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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벨트는 제 겁니다, 전하
작가 : 곰고미
작품등록일 : 2016.9.3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남자는 얼굴 한가득 화사한 미소를 띠었다.

"바지 좀 벗어주겠는가, 그대."

어머니. 일하러 왔는데 순결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흔한 황태자와 보좌관의 관계 (8)
작성일 : 16-10-25 22:39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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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형. 괜찮아요?"

  "응? 으응."

 

 에이비가 상념에서 깨어난 것은 고개를 묻고 있던 아이가 자신을 올려다보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을 때였다. 빨갛게 물들었던 얼굴은 어느새 돌아와 새하얀 피부를 뽐내고 있었고, 흑요석을 연상시키는 맑은 눈은 자신을 향해 있었다.

 

 에이비는 아이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애써 걱정을 감추려 했지만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자니 몰려오는 착잡함은막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를 맑고 순진한 아이가 어른들의 욕심에 의해 위험에 처해있다. 지금이야 아직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지만 곧 상황이 변할 것이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분명 겁에 질릴 상황이 올 것이다.

 

 생각하기 싫어도 떠오르는 상황에 에이비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위험에 처한 것은 아이뿐이 아니었다. 그 상황이 오면 지켜주기는커녕 지켜보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미안.”

  “네? 형이 왜 미안해요?”

 

 여전히 빛나고 있는 순진한 눈망울을 보자니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기울어지는 고개가 아까처럼 귀여워 보인다는 생각만 들지는 않는다. 살아나더라도 저 모습을 지켜주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에 자꾸 착잡함이 차오를 뿐. 에이비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화가 났다.

 

  “얼른 다 내놔! 숨길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게 좋을 거야!”

 

 다시 한 번 들려오는 강도의 목소리가 두렵다기 보다는 짜증이 났다. 괜한 반항심이 일며 그의 말대로는 사소한 것 하나 해주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짜증인지, 이 상황에 대한 짜증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너무 짜증이 난 나머지 무모한 생각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대한 빨리 뛰면 총알이 닿는 것보다 빨리 때려눕힐 수 있지 않을까…”

  “형… 그건 불가능해요.”

 

 이런 거? 최대한 빨리 뛰어봤자 100m 달리기는 20초 초반인데다가 만에 하나, 정말 운이 좋아서 총알이 닿기 전에 강도에게 도달한다 치더라도 때려눕힐 힘조차 없는 주제에 떠오른 생각은 무심코 입 밖으로 나왔다.

 

 물론, 옆자리에서 그 말을 들은 아이는 곧바로 에이비를 말렸다.

 

 생각보다 진지해 보이는 에이비의 생각을 단칼에 단념시킨 아이는 곧 에이비와 눈을 맞추더니 생긋 웃어보였다. 그러고는 난데없이 자세를 낮추더니 그대로 아래로 내려가 엎드렸다.

 

 대체 뭐 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이상행동에 강도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입을 벙긋거리며 말을 거니 아이가 손짓으로 가까이 다가오라는 시늉을 한다. 대체 왜 그러는거야? 의아해하면서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기울이니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또 가관이다.

 

  “형. 제 친구가 파이어볼을 쏘려고 했을 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죠?”

  “응? 그거야…”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와서는 손으로 총모양을 만들어서 너희들한테 겨눴지. 무심코 아까 아이가 했던 말을 떠올린 에이비는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려놓고도 아이가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아이가 꺼낸 이야기는 지금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에이비가 대답을 꺼내건 말건 아이는 원하는 대답을 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더니 홀로 말을 이어갔다.

 

  “그 친구가 말이죠. 딱 한가지 빠뜨린 게 있어요.”

  “응? 잠깐...!”

 

 다시 한 번 흘러나오는 영문 모를 소리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아이는 조금씩 움직이더니 좌석의 가장자리로 움직였다. 조금만 더 나가면 통로로 아이의 머리가 복도로 나가는 상황. 문득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에이비는 아이를 말리려 했으나 이미 늦고 말았다.

 

  "이렇게 손을 총모양으로 하고 목표를 제대로 조준한 다음에."

 

 말릴 새도 없이 통로 쪽으로 고개를 내민 아이는 말과 함께 손으로 만든 총을 바깥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손을 쭉 뻗으면서 하는 소리가

 

  "빵야 빵야 빵야!"

 

 아이들이 총놀이를 할 때나 흘러나오는 의성어였다. 앳된 목소리와 함께 총을 쏘는 행동을 강도의 수만큼 딱 세번 한 아이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에이비를 향해 소위 '나 잘했죠?'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 그래. 응. 귀엽긴 한데. 귀엽긴 한데 말이지... 딱 봐도 칭찬을 기다리는 모습에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어 줄 뻔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세상에.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아이가 총을 든 무장강도한테 손으로 하는 총놀이를 시전했다. 기차를 점령한 강도가 열받아서 사고치기 좋은 행동. 도대체 왜 하필 지금 아이가 저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에이비는 골치가 아파왔다. 혼내는 건 나중에 하더라도 일단 아이를 보호해야 했다.

 

  "테네스. 얼른 이리로..."

  "으아아아아악!!!"

 

 강도들이 아이를 눈치채기 전에 서둘러 아이를 부르던 에이비는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에 화들짝 놀라 행동을 멈췄다. 설마 열받아서 뭔가 저지른 건 아니겠지?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자니 불안해진다.

 

 일이 일어난 뒤에야 실감이 났다. 이것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상황임을. 위험에 처한 것은 다른 이들만이 아닌 자신이기도 하다는 것을.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감에 손이 덜덜 떨려온다. 왜 몰랐을까... 난 바보같이 왜 몰랐을까...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은 비명을 꾹 눌러담았다. 지금 내가 비명을 지르면 아이가 불안해 할 것이다.

 

 머리에는 진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떨리는 손 끝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점점 차가워지는 손끝에 따스한 온기가 닿는다.

 

  "형. 진정해요. 괜찮아요."

  "응. 괜찮아... 괜찮을거야."

 

 아랫쪽에서 자그마한 손으로 에이비의 손을 꼭 쥔 아이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떨렸지만 에이비는 웃었다. 저렇게 걱정하는 아이 앞에서 울상을 지을 수는 없었다.

 

  "정말 괜찮아요, 이제."

  "응?"

  "저기. 확인해봐요."

 

 애써 웃는 에이비를 보던 아이는 어째서인지 아이답지 않은 의젓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토닥이더니 조그마한 손을 쭉 뻗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이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아까 에이비가 차마 확인하지 못했던 장소였다.

 

  "어... 그게..."

  "괜찮으니까."

 

 확인하면 떨림을 주체 못할 것 같은 예감에 머뭇거리자니 아이의 작은 손이 등을 떠민다. 결국 그것에 못 이겨 그 곳을 바라보았을 때 에이비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게..."

 

  "으아아아아악! 내 분신! 내 분신이이이!"

  "꺼줘! 누가 이것 좀 꺼달라고!"

  "으아아아아아악!"

 

 에이비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평생을 살아도 목격하기가 평민이 남작위를 따는 것보다 어려울 엽기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물론 저런 일을 당하게 될 확률은 남작이 공작이 되는 것보다 어렵고.

 

 무슨 말이냐면 에이비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그만큼 엽기적이었다는 것이다. 기차를 납치했다고 떵떵거리던 강도들이 난데없이...그러니까 그 곳에 불이 붙어서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바닥에 구르고. 이런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세상에... 객실 안에 있던 남자들은 자신들을 위협하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무심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거 설마..."

  "그 친구가 빼먹은 건 주문이었어요. 파이어볼을 쓸 때는 적절한 주문이 있어야죠."

 

 물론 마력이 충분하면 주문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지만. 아, 그러고보니 그 친구는 마력도 없었어요. 설마 하는 생각에 아이를 다시 바라보니 아이가 생긋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네가 했다는거지?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어느새 떨림이 멈춘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에이비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파이어볼이 뉘 집 개이름도 아니고 마법사라고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아이의 이야기에 나왔던 파이어볼을 사용한 은행털이범은 경비대에게 잡힌 뒤 황궁 마법부에서 죽도록 부려먹히고 있었다. 무보수로.

 

 그만큼 마법이 어려운 것이기도 했고 제대로 된 마법사가 드물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에이비는 아이의 설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짠. 예쁘죠? 이거 잘 쓰진 않지만 예쁘긴 한 것 같아요."

 

 아이의 검지 손가락 위에 둥실 떠오른 파이어볼을 보기 전까지는.

 

 에이비가 믿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아이는 제 검지 손가락을 위로 올리더니 자그마한 파이어볼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시전어도, 마법진도 없이.

 

 아이의 말대로 동글동글하고 주홍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예쁘기는 했으나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강도를 해치운 것이 정말 이 어린 아이이며, 강도들의 그 곳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의 정체가 파이어볼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지.

 

 아, 눈 앞의 작은 아이가 보통 아이가 아닌 실력있는 마법사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했다.

 

  "어... 그래서 왜 하필...?"

  "그야 아름답지 않으니까요. 저렇게 아름답지 않은 것에게 후손은 필요없어요."

 

 어때요, 잘했죠? 애써 상황을 정리하고 받아들인 뒤 화제를 좀 돌려볼까 해서 꺼낸 질문에 아이는, 아니, 테네스는 혼란만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그 대답이 아이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문장이었기에 에이비는 더이상 그를 보통 어린 아이로 볼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그 외양은 칭찬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 그 자체였기 때문에 무심코 손을 뻗어 쓰다듬어 주었지만. 머릿결이 사르륵 흩어지는 감촉이 좋아 조금 오래 쓰다듬어 주었다.

 

  "아. 소란이 커지기 전에 잠깐 마무리하고 올게요."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이 좋았는지 나른한 표정을 짓던 테네스는 곧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하자 아쉬운 표정으로 에이비에게서 벗어났다.

 

 불쌍함도 잠시였는지 성난 승객들이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웅성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잘못했으니 저런 반응은 당연하고 어떻게 처리할 지 솔직히 상관없는 일이었으나 소란스러워지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결국 소란스러워져서 기차가 다음역에 가기 전에 멈추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테네스는 터벅터벅 강도들을 향해 다가갔다.

 

  "아저씨들. 그러게 아름답지 못한 일은 하는 게 아니에요."

  "으아아악! 살려줘! 제발 이 불 좀 꺼달라고!"

 

 쯧쯧. 글렀구만. 말이 귀에 들어가지 않는지 그저 불을 끄기 위해 발버둥치는 강도들을 바라보던 테네스는 혀를 찼다. 어린 아이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어른을 바라보는 것이 굉장히 이상한 광경이었으나 현재 상황에 대해 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행동을 취할 생각이 없기도 했지만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더 컸다.

 

 갑자기 불덩어리가 날아오더니 강도들의 그...거기에 불이 붙고, 저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하던 와중에 갑자기 아이가 나타나 잔소리를 늘어놓고.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휙휙 변하는 상황에 승객들은 하려던 행동을 멈춘 채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았다.

 

  "쯧쯧. 한심하다니까. 아, 한 놈 더 있구나."

 

 혀를 한 번 더 찬 아이가 가볍게 허공에 손을 휘두르니 금빛의 빛으로 만들어진 줄이 허공에서 나타나 버둥거리고 있는 강도들을 포박했다.

 

 놀라운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손을 휘둘러 강도들에게 붙어있던 불을 끈 테네스가 잠시 눈을 감고는 허공에서 무언가 잡아당기자 기관실부터 현재 그들이 있는 곳까지의 모든 문이 한꺼번에 열리더니 금빛 줄에 묶인 사내 하나가 끌려 왔다.

 

  “그럼 이걸로 끝. 다음 기차 타지 왜 하필 이 기차였어요, 아저씨들.”

 

 툭툭 손을 털자 한데 묶인 강도들이 두둥실 떠올랐다. 무슨 짓을 한 건지 강도들이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신기하네… 다른 승객들처럼 에이비 또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테네스가 타박타박 걸어서 다시 에이비의 앞에 섰다. 용감하게도 기관사가 놀라는 일 없이 운전을 제대로 이어갔기 때문에 기차는 어느새 다음 역에 들어서고 있었다.

 

  “테네스… 너…”

  “헤헤. 대단하죠?”

 

 순식간에 수식도 시전어도 없이 마법을 몇 개나 시전하는 광경은 경악 그 자체였다. 마법사들이 얼마나 귀한지 알고 있는 에이비에게는 더더욱. 하지만 테네스는 질문에 대답해 줄 생각은 없는지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말을 끊으며 웃었다. 방금 전까지 마음대로 마법을 쓰던 사람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은 미소다.

 

  “형. 저는 이번 역에서 내려야 해요. 저 강도들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구요.”

  “…응. 같이 내리지 않아도 될까?”

  “그럼요! 그냥 경비대에 넘기는 것뿐인걸요.”

 

 아이가 이번 역에서 내린다는 말에 정신을 다잡았다. 그러고보니 이번 역에서 내린다고 했었나.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웃어주자 테네스 또한 힘차게 말을 꺼냈다.

 

  “아까 하려던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에 만날 때 해줄게요.”

  “응? 다음?”

  “네. 곧 다시 만날 거에요.”

  “뭐? 그게 무슨…”

  “그럼 안녕! 나중에 봐요!”

  “테네스!”

 

 방금 전 자신이 꺼내지 못하게 했던 질문을 운운하며 이상한 소리를 꺼낸 테네스는 에이비가 묻는 질문에 대답할 생각도 없이 그대로 기차에서 내렸다. 가벼운 손짓에 따라 묶여있던 강도들도 두둥실 떠올라 기차에서 내린다.

 

 다시 만나다니 대체 무슨 소리지… 만날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닌데 다시 만난다는 것이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언제 어디서 만난다는 거지? 영문 모를 테네스의 말에 고민하며 자리에 앉으니 어느새 역에 내려선 아이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인다.

 

 그래, 뭐. 집으로 놀러오겠다는 거겠지. 활기차게 손을 흔드는 아이의 모습을 보자니 뭐 어떤가 싶다. 가볍게 어린 아이가 또 만나자는 말을 한 것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손을 흔드어 주는 것과 동시에 기차가 역에서 출발했다.

 

  “그럼 나중에 또 봐요, 누나.”

 

 기차역에 내려선 테네스는 생글생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허공에 떠있는 강도들도 좌우로 움직였기 때문에 속이 메스꺼운 것 같았지만 테네스에게는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자, 그럼 빨리 저것들 처리하고 가보실까.”

 

 기차의 뒷꽁무니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고 나서야 손을 흔드는 것을 멈춘 테네스는 몸을 반바퀴 휙 돌렸다. 몸을 돌려 바라본 곳에는 기차역의 이름이 적혀있는 커다란 팻말이 달려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팻말의 글자를 하나하나 눈으로 읽어 내리던 테네스가 단박에 미간을 찌푸렸다.

 

  “제기랄… 역 하나 지나쳤잖아…”

 

 눈으로 읽은 기차역의 팻말은 이 곳이 테네스가 내려야 하는 역이 아닌 그 다음역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역 하나를 그냥 지나쳐버린 모양이다. 살짝 짜증이 나려는 것을 느끼던 그는 문득 윗쪽에 떠있는 강도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강도들은 어째서인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기차 올 때까지 이것들이랑 놀지 뭐.”

 

 으아아악! 열심히 비명을 지르는 강도들을 보며 테네스는 미소지었다. 어느새 아까까지 짓고 있던 어린아이의 맑은 미소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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