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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벨트는 제 겁니다, 전하
작가 : 곰고미
작품등록일 : 2016.9.3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남자는 얼굴 한가득 화사한 미소를 띠었다.

"바지 좀 벗어주겠는가, 그대."

어머니. 일하러 왔는데 순결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흔한 황태자와 보좌관의 관계 (9)
작성일 : 16-10-25 23:06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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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허무한 결말로 끝난 기차 납치 사건을 뒤로 하고 달린 기차는 어느새 에이비의 도착지인 하스웰역에 도착했다.

 

 역시 기차가 좋기는 좋은지 그 난리를 겪고서도 마차보다 빨리 도착했다. 역에 내려 오랜만에 밟는 고향 땅을 잠시 만끽한 뒤 마차를 잡아 탄 에이비는 얼마 가지 않아 창 밖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집을 보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엄마!"

  "내 아가. 잘 지냈니?"

  "그럼요. 집에 못 오는 것 빼고는 괜찮아요."

 

 마차가 남작령의 중심부에 있는 저택 앞으로 부드럽게 멈춰섬과 동시에 벌컥 문을 열고 내려선 에이비는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있는 제 어머니의 품에 안겨들었다. 이 모습으로는 철이 덜 들었다며 혀를 쯧쯧 찰 광경일지도 모르겠지만 뭐 어떠랴. 이 곳은 집이었다. 일을 시작한 뒤로 채 다섯번도 오지 못한 집.

 

 짧고 강하게 인사를 마친 에이비가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꺼내 기차역에서부터 타고 온 마차의 마부에게 건넨다. 팁을 좀 얹어주니 기분이 좋은 듯 싱글벙글 웃으며 인사를 건넨 마부가 자리를 떠난다.

 

  "오는 데 힘든 건 없었고?"

  "그럼요. 그러라고 기차역 만드신 거잖아요."

 

 마부에게 대금을 치르고 돌아오자 어머니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린다. 부드럽게 아래로 흘러내리는 군청색 머리칼과 새하얀 피부. 빛이 나는 연한 주홍색 눈동자가 전체적으로 어린 인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으나 그녀의 입가에 걸린 자애로운 미소는 그녀를 엄마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그 모습도 잠시. 얼마 전 완공된 기차역을 언급하는 에이비의 말에 그녀의 얼굴에 장난기가 서린다.

 

  "어머. 너 쓰라고 만든 거 아니다,얘? 기차역이 생기면 관광객이 얼마나 늘어나는데."

  "끄응... 오랜만에 돌아온 자식한테 그러기에요?"

  "그러게 누가 오랜만에 돌아오랬니?"

 

 호호.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만면에 띄운 미소에 반박을 하려던 마음이 쏙 들어간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저도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고... 딱히 잘못한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결국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한 채 얌전히 그녀의 옆을 걸어 집 안으로 들어서자 그리운 향이 풍겨온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자식 얼굴이라고 집안 청소를 한 건지 마무리 작업을 하는 하녀들이 분주하다. 익숙한 얼굴들이 돌아다니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집에 돌아왔다는 것이 조금 더 실감이 나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등 뒤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진다.

 

  "잘 돌아왔어. 사랑하는 우리 아가."

  "다녀왔습니다."

 

 마주 본 두사람의 얼굴에 똑 닮은 미소가 피어 올랐다.

 

  *

 

  "레이미. 안 해도 된다니까."

  "안 됩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하시려구요?"

  "하지만 집인데..."

  "그러니 더더욱 하셔야지요."

 

 후우... 왜 집에 와서까지 나는 편한 복장을 할 수 없는가. 휴가를 받고 바로 나오느라 얼마 챙겨오지 않은 짐을 풀어놓은 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나서려던 에이비는 현재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 먹는 저녁식사이니 그냥 편한 옷을 골라 입고 내려가려 한 것뿐이었는데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방문을 열다가 그 모습을 본 시녀가 그대로 기겁을 하며 방에서 나가려던 에이비를 잡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손질을 시작했다.

 

 왜 고작 밥을 먹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불만을 꺼내보아도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다시피 한 그녀였지만 이렇게까지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줄이야. 언제 한 번 따끔하게 혼을...

 

  "어허. 고개 똑바로 드세요. 은근슬쩍 숙이지 마시고."

  "...네."

 

 내긴 무슨. 그냥 얌전히 있어야겠다.

 

 정말 조금 고개를 내렸을 뿐인데 들려오는 호통에 그냥 얌전히 있기로 결정하자 여태 머리를 손질하던 손이 서서히 느려진다. 여자가 훨씬 당찬 집안 분위기가 아랫사람들에게도 옮았는지 시녀마저 기세가 장난이 아니다.

 

 한참 고민하는가 싶더니 노란 리본을 집어 머리를 틀어 올린 손이 가볍게 어깨 위의 먼지를 털어낼 때까지 에이비는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 끝. 이것 봐요. 조금만 하면 이렇게 예뻐지는데 귀찮다고 하기는."

  "그래봤자 밥먹는 것 뿐인데 예쁜 게 무슨..."

  "네? 뭐라구요?"

  "상관 있지. 그럼. 아빠도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제대로 해야지."

 

 거울 속의 자신을 살짝 들여다보다가 뒤쪽에서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레이미의 모습을 보았다. 확실히. 틀어 올린 머리는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괜찮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밥 먹는 것 뿐인데 필요 없지 않아? 보좌관의 일을 시작한 뒤로 일이 너무 바빠 식사는 무조건 빨리 끝내는 것이 목표였던 에이비로써는 이런 일은 여전히 귀찮았다. 물론 말을 꺼내려다가 그 기세에 눌려 철회할 수 밖에 없었지만.

 

  "자, 그럼 가실까요? 이미 많이 늦었답니다."

  "그게 누구때문인데."

  "이런. 제가 점점 가는 귀가 먹는 것 같은데. 뭐라 하셨지요?"

  "ㅇ,아니. 나 때문이라고."

 

 그러게 머리손질 안 한댔잖아. 이번에도 불만을 표시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속으로 괜히 한 번 구시렁거려 보았다. 어쨌든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레이미의 말대로 저녁식사 시간에 늦었으니까.

 

  "고마워, 레이미."

  "어머, 뭘요. 이게 제 일인걸요."

 

 가볍게 일어서 방을 나서던 에이비는 뒤를 돌아 감사인사를 건넸다. 회전하는 움직임에 따라 옷자락이 휘릭 돈다. 조금은 낯선 감촉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웃어보이며 방을 나섰다.

 

  *

 

  "아빠! 다녀오셨어요?"

  "오랜만이구나, 에온."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식탁에는 이미 두사람이 앉아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향해 얼굴 가득 미소를 띠우며 인사를 건넸다. 그 얼굴을 바라보는 두사람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난다.

 

 귀여우시다니까. 깔끔하게 뒤로 넘어간 짙은 밤색 머리칼에 사르르 휘어지는 금빛 눈동자, 날렵한 턱 선은 평소의 그를 차갑게 보이게 만드는 부분이었으나 지금처럼 사르르 웃으면 귀여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인사에 마주 웃어주며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벌리는 동작 또한 귀엽기 짝이 없다. 그도 그럴 게 매너는 다 지킬 것 같은 점잖은 모습으로 안아달라는 것 자체가 좀 귀엽지 않은가.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단다, 사랑하는 에온."

 

 벌어진 팔 사이로 다가가 껴안자 그 또한 벌렸던 팔을 오므리며 자그마한 소리로 속삭였다. 가볍게 정수리에 닿았던 입술이 떨어지더니 눈이 마주치는 것과 동시에 부드럽게 호선을 그린다.

 

  "오늘은 일찍 들어오셨네요,아빠?"

  "당연하지. 사랑하는 우리..."

  "에온. 내 목소리로 좀 그러지 말라고. 애정행각 하기 전에 목걸이나 끄시지."

  "아. 깜빡했다."

 

 여태 못 본 기간만큼 쌓인 말을 한껏 해주려 하던 하스웰 남작의 말은 그대로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식당의 문이 벌컥 열리며 들려온 불퉁스러운 목소리가 대화 중간에 불쑥 끼어든 탓이었다. 자신의 목소리와 비슷한 목소리가 던진 핀잔에 그제야 잊고 있던 일을 깨달은 에이비는 옷 안쪽에서 목걸이를 꺼내 톡톡 두 번 두드리더니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꾸욱 가져다댔다.

 

 너무 익숙해져서 까먹고 있었네. 손가락이 닿은 목걸이에서 빛이 나오다가 꺼지는 것을 확인한 에이비는 불만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에이비와 꼭 닮은 남자가 불량스럽게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비단결처럼 흐르는 청색 머리칼. 불만을 담은 금빛눈동자는 에이비의 것과 꼭 닮았다. 다른 점이라 하면...

 

  "에온. 너 여전히."

 

 문에 기대어 서있던 남자는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 에이비의 앞에 섰다. 불만이 가득 담긴 에이비의 모습을 보란 듯이 내려다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와 에이비의 다른 점이라 한다면 이처럼 좀 더 굵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좀 더 남자다워보이는 탄탄한 몸과 날렵한 턱선. 그리고

 

  "땅꼬마로구나.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야. 못 본 새에 하나도 안 자랐어."

 

 얼굴 하나 정도 차이나는 키. 그리고 저 얄미운 성격까지.

 

 불만을 가득 담아 째려보는 시선을 가볍게 비웃은 남자의 입에서 피식 소리와 함께 명백히 비웃는 대사가 흘러나왔다. 그의 시선이 가슴으로 향한 것은 덤이었다.

 

 물론 그 시선을 받은 당사자는 가만 있지 않았다. 가만히 있기에는 그 성격이 너무 얌전하지 못했달까.

 

  "악! 무슨 짓이야!"

  "멍청이 퇴치."

 

 내 눈 앞에 커다란 멍청이가 있어서 말이지. 눈을 맞추고 생긋 웃어주며 눈 앞의 정강이를 향해 있는 힘껏 발을 날린 에이비는 속이 시원해져서 보는 사람마저 시원하다 느낄 미소를 지었다. 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한 번 떠오른 옷자락이 다리에 감기는 걸 느끼며 입꼬리 한 쪽을 올린 에이비는 방금 눈 앞의 남자가 했던 것처럼 한 쪽 다리를 움켜쥐고 깽깽 뛰어다니는 모습의 그를 비웃어 주었다.

 

  "멍청이는 누가 멍청이라는거야!"

  "그야 내 눈 앞에 있는 바보가 멍청이지. 바보 에이비."

 

 메롱. 가느다랗지만 강단이 실린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을 자아낸다. 굵었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가늘어졌으나 이 안에서 그것을 이상하다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누구때문에 이러고 있는 건지 벌써 까먹은거야?"

  "그럼 그만두고 오던가! 그만두고 오랬더니 왜 거기 붙어있는데?"

  "해고를 안시켜주는 걸 어떡하라고! 그러게 계약할 때는 계약서 똑바로 읽으랬잖아 바보야!"

 

 툭탁툭탁. 자신이 이러고 있게 만든 원흉에게 불만을 표하자 어이없게도 당당한 대꾸가 돌아온다. 저걸 한 대 더 차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이 남자의 입에서 다시 한 번 말이 흘러나온다.

 

  "누가 계약할 때 계약서를 다 읽냐?"

  "아빠가 읽고, 엄마가 읽고, 내가 읽는다! 이 멍청아!"

  "으악!"

 

 상단을 가지고 있는 우리 집에서 계약서를 다 안 읽는다는게 말이 되냐,바보야! 결국 겨우 고통에서 해방된 남자의 반대쪽 정강이를 있는 힘껏 차버린 에이비는 한심하다는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뒷쪽에서 보고 있던 그들의 부모님 또한 남자를 향해 한심함을 숨기지 못했다.

 

  "여자애가 왜 이렇게 힘이 세!"

  "누구씨 때문에 매일매일 서류를 들고 나르면 이렇게 되네요. 바보 에이비."

  "에오니아 드 하스웰! 너 자꾸 오빠한테 이럴거야!"

  "이럴거다, 왜! 에이비 드 하스웰."

 

 흥. 오빠다워야 오빠라고 불러주지. 고통스럽게 다리를 움켜쥐고 있는 남자가 제 원래 이름을 소리치는 행동에 에이비, 아니, 에오니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꾸했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지만 자신을 지칭하는 것을 모를 수는 없었다. 눈 앞에 진짜 에이비가 있는 이상 헷갈릴 수도 없지.

 

 있는 힘껏 발을 내지른 덕분에 하늘빛의 평상복 드레스 자락이 다시 한 번 펄럭인다. 그래도 머리가 거슬리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머리를 틀어올려준 레이미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한 에오니아는 눈 앞의 원흉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여전히 다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기차납치 사건도 이녀석만 아니었으면 겪을 일이 없었네? 좋아. 원한 하나 추가. 마음 속 원한 노트의 에이비 드 하스웰 페이지를 펼친 뒤 작대기를 하나 더 그은 에오니아는 제 멋대로 팔락거리며 넘어간 페이지에 쓰여진 '레트라 드 레드비온' 이라는 이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든 원흉은 이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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