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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불순한 교수
작가 : 퀸카대행진
작품등록일 : 2020.7.31

담임선생님과 풋풋한 첫사랑을 했던 여학생들은 다들 행복했을까?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들은 완벽한 비밀 연애를 해야만 한다. 사회적 통념, 친구들의 시선, 부모님들의 반대는 어떻고? 여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선생님과 여제자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또 그들이 헤어지고 난 후의 이야기가 있다. 카카오톡ID: lov2lovely

 
12. 나를 겨냥한 그녀
작성일 : 20-09-28 16:12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7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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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대답 대신에 예화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아, 5년이나 걸렸네요."

 

 "뭐?"

 

 "선생님이 흐흡 그 말을요. 5년 전에 했으면 흑 흐흡 나는 당장 달려가서 선생님께 안겼을거에요."

 

 

 잠시 후, 걷잡을 수 없이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눈물을 쏟아낸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

 

 

 "나는 선생님이 절 버리고, 그렇게 걸어가실 때 전화한통 해주길. 그 길로 집에 가는 저를 얼마나 붙잡아주길.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요."

 

 "예화야."

 

 "여자는 그래요. 남자가 막 어떤 실수를 해도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다신 안 그러겠다 그러면 풀린다고요. 마음이 여리니까, 그만큼 믿고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정말 미안해."

 

 "그런데 선생님은 안 왔어요. 흑흡 내가 전화기를 수백 번보고, 문자를 몇 통이나 보내도 답장을 안하셨어요. 당신 분명 그런 사람이었어!"

 

 "나는 그 후로 네가 생각나서 널 몰래 찾았어. 한 순간도 잊고 지낸 적이 없었다고!"

 

 "내가 울다 지쳐 쓰러져도 안 왔던 사람이야. 이제 와서 미안하다는 몇 마디 말로 우리관계를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에요"

 

 

 눈물이 목까지 흘러 옷까지 젖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너무 소리 지르고 울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예화는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세상에 그와 나 둘 뿐이고 그 밖에 상황은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아니야, 그게 아니었어. 사정이 있었어 나에게도."

 

 "내가 이렇게 부가적인 설명을 안해줘서 날 놓지 못하는거에요. 이렇게 계속 나타나는 거예요?"

 

 "내가 잘못했어. 정말이야 진짜 내가 다 무조건 잘못했어."

 

 

 건우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후회와 말하지 못한 비밀들, 모든 회한이 섞인 눈물이었다.

 

 

 "나를 설득하려면 미안하다는 그 말로는 절대로 안 될 거야. 아무런 설명 없이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마요. 50년 100년이 걸려도 당신이 내 마음을 가질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골목을 나와 횡단보도를 바라보았다. 초록불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예화는 몇 초 남지 않았음에도 횡단보도를 건넜다. 신호등이 건너자마자 빨간불로 바뀌었다. 이렇게 되면 그는 쫓아오더라도 다음신호에서야 건너올 수 있다. 다행히 버스정류장에 집으로 가는 버스가 곧바로 멈춰서고 있었다. 예화는 미련 없이 눈물을 닦고 버스에 올랐다.

 

 창문으로 그가 정신없이 빨간불임에도 건너오고 있었다.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그의 앞에서 아슬아슬 멈춰서거나 겨우 비켜났다. 예화는 그 광경을 창문에 붙어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그가 정말 저렇게 위험하게 와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지 마음이 초조했다. 강력한 의지로 버스정류장까지 뛰어온 그는 결국 그녀를 태우고 떠나는 버스를 허망한 듯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애써 외면하고 집으로 가는길.

 

 

 -소정아 미안해, 나한테 일이 있어서 급박하게 가야하는 상황이 생겼어.

 다 놀고 조심히 들어가고, 그 사람들한테도 정말 미안하다고 전해줘.

 다음에 내가 만나면 술 한 잔 사겠다고 말하고.

 

 

 버스에서 예화는 소정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힘없이 핸드폰을 내렸다. 마음을 줬던 이와 헤어지는 과정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 하루하루 생살을 1cm쯤 도려내는 느낌이라면 맞을까. 나을만하면 도려내져 아프고, 또 아물만하면 아픈 부위가 커져서 더 아프고, 매일 울다 지쳐 쓰러지고. 첫사랑이었던 그 와의 헤어짐은 서서히 질리고 짜증나서 그랬던것이 아니고, 한창 마음이 뜨뜻하게 달아올랐을때. 갑자기 마음으로 통하는 모든 전기를 차단해 버린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마음이 그렇게 빨리 식어버리지 않았다.

 

 식어가고 있다는것을 그 많은 세월동안 처절하게 곱씹고 느꼈다.

 

 

 

 "아빠 저 왔어요."

 

 

 꽤 늦은 시간. 홍교수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며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할 때 그가 줄곧 하던 행동이었다. 홍교수를 보는 표정을 일부러 밝게했다. 가족에게는 절대로 힘든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불효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그의 앞에서 멀쩡한 척 괜찮은 척을 했다.

 

 

 "우리 예화 왔구나. 가은이하고 재밌었니?"

 

 "네, 오랜만에 친구 집에서 자니까 막 학생때 시절 생각나고 좋았어요."

 

 

 그녀가 그 앞에서 거짓말을 하며, 애써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랬구나. 이성친구와 통하는 뭔가가 있지 편안하고 뭐 그런"

 

 "외박한다고 미리말씀 안 드려서 죄송해요."

 

 "아니다. 나한테 사전에 문자했지 않니."

 

 "엄마는요?"

 

 "엄마는 피곤하다고 먼저 잔다고 들어갔구나."

 

 "아, 저도 피곤해서 얼른 씻을게요."

 

 

 딸을 표정을 주의 깊게 바라보던 홍교수가 한마디 하려다가 숨을 삼켰다. 그리고 편안하게 다시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얼굴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었니"

 

 "별일 아니에요. 그냥 술 마시고 피곤해서 그래요."

 

 

 예화는 홍교수가 제 표정을 귀신같이 알아채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가 괜히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며, 방안에 들어가려는데 다시 뒤에서 홍교수의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예화야, 나는 너만 행복하면 된단다."

 

 

 

 

 

 

 

 

 그 말에 그녀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고마워요 아빠

 

 

 그녀가 속으로 그 말을 외치고, 자신의 방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땠다.

 

 

 

 

 

 예화는 우선 방 한 쪽에 가방을 내려놓고 샤워실로 들어가 찝찝해진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온수에 온몸이 풀리는 기분이었으나, 어둡고 묵직한 기분만큼은 풀리지가 않았다. 개운한 몸을 하고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는데, 그는 잘 들어갔을까 걱정이 되었다. 빠르게 달리던 버스를 허탈하게 지켜보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깨끗한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간신히 멈춘 눈물이 또 배갯잎에 촉촉히 스며들었다. 왠지 깜깜한 게 싫어서 방안의 불도 끄지 않았다. 그냥 이불속에 누워서 오지 않는 잠을 생각으로 쫓으며 뒤척거렸다.

 

 

 "아 정말 잠이 안 오네."

 

 

 그렇게 이불속에서 뒤척인지 1시간이 지났다. 열이 받았다. 그래서 또 울었다.

 

 

 2시간째,

 

 

 이제는 자려고 노력하는 것도 지쳐서 이불을 박차고 거실에 나왔다. 냉장고를 여니 홍교수가 반주 겸으로 가끔 마시는 소주 한 병이 눈에 들어왔다. 망설임 없이 소주를 꺼내고 잔을 꺼내 미션 임파서블 작전처럼 방으로 배달해 왔다.

 

 

 "술기운 너라도 좀 빌리자!"

 

 

 그렇게 해서 시작한 음주였다.

 

 딱 세잔만 마시려 했으나,

 

 소주병이 거의 바닥을 비우고서야. 그녀는 비로소 잠이 들 수 있었다.

 

 

 

 

 

 

 * * *

 

 

 

 

 

 

 다음날 아침, 예화가 술기운에 지배당한 몸을 겨우겨우 일으켰다. 술 마시고 잠든지 3시간이 채 되지 않아 입에서는 아직도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7시 수업이라 간신히 부엌에서 물 한잔을 요기로 하고 학교로 등교했다.

 

 강의실에서 맨 뒷자리로 곧장 향하는데, 의외로 학구파인 가은이 예화를 앞자리로 불렀다. 그때 포스터 사건때문에 공강된 수업들의 여파로 오후 수업에 있는 사람들까지 합쳐서 강의하는 특별 특강이 생겼다.

 

 

 "홍예화! 여기야 여기!"

 

 

 두 번은 뒷자리에 앉겠다고 거절했으나, 너무 열렬하게 앞자리에서 두 손을 흔들며 자신에게 오라고 청하는 가은 때문에 예화는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자리를 앞자리로 옮겼다.

 

 

 "앞으로 오라니까안. 뒷자리에서는 아무래도 교수님 목소리도 안들리고... 어라.. 야! 너 정신이 있어 없어!"

 

 "너 어제 술먹었지 세상에 얼굴이 아직도 빨개."

 

 "그래서 내가 뒷자리에 안겠다고 한거라고."

 

 "어휴 술냄세 예가 미쳤어 미쳤어 도대체 몇시까지 술을 퍼 마신거야! 술도 약한것이 꼭 너 술독에 들어갔다 나온거 같아."

 

 "네 남친 친구랑 1차로 먹고.. 뭐..."

 

 

 차마 집에서 2차를 했다고는 할 수가 없어. 예화가 입을 꾹 다물었다.

 

 

 "와인바! 소정이랑! 헌팅당해서!"

 

 "다 알고있네 뭐."

 

 "헌팅한 남자 둘 중에 맘에 드는 남자 없었어. 응응?"

 

 

 역시 가은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화의 허리를 쿡쿡 찔렀다. 뭔가 더 없냐는듯 추궁하는 제스처였다.

 

 

 "민수 말로는 그 친구들 괜찮데, 똑똑하고 책임감있고 키도 크고."

 

 "남자 안믿는다."

 

 

 예화는 그렇게 말하고 강의장 책상에 업드렸다. 아직 수업까지 10초 남았으니 딱 10초만, 눈을 붙이고 있자 싶었다.

 

 

 

 하지만, 딱 10초 전에 들어온 강윤하 교수의 레이더에 딱 포착되고 말았다.

 

 

 "학생 일어나. 수업해야지."

 

 

 그가 예화가 업어져 있는 책상을 툭툭 건드렸다. 그녀가 게슴츠레한 눈을 뜨며 겨우 일어서자, 그가 '또 너냐?'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교수님.. 표정.. 너무..."

 

 "아아."

 

 

 그가 너무 티를 냈다라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다 코를 붙잡았다.

 

 

 "술 먹었냐?"

 

 "죄송합니다."

 

 

 그녀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가 쯧쯧 혀를 차며 교단으로 올라왔다.

 

 

 "자 두 반이 합쳐져서 그런지 강의실이 아주 꽉차서 북적북적하네. 내 수업을 듣는 사람이 많으니 내 열정적으로 쉬는시간을 10분 깎고 더 추가 적으로 더 수업하도록 하지."

 

 "아아 교수니이임."

 

 

 추가 수업이 싫었던 학생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의 인기와 상관없이 추가 수업은 대학생들의 기피 대상중에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어허, 너네 중간고사가 코앞이다 추가 수업 해준다 그러면 아이고 잘 배우겠습니다 이러고 고마운줄 알아야지."

 

 "그러면 중간고사 문제 알려주세요!"

 

 

 때를 놓치지 않은 가은이 손을 번쩍들고 외쳤다.

 

 

 "너네 족보 다 가지고 있잖아?"

 

 "아니에요. 없어요."

 

 

 아이들이 시치미를 딱 땠다. 족보에 있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긴 했지만, 강교수의 시험은 꼭 돌발문제가 나오는것으로 유명했다. 거기다가 실습 점수도 커서, 완벽하게 공부하지 않고는 점수를 잘 받기가 힘들었다.

 

 

 "알겠다 알겠어. 끝나기 10분 전에 내가 몇 문제 알려주지."

 

 

 학생들의 표정을 바라보던 윤하가 인심을 썼다. 하지만 그는 끝나기 10분전이라 말했다. 선심을 쓴듯 싶었지만 수업을 다 들은 학생들에게만 사탕을 준다는 말이었다. 강교수가 던진 미끼를 어쩔 수 없이 물어야 하는 입장인 학생들은 수업이 끝날때까지 엉덩이를 딱 붙이고 그가 하는 말에만 집중 해야만 했다.

 

 

 추가 수업까지 장장 3시간10분에 걸친 수업이 모두 끝나고 윤하가 던진 시험 문제 요점정리가 담긴 노트를 꽉 안은체 복도로 나온 가은이 이제 좀 진정이 되는듯 술기운이 꽤 옅어진 예화에게 딱 붙어 사슴같은 눈망울을 했다.

 

 

 "민수가 그러는데 그 친구가 너 대게 맘에 들어했데. 한번만 더 만나보자아."

 

 "둘 중에 누구?"

 

 "왜 검은 모자에 흰티 입은 사람."

 

 "아아."

 

 어렴풋이 그의 얼굴이 기억이 났다.

 

 오랜만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였다는것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커플데이트 커플데이 트으으!"

 

 

 하지만 이참에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이루려는 가은의 욕망이 예화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한번 만났는데, 무슨 커플이야!"

 

 "어허, 나와 민수를 모르냐 우리는 단 한번 술자리에서 폴인 러브 했단 말이야!"

 

 "너하고 민수는 2년을 같은 강의실에 있었고. 개는 처음이라고 어제 처음!"

 

 "그러니까 커플 데이트! 이대로 너네둘이 따로 만나긴 어색할테니까 나랑 민수랑 같이 만나보자고오 "

 

 "난 그럴 마음이 없다니까아."

 

 "데이트 데이트으!"

 

 

 가은은 목적성에 눈이 멀어 거절의 말이 들리지 않는듯 했다.

 

 

 끈적하게 달라 붙는 가은을 피해 예화가 복도에서 뒷걸음 치다가 탄탄한 몸에 부딫쳤다. 몸이 제몸보다 훨씬 크고 단단하고 따뜻한것을 보니, 남자사람임이 틀림이 없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예화가 그를 보지도 않고, 고개를 숙여 사과부터 했다.

 

 

 

 

 

 

 

 "강교수님 도망가는 예화좀 잡아주세요, 제 저러다 연예도 못하고 늙어 죽을것 같단 말이에요."

 

 

 그제서야 예화가 자신이 부딫친 사람이 윤하임을 알았다.

 

 

 "야!"

 

 

 가은이 그의 앞에서 별소리를 다한다 싶어. 그녀가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시끄럽다 너네."

 

 

 본의아니게 둘의 사이에 끼게 되어 버린 윤하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가은이는 다음수업 빨리가고. 까치 넌 나좀 보자."

 

 

 

 윤하가 귀찮다는듯 손에 든 서류로 훠이훠이 하며 가은을 보내고 예화를 보며 말했다. 그녀가 술먹고 수업에 참여해서 한 소리 들으려나보다 하고 얼굴을 찡그렸고 가은이 그런 예화를 놀리며 혓바닥을 메롱하고 내밀었다.

 

 

 "저것이."

 

 

 가은을 쫓아가려는 그녀를 강교수가 서류로 가로막고 잡았다.

 

 

 "어딜 도망가려고."

 

 

 

 강교수의 서류에 간단하게 포박된 예화가 그와 함께 캠퍼스를 나란히 걸었다.

 

 

 

 

 

 "내가 너 수업에서 쫓아 내려다가 말았다. 내 앞까지 술냄세가 진동하더라 너."

 

 "죄송합니다. 앞에 앉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본의아니게 피해를 제가."

 

 

 예화는 가은이 정말로 원망스러웠다.

 

 

 "몸 버려 건강잃으면 모든것을 잃은거야. 혼자 고민하고 신경써서 괜히 너 정신건강 해치지 말란 소리야."

 

 

 웬지 그가 그런말을 하니 꽤 진정성 있게 다가와 가슴에 콕콕 박혔다.

 

 

 "내가 이런말 하는게 꼰대같고 너가 내 학생이라서 하는건 아니고 정말 걱정되서 말하는거야."

 

 

 그의 진심이 담긴 말에 예화의 마음이 푹신한 솜같이 풀어졌다.

 

 

 "하늘도 이쁘지 않고, 풍경도 건물도 예쁘지가 않았어요. 마음도 어두웠고, 웃어도 억지로 웃는거였어요. 온 세상이 흑빛이었어요."

 

 "... ..."

 

 "그때요. 강건우 선생님하고 헤어졌을때."

 

 "나 괜찮은척 다 나은척 했어요. 마음은 곪아서 다 터지는데 말이에요. 5년동안 묵히고 묻어둔게 그냥 터져버린거에요 그래서 혼란스러운 거에요."

 

 "... ..."

 

 "난 잊지 못한거에요. 끝내지 못한거에요."

 

 "착하네, 원망도 있었지만, 사랑해서 기다린 거잖아."

 

 "예쁘네 마음이."

 

 "이번에는 확실히 끝내려고요 끝내야. 시작도 있잖아요."

 

 

 그녀의 차분한 표정이 윤하의 마음을 살짝 움직였다. 처음으로, 학생이고 철없고 마냥 어려보이기만 하던 그녀가 현명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의 눈에.

 

 

 가르치는 학생에게 절대 가져서는 안될 그런 마음을 떨쳐내려 그가 다른 말로 그녀의 관심을 돌렸다.

 

 

 

 "연교수랑 같이 cctv 계속 아침부터 뒤지고 있는데 범인의 모습 찾기가 쉽지가 않네."

 

 

 예화는 그가말한 교수가 그와 친분이 있는 무용학과 교수임을 알았다. 교내에 그와 이루어졌음 하는 여교수로 계속 입방아가 오르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어색해 땅바닥만 쳐다보는데 그가 그녀의 책가방에 삐쭉나온 저자가 자신인 책을 갑자기 빼어들었다. 그리고 책을 펴서 오늘 수업했던 부분을 뒤적거렸다. 술기운에도 빼곡하게 필기한 글씨가 가득했다. 그것을 차근차근이 보던 윤하가 오타를 지적했다.

 

 

 "여기서 쓰는 이동상이 acetonitrile 70% 아니고 75%고, 여기 적혀있는 컬럼 이름도 LH2 컬럼이 아니고 NH2 컬럼이야."

 

 

 "공부 열심히 해라. 아끼는 제자한테 점수 낮게 주고 싶지 않으니까."

 

 

 그가 책을 다시 덮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웬지 창피했지만 예화는 그에게 마냥 고마웠다.

 

 

 "감사해요! 교수님!"

 

 

 그래서 다음 강의장으로 이동하는 그의 뒤에서 소리쳤다. 힘든 자신에게 용기를 보태줘서 정말 매우 감사하다고!

 

 

 

 

 

 

 

 

 

 +홍예화 너지?

 

 

 

 그의 모습이 저 멀리 사라지고, 예화가 다음 수업이 뭔지 핸드폰에 찍어둔 강의시간표를 찾아 확인하려는데, 이름만 아는 동기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녀는 차분하게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착실히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올 것이 왔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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