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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아이돌의 신부
작가 : 어진
작품등록일 : 2020.9.27

내 인생의 전부였던 아이돌 '연 봄'. 꽃샘추위로 힘들어하던 나에게 봄 햇살 같이 웃어주던 연봄이 어느 날 결혼소식을 밝혔다. 연봄의 신부와 나의 얽힌 이야기.

 
6장, 추위가 개었다.
작성일 : 20-09-29 19:48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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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나는 눈을 꼬옥 감았다. 제발, 못 보게 해주세요.

 

  방문이 활짝 열렸다.

 

  "여기있네, 손가을."

 

  하늘은 내 바람을 무시했다. 나는 결국 그 여자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먼저 눈을 비한 쪽은 당연히 내 쪽이었다. 나는 저 무서운 눈동자를 바라 볼 자신이 없다. 나는 눈동자를 굴렸다. 잘못한게 없으니 변명을 하고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어떻게 될 지 몰라 무서워져서 그냥 입을 꾹 닫았다. 할 말이 없었다. 그 여자는 날 무섭게 노려보았다. 안 봐도 알았다.

 

  "손가을이 왜 여기있는지 말 좀 해봐 연봄."

 

  연봄도 말이 없었다. 연봄은 나까지 무서울 정도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꼼짝 않고 연봄을 쳐다보았다. 무섭게 노려보는 연봄 앞에서 미소까지 짓는 여유도 보여주었다. 저 미소는 언제 보아도 무섭고 가식적이다.

 

  "왜 말을 안 해? 오호라, 이제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야?"

  "..."

  "이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여자를 만나? 나도 가만히 있는데,"

 

  그녀는 말하는 내내 헛웃음을 지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저 손가락만 꼼지락 거렸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연봄에게 미안함만 가득이었다.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게 아닐까, 혼자 자책하고 있는데 그 여자는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내 팔 한 쪽을 붙잡고는 무서운 힘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여자가 점점 미쳐간다는 걸.

 

  "나가,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건 없다. 그렇지만 이 여자가 너무 무서워서 그냥 가만히 따라갔다. 저항할수도, 거부할 수도 없었다. 만약 내가 여기서 거부하면 정말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만 같은 그런 무서움이었다. 난 늘 강자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자였다. 한 번도 내 힘을 펼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게 내 단점이자 약점이었다.

 

  "여기가 왜 네 집이야 내 집이지!!"

 

  나와 그 여자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도중에 연봄이 크게 소리쳤다. 온 집 안이 조용해졌다. 우주도 놀랐는지 울음을 뚝 그쳤다. 내가 연봄을 보고 좋아한 10년 동안 저렇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것은 처음 본다. 나도 당황했지만 내 앞에 있는 이 여자는 나보다 더 당황해 눈동자를 굴렸다. 아까 내 모습을 보는듯 했다. 매번 봄 꽃 같이 웃어주던 연봄이 저렇게 화를 내니, 어찌보면 당황한게 당연한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연봄의 전처였으니까.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 손가을이 아니고."

 

  연봄이 화 내는 것을 본 우주가 닭똥같은 눈물을 두 세방울 흘리더니 소리를 내어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은건지, 아까 우주가 울 때는 관심도 없더니 연봄의 말에 할 말이 없자 우주를 보고 두 팔을 벌리며 엄마에게로 오라고 우주에게 눈짓을 보냈다. 우주도 그녀를 보았지만, 정작 우주는 두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게로 달려왔다. 나는 자연스레 우주를 안으려고 쪼그려앉았고, 우주는 그런 내 품안에 쏙 들어왔다.

 

  "...허,"

 

  나는 우주를 들어 안아 차근차근 달랬다. 우주를 달래며 그녀의 눈치를 슬며시 보았다. 우주에게서까지 버림받은 그 여자는 나에게 안긴 우주를 보고 눈물을 두 세방울 뚝뚝 흘리더니 갑자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놀라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녀는 정말 미친 사람 처럼 머리를 헝끌어트리더니 내게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무서움에 뒷걸음질을 쳤고, 연봄이 빠른걸음으로 다가와 나와 그녀 사이를 막아섰다.

 

  "얘, 털 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봐. 그때는 네가 어떻게 될 지 몰라."

 

  지금 나한테는 미친 저 여자보다, 연봄이 더 무섭다. 누가 자신을 미워하는것을 정말 싫어해서 봄이도 남을 미워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쁜말 같은 건 입에 전혀 오르지 않았었고. 그런 연봄이 이렇게까지 말을 한다는 건 지금 화가 머리 끝까지 난게 틀림 없다. 나는 사나워진 연봄을 계속 볼 수가 없었다. 계속 보면 내가 감당 못 할 것 같았다. 더 이상 연봄을 보기 어려워질지 모른다. 다리에 점점 힘이 풀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우주야, 이모랑 맛있는 거 먹고 올까?"

 

  우주를 달래기 위해서도, 내가 이 곳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도 나는 얼른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 현관으로 조심스럽게 향했다. 그러나 연봄이 슬그머니 도망가려는 내 팔을 붙잡았다.

 

  "도망가지마."

 

  연봄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그의 눈동자를 보니, 나는 그의 말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잔뜩 겁을 먹은채 고개만 끄덕이고는 그가 시키는 대로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가 우주를 달래는 동안, 그 여자와 연봄의 언성 높은 목소리를 들었다.

 

  "...우주는 엄마 싫어..., 이모가..., 히끅, 엄마 해줬으면 좋겠어..."

 

  이 어린애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우주를 중심으로 많은 일들이 생겼던 것 같다. 그 일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졌다. 나는 우는 우주에게 언젠간 꼭 우주의 엄마가 되어주겠다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버렸다. 우주는 울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웃어주니 우주도 예쁘게 웃어주었다.

 

  "그럼 약속해"

 

  우주가 쪼그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도 우주처럼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우주의 손에 걸쳐주었다. 약속 끝, 도장 꾹, 복사... 코팅...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우주가 하니 너무 순수한 어린애였다. 우주가 너무 안쓰러웠다. 나는 우주를 꼬옥 안아주었다. 내가 너의 엄마였다면, 네가 얼마나 행복할까?

 

  우주를 안고 있는데 문이 쿵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그 여자가 나갔나보다. 방문이 열리고 그 잠깐 사이에 수척해진 연봄이 보였다. 연봄은 터덜터덜 걸어와 침대에 풀썩 앉았다.

 

  "미안. 못 볼꼴을 보였네."

 

  연봄은 미안한지 내 눈도 쳐다보지 못하고 사과했다. 생각해보면 연봄이 사과할 일은 전혀 아닌데 사과를 하는 것 같다. 이건 떳떳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내가 피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책하며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고 연봄에게 사과했다.

 

  "너 때문 아니야. 자책하지마. 그리고 도망가지마. 그 여자는 잘난게 아니고 잘난 척 하는거야. 가을이 너는 잘났는데 왜 이렇게 자책해,"

 

  연봄이 드디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항상 연봄의 눈을 볼때는 봄의 그 따스한 벚꽃잎이 생각났는데, 오늘 연봄의 눈망울은 비에 젖어 날아가는 벚꽃잎이 보였다. 연봄의 말에 나는 지금껏 자책한 내가 떠올랐다. 연봄은 내 우상이었고, 나는 그저그런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난 조금만 잘못해도 세상 모두가 싫어할 것 같았다. 그게 무서워서 자책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연봄의 말은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자기 혐오의 길을 한 번이라도 돌아보게 만들었다. 두 눈망울에 눈물이 고였지만, 연봄과 우주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꾸역꾸역 참았다.

 

  "왜 참아, 너 같으면 앞에 있는 사람 붙잡고 엉엉 울었을거라며."

 

  연봄이 슬픈 미소를 지었을 때, 내가 연봄에게 해주었던 말이었다. 그때는 나도 참 어리석었다. 미래의 이런 나의 모습을 생각지도 못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힘들어 할 줄 누가 알았겠냐고. 봄이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꽃샘추위만 지속되던 하루 속에서 연봄의 품은 너무 따뜻했다. 매번 이랬다. 내가 힘들때는 늘 도움이 되는 존재. 내가 추위에 덜덜 떨고 있을 때 따뜻한 봄의 햇살로 나를 안아주던 그런 존재. 그게 바로 연봄이었다. 항상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그런 존재였다.

 

  "힘들게 해서 미안해 가을아. 나 많이 밉지,"

  "...어떻게..., 오빠를 어떻게 미워해. 미워할 사람이 없어서 오빠를 미워하냐,"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연봄을 쳐다보았다. 옛날 같았으면 미워하고도 남았을텐데. 연봄의 상황을 고려해보니 전혀 미워할 수 없어졌다. 오히려 안쓰러워졌다. 친구도, 가족도, 팀도 다 잃은 지금 상태에서 연봄은 우주를 위해서라도 꾸역꾸역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아직 서른도 안된 청년인데.

  고개를 들어 연봄을 쳐다보니 연봄도 그리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힘든 상황들 속에서도 늘 웃어줘야만 했으니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서로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은 같다. 그리고 서로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나와 연봄이 서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왜 몰랐던 걸까. 매번 외면했다. 서로의 그 민낯을.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가지마."

  "..."

  "네가 뭐가 못 나서 도망을 가."

 

  그리고 난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단 말이야. 연봄이 내 손을 잡아왔다. 연봄의 얼굴의 벚꽃 잎처럼 분홍 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머리속에서는 이미 잡다한 생각이 다 들었다. 저게 지금 무슨 말이지? 연봄을 쳐다볼 용기가 없어서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렸다.

 

  "이제 오빠 죽어도 못 미워하겠다."

  "나도, 너 못 미워하겠다."

 

  연봄이 예쁘게 웃어주었다.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미워하겠어. 차라리 날 미워하고 말지.

 

  "오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거 알죠,"

  "모르면 내가 바보지."

 

  연봄은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었다. 연봄에게 안긴 그 순간 만큼은 아무것도 보고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연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우리는 그냥 말 없이 서로를 안아주었다. 지금의 상태에서는 그게 제일 나은 방법이었다. 서로를 토닥여주는데 포옹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갑자기 불안해졌다. 언젠가는 이 기약 없는 만남이 끝나지 않을까, 우린 언젠간 헤어짐을 고할것이고, 그리고 서로를 잊으려고 노력하겠지. 아슬아슬하게 잡은 연봄의 옷자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연봄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내가 그렇게 좋아?"

 

  연봄은 이런 내 마음을 눈치 챌 리 없다. 평생 못 챘으면 좋겠다. 우리는 평생 이런 관계였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딱 이 상태. 아슬아슬한 이 관계가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근데 우리는 왜 항상 방해받는 것일까. 봄아, 이게 운명인것일까? 나는 대답 하나 하지 못 하는 연봄에게 질문을 던졌다. 답이 돌아올리 없다. 마음 속 연봄에게 질문을 던진 것일 뿐이니까.

 

  오늘도 일교차가 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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