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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묘한 아파트
작가 : 임수호
작품등록일 : 2020.7.31

「뭔가 있어...」 새 아파트에서 새 출발을 꿈꾸던 수연.
그런데, 이사온 집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단순한 층간소음일까?
「아냐. 분명... 뭔가 있어.
자꾸만,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만 같아...」

 
분열 (1)
작성일 : 20-09-28 21:54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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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까 좀 이상하긴 했어.

 본인 말로는

 우연히 목격했다고 했지만

 그런거치곤

 차연주씨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는 게

 좀 이상하긴 했잖아!"

 

 "그러게...

 생각해보니 그렇네.

 야... 무서워.

 나 이따 과외하러 가야하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가."

 

 "...어떡해.

 사모님 없어?

 사모님 있는 지 확인하고 가.

 아니면...

 오늘 아프다고 쉬던지..."

 

 "휴... 그래.

 사모님한테 전화해봐야겠어.

 이게 무슨일이래. 진짜."

 

 "그러니까..."

 

 

 생각지도 못했던

 Jason의 수상한 행동에

 두 사람은 잔뜩 겁에 질렸다.

 

 「하... 대체 뭐야.

 그러보니 처음부터 수상했어.

 Jason이 했던 말들...

 했던 행동들... 전부 다.

 지금 생각해보니…

 전부… 좀 이상해!」

 

 

 그 날 오후.

 

 「어디보자...

 오늘 레슨이 뭐뭐였지...」

 

 집으로 돌아온 수연은

 레깅스로 갈아입고

 컴퓨터 방에 앉아

 스캐줄을 확인하며

 회원차트를 살펴봤다.

 

 「어쩌다 내 삶의 낙이

 일이 전부가 되었지?

 하긴…

 일 말고 요즘 내 인생은

 온통 이상한 일 뿐이니까.

 일이라도 많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에휴…」

 

 그렇게

 한참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동료강사 김은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김은정?

 사과하려고 전화했나.」

 

 

 [전화 통화]

 

 "...여보세요."

 

 "...수연이니?

 나야, 은정이."

 

 "...그래.

 왜 전화했니?"

 

 "수연아… 나... 나 억울해.

 회원님 지인이 우리샵에 전화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원장님이...

 당장 너한테 전화해서

 사과하라고 하시는데...

 나... 정말 억울해.

 난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한 것 뿐이야.

 우리샵에 새로오신 회원님이

 너네샵 다녔었다고 하셔서

 어쩌다보니...

 너네샵에서 있었던 일

 얘기하게 된거고...

 회원님이 얘기듣고 놀라시면서

 어쩐지 좀

 샵분위기가 이상했다고 하시길래

 맞장구쳐드리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귀신씌일 수도 있는데

 께름직하지 않으셨냐고..."

 

 "은정아, 알았어. 그만해."

 

 "...더 들어봐.

 그래서 내가..."

 

 "아냐. 그만해.

 억울해서 전화한거니?"

 

 "...응. 억울해!

 생각해봐…

 너랑 나랑 같이

 그동안 필라테스 공부하면서

 얼마나 같이 고생했어.

 그런데 내가...

 그런 널 모함할 리 없잖아...

 대체 누구짓인 지 모르겠어.

 누가 원장님한테 전화해서

 이상한 소리를 한 건지

 알아내기만 하면…

 가만 안둘거야!"

 

 "그러게…

 그렇게 오래 같이 고생했는데…

 뒤에서 모함하고 다니면

 사람도 아니지."

 

 "...그,그러엄!

 당연한 거 아냐?

 역시 너는 나 믿어줄 줄 알았어!"

 

 "......"

 

 "...저... 얘기 좀 해줄래?

 원장님이 화가 단단히 나서

 나 지금 짤리게 생겼어.

 이런 사유로 짤리면

 다른 샵에 다시 취직하기도 힘든데

 나 정말 큰일이야...

 ...얘기 좀 해줄래?

 오해였다고... 괜찮다고 말야."

 

 수연은

 사과도 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는 은정이

 원망스러웠다.

 

 "글쎄... 은정아.

 너한테만 들은 상태에선

 내가 함부로 판단하기가 그렇네.

 너하고도 오래 봐왔지만

 원장님하고도 오래 봐온 사이고…

 원장님이…

 괜히 화내실 분도 아니고…

 그리고 나도 샵 운영해보니까

 원장님 입장도 조금은 이해가 가…

 아무래도 샵을 운영하다보면

 회원님 한분한분이

 정말 소중하고…

 회원님들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한마디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음…

 내가 나서는 거 보다는

 은정이 네가...

 실수한 부분 인정하고

 앞으로는 똑바로 하겠다는 의지를

 원장님께 보여드리는 게

 맞지 않겠어?"

 

 "...실수…?

 나 모함한 적 없대두…

 원장님이 오해하시는거야.“

 

 “…오해…?

 근데 레슨 중에…

 우리샵에 대해서 얘기한 건

 사실이라고 했지?

 원장님이 그건 괜찮대?“

 

 “휴… 다른샵에 대해서

 근거없는 얘기하면

 크게 문제될 수도 있다고

 주의하라고 하시긴했는데…

 내가 다른샵얘기했어?

 너네샵 얘기했잖아!

 그리고 없는 얘기한 것도 아니잖아.

 너무 억울해…“

 

 “……”

 

 「그래…

 그냥 내 잘못이구나.

 고민이랍시고 털어놓은

 내 잘못이구나…」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은정의 태도에

 수연의 기분은

 한없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은정아…

 잘못한 게 없으면…

 억지로 사과안해도 되잖아.

 사과라는 게…

 진심으로 해야 사과지.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면…

 그게 어디 사과겠어?“

 

 “…그치만…

 지금 내가 이 일로

 억울하게 짤릴지도 모른다구!

 그래서 부탁하는거야.

 원장님께 얘기 좀…“

 

 “…그건…

 내가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아.

 원장님도 다 생각이 있으셔서

 사과하라고 하신걸텐데

 내가 함부로 나설일은 아닌 것 같아.“

 

 “…수연아… 제발…”

 

 “계속 같은 얘기할거면

 나 바빠서 이만 끊을게…

 모쪼록 잘 해결되길 바래."

 

 “수… 수연아!”

 

 “뚝”

 

 

 전화를 끊고나니

 수연은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적어도 나한테...

 사과는 할 줄 알았는데...

 그리고, 사과 하면

 용서해주려고 했는데...」

 

 수연은

 창밖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힘들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고…

 전부 꼬이고 꼬이고 꼬이고…」

 

 

 그 날 저녁.

 일을 마무리한 수연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냉장고 문을 열어 간식거리를 찾았다.

 

 「뭐 간단히 먹을 게 없나.」

 

 그 때

 희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통화]

 

 "응, 희정아."

 

 "휴… 나 지금

 과외 마치고 나오는 길.“

 

 “어땠어?

 Jason분위기 좀 봤어?“

 

 “휴… 지금 바빠?

 너네 집 들려서 얘기할까?"

 

 "그래! 와!"

 

 

 잠시 후

 희정이 수연의 집에 도착했다.

 

 “띵동“

 

 “타다다다닥“

 

 "희정이니?"

 

 "응, 나야."

 

 “덜컥, 끼이익”

 

 “들어와.”

 

 "휴... 오늘 과외하는데

 무슨 스릴러 찍는 줄."

 

 "헐... 그니까.

 진짜 무서웠겠다.

 밥은 먹었어? 뭐 좀 차려줄까?"

 

 "배고프긴 하다.

 먹을만한 거 있어?"

 

 "주방으로 가서

 먹으면서 얘기하자.

 나도 출출해서

 뭐 좀 먹으려던 참이었어."

 

 "그래."

 

 두 사람은 주방으로 이동했고

 수연은

 희정을 주방 테이블로 안내했다.

 

 "하... 진짜.

 사람이 달라보이더라니까."

 

 희정이

 테이블에 앉으며 얘기했다.

 

 "그치? 소름끼치지?"

 

 수연이

 후라이팬에 불을 올리고

 부침개재료를 만들며 대답했다.

 

 "응...

 아까 너 얘기 듣고나니까

 Jason이 달라 보여.

 사모님 있었기에 망정이지..."

 

 "다행이다.

 계속 일 할 수 있겠어?

 사모님은 뭐래?"

 

 "아... 안 그래도

 일 하러 가기 전에

 사모님한테 전화하고 갔지.

 사모님한테 뭐 드릴거 있는 척...

 계실건 지 확인하고 갔어."

 

 "잘했다..."

 

 "그래서 댁에 계실거라길래

 과외하러 갔더니

 Jason은 없고

 사모님만 계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여쭤봤지.

 Jason은 일하러 갔냐구."

 

 "그래? 그랬더니?"

 

 수연이

 지글지글 익고있는 부침개를

 뒤집으며 물었다.

 

 "그랬더니

 오랜만에 사무실갔다고

 원랜 주로 재택근무한다길래...

 남편분은 회사 자주 안가도 되서

 부럽다고 얘기하면서

 무슨 일 하시는 지

 궁금하다고 했다?"

 

 "응… 그랬더니 뭐래?

 무슨일 한대?"

 

 "그랬더니

 사모님이 피식 웃더니

 남편은

 자기가하는 일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니면

 되게 싫어한다고

 독특한 양반이라고..."

 

 "헐... 뭐야. 왜 말 안해줘.

 자기가 무슨 일 하는 지 정도는

 누구나 가볍게 하는 얘기 아닌가?"

 

 "그러니까...

 그래서 내가

 외국계회사다니는 직장인이면...

 특이한 직업도 아닐텐데

 왜 숨기냐고 했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좀

 자기남편이 좀 특이하대.

 근데...

 문제있는 회사도 아니고

 남편이 뭐 밖에서

 나쁜 짓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남편이 싫다는 짓은

 자기도 안한대.

 그래서 남편이 원하는 대로

 남한테 남편얘기 잘 안한대."

 

 "헐... 뭐야.

 자, 이것 좀 먹어."

 

 수연이

 부침개를 들고 와서

 식탁에 앉았다.

 

 "쩝쩝쩝… 그러니까...

 아니 뭐 근데

 문제있는 회사 아니라는거 보면

 그냥 멀쩡한 회사 다니는

 회사원인 거 잖아.

 재택근무가 잦다는 거 외엔

 별 특별할 것 없는.

 음… 맛있다."

 

 "그렇지...

 근데 그러면...

 노트북에 기록한 내용은

 대체 뭐야?

 나 진짜 소름 쫙 끼쳐서...

 그 내용 읽는데

 누가 떠올랐냐면..."

 

 순간

 수연과 희정은

 서로 눈동자를 마주치며

 같은 사람을 떠올렸다.

 

 그리곤

 동시에 입을 열었다.

 

 "차. 연. 주."

 "차. 연. 주."

 

 "아, 진짜 개소름.

 어떡하지?

 이거 실화맞아?

 어떻게 이런 일이...

 나 사실

 수연이 너한테 전화로 얘기 듣고

 무슨 상상한 줄 알아?"

 

 "...무슨 상상...?"

 

 수연은

 희정이 상상한 게 뭔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Jason이...

 차연주를 엿보면서...

 차연주를 탐하다가...

 차연주를..."

 

 "꺄아아악!!! 야... 그만말해.

 무서워 진짜."

 

 "야. 무서운 게 문제가 아니라

 잘 생각해봐.

 만약에 차연주가

 추락사가 아니라 타살이라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만약에...

 이건 정말 만약이지만...

 혹시라도 차연주가

 Jason이든 누구든

 누군가에 의해 타살된거라면...

 이건 엄청난 사건이잖아."

 

 "...그렇지.

 엄청난 사건이지.

 만약에...

 차연주의 남편과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기라도 하면...

 엄청 놀랄테고..."

 

 "근데...

 베란다에서 추락사한 걸로

 종결난 거 보면

 그 남편이라는 사람이

 진술을 한 걸텐데...

 Jason이 범인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기도 하고..."

 

 "하긴, 그렇네...

 근데 그렇다기엔

 Jason이 기록한 내용이

 너무 섬뜩하잖아.

 그 남편분...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러게...

 그 남편이라는 사람 만나서

 얘기 좀 들어보면

 뭐라도 알 수 있을텐데..."

 

 "알 방법이 없을까?

 차연주 남편…

 어디서 뭐하고 사시는 지…"

 

 “그러게…”

 

 두 사람은 한참동안

 Jason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날 밤

 일과를 마친 수연은

 일찍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보를 정리하고 누웠다.

 

 "모모… 이리 와.

 자자 이제."

 

 그리곤

 불을 끄고 누워

 이불을 덮은 채 생각에 잠겼다.

 

 「...이런 일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있는 일인 줄 알았어...

 차연주...

 대체 어떻게 죽었길래...

 죽어서도 이 집에 남아서...

 사람들을 괴롭히는거야...」

 

 어느 새 수연은

 이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차연주의 원혼으로부터

 비롯된 일들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고래고래 고함치는

 여자의 목소리가

 수연의 귀에 들려왔다.

 

 (넌 어쩜 생각하는 게 그래???

 니 머릿속엔 뭐가 들었니?

 한심해!!!

 그렇게 한심한 생각만 하니까

 니 인생이

 그 모양 그 꼴인거야!!!

 알아???)

 

 수연은

 고함치는 목소리가

 마치 자신을 향하는 것 같아서

 이불을 눈 밑까지 올려 덮은 채

 바들바들 떨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구!!!

 뚫린 입이 있으면 말이라도 해봐!!!

 내 말이 틀렸어???

 너 지금 멍청한 생각하고있잖아???

 아니야??? 아니냐고!!!)

 

 끊임없이 쏘아대는 목소리가

 마친 수연 자신을 향해

 따지는 소리인 것만 같아서

 의기소침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멍청하다구...?

 지금... 차연주...

 차연주가 나한테...

 얘기하고 있는거야?」

 

 (말 해봐!!!

 니가 그렇게 잘났어???

 그렇게 잘났으면 말 해봐!!!

 니 말이 맞다고 말 해보라고!!!!

 할 수 있어? 못하잖아?)

 

 바들바들 떨며

 소음을 듣고 있던 수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 그만해!!!!

 그만하란 말야!!!!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당신이 뭔데...

 왜 나한테 이러는건데!!!!

 제발...

 날 이제 내버려둬!!!!!"

 

 목청껏 소리를 질러댄 수연은

 기진맥진 한듯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헉…“

 

 「나 지금…

 허공에 대고

 혼자 소리지른거야?

 차연주… 아니, 귀신한테 얘기한거야?

 나 정말 미친거야?

 결국 미쳐버린거야?

 죽겠어... 이러다 죽겠다구...

 정말… 못 살겠어...」

 

 불안함에 자기혐오까지 더해진 수연은

 뼛속까지 느껴지는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아까와 똑같은 목소리가

 또다시 수연의 귓가에 맴돌았다.

 

 (역시 너밖에 없어.

 내가 얼마나 널 믿고 의지하는데...

 이제 실망시키지마...

 알았지? 히히히히히…

 꺄르르르르…)

 

 소름끼치는 다정한 말투에

 수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불 속에서

 바들바들 떨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힘겨운 밤이 지나갔다.

 

 

 다음 날

 수연이 퀭한 얼굴로 눈을 떴다.

 

 「이건... 사람 사는 게 아냐...

 이렇게는 살 수 없어…

 더는 못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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