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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묘한 아파트
작가 : 임수호
작품등록일 : 2020.7.31

「뭔가 있어...」 새 아파트에서 새 출발을 꿈꾸던 수연.
그런데, 이사온 집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단순한 층간소음일까?
「아냐. 분명... 뭔가 있어.
자꾸만,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만 같아...」

 
거짓말 (3)
작성일 : 20-09-29 04:34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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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수연을

 비웃는 듯한 소리가

 침실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까르르르르… 바보.)

 

 (히히히히히… 멍청이.)

 

 "그만하란말야!!!!!!"

 

 지긋지긋한 소음에

 정신이 아득해져가던 수연이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게… 이게 환청이라고?

 이렇게 선명한데...

 이렇게 또렷한데...

 이게 어떻게 환청이야...

 말이 안되잖아!

 이건... 분명...

 차연주란 말야.

 죽은 차연주가...

 나한테 말하는거라고!!!」

 

 답답해진 수연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흑... 흑흑...

 정말 지긋지긋해...

 지긋지긋해서...

 당장이라도 이 집에서

 나가고싶어…

 마음같아선 그러고 싶어.

 하지만...

 못 나가겠어...

 차마 못 나가겠다구…

 나도 나를 모르겠어…

 나가고 싶은데…

 못 나가겠는 내 마음을

 나도 어쩌질 못하겠단말야…

 자꾸만…

 알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인 지

 꼭 알아야겠단말야!!!"

 

 눈물범벅이 된 수연이

 허공에 대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정신없이 울부짖었다.

 

 (까르르르르… 재밌다.)

 

 (히히히히히… 웃겨.)

 

 "흑... 흑흑...

 그만해… 그만 비웃어...

 나도 노력하고 있어...

 노력하고 있다구!"

 

 답답해진 수연은

 침실에서 나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무작정 바깥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수연은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듯

 빠른걸음으로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지친 수연은

 눈에 보이는 아무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헉... 헉헉... 숨차.

 좀만 앉아있다가...

 다시 걷자."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정신없이 걸었더니

 복잡했던 마음이

 좀 가라앉는 것 같았다.

 

 "헉... 헉헉..."

 

 그렇게 한참

 숨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가 수연에게 다가왔다.

 

 "...유수연씨?"

 

 "네?"

 

 누군가하고

 뒤를 돌아보니

 수연의 뒤에

 Jason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아아악!!!"

 

 그동안

 온갖 상상을 했던 탓인 지

 Jason을 본 수연은

 비명부터 질러댔다.

 

 "...아, 죄송해요.

 놀래키려던 건 아닌데..."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산책하다가... 보여서..."

 

 "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저번에 그 분...

 남자친구인가봐요..."

 

 "...아, 네...

 죄송했어요.

 본의 아니게..."

 

 "...아니에요.

 제가 잘못한거죠...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도 하죠...

 오히려 다행이었어요.

 차라리 맞고 나니까

 마음이 편안했어요...

 안그래도 죄송했으니까요..."

 

 "...네...

 그 후로는...

 창 밖 안 보시잖아요."

 

 "...그럼요.

 가끔 습관적으로

 창밖에 서긴 해도...

 이제 다른 집은

 절대 들여다보지 않아요."

 

 "...자주 들여다봤나봐요?

 예전에는..."

 

 "뭐... 우연히...

 워낙 잘 보이니까

 저도 모르게 몇 번...

 그러긴 했죠..."

 

 "... 저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네? 어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수연이

 잠시 얘기하자며 벤치를 가리켰고

 Jason이 고개를 끄덕이며

 벤치에 앉았다.

 

 "... 저...

 차연주씨가 추락사하는 거

 목격하셨다고 하셨잖아요."

 

 "...네..."

 

 차연주얘기를 꺼내자

 Jason이 또 곤란한 듯

 안경을 고쳐쓰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 후로는

 차연주씨가 있던 집

 들여다 본 적 없나요?

 죽은 후에도 습관적으로

 베란다창밖을

 내다봤다고 하셔서...

 궁금했어요."

 

 "...아...

 한번씩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가긴 했어요…

 근데... 그건 왜..."

 

 "...그럼…

 차연주씨가 죽고 나서

 남편분과 아이들은

 별 일 없었나요?

 차연주씨가 죽은 후에도

 창밖을 통해 몇 번 보셨다면…

 남편분과 아이들도…

 보셨을텐데…"

 

 "...아..."

 

 Jason이

 당황스러운 듯

 양손을 주물럭 거리며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수연이

 Jason에게 재차 질문했다.

 

 "...차연주가 죽었다는 건

 사실이긴 한가요...?"

 

 "...네? 그게 무슨..."

 

 "...기분 나쁘실 수도 있지만

 사실 좀 믿기지 않아서요...

 부부싸움을 하다가

 추락사 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제가 왜

 사람의 죽음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겠나요?"

 

 Jason이 발끈하며 물었다.

 

 "...차연주가 죽은 걸

 목격했다면...

 그 후에 남은 가족이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해서

 또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게

 보통사람의 심리 아닌가요?...

 그래서... 여쭤본거거든요.

 차연주씨가 죽고 나서

 남편분과 아이들이

 어떻게 지냈는 지

 들여다보신 적 있는 지..."

 

 "......"

 

 수연의 말에

 Jason은

 한참을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곤란하시면

 말씀 안하셔도 돼요."

 

 "...저...저는 잘 몰라요.

 단지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에요."

 

 Jason이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소문이라는 얘기를 꺼냈다.

 

 "소문이요? 어떤...?"

 

 그 때

 수연의 핸드폰에

 전화벨이 울렸다.

 

 「하... 왜 하필 지금...」

 

 "잠시만요..."

 

 

 [전화 통화]

 

 "응, 오빠."

 

 "수연아, 부동산은? 갔다왔어?"

 

 "아... 오빠. 그게...

 내가 지금 중요한 얘기중이라

 좀 이따 통화하자."

 

 "바빠? 회원님오신거야?"

 

 "...아, 뭐... 응...!"

 

 상황이 상황인지라

 수연은

 백색거짓말을 하며

 적당히 둘러대고 말았다.

 

 "알았어, 이따 전화해."

 

 "응."

 

 

 전화를 끊은 수연이

 다시 Jason을 바라봤다.

 

 "...어떤 소문이죠?"

 

 "그게… 저…“

 

 “얼른 얘기해주세요.

 어떤 소문인가요?“

 

 “그… 차연주가 죽고나서...

 얼마 뒤에...

 남편과 아이들도 죽었다고...

 들었어요."

 

 "...네?"

 

 「그럼…

 일가족이 죽었다는 게 사실인건가?

 그런데...

 같은 날 죽은 게 아니라

 차연주가 먼저 죽고...

 그 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남편분이랑 아이들은...

 왜요? 어떻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소문으로만 들었어요."

 

 "너무 슬프네요...

 어떻게 된 거죠?

 무슨 일로 죽게 된거죠?

 사고라도... 있었던 건가요?"

 

 "글쎄요... 그건 잘…"

 

 "...아시잖아요.

 아시면서 얘기 안하시는거죠?

 모를리가 없잖아요!"

 

 "... 아... 이러시면 곤란해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차연주가 죽는 것도

 목격하셨을 정도인데

 남편과 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 지 모른다는 게

 말이 안되잖아요!

 이 집에서 죽었나요?

 남편과 아이들도

 차연주씨처럼

 이 집에서 죽은거냐구요!

 보셨다면서요!

 차연주가 죽은 후에도

 이 집을 들여다보셨다면서요!"

 

 "...쉿...

 누가 듣겠어요..."

 

 "하...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너무

 흥분을 했네요…

 저도 너무 답답해서..."

 

 "저...

 이제 그만 가봐야해요."

 

 Jason은

 급한 일이 있다며

 서둘러 돌아갔고

 벤치에 혼자 남은 수연은

 한숨을 쉬며

 먼산을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수연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집에서

 일가족이 모두 죽은 게

 사실이 되고 나니

 섬뜩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행복했던 가족이

 이 집에 이사오고

 이상한 일을 겪으며

 모두 괴로워하다가

 결국 전부 죽었다는 게

 너무 안타꺼워서

 수연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게 죽은 가족이

 이 집에 입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거거나

 저주라도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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