린 건 아니겠지?”

 

 불길한 생각이 스치며 우경이 한층 초조하게 두리번거린다.

 문들 키 높은 인조 대나무 사이로 붉은빛이 보인다.

 붉은색을 발견하고 나서야 우경의 초조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기다려 주셔서 고마워요. 다녀왔습니다.”

 

 우경이 예화의 옆을 지나 벽을 등지고 앉았다.

 그제야 예화의 시선이 자신의 검붉은 손톱에서 떨어져 우경에게 향했다.

 

 “풉! 학교 다녀온 아이가 인사하는 줄 알았어요.”

 

 예화가 웃음을 감추듯 손으로 입술을 가렸다.

 머쓱해진 우경이 뒷목을 살짝 문지르고 마주 미소지었다.

 

 “그랬나요? 안으로 들어왔는데 안 보여서 음-. 조금 놀라서 그런가 봅니다.”

 “음-. 저 그렇게 이상한 사람 아닌데요?”

 

 예화가 우경의 말을 따라 하듯 ‘음-’ 말을 늘였다.

 

 “이상한 사람이라고는 안 했어요.”

 

 예화가 자신을 따라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우경이 손을 내저어 보였다.

 

 “기다리겠다고 하고 도망가면 이상한 사람 되는 거죠. 뭐~. 그쪽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에요.”

 “아... 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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