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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구남친이 돌아왔다
작가 : 한그루
작품등록일 : 2020.9.23

그날, 존재하지 말았어야 했던 단 하루는 두 여자의 운명을 바꿔 버린다.
한 여자는 도망쳤고, 다른 여자는 죽었다.
그리고 그녀들과 얽힌 두 남자.
그로부터 6년 후.. 그들이 나를 찾아왔다.
살아남은 여자와 두 남자의 피 튀기는 로맨스릴러!

 
열일곱 번째 이야기, 기분 좋은 변화
작성일 : 20-09-28 23:48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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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같은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유난히 분점 두 곳에서 터진 클레임 건들이 속출했고 강성 고객들이라 노련한 도희가 나서도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종일 다른 업무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타이르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온전히 하루를 다 쏟아버렸다.

 

 

  진땀을 흘리는 도희를 보며 팀원들은 안쓰러웠다. 그녀는 업계에서 유명한 만큼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고객들은 자신의 웨딩 플랜을 담당했던 플래너가 아닌 블레스의 대표 플래너이자 총괄부 1팀장인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사항을 토로했다. 그녀의 이름을 건 백플랜 패키지에서 추가 요구 사항이 생겼을 때도,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고객들은 그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원했다.

 

 

  도희의 몸은 열 개라도 부족했다. 정말로 부족했다. 지금의 블레스는 도희가 오십 명 정도는 버티고 있어줘야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상태였다.

 

 

  “팀장님, 혹시 급한 업무 있으시면 저 주세요.”

 

 

  눈치 빠른 손 대리가 다가와 도희 테이블 위에 쌓인 서류들을 가리켰다. 곧 퇴근 시간이었다. 지금 일을 넘길 수는 없었다. 팀원들의 근로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그녀의 오래된 철칙이었다.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그러지 마시구. 이러다 팀장님 쓰러지시면 저희 진짜 핵폭탄 제대로 맞는 거 아시죠?”

  “이 정도로 안 쓰러지니까 걱정 마요. 진짜 괜찮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의 손 대리가 빈손으로 터덜터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새로 업데이트된 경쟁 업체들의 가격과 구성에 대해 비교하던 설은 힐끔 도희를 쳐다봤다. 오늘도 과도한 업무에 지쳐 파리한 안색의 그녀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텅 비어버린 위에 진한 커피를 부으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다들 퇴근해요. 나도 이거 저장만 하면 갈 거야.”

 

 

  직접 처리해야 하는 서류가 태산을 이룬 사정을 다 아는데도 그녀는 팀원들의 발걸음이라도 가볍기를 바라며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팀원들도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쭈뼛대며 일어났다. 자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야근하는 꼴을 봐내질 못하는 그녀였다. 그들은 세상에 이렇게 야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우리들 뿐일 거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다들 정리하는 분위기에 설도 컴퓨터를 끄고 자리를 정리했다. 책상에 코를 박고 엎드려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정수리를 보다가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샌드위치 뭐가 제일 잘 나가요?”

  “쉬림프도 잘 나가구요, 그 옆에 야채랑 계란 샌드위치도 많이 나가요.”

  “그럼 쉬림프 하나, 계란 하나 포장해주세요.”

 

 

  발랄한 음악이 몸까지 가볍게 만드는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그는 샌드위치를 포장했다. 그녀가 왜 그렇게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조금은 아랫사람들에게 미뤄도 괜찮을 텐데, 그녀는 설이 스물아홉 해 동안 세상을 살며 처음 본 유형의 상사였다.

 

 

  물론 그녀 같은 스타일의 상사만 있다면 직장인들에게 월요병이니, 칼퇴근 눈치라느니 하는 희한한 현상들이 생기지 않았을 터였다.

 

 

  “127번 손님, 포장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친절하고 밝은 목소리의 점원이 포장된 샌드위치를 건네주었다. 제법 묵직한 것이 이 정도는 되어야 그 진한 커피를 버텨내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온 사무실 내부는 평소와 달리 고요했다. 늘 늦은 시간까지 시끌벅적하던 3, 4팀이 휑하니 비어있었다. 2팀에도 은정만이 남아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설은 괜히 발에 힘을 주고 살금살금 걸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부터 피곤한 기색이 가득하던 그녀가 차마 잠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 위에 불편한 자세로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었다.

 

 

  선배들이 말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진한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팀장님이랑 일하면 잠이 쏟아진다는 말. 그 말은 사실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방금 전까지 빈속에 진한 커피를 붓고, 또 붓다가 결국은 지쳐서 넉다운이 된 도희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안쓰러움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불쾌한 기색을 절대로 숨기지 않으리라.

 

 

  포장 쇼핑백을 들고 어정쩡하게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설의 뒤로 막 자리를 정리한 은정이 다가왔다. 톡톡, 팔을 두드리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어떡하려구요?”

  “일단은.. 기다려보겠습니다.”

  “언제 깰 줄 알구요. 쟨 회사에서도 저렇게 자는 날이 많아서 안 깰지도 모르는데.”

  “제가 팀장님 보디가드잖아요.”

 

 

  흠... 하고 한숨과 고민이 뒤섞인 탄식을 뱉은 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라는 말을 남기고 그녀는 먼저 자리를 떴다. 사무실을 나가는 그녀의 발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설은 엎드린 그녀의 등에 손 대리의 자리에서 빌려온 담요를 살포시 올렸다. 지금은 주인이 없는 상태이니 빌렸다기 보다는 훔쳤다고 보는 게 맞아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상당히 머쓱했다. 스물 아홉 인생에 첫 도둑질이었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를 켰다. 평소엔 조용하기만 하던 컴퓨터가 갑자기 이이잉 하며 낮지만 요란한 소리를 냈다. 흐음, 하고 도희가 짧게 뒤척였다. 그녀가 깰까 봐 숨도 참고 있던 설은 도희의 코에서 다시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호흡이 들리자 참았던 숨을 여러 번에 나누어서 조용히 내쉬었다.

 

 

  미처 마무리 하지 못했던 비교표를 다시 꺼내놓고 업무에 집중했다. 글자라곤 경쟁 업체의 이름 뿐이고 숫자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는 표를 한참 쳐다보고 있었더니 안구의 핏발이 느껴질 정도로 통증이 느껴졌다. 겨우 30분 남짓 되었을 뿐인데 눈이 느끼는 피로도는 심각 수준이었다. 이걸 그녀는 매일같이 누구보다도 많은 양, 소화 하고 있었다.

 

 

  “하암...”

 

 

  사무실에 단 둘이 남은 지 2시간 쯤 지났을 때 도희가 하품을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설이 씨, 왜 안 갔어요?”

  “팀장님 주무시고 계셔서요.”

  “아... 그럼 깨우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닙니다. 오후에 주신 업무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마무리는 다 했어요? 급한 건 아닌데. 천천히 해도 돼요.”

 

 

  그녀의 말에 설이 살풋 웃었다. 그녀가 주는 일은 모두 천천히 해도 되는 일 투성이인데 왜 어째서 그녀는 늘 피곤에 절어있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팀장님도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을 좀 하시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차, 하며 설이 옆으로 치워두었던 쇼핑백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뭐에요?”

  “식사 제대로 못 하신 것 같아서 사왔습니다.”

  “...설이 씬 식사 했어요?”

  “아뇨, 전 괜찮습니다.”

 

 

  쇼핑백을 연 도희가 샌드위치 하나를 꺼내 설에게 다가갔다. 그의 앞에 내밀었지만 받지 않자 슬쩍 책상 위로 올려 뒀다.

 

 

  “두 개잖아요. 같이 먹어요.”

  “네. 잘 먹겠습니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가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이 넓은 사무실 안에 오직 그와 단 둘 뿐인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조금도 답답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꾸준히 베풀어주는 호의 때문인지, 사람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선함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변화였다. 그는 도희를 자꾸만 변하게 했다.

 

 

  샌드위치를 크게 한 입 물고 나니 행복함이 몰려왔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공복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가 사다준 샌드위치 하나에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은 둘은 각자의 업무를 마무리했다. 설이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조금 고민하는 듯 보이면 도희가 슬쩍 다가가 뒤에서 조언을 하기도 했다. 둘의 거리가 좁아진 만큼 마음의 거리도 어쩌면 조금은 줄어들었을지 모른다고 설은 오늘도 기대했다.

 

 

  “근데 샌드위치는 먹나 봐요?”

  “네?”

 

 

  회사를 나와 집으로 걷는 길은 제법 어둑한 길이었지만 그가 곁에 있어서인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메마르고 비틀어져 바닥으로 떨어진 낙엽을 함께 밟으면서 도희는 궁금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된장 요리만 먹는다고 들었는데.”

  “제가.. 말입니까?”

  “된장국, 된장찌개. 그런 것만 먹고 산다면서요.”

 

 

  그는 당최 그녀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된장으로 만든 요리만 먹고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대답하며 웃어야 하는 타이밍인 건가. 농담하는 건가 싶어 그녀의 표정을 살폈지만 이상하게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농담하시는 거죠, 지금?”

  “아니었어요?”

  “......이것저것 다 잘 먹습니다.”

  “근데 왜 된장남이지?”

  “된장남이요? 제가요?”

  “설이 씨 별명 된장남이래요. 몰랐어요?”

 

 

  처음으로 둘의 머릿속이 공통분모를 가졌다.

 

 

  ‘내가 왜 된장남이지..?’

  ‘그럼 왜 된장남이지..?’

 

 

  서로를 향한 의문의 물음표들이 가득 찬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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