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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동생이 이상하다.
작가 : 박희님
작품등록일 : 2020.9.18

"오 년 뒤 우리 가문 망한다고, 그것도 폭삭"/
"아아, 나를 알차게 써먹고 버릴 생각이었군.""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그럼, 아닌가? 황태자에, 아르엔놀 왕까지. 아주 판을 크게 벌려놨는데?"
"..어차피 당신도 나랑 진지하게 결혼 생각 한 거 아니잖아요!"그가 기가 찬 듯 들고 온 종이를 바닥에 흩뿌린 채 내게 가깝게 다가왔다.
"경고하는데, 이왕 도망칠 거라면 잡히지 마.""....""만약 잡히면 나도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으니"
내 동생이 얘기한 미래에 이런 일은 없었는데?!

 
12.
작성일 : 20-09-28 23:54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6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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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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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본다면 더없이 이득이었다.

 

  어쨌든 큰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평화 협정서를 작성한 장본인이 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공작이 왜 나 좋은 일을 시킨단 말인가.

 

  평민으로 살아봤던 나는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더군다나 공작이?

 

  “대령? 식사가 마음에 안 드나?”

 

  점점 느려지는 내 포크질에 왕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아..아니요! 맛있어서요!”

 

  반란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왕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내게 잘해주려는 의도가 빤히 보여도, 그 안에서 하나하나 신경을 곤두서고 있는 예리한 눈살에 미적미적 거리던 포크질을 열심히 그릇 까지 잘라 먹을 기세로 썰었다.

 

  눈에 불을 켜고 그릇째 씹어먹을 것 같은 나를 보던 왕은 주변의 사용인들을 전부 물렸다.

 

  “내가 이 왕좌에 오르기까지, 근 몇십 년을 눈치만 보고 살았지.”

 

  냅킨으로 입가를 꾹 누르던 그는, 아까 보았던 푸근한 친근한 인상의 왕이 아니었다.

 

  날카롭고, 묵직한. 방금 전까지 생사의 갈림길을 오갔던 것 같은 사내가 손으로 탁자를 건드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군? 대령.”

 

  날카로운 뱀이 내 전신을 옭아매는 듯 보였다.

 

  나는 그의 생을 모르지만, 일평생 반역을 일으킬 만한 계획을 꿈꿔왔던 남자는 과연 사람을 읽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쯤 되니, 나도 좀 궁금한데 말이야.”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왕이 혼잣말하게 둘 수는 없으니 머리를 굴렸다.

 

  “국왕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국왕은 어느새 올라와 있는 종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뭘 얻으려는지 몰라도....뭐 긴장 푸시게. 이번 일이 자네에게 나쁜 일은 아닐 테니.”

 

  다시 인상 좋은 사람으로 돌아온 국왕이 마저 그릇에 있던 음식을 비웠다.

 

  국왕의 말은 맞았다.

 

  평화 협정서를 내가 쓴 이상 황제를 볼 확률은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체르비에 공작이 왜 내게 그런 좋은 일을 시켰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있었다.

 

  내가 지금껏 생각한 그는, 쉽게 내면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는 척 하면서 전부 자신이 원하는데로 상황을 쥐락펴락했다.

 

  그 결과로 나는 지금 평화협정 당사자로써 이 소왕국에 와있었다.

 

  “얀, 귀빈을 모셔.”

 

  내 그릇은 아직 음식이 남아있었지만, 여기서 가만히 밥을 먹고 있는 것보다는 빨리 이 자리를 나가는게 배가 더 부를 것 같았다.

 

  국왕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얀의 뒤를 쫓았다.

 

  * * *

 

  새벽에 도착했지만 날은 어느새 저물어 새까만 밤이 다가왔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귀인을 대접한다기에 작았지만, 반역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비교적 제일 멀쩡한 방이라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 편하게 종을 쳐서 불러달라는 얀의 인사가 있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나, 뭔가 하긴 해야 하는데...

 

  하지만 목적은 이뤄졌다.

 

  제국에 돌아간다면 나는 필히 황제를 만나게 되겠지.

 

  그리고 조금 더 황궁에 들락날락 거릴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분쟁지역을 해결한 건 분명 커다란 공이었다.

 

  공작이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커튼을 치려 창문으로 다가가는데, 작은 새가 난간에 앉아있었다.

 

  이 야밤에, 새가 굳이 내 창가에 앉아있는 게 이상해서 가깝게 다가가 보니 새의 다리에 쪽지가 묶여있었다.

 

  ‘설마..!’

 

  [지금 국왕의 손에 인장이 없어.그는 아직 인정받지 못한 사생아 거든.]

 

  휘갈겨 쓴 글씨체가 단숨에 누구의 것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앞뒤를 잘라먹고 지금 이 상황에 내게 필요한 문장막 딱 잘라 던진 건 누가 봐도 카르웰의 말투였다.

 

  이 작은 새가 제국에서부터 여기까지 날라왔을 리도 없으니, 카르웰은 먼저 돌아가라는 내 말을 무시하고 내 주변에서 계속해서 맴돌고 있던 모양이었다.

 

  답장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데 새가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멀리 날아간 새를 보다 종이에 쓰여있는 인장 부분을 손으로 매만졌다.

 

  왕으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인장은 신분을 증명하는 것과 동시에, 각 가문에 문양이 새겨져있다.

 

  그리고 가주가, 가주에게 내려지는 단 한 개 밖에 없는 물건.

 

  한마디로 지금 국왕의 손에 인장이 없다는건, 국왕이 눈에 불을 켜고 인장을 찾아 헤메고 있을 것이라는 거였다.

 

  곧 왕국이 정리되면 새로운 통치자로써 나설 텐데, 그때 인장이 없다면 그는 왕국에 남아있는 다른 귀족들에게 커다란 비웃음을 사겠지.

 

  반역까지 일으켜 놓고 인장을 새로 파는 우스운 짓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국왕이 나를 귀인으로 써 대접한 이유.

 

  ‘체르비에 공작 손에 게르윌 왕국의 인장이 들려있는 게 분명해.’

 

  그래서 왕은 체르비에 공작이 서신에 몇 번이나 써넣어다는 나를 반긴 것이었다.

 

  혹시나 인장을 내 손에 들려서 보낸 게 아닌가 하고.

 

  국왕은 지금 나를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

 

  물론 나를 쉽게 죽이진 않을 테지만, 내가 체르비에 공작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인장을 손쉽게 찾아다 줄 체스 말인지, 아무짝에 쓸모도 없는 그냥 길가에 돌멩이 인지.

 

  고민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쥬브리아는 미래를 전부 다 알지 못한다.

 

  거기에 미래를 바꾸면 바꿀수록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제국에 무사히 발붙이고 있을 수 없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노릴 수 없게 오르고 또 올라가리라.

 

  딸랑-

 

  얼마 지나지 않아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국왕님을 뵙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 *

 

  “집무실이 많이 협소하지? 앉게.”

 

  나는 멍하니 서있는 얀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내일! 내일 뵐 수 있냐구요!’ 하고 외쳤으나.

 

  그는 곧장 방을 나섰다.

 

  물론, 이제 막 왕좌에 앉았기에 지금의 국왕은 잠도 못 잘 정도로 바쁘겠지만, 그게 바로 시간을 달라는 건 아니었는데..!

 

  “할 이야기가 있다던데.....설마 얌전히 앉아서 아저씨와 이야기나 나누러 온건 아닐 테고.”

 

  자신을 아저씨라 칭하며 푸근하게 웃긴 했지만, 찰나에 스친 날카로운 눈은 내게 정확하게 박혔다.

 

  “...인장. 찾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척 한건 나를 떠보기 위함이었나?”

 

  아뇨,..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렇게 솔직하게 답할 수는 없으니 속으로 삼키며 그냥 웃기만 했다.

 

  이제껏 허허실실 하던 모습은 전부 지워버린 국왕은 소파에 편하게 기대었던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대령이 인장을 가지고 있나?”

  “아니요.”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대령과 할 말이 없는데.”

 

  점점 나를 메기는 값어치가 길가의 돌멩이 취급이 되어가고 있었다.

 

  체르비에 공작이 올 때까지 적당히 잘해주다가 평화 협정서만 쓰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인장,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

  “대령이 어떻게?”

 

  대놓고 지루해하던 왕이 다시 몸을 숙였다.

 

  “알겠지만, 나는 이 왕좌에 앉기 위해 20년이 넘게 숨죽이고 살았네.”

 

  아까 목구멍으로 넘긴 카르웰의 서신이 떠올랐다.

 

  사생아 출신의 왕.

 

  “이 자리에 앉기 위해서 말이지.... 마지막에 나를 쳐다보던 형님의 눈빛이 어땟는 줄 아는가?”

 

  왕의 눈에 그때의 잔상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죽음의 기로에 선 순간마저 나를 버러지 취급하며 쳐다봤지.”

 

  자조 섞인 웃음을 내뱉은 왕은 협탁 옆에 놓인 물컵에 물을 따랐다.

 

  “그래서 나는 그 눈부터 찔러버렸네.”

 

  그리고 차례로 팔부터 자른 다음 심장에 칼날을 박아 넣었노라고 그 행태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갑자기 듣게 된 그의 칼부림 취향에 나는 괜히 손만 만지작 거렸다.

 

  “나는 이제, 사생아 따위가 아니라, 이 왕국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지.”

 

  왕은 물을 한 모금 넘겼다.

 

  “헌데, 고작 대령이 나를 이용해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건가?”

 

  곤두서있는 그는 내가 건넨 말이 자신을 이리저리 휘두르려는 속셈으로 보였나 보다.

 

  굳이 자신의 형제를 어떻게 끌어내렸는지 얘기하는 건 나에 대한 경고.

 

  그렇다면 빙빙 둘러 얘기할것이 아니라, 내 패를 전부 드러내기로 했다.

 

  “즉위식을 거치게 되면 아르엔놀 왕국으로 인사를 떠나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르엔놀.

 

  제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곳. 대륙전쟁때 뼈아픈 실책을 겪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회복해 나갔다.

 

  그곳은 유일하게 제국과 전쟁을 치루고 나서도 복속되지 않는 제국과 견주어도 될만한 곳이었다.

 

  제국과 다시 전쟁을 하지 않는 표면적인 이유는 많은 정치적 관계가 얽혀있었기 때문이지만, 뒤에 속 사정은 ‘제국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기 때문’ 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곳 사절단에 절 넣어주십시오.”

 

  제국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면, 아르엔놀에 제국을 바쳐야지.

 

  그곳은 내게 거대한 검이 되어줄 것이다.

 

  어차피 게르윌 즉위식은 시간이 조금 남았고, 아르엔놀 왕국으로 인사를 떠나기까지 남은 시간 또한 육 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 사이에 아르엔놀에 대해 조사하고, 협상에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만약 일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앞으로 많은 패를 만들어 놓을 것이다.

 

  “이유가 궁금한데? 아르엔놀이면...”

 

  체론 왕은 어째서 제국과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아르엔놀을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그곳에, 과일이 무척 맛있다고 해서요.”

 

  그가 의심스럽게 쳐다보던 어쩌던, 나는 상관없었다.

 

  “자네가 내 인장만 찾아 준다면야. 내 어떻게든 사절단에 넣어주지.”

 

  자신의 국민도 아니고, 하물며 제국에 있는 백작가 딸을 사절단에 넣기란 쉽지 않을 일이었다.

 

  때문에 이건 서로가 서로에게 거는 족쇄였다.

 

  내가 인장을 찾아다 주는 것조차 지금 체론 왕에게는 기밀사항 이었다.

 

  “그런데, 자네는 뭘 믿고 내게 이런 얘기를 해주지? 내가 인장을 받는 순간 자네를 죽일 수도 있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뭘 믿고 그렇게 확신하냐는 눈빛이었다.

 

  “미쉘 백작에 대해 잘 알고 계시겠죠?”

  “그럼. 아주 자자하지.”

  “만약 일이 틀어쥔다면 혼자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이제 막 반역을 하고 온 왕에게 할만한 적절한 말이었나 눈으로 가늠했다.

 

  “예민하군. 이런 협상 자리에 올라온 것도 처음일 테고.”

 

  안 먹혔나?

 

  잡고 있던 옷자락을 손으로 꾹 쥐었다.

 

  내가 너무 섣불렀던 건가 싶어 왕의 뒷목이라도 쳐야하는 순간이 오려나 싶어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대령 말에 빈 곳이 너무 많아.”

 

  갑작스러운 지적에 뻣뻣하게 굳었던 고개를 왕을 향해 돌렸다.

 

  “내겐 공작이라는 선택지가 아직 남아있는데, 내가 여기서 대령을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 공작이 터무니없는 거래를 청할 것 같아서 저를 내쫓지 않으신 거 아닌가요?”

 

  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를 체스 말로 선택하세요.”

  “대령은 연약해 보이는데, 감당할 수 있는가?”

  “저에 대한 보고가 아직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나 보군요.”

 

  입술이 바짝바짝 타올랐지만, 내 앞에 따로 내려진 물 잔은 없어 침을 대충 삼켰다.

 

  “지금 여기서 국왕의 병사가 몇이나 오던, 저는 도망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합니다. 게다가 저를 죽인다면 평화사절단이고 뭐고 지금 이 상황에서 전쟁을 한 번 더 겪어야 할 텐데요.”

  “그도 그렇지.”

 

  드디어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날이 밝고 점심을 넘긴 시각 체르비에 공작과, 아원드 대령이 게르윌로 도착했다.

 

  그 뒤에는 몇몇의 기사단이 따르고 있었고, 게르윌에서는 그들을 반갑게 환대했다.

 

  어쨌든 나도 같은 제국 사람이니 같이 마중을 나갔는데, 아인 아원드의 안쓰러운 눈이 따라붙는 듯했다.

 

  내가 이유를 몰라 그를 빤히 쳐다보는데 어느새 공작이 내 앞에 우뚝 서있었다.

 

  “이만 안쪽으로 들어갈까?”

 

  그의 말에 얀은 황급히 정신을 차리며 앞으로 안내했다.

 

  어제 내가 혼자 왔을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나는 그 옆에서 종종걸음으로 체르비에 공작을 따라나섰다.

 

  일부러 옆에 바짝 붙은 건 그를 면밀하게 살피기 위함이었다.

 

  “저..베이른 대령?”

 

  내가 공작을 너무 열렬히 쳐다봤는지 아인이 옆에서 내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속에 ‘인장을 찾아야지’ 하는 음습한 마음을 갖고 있던 나는 의심한 톨 주지 않으려 일부러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척하며 아인에게 물었다.

 

  “그,..제네디 제소는 어떻게 되었죠?”

  “제국으로 끌고 갔습니다. 여러 증거가 있으니, 황제 폐하께서 잘 처리해 주실 겁니다.”

 

  그렇구나,

 

  도망친 게르윌 장군도 아마 자신의 나라로 돌아오지는 못할 터였다.

 

  이미 게르윌 왕은 공작과 여러 거래를 하고 난 후니까.

 

  “참, 전쟁도 끝났으니, 이제 편하게 영애라고 불러주세요.”

 

  사실 말도 안 되는 권력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얼른 이 ‘대령’ 직위를 버리고 싶었던 나는 제일 먼저 나를 자주 만나는 아인에게 말을 꺼냈다.

 

  “예, 영애.”

 

  그는 이유도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호칭을 바꿔주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이어진 침묵이었다.

 

  내 신경은 공작이 도대체 인장을 어디에 숨겼는 가에 대해 곤두서있었다.

 

  필요하다면 훔치는 게 제일 빠른 길이었다.

 

  만약 정말로 그가 갖고 있다면, 게르윌 왕국의 인장을 잃어버렸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닐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어제 밤새 보수하던 왕궁의 입구는 제법 그럴듯해 보였고, 공작이 열린 입구를 향해 발을 내디딜 때였다.

 

  “뭘 그렇게 찾는 거야? 테릴로아.”

 

  옆에서 묵묵히 걷던 내 귓가에 그는 마치 바람이 내려앉는 듯한 가벼운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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