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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묘지기 아가씨 달리아
작가 : WATERS
작품등록일 : 2020.9.26

#능력녀 #감동물 #묘지기 #악령퇴치 #악마퇴치 #헌신남 #다정남


죽음의 신은 외눈을 잃었고, 왕국은 삼백 년 전부터 망자들이 저승에 들어가지 못해 기어다니는 황야가 되어버렸다. 머스그레이브 일가의 묘지기인 달리아 머스그레이브는 인간을 배신하고 악령의 편에 붙은 자신의 아버지를 처단하러 황야를 건너 왕도로 향한다.

표지 일러스트 : Waifu Labs
추신 : 좌하단의 붉은 로고는 Waifu Labs의 로고입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캐릭터 포트레이트 작성 사이트로, 출판사가 아닙니다...

 
황무지 (6)
작성일 : 20-09-29 15:19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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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묵으실 곳은 이쪽입니다, 묘지기님.”

 

 병사의 보고를 받고 튀어나온 수문장이 그녀를 안내했다. 사실 달리아의 관심사는 그게 아니었다.

 

 “수문장님. 그 혹시, 도르네아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수문장은 자신의 수염을 몇 번 쓸어내리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오.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출입명부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내일 병사들에게 한 번 명부를 뒤져보라고 해보겠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도로 위에서 탈것에 오를 수 있는 것은 귀족, 혹은 귀족의 대우를 받는 드문 몇 명의 사람들 뿐이었다. 달리아 머스그레이브는 그 드문 축에 속하는 묘지기이기 때문에 이 대로를 브리택의 등 위에 올라탄 채로 거닐 수 있었다.

 

 수문장이 추천해 준 숙소는 그셀바 영지의 중앙성당인 아스포네 주교좌성당 귀빈실이었다. 사실 달리아 머스그레이브가 가진 묘지기라는 지위는 그 귀빈실을 이용하기에 충분했지만, 그녀가 살던 저택의 침실보다도 더 크고 호화스러운 방은 달리아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럼, 편안한 밤 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뵐게요, 로트델 경.”

 

 수문장 넬로스 로트델은 깍듯하게 허리를 굽히곤 문을 닫고 나갔다. 브리택이 사람의 모습으로 일어나선 바로 달리아를 뒤에서 껴안았다.

 

 “걔를 아침에 왜 봐?”

 “…아, 아니 브리택, 무슨 소리에요?”

 

 브리택의 입가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그의 입술이 제 황금색 머리칼을 헤치고 들어와선 뒷목에 닿았다.

 

 “…으.”

 

 그의 팔이 허리를 단단하게 감았다. 돌로 깎아놓은 뱀처럼. 달리아는 조금 버둥거리려다 이내 포기했다. 그가 힘껏 그녀의 체향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었다. 그의 호흡이 달리아의 목을 간질였다.

 

 “그래서, 아침에 걔를 왜 보느냐고.”

 “…지금 그런 걸 질투하는거에요?”

 

 달리아가 피식 웃었다. 그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었다. 브리택은 달리아의 작은 어깨에 턱을 올리곤, 그녀의 조그맣고 보드라운 뺨에 그의 뺨을 맞부볐다.

 

 “으으, 이건 좀 기분이 묘한데….”

 “난 좋은데.”

 

 게다가 가볍게 뺨에 입술도 맞추었다. 곧 그녀를 놓아준 브리택은 외투를 걸어놓으라고 박아놓은 벽의 못에 코트를 걸어두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달리아. 가만 있어.”

 “…네?”

 

 달리아는 망토를 벗으려다 만 어정쩡한 자세로 멈추고 말았다. 브리택은 가만히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더니, 망토를 고정하는 앞섶의 버튼을 풀어서 벗겨주었다.

 

 “한 번쯤 해주고 싶었어.”

 “…날 애 취급하는 건 아니죠?”

 “설마.”

 

 말은 그렇게 했는데, 달리아가 침대에 앉자 하는 행동은 완전히 귀한 집의 꼬마 아가씨를 대하는 집사님 같았다. 그녀의 부츠 끈을 정성스럽고 느릿하게 풀어주더니, 양말까지 벗겨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브리택?”

 “해주고 싶었다니까.”

 “…그렇게 말하기엔 이미 해준 적 있었잖아요.”

 

 브리택의 말문이 잠시 막혔다. 그는 간단한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했는데, 달리아를 침대 위에 눕히는 것이었다.

 

 “자, 잠깐만요…!”

 “나쁜짓 안 해.”

 

 달리아의 청회색 눈이 가늘어졌다. 등에 닿는 침대의 감촉은 살면서 겪었던 그 어떤 침대보다도 보드랍고 편안했다. 그의 나른한 미소는 달리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잘생기긴 했어….’

 

 브리택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달리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것도 내 얼굴을 빤히 보면서?”

 

 달리아는 또 그가 자신을 놀려먹으려는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이럴 때는 먼저 선수를 쳐야 했다.

 

 “브리택, 잘생겼어요.”

 “ㅁ, 뭐?”

 

 그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달리아는 킥킥 웃으며 그의 목을 끌어안아 당겼다. 그의 몸이 달리아의 위에 그대로 포개졌다.

 

 사실 달리아는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수고했어요…. 브리택이 아니었으면 그셀바까지 이렇게 무사히 오진 못했을 거에요. 칼 맞은 부분은 정말 괜찮아요? 막 아픔이 남아있진 않아요?”

 “사실 조금 아파.”

 

 달리아가 눈을 깜박였다. 그리곤 그의 밑에서 쏙 빠져나와서, 졸지에 침대 위에 엎어진 브리택의 등줄기를 제 작은 손으로 이리저리 눌렀다.

 

 “어, 어, 어디가 아파요? 진짜 아파요? 여, 여기? 아니면 여기…?”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다. 농담이었다.

 

 “아, 거기가 아픈데…달리아가 한 번만 키스해주면 안 아플 것 같아.”

 

 달리아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고단수였다. 자신이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의 등에서 손을 떼곤 그 옆에 주저앉았다.

 

 “대체 그런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거에요? 일부러 생각하려고 해도 잘 안 나올 것 같은데.”

 

 브리택은 몸을 일으키곤, 달리아의 앞에 바짝 다가갔다. 달리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조금씩 뒤로 갔지만, 이내 침대 뒷판에 등이 부딪혔다. 그의 얼굴이 바로 코앞까지 와 있었다.

 

 “몇 년을 너만 바라보면서 기다렸는데. 이런 생각, 아직 한참 남아있어.”

 “…내가 그렇게 좋아요?”

 

 브리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달리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등, 아파요?”

 “응.”

 

 정말 아프다는 말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 그 말은 이를테면, ‘키스해줄까요?’로 그에게 전해졌다. 브리택의 대답도 마찬가지로 ‘응, 키스해 줘.’로 달리아에게 되돌아갔다.

 

 ‘…떨려. 설레.’

 

 달리아는 두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당겼다. 그의 입술이 다가왔고, 눈을 질끈 감았다. 살짝 얼굴을 앞으로 밀자, 그의 입술이 제 입술로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의 혀가 제 다문 이를 비틀어 열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따뜻하고 기묘했다. 달리아의 가냘픈 팔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왼팔이 어느새 그녀의 허리를 감고, 오른손이 그 뒤통수를 받쳤다.

 

 ‘도망갈 수가 없어….’

 

 포개진 입술 사이로 흘러들어온 혀가 제 조그마한 입 안을 한껏 맛보고 있었다. 고른 치열을 안팎으로 훑고, 안쪽에 깊이 말려들어간 달리아의 혀를 건드려 풀어내곤 휘감고 혀 밑으로 파고들었다.

 

 달리아가 겨우, 겨우 눈을 뜨자 그의 시퍼런 눈동자가 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달리아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깊은 키스에 작은 몸이 가늘게 떨렸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오히려 제 몸을 단단히 옥죄어 끌어안았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긴장한 탓에 잔뜩 몸에 힘을 준 달리아가 반쯤 녹초가 된 후에야 브리택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흐으.”

 

 달리아는 그대로 침대 위에 나동그라져선 숨을 겨우 몰아쉬었다. 그리곤 조금은 분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뭐, 뭐가 그렇게 능숙해요?”

 “난 그저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야.”

 “….”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은 완벽하게 진심이었다. 달리아는 아직도 제 입 안에 남아있는 타액이 제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괜히 침을 모아 한 번 꿀꺽 삼키곤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오, 오늘 입맞춤은 이제 끝이에요.”

 “잠옷으로 안 갈아입을거야?”

 “…맞다.”

 

 달리아가 이불 안에서 다시 기어나왔다. 브리택을 쏘아보며 제법 가시돋친 말투로 투덜댔다.

 

 “뭐해요, 얼른 안 돌아보고.”

 

 브리택은 어깨를 으쓱이며 얌전히 뒤로 돌았다. 달리아는 챙겼던 가죽 가방에서 잠옷을 꺼냈다. 늘 입던 것이었다. 옷을 갈아입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녀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 브리택은 얌전히 뒤돌아 앉은 그대로였다.

 

 “…몰래 본 거 아니죠?”

 “절대.”

 

 그 말도 진심이었다. 묘지기견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고하는지 서약한 묘지기라면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했다.

 

 “…좋아요.”

 “내가 좋다고?”

 “아, 진짜!”

 

 다른 면에 있어서도 철저해서 문제였다. 달리아가 괜히 그의 가슴팍을 때리자, 그는 킬킬 웃으며 달리아를 끌어안곤 이불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품은 따뜻하고 편안했다. 마치 오랫동안 안겨있었던 것처럼.

 

 “…말이 자꾸 이상한데로 샜는데, 여튼 정말 너무 수고했어요.”

 “너도 수고했어.”

 

 브리택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니,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달리아의 작고 하얀 손이 그의 입을 가로막았다.

 

 “…오늘 입맞춤은 다 했다고 했잖아요.”

 “달리아, 좋은 말로 할 때 손 비켜.”

 

 달리아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 그, 안 비키면 어쩔건데요!”

 

 브리택의 눈이 가늘어졌다. 달리아는 결국 꼬리를 내렸고, 그는 원하던 버드키스를 할 수 있었다. 달리아는 제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릴까 걱정될 정도였다.

 

 “착하네.”

 “…아, 안 착하거든요.”

 

 달리아는 결국 그의 턱 밑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파묻곤 브리택의 넓은 등을 끌어안았다. 브리택은 달리아의 조그마한 등을 토닥여주었다. 마치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처럼.

 

 “달리아, 자장가 불러 줄까?”

 “나 애 아니라니까요?”

 

 달리아가 오물거리는 입술이 그의 목에 언듯 닿았고, 브리택은 미소가 절로 입가에 걸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숨결이 목덜미를 간질였고, 그 따뜻한 체온과 보드라운 살결이 제 품에 가득했다.

 

 “그래, 얼른 자. 내일도 할일이 잔뜩인데.”

 “…그거 하나도…위안이 안…되거든요….”

 

 말끝이 자꾸 늘어지는 걸 보면 곧 잠들 모양이었다. 브리택은 느릿하게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었고, 이내 새근거리며 눈을 감고 잠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널 밤새 껴안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

 

 

 달리아는 또 꿈을 꿨다. 이번에는 정원에 있었고, 어린 제 옆에는 마치 브리택을 작게 축소시켜놓은 것만 같은 늑대개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황금색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였다. 브리택의 말을 빌리자면, ‘그 새끼’였다. 그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달리아는 마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그 작은 소년과 제 어린 시절을 바라보았다.

 

 ⌜안녕, 네 이름은 뭐야?⌟

 ⌜어…제 이름은 달리아. 달리아 머스그레이브에요. 당신은요?⌟

 

 소년은 어렸지만 굉장히 잘생겼었다. 아마도 크면 여자 여럿 울릴 미남으로 자랄 것 같았다. 그는 그 루비같은 눈동자를 예쁘게 휘며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

 

 

 “달리아!”

 

 달리아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꿈이었다. 브리택이 자신을 깨우고 있었다.

 

 “…무슨 식은땀을 그렇게 흘려.”

 “제…가요?”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제 몸은 식은땀으로 완전히 흠뻑 젖어선,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엉망으로 달라붙어있었다.

 

 “이, 이상하다. 무서운 꿈을 꾼 건 아니었는데….”

 

 브리택이 가늘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꿈을 꾸긴 한 거네?”

 “어…맞아요. 저번에 브리택이 ‘그 새끼’라고 욕했던 황금색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의—.”

 “—또 그 새끼 꿈을 꾼 거야?”

 

 달리아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미안해요. 꿈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걸. 그래도 다음부터는 브리택 꿈 꿀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볼게요.”

 “그걸 노력씩이나 해야 해?”

 

 브리택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툴툴댔다. 달리아는 싱긋 웃으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아주었다.

 

 “진짜, 나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니에요?”

 “아닌데.”

 

 달리아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브리택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도 남자라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와락 껴안아주는데도 삐져 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음이 사르르 풀리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

 

 “꿈도 자기 꿈을 꾸어야 하고, 밤마다 키스도 해 줘야 하고, 밤새 껴안아주기도 해야 하고. 진짜 바라는 것도 많으면서.”

 “아닌데.”

 “뭐가 자꾸 아니에요? 맞잖아요.”

 

 달리아가 짜게 식은 눈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브리택은 가만히 달리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빗어주었다. 손가락 사이로 방금 짜낸 실크의 원사보다도 보드라운 머리칼이 지나갔다.

 

 “내가 바라는 건 하나밖에 없어, 달리아.”

 “…정말로요?”

 

 달리아가 귀를 기울였다. 브리택이 그녀의 그 쫑긋 기울인 귀에 입술을 가져다대곤 속삭여주었다.

 

 “나를 사랑해 줘.”

 “…으, 으아아!”

 

 달리아의 몸이 마구 부들거렸고, 브리택은 웃음을 터트리며 버둥거리는 그녀를 기어코 끌어안아선 제 품에 가두어놓았다.

 

 “안 놔줄거야.”

 “이, 이거 놔요! 으아! 방금 건 진짜, 정말, 진짜…!”

 “정말 뭐?”

 

 설레었다. 하지만 그걸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다. 아마 얼굴과 귀는 물론이고 목덜미까지 발갛게 달아올랐을 것이었다.

 

 “다, 다시 잠이나 자요.”

 “잠이 와, 지금?”

 

 솔직히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달리아는 그에게 거짓을 말하긴 싫었고,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밤산책이나 나갈까? 오랜만에.”

 

 황무지를 걷던게 바로 몇 시간 전이었지만, 느긋하게 산책을 즐긴지는 꽤 되었다. 사실 며칠 되진 않았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밤마다 묘지를 돌아다니던게 둘의 일과였기에,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긴 했다.

 

 “음…좋아요.”

 

 브리택이 싱긋 웃으며 먼저 침대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달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창문을 열자 비가 이미 한바탕 쓸고 지나갔는지 상쾌하고 선선한 밤의 습기가 둘을 맞이했다. 아무 일도 없을 것만 같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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