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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아이돌의 신부
작가 : 어진
작품등록일 : 2020.9.27

내 인생의 전부였던 아이돌 '연 봄'. 꽃샘추위로 힘들어하던 나에게 봄 햇살 같이 웃어주던 연봄이 어느 날 결혼소식을 밝혔다. 연봄의 신부와 나의 얽힌 이야기.

 
5장, 추위가 지속된다.
작성일 : 20-09-29 13:38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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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아? 가을아!"

 

  연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나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넋이 나가버렸다. 모두 그 여자를 만나고 나서부터다. 그때는 할 말 다 당차게 하고 나왔으면서 그 날밤에 얼마나 이불을 찼는지 모른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 줄 알고 그랬지,

  착한 연봄이 넋 나간 나를 보고 무슨 일 있냐며 날 걱정해주었다. 저 순한 얼굴을 보면 꼭꼭 숨기고 싶은 것도 싹 다 말하고 싶어졌다. 내 아이돌한테 못 말할 건 없다. 그래서 결국 연봄한테 전부 다 말해버렸다. 그 여자와 있었던 모든 일을.

 

  내가 얘기하는 내내 연봄의 얼굴은 굳어져 갔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광대로 치솟아 있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왔다. 연봄은 아이돌 활동 때도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라서 별명이 '날개 없는 천사' 였었다. 아무리 사생팬들이 쳐들어와도, 공항이나 사람 많은 곳에는 언제나 조심하라고 걱정해 주던 연봄이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본 연봄 중에 지금이 제일 화가 나 보인다. 원래, 화 잘 안 내는 사람이 화내면 진짜 무섭다던데. 나는 정색한 연봄에 쫄아 연봄의 눈치를 보며 차근차근 말했다. 연봄이 저렇게 표정을 내리깐 거..., 정말 잘생겼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냥... 오빠는 나한테 더 관심 많다고..., 미련 버리라고 그러고 나왔어요..."

 

  김칫국을 드링킹한 말에 부끄럽기도, 화가 난 연봄에 앞에서 말하기가 무섭기도 해서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갔다. 내 말을 들은 연봄은 피식 한 번 웃더니 뒤이어 입꼬리를 올려 실실 웃음을 지어냈다. 연봄의 미소를 보자 마음이 조금이라도 놓였다. 화가 좀 가라앉혔나 보다.

 

  "틀린 말은 아니네."

  "정말?"

 

  그럼~, 연봄의 말에 나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연봄한테는 전처보다 내가 우선이라는 소리 아닌가, 마음이 놓이다 못해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연봄을 바라보며 어린애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연봄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앞으로 그 여자 만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잘했다는 칭찬의 말도 들었다. 연봄에게 칭찬을 받은 나머지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연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 잘했어?

  "응. 완전 잘했어.

 

  연봄에게 칭찬을 받은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고등학생 때 연봄에게 사회봉사를 나가서 어린이들을 도와줬다는 말을 해준 적 있었다. 그때도 연봄은 이렇게 예쁘게 웃어주며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고는 했었다. 머리까지 쓰다듬어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처럼 기분이 좋았다. 연봄이 좋아하는 일은 매일 이고 해주고 싶다.

 

  "...네가 내 부인이었다면 어땠을까,"

  "..., 어?"

 

  어? 내 얼굴이 물들어 가는 것처럼 연봄의 귀도 점점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연봄은 적잖게 당황한 듯했다. 본인 입으로 말한 거면서 나보다 더 당황해 횡설수설 말을 늘여놓았다. 연봄의 귀가 빨개지다 못해 곧 터질 것 같았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피식 웃었다. 그때 방문이 끼익 열리면서 우주가 눈을 비비며 나왔다.

 

  "우주 깼어?"

 

  연봄이 도망이라도 치듯 우주에게 달려갔다. 좀만 더 자~ 연봄은 우주를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혼자 남아 아까 연봄이 한 말을 다시 되새겨보았다. '네가 내 부인이었다면 어땠을까.' 귓가에 연봄의 목소리가 맴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

 .

 .

 .

 

 

  ' 치킨 시켜 먹을 건데 너도 와라, '

 

  나와 연봄이 만난 지 어연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우리는 그 두 달 동안 많이 친해져 있었고, 정말 친구 사이가 다 되어있었다. 나와 연봄 둘 다 본가가 지방에 있어 동네 친구들을 못 만나니 서울에 살며 같이 만날 친구가 없었다. 그냥 친구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 친해져 있나 보다.

  나와 연봄은 서로를 챙겨주었다. 반찬이 남으면 가져다주기도 하고, 혼자 다 못 먹을 것 같은 양은 나눠 먹기도 했다. 또, 성격도 너무 비슷해서 같이 영화를 보고 서로 좋았던 부분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다. 분명 연봄이 남자친구가 된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야속한 건지 점점 내가 원하는 연봄은 '남자 친구' 보다, 좋은 '남자 사람 친구'를 원하고 있었다.

 

  연봄은 토요일 낮부터 치킨을 시켰다며 먹으러 오라는 카톡을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연봄에게 잘 보이려고 화장을 진하게 하고, 머리까지 세팅하고 갔을 테지만 너무 친해진 탓인지 요즘은 후드티 하나만 입고 연봄의 집에 쳐들어가기 일쑤였다.

 

  초인종을 누르려고 했는데 그 전에 연봄이 한발 앞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빠르네?"

  "발소리만 듣고 누군지 알았지,"

  "뭐야. 되게 신기하다."

  "모르는게 이상할 것 같은데,"

 

  연봄이 실실 웃었다. 이제 저 미소가 좀 익숙해진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니 우주는 이미 자신의 손보다 두 배 정도 큰 비닐장갑으로 치킨을 뜯고 있었으며 나는 우주 옆자리에 앉아 우주 볼을 쿡 찔렀다. 너 이노무시키, 이모 아직 앉지도 않았는데 혼자 먹기 있어? 우주는 나를 찌릿 째려보았다. 그러고선 팔을 뻗어 본인이 먹던 닭 다리를 내 입가에 가져다주었다.

 

  "이모 먹으라고? 고마워, 잘 먹을게~"

 

  우주가 준 치킨을 뜯으려던 순간 불안한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렸다. 또각또각, 구두 굽의 소리도 들렸다. 여자의 촉은 무시할 수 없다. 그 여자다, 분명 그 여자일 것이다. 나는 먹으려다 말고 얼른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도어락 치는 소리가 띡, 띡 나기 시작한다.

 

  "네가 왜 숨어,"

  "분명 그 여자일 거야.

 

  내가 잘못한 건 없다.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근데 몸을 숨겨야 할 것만 같다. 나는 그 여자가 너무 무섭다. 나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 잘못한 건 없지만 왜인지 그럴 것 같다. 설마 내가 여기 있다는 것도 안게 아닐까, 그 여자라면 모르는 게 없을 것 같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잔뜩 화가 난 듯한 그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잔뜩 쿵쿵 거리며 들어온 그 여자는 연봄에게 말을 걸었다.

 

  "뭐 하자는 거야? 연락은 왜 씹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우리 얘기할 거 있지 않나?

  "나가."

  "왜 이래? 우리 부부 아니야? 우주도 나 보고 싶어 했을걸? 우주야, 엄마 보고 싶었지,"

  "우주가 싫다잖아, 당장 나가."

 

  매번 하이톤이었던 연봄의 목소리가 많이 내려앉았다. 말 하는 것 만으로도 무서웠다. 원래 화 잘 안 내는 사람들이 화내면 무섭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보다. 내가 연봄의 목소리에 무서워하고 있었을까, 곧이어 우주가 울음보를 터뜨렸다. 우주의 울음소리가 방 안까지 들린다. 우주가 우니까 그 여자는 적잖게 당황했는지 우주를 달래려고 노력한 것 같았지만, 우주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질 뿐이었다.

 

  "나가라고. 우주 우는 거 안 보여?"

  "우주야..., 엄마잖아, 엄마..."

  "이모 보고 싶어...,"

 

  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모' 우주가 나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그 여자도 '이모' 라는 단어에 잠깐 멈칫하더니 연봄에게 물었다. '이모가 누구야,' 우주를 달래던 자상하던 목소리는 어디 가고 싸늘한 목소리만 들렸다. 연봄은 한숨을 크게 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이모가 누구냐고. 내 말 안 들려?"

  "..."

  "손가을이지, 그렇지?"

  "당장 나가, 네 입에서 언급될 사람 아니야."

  "이거 놔. 왜 나 내쫓는데? 손가을 걔가 뭔ㄷ..."

 

  두 사람의 실랑이 소리와 우주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도 울고 싶어 지는 심정이다. 그냥 여기 주저앉고 울고 싶다. 그 여자는 현관까지 밀려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채 들리기도 전에 그 여자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이 여자 신발은 뭐야?"

 

  아차, 바쁘게 몸을 숨기느라 신발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연봄이 본인의 신발이라고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저 눈치 빠른 여자에게는 통할 리 없다. '네 발이 이렇게 작아?' 아니, 저 여자가 눈치가 없다고 해도 나와 연봄의 발사이즈가 적어도 20mm는 차이가 나는데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저 신발은 연봄의 신발이라고 할 수 없는 내 신발이었다. 이제 저 여자가 나를 찾는 건 시간문제이다. 나한테 어떤 말을 할지 모른다. 갑자기 머리채를 잡으면 어떡하지? 그녀는 더 이상의 물음 없이 재빠르게 집안을 구석구석 뒤졌다.

 

  "손가을 어디 있어, 바른대로 말해."

  "안 나가? 이거 주거침입이야."

  "왜 이러실까, 내가 누군지 뻔히 잘 아는 사람이."

 

  신고했다가 좆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연봄이 아무 말 없이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역시 저 여자는 보통 여자가 아니다. 내 정보를 빠른 시간내에 알아냈을 때부터 생각했다.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쥔 여자 같다. 아직 내가 있는 방문을 열어보기 전, 나는 문 뒤에 꼭꼭 숨었다. 혹시라도 나를 못 찾지 않을까, 하는 멍청한 기대감에 부푼 채 말이다.

 

  "손가을 어디에 숨겼어!"

 

  점점 미쳐가는 그 여자의 목소리가 더욱더 무서워졌다. 지금 안 나가면 정말 죽을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난 분명 그 여자를 보지 못했지만 지금 그 여자가 내가 있는 방 쪽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 심장이 쿵쿵 떨린다.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나는 눈을 꼬옥 감았다. 제발, 못 보게 해주세요.

 

  방문이 활짝 열렸다.

 

  "여기있네, 손가을.

 

  하늘은 내 바람을 무시했다. 나는 결국 그 여자와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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