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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라이라
작가 : 너굴토끼
작품등록일 : 2020.9.20

엘라임의 힘을 가진 정령 운디네 라이라.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의 성공기로를 달리던 귀신보는 소녀이자 독살되어 죽은 황녀의 영혼이였다!!
두 번의 삶 모두 불운하게 죽은 그녀가 다시 운디네로 태어나 정령계와 인간계로 돌아왔다!
정령으로 살던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황녀였던 시절 자신의 남동생이었던 젠의 앞?!
자신이 못 다 이룬 황제로써의 꿈.
그녀 운디네가 자신의 남동생을 황제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지금 시작된다!

 
2. 두 명의 소환자 (8)
작성일 : 20-09-28 10:23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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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의 말처럼 1년 전부터 노예상에게 동족들이 납치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생명목의 보호를 받고 있는 블리스 마을뿐만 아니라, 그레이스 숲 이곳저곳에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는 대부분 종족들에게 지금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그레이스 숲 전체에 말인가요.”

 “지난 세월동안 그린 드래곤의 레어가 있다는 소문은 숲을 지켜주었습니다만……. 과연 500년이나 시간이 흐르니, 한 번도 모습을 보인 적 없는 위대한 분에 대한 소문은 흐릿해졌고, 귀족파의 보호 속에 노예상들이 기승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시리아는 입을 다물고 라이라의 두 손을 잡았다. 덜덜 떨리던 그녀의 두 손이 라이라와 마주 닿자마자 편안해졌다.

  그리고 시리아의 눈이 라이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목소리가 입이 아닌 머릿속에서 직접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부탁드립니다, 라이라님.】

 ‘이건…?’

 【엘림 뿐만이 아니라, 노예상에 의해 길 잃은 그레이스의 어린 양들을 도와주세요.】

 “시리아…….”

 

  간곡한 그녀의 목소리에 라이라의 가슴이 저려왔다.

  그것은 펜의 눈물이 가지고 있던 물의 기억과도 같은 것이었다.

  바람의 중급 정령 실라페는 하루에도 수십 번, 시리아에게 바람의 기억을 보내주었다.

  그것은 블리스 뿐만 아니라 그레이스 숲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였다.

  시리아는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 헤매는 이들의 목소리를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들어야만 했다.

  그것이 그레이스 숲의 수호자인 생명목 블레스의 장로이자, 생명목을 닮은 우드 엘프로서의 숙명이었다.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장로라 하지만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소리들이었다.

  슬픔이 가득한 물의 기억.

  절규가 가득한 바람의 기억.

  분노가 가득한 땅의 기억.

  그리고 밤새도록 아이를 찾아 헤매 횃불을 밝힌 불의 기억까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소리들을 전해주던 실라페는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소리들만 전해주고 있었다.

 

 “만약 당신께서 저희의 이 슬픔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덜어주신다면 훗날 라이라님께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그레이스 숲은 당신에게 절대적인 힘이 되어줄 것을 약속드립니다.”

 “…시리아.”

 “생명목 블레스의 이름을 걸고, 생명목을 닮은 저, 시리아의 이름을 걸고 약속합니다.”

 

  라이라는 마주잡은 시리아의 두 손을 꽉 잡아주었다.

  시리아는 라이라의 손을 한 번 바라보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라이라가 살며시 미소를 띄어주었다.

  그것이 라이라의 대답이었다.

  그녀의 미소에 시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더더욱 손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시리아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감사합니다, 라이라님. 정말로……감사합니다!”

 “시리아와도 약속할게요. 꼭 그레이스 숲의 아이들을 찾아주겠다고. 모두 다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그레이스 숲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게요.”

 “라이라님…….”

 “그러니까 더는 울지 말아요, 시리아. 『약속』할게요.”

 

  라이라는 시리아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꽉 껴안아주었다.

  아아, 따뜻하다.

  그녀의 고동이 가슴을 타고 들어와 시리아의 심장을 콩콩 뛰게 만들었다.

  자신을 다독여주는 라이라의 손길이 너무나도 따뜻했다.

  금세 울음이 그쳤고, 시리아는 두 눈을 꼭 감고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라이라의 품에 조용히 안겨 있었다.

  아아, 열린 창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아…….”

 

  바람이 시리아와 라이라의 머리칼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좋은 바람이었다.

  시리아는 분명 자신의 친구인 실라페가 가져다준 바람이라 생각하며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그 때, 바람은 시리아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여긴가…?」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리아는 바람의 실려 온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자세히 귀를 기울였다.

  다시 작은 목소리가 시리아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에 있어?」

 「‘그녀’말이야. 아쿠아마린 호수의 주인!」

 

  바람을 타고 날아든 한 실프가 물었다.

  그들이 말하는 아쿠아마린 호수의 주인은 분명히 라이라를 말하는 것이었다.

  시리아는 작게 실프에게 물었다.

 

 “라이라님…?”

 「그래, 맞아! 라이라 말이야! 이곳에 있어?」

 “이 곳에 계셔.”

 「찾았다…!」

 

  실프들이 라이라를 찾고 있었다.

  시리아의 대답과 동시에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포근하게 라이라와 시리아 둘을 감쌀 뿐이었다.

  시리아를 다독여주던 라이라는 갑작스런 바람에 놀라 주위를 바라보았다.

  여러 실프들이 그녀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실프…?”

 「라이라다!」

 「라이라를 찾았어!」

 

  라이라는 자신을 찾고 있던 실프들에게 말을 건넸다.

 

 “날 찾고 있었어?”

 

  실프들은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라를 찾고 있었어!」

 「‘그’가 라이라를 찾고 있어!」

 

  그들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했다.

  ‘그’라니, 누굴 말하는 것일까.

  라이라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실프에게 말했다.

 

 “그라니 누굴 이야기하는 거야, 아쿠아?”

 「아니야! 확실한 건 아쿠아는 아니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그는 누구지?」

 「호수에 찾아온 그는 누구인거야?」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를 찾으러 온 거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수에 누군가 찾아온 것이었다.

  라이라는 살며시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의 손이 닿은 적 없는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신이 호수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호수에 누군가 침입했다.

  혹시 무슨 큰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 라이라는 금세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만 실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소식이었다.

 

 「우리는 그가 누군지 몰라. 하지만 그는 ‘라이라’를 알고 있었어.」

 “나를 알고 있다고?”

 「응, 라이라를 알고 있었어!」

 

  그 때,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은 호수를 방문한 이의 목소리를 싣고 온 바람이었다.

 

 - 라이라…누님…….

 

  아, 이 목소리는 그녀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라이라는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황성에 있어야했다.

  그런데 ‘그’가 어째서 수도에서 먼 지방인 라일락 영지의 숲, 라이라 숲까지 찾아온 것일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 라이라 누님….

 

  그리고 그 순간, 라이라의 주변이 환하게 빛났다.

  깜짝 놀란 라이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느낌을…….

  그것은 불과 며칠 전, 아쿠아를 처음 만났을 때 일어났던 일이었으니 말이었다.

  천장에 고대어가 가득 적힌 마법진이 생겨나고, 라이라의 몸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람이…라이라를 감싸 안는다.

  라이라는 시리아를 바라보았다.

  몸을 일으킨 그녀가 손을 뻗어 라이라의 손을 잡았다.

  라이라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봐야할 것 같아요, 시리아.”

 “실프가 당신을 부르고 있으니까요.”

 “꼭 약속할게요, 시리아. 아이들을 그레이스의 품으로 돌려줄 것을 꼭 『약속』할게요.”

 

  라이라의 말에 시리아는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시리아는 라이라의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라이라님.”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우리 그레이스의 아이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시리아가 고개를 살며시 숙인 뒤, 라이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라이라는 그녀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번쩍! 라이라의 몸이 빛났다.

  시리아의 시야에서 라이라가 사라졌다.

  그제야 시리아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큰 울음을 터뜨렸다.

 

 “감사…합니다……라이라님……!”

 

 

 * * *

 

 

  소리죽여 우는 아이…….

  라이라는 이 아이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무려 14년이나 함께 웃고 즐겁게 지낸 아이였으니까 말이었다.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라이라는 그 작은 손을 꼭 잡아보았고, ‘그’의 첫 웃음소리를 들었으며, ‘그’의 눈물 또한 닦아주었었다.

  아아, 그리운 아이여.

  황성에 있어야할 아이가 어찌하여 이곳에 온 것일까.

  그것은……분명 ‘그녀’를 닮은 호수를 보기 위해서였다.

  나이칼 제국에서 그리운 ‘그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으니까 말이었다.

 

 ‘나의….’

 

  그리운 동생….

  라이라는 밝아지는 시야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지금 내가 갈게.’

 

  바람이 불어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소리죽여 울고 있던 소년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바람에 고개를 들었다.

  호수가, 아쿠아마린 호수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년은 울음을 그치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호수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소년의 바로 눈앞에 처음 보는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황금빛 글씨로 공중에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 마법진은 읽을 수 없는 고대어로 가득하였고, 마법진이 점점 완전해질 때마다 아쿠아마린 호수 또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이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소년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검에 손을 가져간 소년은 바짝 마른 목에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레이든’이 추격을 다시 시작한 것일까.

  그 알렉산드로스 공작이 마법이라도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었다.

  그리고 그 때 호수가 요동쳤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곧 회오리의 물기둥을 만들었다.

  소년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 때, 자신의 등 뒤로 소년을 델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도 예삿일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델…!!”

 “물러나 계세요. 레이든일지도 모릅니다!”

 

  델은 검을 잡은 두 손에 꽉 힘을 주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호수에 생긴 물기둥과 마법진에 정령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왔어!」

 「우리가 바람에 실려 보낸 소릴 들었나봐!」

 「호수의 주인, ‘라이라’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었어!!」

 「라이라님!」

 

  정령들의 소란은 곧 그 호수에 영향을 주었다.

  라이라를 데려온 실프는 신이 나 춤을 추었고,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나뭇잎에 몸을 맡긴 네이핀은 노래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주인의 기운에 나이아스는 호수 위로 뛰어 놀았고, 꿈틀거리며 호수 주위로 모여든 노움은 하늘에서 반짝이며 내려오는 니트라스와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었다.

  자연이 노래한다.

  그것을 느낀 델과 소년은 천천히 검을 내려놓았다.

  그것은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결코 위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눈앞의 물기둥에 집중하였다.

  요란하게 회오리치던 물기둥은 곧 13살 정도의 소녀로 점점 변했다.

  호수를 닮은 머리칼과 굳게 감긴 눈동자.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때, 천천히 소녀의 눈이 떠졌다.

 

 “…….”

 “……아…….”

 “라이라……누님…?”

 

  소년의 목소리에 소녀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소년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라이라 누님!!!”

 “젠.”

 

  나의 하나 뿐인 동생. 라이라는 검조차 버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소년을 향해 말했다.

  소년, 젠은 라이라를 껴안았다.

  비록 어린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분명히 자신의 누나였던 라이라였다.

  젠은 그녀를 꽉 껴안으며 그동안 그리워하던 그 마음과 사랑하던 이를 다시 만난 것에 대한 기쁨이 가득 섞인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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