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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묘한 아파트
작가 : 임수호
작품등록일 : 2020.7.31

「뭔가 있어...」 새 아파트에서 새 출발을 꿈꾸던 수연.
그런데, 이사온 집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단순한 층간소음일까?
「아냐. 분명... 뭔가 있어.
자꾸만,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만 같아...」

 
괴소문 (3)
작성일 : 20-09-28 14:42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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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답은 하나잖아...

 이 집에서 죽은...

 억울하게 죽은...

 그 여자."

 

 "...정말... 끔찍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래도...

 한번 더 확인해보면

 더 확실해지니까...

 이따 주환오빠랑 확인 해보고

 그때 또 다시 생각하자."

 

 "흑… 흐흑… 그래..."

 

 "너 요즘 밥은 먹는거야?

 너무 말랐잖어…

 너 정말 괜찮아?"

 

 “…요즘 통 입맛도 없어…”

 

 “휴… 너 정말 어쩌냐.

 일단 오늘 오빠랑

 확인 해보고 나서

 나한테도 알려줘!

 어떻게든 같이 헤쳐나가보자.“

 

 “…알겠어.

 고마워, 희정아.“

 

 

 그 날 저녁

 희정이 돌아간 후

 오후에 예정되어있던 레슨까지

 전부 마친 수연은

 주방 탁자에 앉아 주환을 기다렸다.

 

 턱을 괴고

 베란다 창밖을 바라보니

 수연 자신도 모르게

 그 여자가 추락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자살한 게 아니라면

 추락했던 그 순간

 얼마나 무섭고 억울했을 지

 죽은 그 여자의 심정을

 상상만 해도

 수연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편이 잘 붙잡았다면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혹시나 남편이

 아내가 매달려있던 순간

 방관한 건 아닌지라는 의심까지

 온갖 추측으로

 수연의 머릿속은

 터져버릴 것 같았다.

 

 만약 그 여자가

 추락하지 않으려고 버티던 순간

 남편이 방관했다면

 그 여자의 마지막 순간은

 죽음의 공포와 함께

 남편에 대한 배신감까지 더해져

 최악의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테니 말이다.

 

 너무 처참한 죽음이라는 생각에

 수연의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아닐거야...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아마, 남편이라는 사람은

 끝까지 아내를

 지켜주려고 했을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수연은

 애써 좋게 생각하려 하며

 주방으로 가서

 물컵에 물을 가득 따랐다.

 

 그리곤

 벌컥벌컥 마시고

 주방 싱크대에 기대어

 다시한번 생각에 잠겼다.

 

 「그 여자의 마지막순간이

 어땠든지 간에

 그 여자의 죽음...

 너무 억울했을거야.

 죽기 싫었을거야...

 아이들까지 있었으니까...

 아마...

 너무 억울하게 죽어서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이 집에 남아서...

 억울함 풀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입주하기 전에

 잠시 지냈다던 집주인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그 여자의 원혼이

 자기 억울함 풀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호소하는 방식이

 우리에겐 공포로만 다가와서

 그래서 자꾸

 일이 꼬이고 있는 건 아닐까…

 하...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못 말린다. 유수연.

 하지만...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할 길이 없잖아.

 그리고...

 내가 이 집에서 나간다해도

 다음에 입주할 사람도

 똑같은 일을 겪을텐데

 내가 그냥 이사나가버리고

 도망가버리는 게, 능사일까?

 나 정말...

 어떻게 해야해...」

 

 수연은

 들고 있던 컵을

 싱크대에 헹구곤

 싱크대에 양손을 얹은 채

 한숨을 쉬었다.

 

 “띵동”

 

 그 때 주환이 도착한 듯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띵동”

 

 "오빠야?"

 

 “덜컥, 끼이익“

 

 "응, 오빠야.

 별 일 없었어?"

 

 "...일단 들어와…

 우선 더 시간 늦기전에

 윗집 아랫집 부터 다녀오자."

 

 "아, 그래. 그러자."

 

 두 사람은

 수연의 집에서 잠시 얘기를 나누곤

 서둘러 윗집으로 올라갔다.

 

 2001호 현관문 앞에 서자

 두 사람은 더욱 긴장이 됐다.

 

 "오빠... 괜찮을까?

 왜 또 찾아왔냐고 화 내시면 어쩌지."

 

 "괜찮아.

 오빠가 잘 얘기할게."

 

 주환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후

 2001호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누구슈?"

 

 윗집 할머니가

 걸쇠가 걸린 채로

 빼꼼 고개를 내밀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기억하시죠?"

 

 "엥? 또 왔네?

 이번엔 또 어쩐일이신가?"

 

 할머니가

 귀찮은 듯 퉁명스러운 말투로

 현관문을 열고

 주환과 수연을 맞이했다.

 

 "저... 다름이 아니라

 사과 드리러 왔습니다…“

 

 “엥? 사과?”

 

 옆에 있던 수연이

 할머니의 눈을 보며

 천천히 입을 뗐다.

 

 “제가 이사오고부터

 소음에 시달리다보니

 좀 힘들어서…

 우선 경비실에 문의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직접 방문드려서 여쭤본건데

 할머니입장에서는

 불편하셨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서

 사과 드리러 왔습니다…

 혹시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에헴… 뭐, 불편할 것 까지야.

 나 그렇게 꽉막힌 사람 아닌데.“

 

 할머니의 마음이 좀 풀린 듯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 그래도…

 정중히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아무래도 저 혼자 살다보니까

 혼자서 이 상황을 해결하기 힘들다보니

 남자친구가 자주 와서…

 문의도 같이 드렸던건데…

 혹시 그것도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뭐… 그래요.

 그래서 그 소음인지는…

 해결 됐슈?“

 

 “아…

 아마 다른집 TV소리인 것 같아요…

 요즘 TV나 전자기기 음향이

 워낙 좋잖아요…

 TV소리라고 생각하니까…

 조금은 납득이…"

 

 TV소리같다는 말에

 할머니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갑자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TV?

 우리가 TV를

 크게 틀기라도 했다는거요?

 우리같은 노인네들은

 귀가 어두워서

 TV볼륨 같은 거

 크게 트나 마나라오!

 그래서 잘 보지도 않는다오.

 집에 가만히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네들한테

 자꾸 찾아와서는…

 에헴… 쯧쯧쯧…"

 

 "아...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로 드린 말씀은 아니었어요…

 죄송합니다…"

 

 "거, 참. 암튼 이제 찾아오지 마슈!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하는데도 말이지."

 

 언성이 높아진 할머니가

 한바탕 큰소리를 치곤

 현관문을 닫으려했다.

 

 그러자 수연이

 닫히려는 문을 붙잡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저... 그럼…

 한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전에 저희집에서 사시던 분이요...

 여자분..."

 

 "...뭐? 여자...?"

 

 전 세입자에 대해 묻자

 안그래도 화나 있던 할머니가

 눈을 더 동그랗게 뜨더니

 수연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다하다 이제

 별걸 다 물어보네!

 이 사람들이 정말...

 남의 집에 자꾸 찾아와서

 마음대로 초인종 누르고

 귀찮게 하더니

 이제 별 걸 다 물어보는 구만!

 다신 찾아오지 마슈!

 아랫집 여자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는데다가

 그 소음인 지 뭔 지도

 우리랑은 상관 없는 일이니까!"

 

 "아... 저... 저기요!"

 

 “쾅!“

 

 할머니는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수연의 말을 가로막으며

 현관문을 세차게 닫아버렸다.

 

 주환과 수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닫힌 문만 바라봤다.

 

 "휴... 오빠.

 역시... 사람은 안바뀐댔지?

 하긴... 할머니 입장도 이해는 가.

 아니라는데...

 정말 아니라는데...

 자꾸 조용히 해 달라고 하니까

 얼마나 귀찮고 싫겠어?..."

 

 "... 그러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매몰찬 것 같아.

 아랫집 가보자."

 

 두 사람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801호로 이동했다.

 

 “띵동“

 

 "누구세요?"

 

 "저희 윗집인데요.

 잠시만 말씀 좀..."

 

 “덜컥, 끼이익”

 

 "또 어쩐일이세요?"

 

 남자가

 현관문을 열어

 손으로 문고리를 잡은 채

 주환과 수연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 저... 죄송한데,

 TV볼륨소리가 너무 커서

 저희 집까지 들려서요...

 조금만

 신경써주실 수 있으실까요?

 특히 밤에..."

 

 "TV볼륨이요? 하..."

 

 수연의 부탁에

 남자는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 집에서

 잠만 자는 사람이에요.

 혼자사는 남자가

 집에서 뭘 하겠나요?

 그리고 전 직장인이에요.

 그런 제가...

 밤늦게까지 TV를 보겠나요?"

 

 "아..."

 

 "그리고

 이런얘기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자꾸 찾아오시는 거

 굉장히 불편합니다.

 밤에 말소리가 들리시면

 관리사무소에 문의 하시는 게 맞고

 저번에 오셨을 때

 저희집은 아니라고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렸으면

 안 찾아오시는 게 맞는겁니다."

 

 "네... 실례많았습니다."

 

 문이 닫히고

 두 사람은 다시

 수연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수연은

 인상을 찌푸린 채

 쇼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수연아, 많이 답답하지?"

 

 주환이

 수연의 곁으로 다가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며 물었다.

 

 "...오빠.

 이제 내 말 믿지?

 이 집 이상한 거..."

 

 "그래... 살다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환청일리도 없고 말야."

 

 "...결국 그거 하나야..."

 

 "...그거?"

 

 "죽은 그 여자...

 그 여자의 원혼이

 이 집에서

 모두를 저주하고 있는거라구!

 그것말곤 없다구!"

 

 "수연아..."

 

 "나 정말 힘들어.

 이제 정말 임계점이야.

 심지어 오늘

 무슨 일까지 있었는 줄 알아?"

 

 "...무슨?"

 

 "최근에 회원님들이

 줄줄이 취소했던 이유.

 은정이때문이었어. 김은정.

 은정이가

 우리 회원한테

 우리집은 귀신들린 집이라고

 우리집에 드나들면

 귀신이 붙을지도 모른다고

 이상한 소문을 내는 바람에

 회원님들이 지레 겁 먹고

 줄줄이 취소하셨던 거였어.

 ...안 그래도 힘든데

 안 그래도 미쳐버릴 것 같은데

 그나마 일 바쁜 걸로

 버티고 있었는데...

 믿었던 동료한테 배신당하고

 회원님들은 줄줄이 취소하고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야.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짐싸서

 엄마있는 집으로 가고싶어.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구!"

 

 정신없이 말을 쏟아낸 수연은

 이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흑... 흐흑..."

 

 주환은

 울고있는 수연을 바라보며

 놀란 듯 물었다.

 

 "김은정...?

 필라테스공부 같이 했던...

 연습실 동료 말하는 거야?"

 

 "그래... 김은정...

 흑... 흐흑..."

 

 "그 친구...

 수연이랑 친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흑… 흐흑...

 나... 미치겠어.

 필라테스 사업이고 뭐고

 그냥 다 때려치고

 당장 짐싸서

 엄마집으로 가고 싶다구.

 근데, 분하잖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한 건데…

 그런데 마치 방해받듯이…

 입주하자마자

 온갖 이상한 일에...

 입주민들 뒷말에...

 동료까지 배신하구...

 오빠... 나...

 나한테 문제 있는거야?

 내가 문제인거야? 응?

 대체...

 나한테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거야...

 나 정말...

 열심히 하려던 것 뿐이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는데

 왜... 대체 왜..."

 

 수연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주환이

 그런 수연을

 안쓰러운 듯 바라보고는

 수연의 어깨를 토닥였다.

 

 "수연아...

 수연이 잘못 하나도 없어.

 살다보면...

 이런 저런 어려운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수연이가 지금...

 그런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거라 생각하자.

 이 시기 지나면...

 좋은 일만 있을거야.

 그러니까

 이 집에 대해서...

 알아낼때까지...

 조금만 참고 버티자.

 그리고 회원님들에게도

 수연이에 대한 오해

 풀어드리고 나가야지…

 수연이도

 도망치듯이 짐싸서 나가버리는 건

 억울하고 싫잖아. 그치...?"

 

 "흑… 흐흑..."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수연이었지만

 주환의 말대로

 그런식으로 도망간다해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긴 했다.

 

 수연은

 이 집에서 지내는 동안 어떻게든

 집에 얽힌 사연을 알아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입주민들의 오해도 풀고

 원래 계획했던 대로

 사업도 잘 이어가고 싶었다.

 

 "...오빠...

 나 알아낼래...

 어떻게든 알아내서...

 그동안 이 집에서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의 정체가 뭔지 꼭 밝혀서

 후련한 마음으로 나갈래…

 정말 후련하게 나갈래...

 그리고...

 내가 하고싶었던 일...

 꼭 다시 제대로 할래..."

 

 "그래... 수연아.

 오빠도 있고

 희정이도 있으니까

 같이 어떻게든 힘내보자."

 

 "응... 오빠...

 나 때문에 오빠까지...

 많이 힘들지...

 고마워...

 오빠 없었으면

 나 버티지 못했을거야."

 

 "수연이 위한 일인데

 오빠가 모른척할 수 있겠어?

 미안해 하지말고

 같이 잘 풀어나가자."

 

 주환이

 수연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스윽 닦아주며 위로했다.

 

 "근데, 그냥 넘어갈거야?"

 

 "훌쩍. 응? 뭘...?"

 

 수연이 눈물을 멈추고

 훌쩍거리며 물었다.

 

 "김은정말야.

 혼 좀 내야하지 않겠어?"

 

 "...김은정…?"

 

 "응. 어떻게 혼을 내지?

 아! 로얄필라테스 원장님…

 엄격하신 분이라고 했지?"

 

 "... 엄청 엄격하시지.

 특히 레슨에 대한 건 더욱..."

 

 "음. 원장님 전화번호 뭐야?

 로얄필라테스말야."

 

 "전화번호?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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