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푸른곰팡이

　그렇게 모진 시간이 흘러 반나절이 지났다. 7월의 태양은 무더웠다. 곧 장마가 오려는 듯 날은 후덥지근했다. 이런 날씨에 민화는 펄펄 끓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형들은 돌아가며 내내 물을 길어다 나르고 민화를 찬물에 계속 담갔다 빼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그때뿐 열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때 물 길으러 갔던 정화가 물지게를 지고 누군가와 함께 뛰어 들어왔다.

　“형들! 남화형 왔다!”

　모두 깜짝 놀라고 반가워 남화를 반겼다. 남화는 동구 밖에서 정화를 먼저 만난 모양이었다.

　“민이 어딨습니꺼.”

　도대체 남화가 어떻게 알고 만주에서 여기까지 달려왔는지 설명을 들을 틈도 없이 남화는 민화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지키고 앉아있던 태화가 깜짝 놀랐다. 남화는 민화부터 살폈다. 진짜 의사였다. 남화는 가방에서 청진기를 꺼내 민화 가슴에 대었다. 양의사들이나 쓰는 물건이 나오자 구경하던 형들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 형들 모두 남화가 와주어 여간 기쁘지 않았다.

　남화는 이제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었다.

　“끓는 물 좀 주이소.”

　했다. 노미가 가마솥에 끓고 있는 물을 남화가 주는 네모난 양은 그릇에 담아 왔다. 남화는 거기에 주사기와 주삿바늘을 담갔다. 그렇게 소독을 한 후 주사기에 약을 넣었다. 그리고 민화 팔에 주사를 놓았다.

　“약이가? 그거 놓으면 나을 수 있나?”

　하고 진화가 간절하게 물었다.

　“아입니더. 콜레라에는 아직 약이 없습니더. 이거는 페니실린입니더. 해열제입니더.”

　남화의 말에 모두 좀 실망했다. 그러나

　“하지만 열을 내리는 데는 이만한 약이 없습니더. 플레밍이라는 사람이 푸른곰팡이에서 발견한 것인데 많은 사람이 이 약으로 살았습니더.”

　다들 기대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 남화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민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민화가 눈을 떴다.

　“민화야, 내다. 정신이 드나?”

　하며 남화가 민화에게 말을 걸었다. 민화는 겨우 침을 삼키며 남화를 보았다. 눈이 붉게 충혈돼있는 가운데도 민화는 남화가 반가워 웃었다.

　“내 형 몬 보고 가는 줄 알았다.”

　민화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남화는 가슴이 찢어졌다.

　“가기는 어데를 간다고 그라노. 주사 맞았으니 괘안을끼다.”

　하며 민화 손을 잡아주었다. 민화는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가만히 숨을 몰아쉬었다. 태화는 이때다 싶어 민화에게 물을 먹였다. 다행히 정신이 든 민화가 물을 한참이나 마셨다. 남화는 그런 태화를 칭찬해주었다.

　남화는 기다리고 있는 형들 있는 곳으로 건너왔다. 짧게 눈인사를 하고는 어찌 왔는지 설명을 했다.

　남화는 만주 병원에서 경상도 지역에 콜레라가 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전날 꿈자리도 뒤숭숭했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남화는 바로 기차를 탔다. 아무 일 없기를 바라고 왔는데 동구 밖에서 정화를 만나 민화가 콜레라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남화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럴까 싶어 달려왔던 것인데 막상 민화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앞이 캄캄했다. 페니실린은 해열제이지 치료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콜레라는 예방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그때까지 마땅한 예방책도 없었고, 한번 걸리면 치사율이 70 프로를 넘는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1945년 여름, 경상도 일대에 퍼진 콜레라는 역사에도 그 기록이 있을 만큼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태평양 전쟁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었고, 전쟁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또 그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콜레라로 죽었다. 이미 동네에서 콜레라로 죽은 사람이 열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남화는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남화는 동네의 다른 환자들을 보러 집을 나섰다. 아직 대여섯 명이 더 콜레라를 앓는 중이었다. 그중에는 남화의 서당 제자들도 있었다.

　그렇게 밤이 또 지나가고 있었다. 남화 덕분에 그래도 좀 희망이 생긴 형제들은 겨우 누룽지 죽들을 좀 먹었다. 지친 태화 대신 남화가 민화 곁을 지키고 앉았다. 먼길 오느라 지쳤을 텐데 남화는 자기 일이라며 다들 물러가게 했다. 노미는 남화가 뭘 좀 더 먹었으면 싶어서 문을 열고 남화를 불렀다.

　“도련님, 뭐 좀 더 드셔예.”

　그러자 남화가 빙긋이 웃으며

　“아입니더. 아까 누룽지죽 마이 먹었습니더.”

　했다.

　“그게 언젠데예. 계란 쪄 논 거 있는데 좀 드실래예?”

　했다. 그러자 남화는

　“아입니더. 지는 됐습니더.”

　하고 사양했다. 노미는 속으로

　‘계란은 민화 도련님이 좋아하는 긴데.’

　하며 누워있는 민화를 바라보았다. 호롱불 밑에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민화는 붓으로 그려놓은 듯이 여전히 고왔다.

　그때였다. 민화가 눈을 떴다.

　“형수님....”

　민화가 노미를 부르고 있었다. 노미는 정신이 번쩍 들어 민화에게 다가갔다. 민화가 노미를 올려다보았다.

　“와예....”

　노미는 울음을 겨우 참았다. 눈 뜬 것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민화는 남화에게

　“형, 내 형수랑 할 말 있다. 쪼매 나가 있다 온나. 찐 계란 먹고 온나.”

　했다. 남화는 잠시 민화를 보더니 알았다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남화가 방을 나가자 민화는 노미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 노미는 얼른 민화를 자기 무릎에 눕히고 입에 물을 넣어주었다. 민화는 또 한참을 물을 잘 받아마셨다.

　“형수님, 우리 태화 잘 부탁합니데이.”

　했다. 노미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와 그런 소리를 합니꺼.”

　“태화가 형수님 자장가에 괘안아졌다믄서예. 어찌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고맙습니더.”

　노미는 눈물을 겨우 삼켰다. 하지만 이미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노미의 얼굴을 민화는 지그시 바라보았다.

　민화는 여인이 아름다운 것을 몰랐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본 아름다운 여인이 형수였다. 여인이 이리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노미 때문에 알았다. 노미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민화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

　가마에서 내리던 순간의 형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였다. 실면도를 해주며 자기 얼굴을 어루만져주던 형수님의 손은 민화가 처음으로 느껴본 여인의 손길이었다. 이불말이 할 때 이불을 걷어내고 본 형수의 눈물 범벅이던 얼굴은 내내 생각날 때 마다 웃게 하던 얼굴이었다. 사시사철 꽃만 보면 형수 생각이 났다. 민화가 따온 꽃을 받아 들고 꽃보다 더 환하게 웃는 꽃 같은 형수 웃음이 좋아 민화는 그렇게 꽃만 보면 노미에게 따다 주었다. 부산에서 자기 얼굴을 어루만지며 다시는 아무도 뺏어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던 그 단호한 얼굴은 민화를 오래 오래 가슴 저리게 했다. 그리고 홍이가 태어나던 순간, 온몸으로 고통을 이겨내던 형수의 얼굴은 민화에게는 그 어떤 신보다도 위대한 존재의 모습이었다. 민화는 그렇게 형수의, 노미의 모든 순간을 기억했다. 그리고 사랑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다. 남녀 간의 사랑만 사랑이겠는가. 부모자식 간의 사랑만 갸륵하겠는가. 민화의 노미에 대한 사랑, 노미의 민화에 대한 사랑 또한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것이었다.

　“형수님....,”

　하고 민화가 노미를 불렀다.

　“야,”

　하고 노미가 대답했다.

　“다음 생에는 지 색시로 태어나주믄 안되겠습니꺼?”

　했다. 노미는 어찌 대답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또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도련님....”

　노미는 대답을 못 하고 울었다.

　“예? 다음 생에는 내가 형수님 신랑 하믄 좋겠습니더.”

　하고 민화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도련님, 참말 이쁜 색시 얻어가.... 그래 지랑 오래 오래 살낍니더.....”

　하고 겨우 말했다. 민화는 짐짓 삐진 척하며

　“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거짓말이라도, 예, 그라입시더 하믄 안됩니꺼?”

　하고 말했다. 열이 벌겋게 뜬 얼굴로, 바짝 마른 입술로 민화는 웃고 있었다.

　“도련님....”

　하며 노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무서웠다. 정말로 잃을까봐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 민화를 잃고 과연 자기가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이 고운 목소리를 다시 못 듣고, 이 고운 미소를 다시 못 보고 과연 내가 살 수 있을까 싶었다.

　“됐심더. 다음 생에도 형수는 형 색시 하이소. 지는 뭐 그래 살다 총각구신 되면 그만입니더.”

　하며 큭큭 웃었다.

　“물 드시소....”

　하며 노미는 민화에게 물을 마시게 했다. 민화는 착하게 물을 받아 마셨다. 힘겨울 텐데도 그 물을 겨우 다 마시고는 축 처졌다. 노미는 민화를 자리에 눕히고는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총각구신 될 일 없습니더. 이래 곱고, 이래 참한데, 한번 보믄 다 홀딱 반해가 정신을 몬 차리게 이래 잘났는데....”

　노미는 민화의 이마를, 눈을, 볼을, 목을, 손을 닦아주며, 제발, 제발, 제발 살게 해달라고 빌고, 빌고, 또 빌었다.

　“형수님,”

　눈을 감았던 민화가 눈을 다시 떴다.

　“내 많이, 아주 많이 형수 좋아했습니더. 형수가 내 첫사랑입니더.”

　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다시 정신을 잃었다. 노미는 속에서 끅끅 올라오는 울음을 겨우 겨우 참았다.

　모두 그 밤을 어찌 견뎠을까. 다시 민화 옆은 태화가 앉았다. 좀처럼 태화는 민화 옆을 다른 이에게 내주지 않았다.

　하루가 또 속절없이 지났다. 늦은 오후, 멀리서 비구름이 오고 있었다. 이제 장마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태화는 깜빡 잠이 들었다 깨었다. 태화는 민화부터 살폈다. 손을 잡았는데 여전히 뜨겁다. 그래도 왠지 좀 열이 덜 나는 듯도 했다.

　“민아,”

　하고 태화가 가만히 민화를 불러보았다. 기척이 없다. 가만히 볼에 손을 대보았다.

　“민화야,”

　여전히 기척이 없다. 순간 태화는 흠칫했다.

　“민화야!”

　태화는 고함을 쳐 봤다. 여전히 기척이 없다. 태화는 이제 민화를 흔들었다. 세게 흔들며 손을 잡았는데 손에 맥이 없다.

　“민화야~!!!”

　태화의 벼락같은 고함 소리에 형들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태화는 민화를 붙들로 계속 이름을 부르며 민화를 흔들었다. 여전히 기척이 없었다.

　남화가 민화의 맥을 잡고 목에 손을 대보고 가슴에 귀를 대었다. 남화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 가방에서 청진기를 꺼냈다. 거칠게 가슴을 헤치고 청진기를 대보았다. 남화 얼굴이 굳어버렸다. 결국 남화는 고개를 떨구었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형아~~!!!”

　정화가 발버둥치며 울었다. 윤화가 바닥에 툭 주저앉았다. 석이가 남화 등을 부여잡고 펑펑 울었다. 진화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섰다. 노미는 차마 방안을 볼 수 없었다. 문고리를 붙잡고 입을 틀어막았다. 태화가 민화 이름을 부르며 미친 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하늘이 하시는 일을 어찌 사람이 막을 수 있을까.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그저 다 살아가면서 당연히 만나는 일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생을 만난 것처럼 죽음을 만난다. 생을 만나 서로 사랑하며 살다 또 그렇게 보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너도 가고, 나도 간다. 그것이 ‘너의 죽음’을 만난 그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이다.

　“괜찮다. 무서워하지 마라.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 무서운 게 아이다. 다 좋은 거다. 다 아름다운 거다. 내는 니가 참 좋다. 니도 내가 참 좋지? 그러면 된 기다. 우리는 세상에 나와서, 이렇게 형제로 만나서, 서로 바라보고 웃고, 좋아하며 살았다. 그렇게 살라고 형제로 만났다. 그러니 사는 동안은 이렇게 서로 좋아하며 살자. 알았나?”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친구가, 형제가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제법 잘 산 좋은 사람이다. 맛있는 거 먹을 때 생각나 부르는 이가 있다면, 좋은 술자리에 부르면 달려와 주는 이가 있다면 그렇게 둘러앉아 서로 웃어주는 이가 있다면, 당신은 그래도 꽤 잘 산 좋은 사람이다. 그들 중 누군가 떠났을 때 외롭지 않게, 서로 지켜줄 친구가, 형제가 있다면 우리는 그래도 잘 떠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만나 담뿍 기쁘고 행복했는가. 그렇다면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혹은 떠나며 우리는 또한 담뿍 기쁘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그날 죽은 이들이 셋이 더 있었다. 시신 수거를 맡은 동네 아재들이 들것을 들고 와 민화를 데리고 나갔다. 태화가 몸부림을 치며 민화를 데리고 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 태화를 형들이 붙들고 있어야 했다.

　“개가 죽어도 이래는 안 한다! 내놔라! 애 내려놔라! 몬 델꼬 가게 해라! 형! 형아! 민이 몬 델꼬 가게 해라!!!”

　태화 울부짖는 소리에 모두 가슴이, 심장이 갈가리 찢겼다. 그런 태화를, 발버둥 치는 아이를 형들이 겨우 붙들고 있었다. 진화는 태화 얼굴을 가슴에 끌어안고 민화 나가는 것을 못 보게 했다. 하얗게 질린 채 돌멩이처럼 앉아있는 윤화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펑펑 울고 있는 석이를 품에 안았다. 정화는 부들부들 떨며 그 모든 광경을 보았다. 그런 정화의 어깨를 남화가 꽉 쥐고 있었다.

　아무도 괜찮지 않았다. 아무도 괜찮을 수 없었다. 우리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도저히 괜찮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견뎌야 했다. 우리는 사랑했던 만큼 아플 것이다. 때문에 사랑했던 만큼 견뎌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서로 사랑한 것에 대한 댓가다. 그게 싫어서 사랑하지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