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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라이라
작가 : 너굴토끼
작품등록일 : 2020.9.20

엘라임의 힘을 가진 정령 운디네 라이라.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의 성공기로를 달리던 귀신보는 소녀이자 독살되어 죽은 황녀의 영혼이였다!!
두 번의 삶 모두 불운하게 죽은 그녀가 다시 운디네로 태어나 정령계와 인간계로 돌아왔다!
정령으로 살던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황녀였던 시절 자신의 남동생이었던 젠의 앞?!
자신이 못 다 이룬 황제로써의 꿈.
그녀 운디네가 자신의 남동생을 황제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지금 시작된다!

 
2. 두 명의 소환자 (7)
작성일 : 20-09-28 10:18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6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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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라이라님.”

 

  갑작스런 소리에 시리아는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여니 롱 보우와 화살 통을 등에 매고 있는 한 엘프가 있었다.

  어디 먼 곳에서 달려오기라도 한 것일까. 그는 허리를 반쯤 숙여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호흡도 제대로 가누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하아…하…시리아 장로님.”

 “펜?”

 ‘펜?’

 

  시리아의 목소리에 라이라는 살며시 몸을 틀어 그녀 너머의 엘프를 바라보았다.

  로울이 떡갈나무를 닮은 우드엘프였다면, 펜은 느티나무를 닮은 우드엘프였다.

  노란 빛이 감도는 연두색의 긴 머리칼과 황금색 눈동자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엘프였다.

  단단한 기둥을 지닌 느티나무처럼 그의 몸은 단단해 보였지만, 부드럽게 흩날리는 가지와 잎처럼 펜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무척이나 부드럽고 따스했다.

  라이라는 나무를 닮은 우드 엘프의 특성이 신기한 듯 시리아와 펜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렇게 다급하게 자신의 집을 찾은 적이 없었다.

  시리아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다만…….”

 “다만?”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조심스레 고개를 든 펜은 순간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라이라와 눈이 마주쳤다.

  시리아는 그것만으로 그에게서 이상함을 느꼈다.

  펜은 굉장히 자존심이 센 전형적인 우드 엘프였다.

  위대한 존재인 정령왕과 드래곤 이외에는 절대로 굽힐 수도, 굽히지도 않았던 그가 라이라를 바라보다 이윽고 시선을 돌린다?

  시리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설령 그녀가 엘라임의 유일한 아이라 할지라도, 라이라는 정령왕이 아니기 때문에 펜의 성격상 그녀에게 굽힐 리가 없었다.

  그런데 펜은 마치 그녀에게 무언가 어려운 할 말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잠시 후, 시리아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펜?!”

 “모든 물의 시초이자 위대한 존재의 유일한 아이이신 라이라님께 청이 있습니다!!”

 

  펜은 라이라를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당황한 것은 시리아뿐이 아니었다.

  아인차를 마시며 펜을 바라보고 있던 라이라는 차가 목에 걸릴 만큼 그의 행동에 굉장히 당황했다.

  설상 물의 정령인 그녀가 찻물이 목에 걸린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으니까 말이었다.

 

 “콜록…!! 네?!”

 “미천한 이의 어려운 청을 들어 주십시오, 라이라님.”

 

  그는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고개를 숙이며 굉장히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펜의 행동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시리아와 그를 번갈아가며 천천히 바라본 라이라는 간절함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고 말하세요, 펜.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위대하지도, 훌륭하지도 않은 존재입니다.”

 “…아닙니다, 라이라님.”

 

  간절한 목소리로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말을 했다.

  어려운 청…….

  간절한 목소리…….

  라이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

  기분 나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 이외에 어느 누가 귀신 보는 소녀 시절의 라이라의 말을 들어주고, 부탁을 들어주었는가.

  하물며 그녀를 데려왔던 김 회장조차도 무릎 꿇고 빌어봤어도 단 한 번도 청을 들어준 적이 없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기분 나쁜 기억을 저편 너머로 지운 라이라는 맑은 눈동자를 펜을 바라보았다.

 

 “펜.”

 “말씀하십시오, 라이라님.”

 

  라이라는 천천히 그의 앞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는 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시리아가 깜짝 놀라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라이라는 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라이라의 손길에 얼떨떨한 기분이 된 펜은 자신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 부탁을 할 땐 특히, 저에게 부탁을 할 땐 이렇게 눈과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거에요.”

 “……라이라님.”

 “말해보세요, 펜. 무엇을 부탁하고 싶었나요?”

 

  아쿠아마린의 호수처럼 맑은 라이라의 눈동자가 펜의 얼굴을 비췄다.

  그제야 펜은 편안해진 모습으로 라이라와 마주할 수 있었다.

  거칠었던 호흡과 심장은 가라앉았고, 느티나무처럼 부드러운 분위기가 라이라의 몸을 따라 흘러들어왔다.

  같은 눈높이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걸 그도 느낀 것일까.

  쉽사리 움직이지 않던 펜의 입술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저는 우드 엘프의 펜이라고 합니다. 저의 친구인 실프를 통해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위대하신 엘라임님의 유일한 아이신 라이라님이시라면 제 부탁을 들어주실 것 같았습니다.”

 “아……혹시.”

 

  펜의 말에 시리아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펜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라이라는 살며시 펜의 손을 잡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말하라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제겐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있었습니다…?’

 “여동생의 이름은 엘림. 우드 엘프의 엘림입니다. 여동생 또한 느티나무를 닮았습니다.”

 

  라이라 머릿속에 연두빛의 긴 머리칼과 황금색의 눈동자를 가진 어여쁜 엘프를 그렸다.

  펜을 닮은 엘프라면 분명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을 것이다.

 

 “제 여동생은 우드 엘프답지 않게 인간을 존중하는 엘프였습니다. 때문에 그레이스 숲 주위에 살던 인간들과 자주 어울리곤 했지요. 그런데…그것은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펜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두 손을 마주잡았던 라이라는 작게 ‘읏!’ 하고 소리를 냈지만 결코 그의 손을 놓거나 입을 열지 않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말하는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분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에 처음 보는 인간들이 왔다고, 여동생이 말한 다음 날이었습니다. 마을과 어울려 지내던 엘림과 여러 어린 엘프들, 그리고 수인족들이 실종된 일이 일어난 건 말입니다.”

 “설마……?”

 “네. 노예상의 짓이었습니다. 엘림은 그들에게 붙잡혀 마나구를 차기 전에 저에게 마지막으로 실프를 보내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엘림과 그 때 붙잡혀갔던 많은 이들의 소식이 끊어졌습…….”

 

  펜은 마지막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노예상. 그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유사인종을 납치한 뒤, 노예로 만들어 암거래장이나 합법적인 노예상인에게 팔아넘기는 이들이었다.

  많은 수의 어린 아이들이, 수많은 엘프들이, 수많은……수인족들이 노예상의 함정에 넘어가 그대로 노예로 전락해버렸다.

  입을 꾹 다문 라이라는 그 순간, 자신의 손등 위로 떨어지는 펜의 눈물에 고개를 들었다.

  물의 기억이, 손등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 오빠…!!!!!!!!!! 살려…읍…!!!

 - 엘림?!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블리스 마을 밖에서 침입자가 없는지 주위를 살피던 펜에게 간신히 도달한 실프가 전해준 마지막 목소리였다.

  펜은 살려달라는 말도 다하지 못한 채, 마나구가 몸에 채워졌는지 그대로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실프를 보았다.

 

 - 설마!!!!

 

  펜은 본래의 일도 멈추고 항상 그녀가 가던 인간의 마을로 뛰어갔다.

  거칠어진 숨과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 아닐 거라고 가져보는 아주 작은 일말의 희망…….

  그러나 그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펜에게 물었다.

  항상 오던 엘프와 수인들은 어디가고 처음 보는 당신이 왔냐고 말이었다.

 

 - 엘림…!!!!!!!!!!!!!!!!

 

  그는 그레이스 숲을 다 뒤졌다.

  여동생이 남겼을 법한 작은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서.

  아니, 적어도 그녀와 같이 간 다른 이의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서.

  그러나 애석하게도 숲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었다.

  그는 절규했다.

  하나뿐인 여동생이 사라졌다.

  그녀가 그렇게 존중하고 믿으며 사랑스러워했던 인간의 손에 의해서 하나뿐인 여동생이 사라졌다.

 

 “…아…!”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펜이 가진 물의 기억은 그것이 끝이었다.

  라이라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이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두 개의 감정이 마구잡이로 얽히고 설켜 가슴을 어지럽혔기 때문이었다.

  라이라의 눈물에 시리아는 조용히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울음을 삼키던 펜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절히 말했다.

 

 “여동생을…찾아주십시오, 라이라님.”

 “…펜.”

 “하다못해 엘림이 살아있다는 흔적이라도 찾아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가 다시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라이라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입술이 움직였다.

 

 “꼭 찾아드릴게요.”

 “정말…이십니까?”

 “그러니 자신을 너무 옭아매고, 자책하지 말아요.”

 

  라이라는 펜을 일으켜 세워 그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라이라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약속』할게요, 펜. 당신의 여동생 『엘림』을 꼭 찾아내겠다고.”

 

  그것은 엘라임과 같은 언약이었다.

  라이라는 펜에게 ‘엘림’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진실한 눈을 가진 시리아와 펜은 그녀의 목소리에 환한 표정을 지었다.

  펜은 라이라의 손을 꼭 잡으며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라이라님!!”

 “진정해요, 펜. 라이라님께서 약속을 하셨잖아요.”

 

  시리아는 펜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그를 다독이며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다.

  비록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그녀는 우드 엘프의 장로다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물을 그친 펜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이라와 시리아 또한 그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펜은 그녀가 가르쳐준 대로 라이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야 겨우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감사합니다, 라이라님.”

 “걱정 말아요. 분명 엘림은 펜의 곁으로 돌아오게 될 거에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모든 물의 시초이며 위대한 존재의 유일한 아이이신 라이라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펜은 다시 한 번 크게 허리를 숙여 라이라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가 시리아의 집을 떠났다.

  그제야 조금 평온한 분위기가 찾아왔다.

  어색한 침묵 속에 다시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은 라이라와 시리아는 차갑게 식은 찻잔을 바라보았다.

 

 “차가 다 식었네요.”

 “그러게요, 시리아.”

 “펜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로로써 해야 할 일을 라이라님께 짊어드린 것 같아서 송구합니다.”

 

  시리아는 고개를 숙여 라이라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한사코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젓은 라이라는 이미 식어버린 찻잔을 어루만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불과 2년 전의 일이었다.

  자신이 독살당한 것은 불과 2년 전의 일.

  그러나 그 중 1년은 저 머나먼 시공의 차이가 있는 지구라는 곳에서 무려 16년을 보냈었고, 남은 1년은 정령으로써 라이라 호수에서 보냈던 시간이었다.

  비록 이곳의 시간은 2년이 지났지만 무려 17년이란 시간동안 자신이 모르는 일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났다.

  특히, 나이칼 제국에 등장한 ‘노예상’의 이야기와도 같은 것이 말이었다.

 

 “…나이칼 제국은 분명 부당한 방법으로 노예를 만드는 일이 금지되어 있었을 터인데.”

 “예. 지난 500년이란 시간동안 금지되었던 일이었죠.”

 

  라이라의 혼잣말에 시리아가 말했다.

  역시 그녀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이칼 제국 안에서 노예거래가 진행되고 있다?

 

 “나이칼 제국 내에 암흑 옥션이나, 암거래장이 존재하나요?”

 

  라이라의 질문에 시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나이칼 제국 내에 암흑 옥션이나 암거래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밀수출이군요.”

 “네, 맞아요. 노예거래가 합법적인 루멘스 제국이나 칼리녹스 국으로 또는 파에르니카 대륙으로 끌려가죠.”

 

  시리아의 말에 라이라는 살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시리아의 마지막 말은 그녀의 인상을 더더욱 찌푸리게 만들었다.

 

 “모든 일의 시작은 불과 1년 전부터 시작되었어요.”

 “1년 전인가요.”

 “귀족파라는 무리들이 노예상의 뒤를 봐주기 시작했어요.”

 

  귀족파! 라이라는 시리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뜻밖의 단어에 잔뜩 굳은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이칼의 귀족파.

  그들은 그녀가 황녀였던 시절, 아버지인 포루티안 파리밸로 본 나이칼이 황제로써 나이칼 제국에 재위했을 때 생겨난 무리들이었다.

  황제의 힘이 약해서?

  아니, 오히려 반대였다.

  피의 황제라 불리던 포루티안 황제의 힘이 너무나도 강력했기 때문에 몇몇의 귀족들이 힘을 기르기 위해 만든 무리였다.

  불과 3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힘을 키운 귀족파는 황제파와 대립하여 몇몇의 작은 사건과 분쟁을 일으켰다.

  그런 귀족파의 수장으로 앉아 있는 이가 다름 아닌 라이라를 독살한 ‘파투스 일렌 피니스 알렉산드로스’ 공작이었다.

 

 “…알렉산드로스 공작….”

 

  라이라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독으로 눈을 감기 전 마지막까지 바라보던 얼굴이었다.

  그가 나를 죽였다고, 원망 가득한 눈초리로 쏘아보던 그가 이번엔 불과 2년 만에 황제파 모르게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벌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시리아는 깊은 생각에 잠긴 그녀의 굳은 얼굴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라이라의 표정은 ‘노예상’의 이야기를 했을 때보다 훨씬 굳어 있었다.

  아마도 ‘귀족파’라는 단어가 시발점이 된 것 같았다.

  시리아는 다 식은 찻잔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라이라는 찻잔을 어루만지고 있던 시리아를 보고 입을 열었다.

 

 “아, 미안해요. 저 혼자 너무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죠?”

 

  시리아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백금의 머리칼이 살짝 흔들릴 정도로 말이었다.

 

 “아니에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담아 생긋 웃은 시리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다시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시리아는 한동안 말이 없는 라이라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라이라님.”

 “…네?”

 “부탁 하나……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녀가 라이라의 맑은 눈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생명목 블레스의 나뭇잎을 닮은 초록색 눈동자는 강인한 의지를 품고 있었고, 생명목의 열매 아인을 닮은 입술은 굳은 결심과 간곡한 부탁을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라이라는 시리아의 그런 모습을 보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닫혔던 입술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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