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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색에 홀리다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20.7.31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우경. 어느 날부터인가 붉은 색에 홀려들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해졋다. 아름답고 아찔한 붉은 색에.... 홀린다....

 
잠들지 못한 다는 것은 03
작성일 : 20-09-29 20:46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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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의 작은 출입구가 보였다.

 공원 이름이 새겨진 앞쪽 출입구와 다르게 작은 통로였다.

 아마도 공원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둔 것 같다.

 

 작은 출입구를 따라 밖으로 나가자 높은 건물들이 보였다.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불이 켜진 곳이 별로 없었다.

 

 “보통 이 시간까지 야근하지 않나?”

 

 건물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천천히 건물들을 훑어보는데 무언가 움직임이 느껴졌다.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두운 공간.

 

 “뭐야. 무섭게....”

 

 정체를 확인하려 한참 쳐다보던 우경의 눈앞에 비틀거리는 취객 하나가 나타났다.

 무엇을 하고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바지 허리춤을 고쳐 입고 비틀거리며 걸었다.

 

 -

 거실로 들어서며 우경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10시 43분.

 점퍼를 소파에 걸쳐두고 그대로 앉아 익숙하게 통화목록을 훑었다.

 

 “아직 안 주무셨죠?”

 [아... 네. 봐야 할 자료가 좀 있어서요.]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느린 대답이 들려왔다.

 

 “바빠 보이시네요.”

 [괜찮아요. 어차피 잠깐은 쉴 참이었습니다. 차도 한잔 마시고.]

 “그렇군요.”

 [벌써 열한 시가가 되어가네요. 설마 지금까지 산책한 겁니까?]

 “산책은 20분도 채 안 했습니다. 중간에 많은 일이 생겨났을 뿐이죠.”

 [어떻게 하면 가벼운 산책 중에 많은 일이 생겨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지는데요?]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차분한 목소리에 우경이 소파에 기대며 고개를 젖혔다.

 

 “선생님. 잠을 못 자면 환각을 보기도 하는 걸까요? 이를테면 색을 착각한다던가. 음- 이상한 냄새를 맡게 된다든가 하는 거요.”

 [가능한 일이기는 합니다. 물론 며칠 못 잔 정도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요.]

 “그렇군요.”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젖혀진 우경의 머리가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냥... 조금. 투명한 물을 붉은 색으로 보고 비린 냄새를 맡았던 것뿐입니다. 심각했던 건 아니고요.”

 

 우경의 목소리가 우울한 듯 낮게 내려앉았다.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것처럼 남자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그렇군요. 자! 여기서 문제. 제가 누굴까요?]

 “상담사 선생님이요.”

 [이름은?]

 “김이진 선생님이시죠. 혹시 제 기억에 문제가 생겼을까 봐 확인하시는 겁니까?”

 [아뇨. 우경씨를 안심시켜주고 있는 거예요. 잠시 혼란스러웠던 것뿐이라고. 기억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누구나 피곤하면 그럴 수 있어요. 색을 착각한다거나 냄새에 민감해진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안심이... 되네요.”[그래도 그런 증상이 있었다는 건 이제 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혼란들은 이미 뇌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는 거니까요. 그러니 오늘은 꼭 자야 해요. 알았죠?]

 

 아이를 타이르는 듯 부드럽게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우경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압니다. 자야죠.”

 [다른 생각은 하지 마세요. 매번 말했죠? 손끝과 발끝에서 힘이 빠져나가면서 편해진다는 생각만 하는 거예요. 자! 이제 자요. 도우경씨.]

 

 이름이 불리자 우경의 몸에서 힘이 빠진 듯 살짝 늘어진다.

 

 “알았어요. 그럼... 잘... 게요...”

 

 목소리 또한 늘어져 내렸다.

 전화를 끊고 우경이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늘어진 우경이 침실을 향해 느리게 걸어갔다.

 

 -

 꿈속의 우경은 공원에 있었다.

 가로등 아래 벤치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자 바닥에 핏자국이 선명했다.

 흑백 영화 속 붉은색만이 강조된 것처럼 그렇게 보였다.

 

 간격이 멀어 더 스산해 보였던 길이 펼쳐졌다.

 우경이 핏자국을 따라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우경이 어둠을 살피는 사이 검은 그림자 하나가 뒤에서 달려들었다.

 

 바둥거리는 우경을 검은 그림자는 너무도 손쉽게 제압했다.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 목을 휘감았다.

 팔을 풀어내기 위해 바둥거리는 사이 어둠 사이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더 달려들었다.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었다.

 칼의 형태를 보기도 전에 우경의 배에 박혀 들었다.

 

 고통에 몸이 굳는 우경의 배에서 검은 그림자가 칼을 빼냈다.

 그리고 다시 우경의 목에 칼을 박아 넣었다.

 숨이 막히는 느낌에 우경의 ‘헉!’하고 숨을 몰아쉬며 눈을 번쩍 떴다.

 

 “헉! 허억! 하......”

 

 격하게 숨을 뱉어낸 우경이 상체를 일으켰다.

 습관처럼 침대 맞은편 벽에 걸린 시간을 확인하고 주변을 살폈다.

 

 “꿈....이 뭐... 이래?”

 

 어둠 속에서 공격당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꿈이었다.

 우경이 계속 떠오르는 꿈의 느낌을 떨쳐내려 고개를 털어내곤 다이어리를 들었다.

 피곤한 와중에도 잠드는 시간은 착실히 적어뒀다는 사실에 우경이 실소를 머금었다.

 

 “10시 49분. 지금이... 11시 15분이니까... 하! 30분도 못 잔 건가?”

 

 더는 잠을 잘 수 없다는 느낌에 신경질적으로 시간을 적고는 다이어리를 침대에 던지듯 내려놨다.

 

 “간신히 잠들었었는데....”

 

 아쉬운 목소리가 뒤로 사이렌이 소리가 들려왔다.

 작았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뭐지?”

 

 몸을 틀어 침대에 걸터앉을 때까지 사이렌의 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제는 바로 집 밖에서 들리는 것처럼 요란하게 들렸다.

 그러다니 돌연 사이렌 소리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

 

 -

 우경이 불도 켜지 않은 채 침실을 가로질러 거실로 나갔다.

 거실도 스탠드 조명을 제외하고 모든 불이 꺼진 채였다.

 어둠이 익숙한 듯 우경은 불도 켜지 않고 책상을 지나쳐 창밖을 살폈다.

 

 전면 창 가득 파랗고 붉은 사이렌이 보였다.

 우경이 쪼그려 앉아 아래쪽을 쳐다봤다.

 7층이라 건물 앞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고는 경찰차와 구급차가 여러 대 왔다는 것 정도.

 몸을 일으킨 우경이 벗어둔 점퍼를 걸치고 휴대폰을 찾아 챙겼다.

 

 -

 승강기에서 내리며 서늘하고 차가운 안내 음성에 뒤를 흘깃거렸다.

 

 “보통은 ‘몇 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이런 거 아니었나? 여긴 왜 ‘열립니다.’만 말하는 거야. 것도 엄청 무섭게.”

 

 안내 음성 탓인지 자꾸 뒷덜미가 쭈뼛 서는 느낌에 우경이 목덜미를 문지른다.

 순간 알 수 없는 붉은 옷자락 같은 것이 비상구 쪽으로 빠르게 스쳐 간다.

 우경의 시선이 급하게 비상구 쪽을 돌아보지만 아무 것도 없다.

 비상구의 문을 여닫는 소리가 나거나 움직임이 있지도 않다.

 

 “또? 아... 정말 제대로 못 자서 이런 건가?”

 

 우경이 괜한 목덜미만 문지르며 로비를 가로질러 중앙 출입문을 나섰다.

 중앙 출입문 오른쪽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소리 없는 파랗고 붉은 사이렌.

 

 7층 자신의 집에서 봤던 것보다 사이렌 불빛이 늘어난 느낌이다.

 우경이 천천히 사이렌 주변을 살폈다.

 

 순찰차 세 대와 구급차 두 대.

 무슨 일이기에 많이 출동한 건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폴리스 라인?”

 

 분주하게 움직이는 지구대 순경들이 구경하는 사람들을 뒤로 밀어내며 노란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순경들 뒤로 구급대원들의 분주한 움직임도 보였다.

 바닥에 누군가 누워있는 듯 들것과 가방을 챙겨 에워싸듯 자리를 잡는다.

 

 “누가 다친 건가?”

 

 잘 보이는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 뒤로 우경이 섰다.

 그 사이 구급대원이 응급처치하듯 장비들을 꺼냈다.

 우경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눈으로 살폈다.

 무슨 상황인지 거리낌 없이 알려줄 사람을 찾아서.

 

 우경의 눈에 옆 건물 1층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아저씨가 들어왔다.

 가끔 가서 식사할 때마다 미주알고주알 말을 늘어놓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랍니까? 이 늦은 시간에.”

 “누가 뛰어내렸데요.”

 “이 건물에서요?”

 “그렇다던데요? 밤 근무 서는 김 대리가 소리 듣고 나왔다가 발견하고 아주 사색이 됐더라니까요?”

 “김 대리?”

 “왜 건물 경비 업체 직원 중에 덩치 크고 무섭게 생긴 사람 있잖아요. 이 건물 살면서 몰라요?”

 “아. 그분.”

 

 대충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우경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김 대리가 그러는데 옥상에서 떨어진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참 웃기지 않아요? 김 대리 평소에 엄청 강한 척하고 다녔거든요. 근데 아까 보니까 완전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더라니까요?”

 “아-. 그랬나요?”

 “그랬죠. 운동 많이 했다고 밥 먹으러 올 때마다 얼마나 자랑을 했는데요.”

 “그랬군요.”

 

 더 들어 유익하지 않을 이야기에 우경이 말을 잘라냈다.

 할 말이 남았던 아저씨는 불편한 듯 우경을 흘깃거렸지만, 곧 옆에서 물어오는 사람 때문에 관심을 꺼버렸다.

 

 아저씨가 정신을 파는 사이 우경이 자리를 옮겼다.

 천천히 사람들이 모인 곳 뒤편에서 걸음을 옮기다 발을 멈췄다.

 구급대원들 사이로 보이는 얼굴이 낯익다.

 

 “아까... 그.....”

 

 벤치 아래서 서럽게 울고 있던 모습이 떠올라 우경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 구급대원들이 하얀 천을 여자의 위로 덮었다.

 순경들도 모여든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자. 자. 두 걸음씩만 뒤로 물러서 주세요. 김순경아. 그쪽 더 물러서시게 해!”

 

 분주하게 움직이던 최 경장이 굳어버린 우경을 발견했다.

 

 “야! 김순경. 거기!”

 

 못 본 척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최 경장을 우경도 발견했다.

 분명 시선이 마주쳤음에도 아닌 척 피하는 최 경장 앞에 우경이 섰다.

 

 “아까 말한 여자가 저 여잡니다. 진작 찾았으면 이런 일까지는 없었을 겁니다.”

 

 최 경장이 난처한 듯 주변을 살피더니 우경의 팔을 잡고 사람이 없는 쪽으로 끌었다.

 

 “아까 선생님도 확인하셨잖아요. 피는 없었습니다. 근데 찾기는 뭘 찾아요.”

 

 갑자기 말을 멈춘 최 경장이 우경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폈다.

 

 “그것보다 피해자하고는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습니까?”

 “피해자? 누구요? 저 여자요?”

 “네. 피해자요. 원래 알고 있던 사이 맞습니까?”

 

 의심이 가득 담긴 물음에 우경이 언짢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며 인상을 구겼다.

 

 “하! 아까 공원에서 처음 봤습니다. 당신들이 장난신고 취급한 그때. 멀쩡한 사람 장난신고나 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전에 주변 순찰이라도 한 번 더 해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는 선생님은 아직도 잠을 못 주무셨나 봅니다? 가서 잠이나 좀 주무시는 게 어떻습니까? 괜히 현장 복잡하게 구경한다고 돌아다니지 마시고.”

 

 대놓고 언짢음을 드러내면서도 타이르듯 말하는 목소리에 우경이 구겼던 인상을 펴냈다.

 얼굴에서 감정을 최대한 덜어내고 한쪽 입꼬리만을 살짝 끌어올렸다.

 

 “남이 자는 거 신경 쓰지 마시고 일이나 제대로 합시다. 신고를 하찮게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말아야죠. 애써 신고한 사람도 있는데. 조금 더 신경 썼으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던 사건이잖아요. 귀찮음에 장난신고 취급이나 하니까 못 막은 거잖아요. 아닙니까?”

 

 최 경장의 얼굴이 짜증을 그대로 드러내며 구겨졌다.

 

 “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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