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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17. 결단의 시간
작성일 : 16-10-26 09:55     조회 : 494     추천 : 0     분량 : 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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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결단의 시간

 

 

  우불은 희미하게 보이는 돌고를 붙잡으려고 하였다. 몇 번을 끔적인 후에야 눈 안에 들어온 돌고는 이마를 닦아 주고 있었다. 국내성에서와 같이 흰옷을 입은 돌고는 우불 만 일어난다면 시름이 없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불은 돌고를 부르려고 하였다.

 

 

  문제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팔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이나 붙잡으려고 했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불은 염귀(厭鬼)가 붙잡는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돌고가 이야기한 염귀는 말 안 듣는 아이에게 찾아오는데 힘을 내지 않으면 물리칠 수 없다고 하였다. 우불은 있는 힘을 다하여 붙잡았다.

 

 

  “아버지! 아버지!”

 

 

  그러나 우불이 붙잡은 사람은 돌고가 아니었다. 돌고와 똑같은 옷을 입은 노파였다. 침상 앞에 앉은 노파는 수건을 쥐고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눌러 붙어 있었다. 노파는 눈물을 훔치면서 말했다.

 

 

  “아이고 얘야! 아이고 얘야!”

  “할머니였군요.”

  우불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괜찮으냐?”

  “걱정하셨지요.”

  “안 일어나서 뭔 일 나는 줄 알았다.”

  “곤했다 봅니다.”

  “몸이 성치 않아서 그렇지, 그 매를 맞았는데 성하겠어, 의원이 조양하라고 했으니까 여기서……”

  “괜찮습니다.”

 

 

  우불은 침상에서 일어났다. 우불이 누운 침상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묵을 때와 똑같이 때가 묻은 이불이 깔려 있었고 침상 한 쪽에는 아이들의 것으로 보이는 돌이개(장난감)가 놓여 있었다. 우불에게 침상을 내준 아이들은 찬 방에서 허기를 달래고 있을 것이었다. 우불은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침상 밖으로 나왔다.

 

 

  “어디 갈라고?”

  “바람 좀 쐬려고요.”

  “의원님이 며칠간은 꼼짝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누워있으니까 더 힘드네요.”

  “안 된다고 했는데……”

  “괜찮아요.”

  “말도 참 더럽게 안 들어.”

 

 

  재모는 우불에게 걸어오면서 소리쳤다. 다짜고짜로 우불에게 걸어온 재모는 오른 팔을 어깨에 걸머쥐었다. 서툰 걸음으로 밖에 나온 재모는 마당 귀퉁이에 있는 평상에 앉혔다.

 

 

  “인제 속 시원하냐?”

  “화나셨어요?”

  우불은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남 생각할 처지냐?”

  “……”

  “네 놈이 무슨 사정으로 쫓기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놈은 라존에게 쫓기는 놈이야. 라존에게 쫓기는 놈이란 말이야. 라존에게 쫓기는 놈이 뭐 잘났다고 남의 일에 나서느냐 말이야.”

  “불쌍하잖아요.”

  "노파가?"

  재모는 콧웃음을 쳤다.

  “저 노인네가 불쌍하면, 안 불쌍한 사람이 없겠다.”

 

  재모는 팔을 흔들면서 소리쳤다.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들이 사방에서 달려왔다. 순식간에 우불과 재모를 에워싼 사나이들은 칼을 들이밀었다. 곧이어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가 걸어왔다. 앞서 온 사나이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챙이 좁은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눈 밑에는 초승달모양의 흉터가 그어져 있었다.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흉터를 비틀면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우불은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를 바라보았다. 카이,우불의 기억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카이는 친위대장이었다. 우불이 카이를 알게 된 것은 수실촌을 떠난 다음이었다. 재모에게 라존에 대한 얘기를 들은 우불은 카이가 친위대를 지휘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우불은 초승달 모양의 흉터를 비트는 사나이에게 말했다.

 

 

  “오랜만이군요.”

  “왕께서 공자를 살리지 않았다면……”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칼을 말했다.

  “제가 칼을 들 필요가 없었는데, 유감입니다.”

  “그거야 당신 생각이지.”

  재모는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내 생각이라?”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흉터를 비틀었다.

  “당신은 우불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림도 없는 생각이라 이 말이지.”

  “어림도 없는 생각이라?”

 

 

  재모는 우불을 막았다.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를 본 순간 재모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들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달랐다.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상대한 적 없는 사람이었다.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의 이름은 카이,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하여 '흑사'라고도 불리는 사나이는 최정상에 오른 사람이었다.

 

 

  “절대로.”

 

 

  재모는 낮게 내뱉으면서 상대해야 할 사나이들을 세었다. 열 넷, 사나이들은 칼을 쓰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검신이 긴 칼을 사나이는 칼로 산 사람이었다. 재모가 우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를 치고 달아나는 것 뿐 이었다.

 

 

  그러나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재모가 뚫고 나가려고 생각한 지점에서 칼을 쳐들었다. 전혀 감정이 실리지 않는 사나이의 공격은 매서웠고 재모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재모가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사나이를 가까스로 막아내고 고개를 들었을 때 검은 옷을 사나이들 중 한 명이 우불을 찌르려고 하였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의 등에 꽂혔다. 화살의 주인은 바로 병사들을 이끌고 온 갈구였다. 순식간에 마당으로 들어온 갈구와 병사들은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들을 쓰러트리고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에게 다가왔다.

 

 

  “태수는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겠지?”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초승달 모양의 흉터를 꿈틀거리면서 말했다.

  “흑사가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목숨을 걸겠다는 말이군.”

  “그만한 생각도 없이 흑사를 상대하겠습니까?”

  “뜻이 그렇다면……”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칼을 거머쥐었다. 토호(土豪)의 아노(兒奴)였던 사나이가 살수가 된 것은 지방의 현령을 만난 다음이었다. 현령은 토호를 죽이면 노문(奴文)을 없애 주겠다고 하였다. 그때부터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피를 쫓아다녔다. 아무리 노력해도 해도 눌러붙는 피를 떨어낼 수 없었다.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가 왕을 따르기로 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왕이 시키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하늘에 떠 있는 칼을 바라보았다. 갈구가 든 칼은 사나이의 몸에 붙은 피를 떨어낼 것이었다. 떨어지는 칼, 검신이 긴 칼을 든 사나이는 갈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피는 없는 곳일거라고 생각하였다.

 

 

  “괜찮으십니까?”

  갈구는 우불에게 달려갔다.

  “괜찮습니다.”

  “늦게 도착할 까봐 걱정했습니다.”

  갈구는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재모는 이마를 찌푸리면서 말했다.

  “닥쳐라! 네 놈은 이 분이 왕손인지도 몰랐단 말이냐!”

  “그분은 사라졌잖아요? 가우사를 들다가 실패한 후에 사라졌잖아요?”

  “이 분이 바로 사라진 왕손이시다.”

 

 

  갈구의 말에 재모는 우불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고추가의 아들이 가우사를 들으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재모는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아홉 살에 불과한 아이가 왕에게 맞선 사실에 탄복한 것이었다. 그 아이, 그만한 아이면 주군으로 모셔도 무방하다고 생각한 아이가 우불이었던 것이다.

 

 

  “예도 안 갖추고 뭐하는 거냐?”

  갈구는 옆구리를 치면서 말했다.

  “놀랐잖아요.”

  “이 놈이 뭐 잘했다고 큰 소리야?”

  “아시는 사이입니까?”

  우불은 번갈아 바라보면서 물었다.

  “아들놈입니다.”

  갈구는 대답했다.

  “아들요?”

  “이 놈하고 몇 년 동안 의절했는데, 왕손 덕분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두 분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우불은 고개를 숙였다.

  “은혜라니요?”

  “……”

  “저희들은 저희들의 일을 한 것 뿐 입니다.”

  “위험할 텐데요?”

  “그런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갈구의 말에 우불은 마당에 쓰러진 사나이들을 바라보았다. 갈구가 병사들을 데리고 왔다는 것은 우불을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것은 노파와 같은 사람들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우불은 숨으려고 만 하였다. 돌고를 죽게 하였다는 사실로부터, 왕이 쫓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숨으려고만 하였다. 갈구는 일어나라는 것이었다. 일어나지 않고서는 노파와 같은 사람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이 갈구의 말이었다.

 

  “라존입니까?”

  “대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갈구는 대답했다.

  “대장이라면 눈 밑에 흉터가 있는……?”

  “카이라는 잔데, 서완에서 살수로 활동한 사람입니다.”

  “……”

  “친위대는 왕의 명령만을 수행하는 부대입니다. 오직 왕의 명령만을 수행하는 부대의 수장이 사라졌으니 왕은 전면적인 수색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우불은 울타리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우불이 가야 할 길이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길에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노파와 같이 으등그러진 그 사람들은 일어설 힘이 없었다. 우불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두렵습니다.”

  “사람들을 지고 가야 하니까요.”

  갈구는 나직하게 말했다.

  “제가 길을 돌리면 사람들은……”

  “편치 않으실 겁니다.”

  “그렇겠지요.”

  우불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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