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초월자들
작가 : 이루다
작품등록일 : 2020.9.24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1930년대 한반도. 혼란과 의심만이 가득한 조선. 경성에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소년. 1900년 초 멕시코로 떠났다가 조국에 돌아온 이민자들. 복수의 끝에 서 있는 수상한 사내. 비밀을 감추고 있는 노신사. 그리고 미지의 물질 [The Seed].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역사의 도표에 기록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CHAPTER 2] 그림자 섬 (8)
작성일 : 20-09-28 13:21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730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김마리 납치사건 '하')

 

 #15

 이연의 머릿속에서 필름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필요 없는 장면은 넘긴다.

 

 “탈칵.”

 

 필름의 움직임이 멈추는 소리. 이제 영상은 마리가 납치되기 바로 전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간의 순서에 따라 배열된 사진들은 제 소명을 다하고 사라진다.

 

 색이 밝은 사진들은 연이에게 사치였다. 기억들은 사건의 시간에 다가올수록 그 색이 흐려져 이제 흑백 사진처럼 보였다.

 

 기억을 어지러이 수놓는 죄책감이라는 꽃.

 

 어리석은 그릇의 비겁함은 필요한 시간만 담아 도망을 원한다. 죄인 인양 소년은 그 기억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소년은 한숨에 절은 상체를 곧이 세운다. 어린 생각은 하지 말자. 그는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기억해서 세평에게 모든 정보를 전달 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영사기가 돌아간다. 다시 필름의 사진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소년의 기억들이 살아났다.

 

 대동문 서쪽으로는 대동문 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는 많은 도매상점들이 있었다.

 

 마리와 연이는 천천히 대동문 거리를 내려왔다.

 

 도매상점 거리를 조금 지나자 중국인들의 장터가 있었다. 분명 차를 타고 오면서 세평에게 들었던 곳이었다.

 

 대동문 거리는 평양의 구 시가지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신 시가지와는 다르게 원래 중국 상점이 즐비해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평양 화교 학살사건’이 터졌다. 그때 중국 상권이 완전 몰락하였고, 지금은 이렇게나마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장터를 구경하던 연이는 의도치 않았지만,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짐승의 털 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지는 장소에 도달했다.

 

 “안녕하세요.”

 

 마침 식기용품과 잡동사니를 파는 가게를 구경하던 그들이었다. 뒤에서 누군가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뒤를 돌아본다. 눈앞에 있는 것은 노란머리를 한 외국인이었다.

 

 마리는 잘못 들었나 의아해 했다. 웬 노란머리가 이곳에...

 

 “Are you... speaking to us?(우리에게 말하는 거예요?)”

 

 그녀는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운 영어를 토대로 우리에게 인사한 게 맞느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김시온입니다. 김해 김씨입니다. 한국말 잘합니다.”

 

 조선말로 대답하는 김해 김씨 김시온이다. 아... 그러세요? 마리는 상황이 어색한 듯 그 사내와 거리를 두려한다.

 

 “아, 그러셔요? 무슨 일로 그러세요?”

 

 마리는 이 노란머리의 코 큰 서양인이 선교사이겠거니 생각했다. 전도 때문에 그러나 하면서도 그의 복장에 의문을 가졌다.

 

 등에 큰 배낭을 메고 있는 사내. 배낭 밖으로 길게 빠져나온 긴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녀의 눈에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는 가지가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나뭇가지의 끝에는 부적이 걸려 있었다. 그는 또한 갈대로 끈을 묶어서 가방 끝에 걸어 놓았다.

 

 “어머, 이분 왜 복숭아 나뭇가지는 꺾어서 가방 안에 그렇게 두셨을까?”

 

 아무래도 마리는 나뭇가지가 걸리는 모양이었다.

 

 “복숭아나무 귀신에 좋다. 나 김시온, 한국 무당 좋다. 서양 무당보다 일 더 잘한다. 그런데 복숭아나무 어떻게 알았나?”

 

 김시온은 이것이 단번에 복숭아 나뭇가지인지 알아보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듯 물었다.

 

 마리는 당황하며 연이를 바라본다.

 

 “그야... 복숭아 나뭇가지처럼 생겼으니까요? 그치 연이야?”

 

 여인은 소년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연이는 순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소년은 그것이 복숭아 나뭇가지인 줄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예전 기억이 하나 희미하게 떠오른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마리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당당하게 사내를 대했다.

 

 “흠흠... 아무튼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저희 일정이 좀 바쁜데.”

 

 연이는 그에게서 어떠한 나쁜 느낌도 받지 못했기에 방어적으로 그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리는 그가 살짝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나 김시온, 받은 부탁 때문에 왔다. 네가 이연이라는 꼬마냐?”

 

 이제 연이도 꼬마라는 말 때문에 갑자기 그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아... 네. 제가 이연이라는 ‘꼬마’입니다. 어떻게 저를 아세요?”

 

 “덩치 큰 빡빡이 부탁이다. 그가 전해주라고 했다, 이걸.”

 

 덩치 큰 빡빡이라는 말에 무웅을 떠올리는 소년이었다. 그도 분명 자신이 이곳에 와 볼 것이라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연이는 사내가 전해주는 열쇠를 건네받았다. 감사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은 김시온에 대한 경계를 조금 풀었다.

 

 마리는 자신들에게 이유가 있었다는 것은 알았는데, 여전히 저 복숭아 나뭇가지는 의심 쩍었다.

 

 자신이 어떻게 저것이 복숭아 나뭇가지였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을까.

 

 “오늘 만나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며칠을 더 기다릴 뻔했다. 덩치 큰 빡빡이는 어제 이것을 주고 국밥도 사주었다. 착하다 빡빡이. 돈도 나보다 없어 보이는데. 그 열쇠는 여기 건물 뒤에 목욕탕 개인 사물함 열쇠다. 그럼 나는 간다.”

 

 김시온은 작별 인사와 함께 발길을 돌렸다.

 

 연이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 사람은 찾는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알았을까? 시온을 찾으려 했지만 벌써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저 아저씨 어떻게 저를 알았을까요?”

 

 “그러게... 나는 어떻게 저게 복숭아 나뭇가지인줄 알았을까?”

 

 “누나!?”

 

 마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소년에게 무슨 말을 했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별것 아니라는 듯 그녀는 말했다.

 

 “연아. 여기 이 시간에, 너 정도 키와 나이의 또래가 얼마나 올 것 같니? 저 외국인에게 부탁한 사람은 아마 네가 여기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

 

 그녀는 오른손 엄지와 중지로 소리를 만들어낸다. 얼굴에 간단히 고민해결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면, 만날 수 있는 장소만 알고 있다면 어려운 일은 아닐 거야. ‘언제 오냐’가 문제지. 나는 그것보다 저 외국인과 그가 말했던 덩치 큰 빡빡이라는 사람이 더 궁금한 걸? 어떻게 연이 너와 알고 있는 거야?”

 

 이연은 일단 대답을 피하기로 결정한다.

 

 “아 누나... 그건 나중에 따로 설명해 드릴게요. 헤헤. 일단 제가 욕탕에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누나, 잠시만 여기 계실래요?”

 

 이연은 금방 다녀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대답을 하기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분명 나중에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아까 그 서양인이 알려준 대중탕은 한 골목 바로 뒤에 있었다.

 

 중국인 화교가 운영하는 목욕탕. 간판에는 한자어로 中央沐浴湯 (중앙목욕탕)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그는 아까 세평이 쥐어준 세장의 지폐 중 1원을 내고 80전을 거슬러 받았다. 남탕으로 올라갔다. 열쇠에는 ‘24’라는 숫자가 보인다. 소년이 문을 열자 그곳에는 무웅이 쓴 편지와 사탕이 놓여있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평양에 그놈아 다시 만나러 왔다. 내 친구가 그라는데, 평양에 알 수 없는 기운이 가득하단다 마 조심해라. 그리고 옆에 있는 여자애 자기랑 비슷한 기운이 느껴 진다꼬 굉장히 궁금해 하든데? 추신: 저번에 고마워서 카라멜 샀다. 먹어라.]

 

 순간 소년은 무웅의 말투가 생각났다. 캐러멜을 입에 넣는 순간 ‘풋’하고 실 웃음이 터졌다.

 

 무웅은 분명 연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저번에 자신을 도와주어서 혹은 자신과 비슷한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 것 일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다. 내일 만나는 사람이 분명 멕시코란 곳에 사기 이민을 갔다가 돌아온 이민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로 했던 것 같은데...

 

 무웅도 그들에 대한 정보를 찾는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평양에 그럼 우리가 만나기로 한사람 말고 '또' 그 정보에 관련된 자가 있다는 건데...

 

 그리고 마리누나가 자기 친구랑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단 말은 그 재규어를 말하는 건가? 무슨 뜻이지...? 마리누나의 기운... 마리누나??

 

 순간 연이의 동공이 커졌다. 자신의 심장 박동 수 또한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에게 마리가... 마리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주변 안에서 잠깐 이동을 한 것뿐이라면, 장터 안에 그녀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터... 이미 대동문 주변에서 멀어진 탓인지 어디로 이동했는지도 감도 잡을 수가 없었다.

 

 연이는 재빨리 아까 마리와 함께 있었던 장소로 달려갔다.

 

 “마리 누나!! 마리 누나!!”

 

 소년에게 남아 있는 오늘 기억의 모든 장면이 끝이 났다. 필름 영사기의 불빛은 사라지고 배열된 사진들의 움직임도 멈춘다.

 

 이제 과거 시간과 현재 시간의 끈들이 다시 연결되기 시작했다.

 

 #16

 이연은 현재 대동공사(大東公司)앞에서 세평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멀리 세평의 차량이 가까운 곳에 주차했다. 소년은 그쪽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사내는 일단 자신의 차량에 연이를 태운 후,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연아, 네가 잠시 물건을 가지러 간 사이에 마리가 사라졌다는 말이지? 주변은 확실히 잘 살펴 본거야? 마리가 애도 아니고... 뭔가 바뀌었잖아. 그 김마리가 납치를 당하다니. 연아 일단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늦은 오후. 상인들은 대부분 장사를 접고 있었고, 상점들도 문이 닫은 곳이 많았다.

 

 이미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나 일반 손님들도 다들 돌아갈 시간이다. 덕분에 두 사내는 많은 인파 탓에 마리를 놓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들은 카페나 식당 혹은 잡화점등 들릴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곳을 살폈으나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한 곳, 축음기나 레코드 SP(Standard Play)판을 파는 음반점에서 연이와 마리가 아까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아무런 힘도 되지 못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마리와 연이가 헤어졌던 장소 주변을 한 번 더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아무런 정보도 못 얻을 경우, 평양 경찰서로 가서 신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아까 그 노란 머리의 외국인이었다. 미국 유학 생활로 영어에 문제가 없었던 그였기에, 세평은 마리와 다르게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하지만 연이는 조선말을 곧잘 하는 외국인이라고 바로 귀띔해 준다.

 

 세평은 그 소리를 듣더니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김시온이 내미는 악수에 응하면서 누군가를 물어보았다.

 

 “부래상(富來祥)이라고 아시오? 고양 부(富)씨을 가진 프랑스 상인 사내인데. 땔감 시장을 석권한 장사꾼이라오.”

 

 “모른다. 나 영국 사람이다. 프랑스 사람 싫어한다.”

 

 “아, 그러시오. 이거 미안하게 되었소.”

 

 민망해진 세평은 시온의 손을 살며시 놓았다.

 

 “나 김시온, 조선말 잘한다. 무슨 일인가 여기 다시?”

 

 혹시 이 주변에 계속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분명 마리 누나의 행방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연은 조심스럽게 마리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아, 일단 아까 열쇠를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시온 형님, 혹시 아까 저랑 같이 있던 여자분 못 보셨어요? 물건을 찾으러 다녀 온 사이에 말도 없이 사라지셔서...”

 

 노랑머리의 외국인은 그 질문에 자신감이 있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네 옆에 있던 무당여자? 운 좋다. 김시온, 똑똑히 봤다. 어떤 꼬마를 따라서 저기 세 번째 골목으로 같이 걸어갔다. 꼬마 말 들었다. 자기 전도하러 부모님 따라 왔다가 길 잃었다고 도와 달라 했다. 꼬마 관동성경학교(關東聖經學校)라고 말했다.”

 

 관동성경학교. 분명 대동문 거리에 도착한 후에, 처음 눈에 띄었던 교회 단체였다.

 그렇다. 마리 누나도 분명 기억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도와주려 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연이는 외국인 사내가 마리를 보고 한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무당이요? 저희 마리누나 말씀하신 거여요? 누나 무당 아닌데...? 단어는 아직 잘 모르나 봐요.”

 

 세평은 일단 가만히 있었다. 자신이 없었던 사이의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그였다.

 

 “나 김시온, 김해 김씨, 조선말 잘한다. 그 여자, 귀신 쫓으려고 가방에 꽂아둔 가지 보고 복숭아 나뭇가지 맞췄다. 무당들 많이 써서 단번에 안다.”

 

 연이는 잠시 세평을 멍하니 쳐다본다. 그리고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슬쩍 물었다.

 

 “마리 누나 전에 신 내림 받거나, 신당이나 점집 다니신 적 있어요?”

 

 세평은 마리가 어릴 때 성당에서 유아세례 받은 천주교인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알기에 전에 그런 쪽에 관심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고 했다.

 

 소년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하네요. 하지만 정보는 너무 감사해요. 김해 김씨, 시온이 형님.”

 

 기억을 떠올려 보는 세평, 그는 교인들 중 아직 몇 사람이 장소에 남아있던 것이 생각났다. 전도 하던 자리를 정리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남은 이들도 떠나기 전에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 두 사람은 부지런히 그곳으로 향했다.

 

 “내 조상신이 말했다. 그들 이미 떠났다. 하지만 건물 뒤에 책상 있다. 책상 잘 살펴보라 말한다.”

 

 김시온은 떠나는 그들을 향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건넸다. 소리는 낮았지만 묵직하고 태연하게 말을 맺었다.

 

 소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시온을 향해 짧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노란머리 외국인에게서 조상신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왠지 모를 거부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장소에 도착한 그들은 급히 전도하는 교인들의 행적을 찾았다. 시간이 이미 늦었나보다. 아무도 남아있는 사람이 없었다.

 

 정리가 끝난 물건들은 건물 안에 들여놓은 듯 보였다. 방금 김시온의 말 때문일까? 세평은 무엇에 홀린 듯이 건물 뒤편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낡은 가구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분명 나무 책상은 존재했다. 형태만 남은 낡은 책상이었지만, 형체는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는 정신없이 달려갔다.

 

 이리 저리 주변을 살피던 세평은 무엇인가 발견한다. 한쪽 책상 다리 밑에 종이 한 장이 깔려 있었다.

 

 “연이야, 이쪽으로 와봐!”

 

 사내는 종이에 적혀진 것을 보더니, 큰 목소리로 소년을 불렀다.

 

 소년은 세평을 따라 이미 건물 뒤편에 와 있는 상태였다. 곧장 세평이 건네는 종이를 받아서 읽었다.

 

  再創造聖靈會 關東支派

 (재창조성령회, 관동지파)

 하느님의 안식 안에서 내 안에 있는 ‘참나’를 찾으세요

 

 누군가 버린 듯 보이는 전도명함. 거기서 두 사람은 익숙한 명칭을 발견 했다.

 

 재창조성령회. 어제 세평이 카페에서 어떤 여인에게 받았던 명함에 적혀있던 것과 분명 똑같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 전도카드에선 더 직접적으로 주소와 간략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 밑엔 누가 이름을 긁적여 놓았다. '백수부' 분명 명함의 주인 이름일 것이다.

 

 김시온이 말한 대로라면 이 명함이 마리 누나와 관련된 단서라 볼 수 있었다. 세평은 이 교단에 대해 조사해볼 필요성이 있겠다고 연이에게 말했다.

 

 교단의 주소와 위치를 그림으로 나타낸 지도.

 

 “여기 전수동 교회잖아!”

 

 세평은 단번에 거기가 전수동 교회의 위치와 일치함을 알 수 있었다.

 

 마리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오늘 저녁밖에 시간이 없다는 것을 두 사람은 깨닫는다.

 

 곧장 그곳으로 가기 위해 세평의 차로 달려갔다. 저 멀리 카페 건물 뒤에 김시온이 있다. 그는 두 사람이 차로 달려가는 모습을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 말
 

 1. 평양 화교 학살사건: 1931년 평양 화교학살사건 평양에서 일어나 전국으로 확산된 화교 학살 사건. 화교 142명이 사망하고, 546명이 부상, 91명이 행방불명됐다.

 2. 무당과 복숭아 나뭇가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 참고 하였습니다.

 3. 고양 부씨성을 가진 프랑스인: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커피'편을 참고 하였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이루다 20-09-28 13:22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초월자들 잘 부탁 드립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작품소개 (03: 43, 2020, 09, 24) 2020 / 9 / 24 524 0 -
30 [CHAPTER 2] 그림자 섬 Finale (1) (1) 2020 / 9 / 29 381 0 8733   
29 [CHAPTER 2] 그림자 섬 (13: 마리의 과거편) (1) 2020 / 9 / 29 321 0 8338   
28 [CHAPTER 2] 그림자 섬 (12: 마리의 과거편) 2020 / 9 / 29 295 0 7939   
27 [CHAPTER 2] 그림자 섬 (11: 마리의 과거편) 2020 / 9 / 29 291 0 7104   
26 [CHAPTER 2] 그림자 섬 (10) 2020 / 9 / 29 297 0 8943   
25 [CHAPTER 2] 그림자 섬 (9) (1) 2020 / 9 / 28 315 0 7805   
24 [CHAPTER 2] 그림자 섬 (우리들 등장) 2020 / 9 / 28 298 0 8275   
23 [CHAPTER 2] 그림자 섬 (8) (1) 2020 / 9 / 28 316 0 7303   
22 [CHAPTER 2] 그림자 섬 (7) 2020 / 9 / 28 281 0 6869   
21 [CHAPTER 2] 그림자 섬 (6) 2020 / 9 / 28 283 0 6714   
20 [CHAPTER 2] 그림자 섬 (5) 2020 / 9 / 27 302 0 6849   
19 [CHAPTER 2] 그림자 섬 (4) 2020 / 9 / 27 288 0 7408   
18 [CHAPTER 2] 그림자 섬 (3) 2020 / 9 / 27 283 0 6817   
17 [CHAPTER 2] 그림자 섬 (2) 2020 / 9 / 27 299 0 7092   
16 [CHAPTER 2] 그림자 섬 (1) 2020 / 9 / 27 287 0 6903   
15 [CHAPTER 1] 조우 Epilogue 2020 / 9 / 26 283 0 5643   
14 [CHAPTER 1] 조우 Finale (4) 2020 / 9 / 26 300 0 5688   
13 [CHAPTER 1] 조우 Finale (3) 2020 / 9 / 26 293 0 5804   
12 [CHAPTER 1] 조우 Finale (2) 2020 / 9 / 26 284 0 7291   
11 [CHAPTER 1] 조우 Finale (1) 2020 / 9 / 26 301 0 9697   
10 [CHAPTER 1] 조우(9) (1) 2020 / 9 / 25 328 0 9263   
9 [CHAPTER 1] 조우(8) 2020 / 9 / 25 291 0 6631   
8 [CHAPTER 1] 조우(7) 2020 / 9 / 25 278 0 9948   
7 [CHAPTER 1] 조우(6) 2020 / 9 / 25 289 0 8690   
6 [CHAPTER 1] 조우(5) 2020 / 9 / 25 294 0 7971   
5 [CHAPTER 1] 조우(4) (1) 2020 / 9 / 24 332 0 9845   
4 [CHAPTER 1] 조우(3) (1) 2020 / 9 / 24 316 0 8428   
3 [CHAPTER 1] 조우(2) 2020 / 9 / 24 291 0 9647   
2 [CHAPTER 1] 조우(1) (1) 2020 / 9 / 24 321 0 9682   
1 [CHAPTER 0] 영의 기록 2020 / 9 / 24 465 0 748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