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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라이즈 스타 업
작가 : AT0M1K4
작품등록일 : 2020.8.22

짧지만 강렬했던 한국 락의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20xx년.
한국 락을 대표하던 밴드 다수의 불법도박 적발로 인해 락을 향한 여론의 증오와 의심은 하늘을 찌르고 락은 아주 빠른 속도로 몰락해가고 있었다.

점점 락음악이 범죄 처럼 취급받는 사회가 되자 이미지 관리를 위해 마포 예일 종합학교는 학교의 학생 인디밴드인 [카탈리스트]에 소속된 네명, 유한별, 강브리타나, 구혜진, 김유나, 네명에게 입학식 날에 해체 전 그녀들의 마지막 공연을 진행 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공연은 실패로 돌아가고 밴드는 불화와 함께 해체되었다.
그 이후로 유한별은 끊임없이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절망 뿐이었다.

자신의 유일한 꿈이었던 '최고의 락스타가 되기'를 포기를 하기 일보 직전, 유한별은 자신의 삼촌 '유은환'의 진심 가득 담긴 조언을 듣고 본격적인 '작은 혁명'을 계획하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다.

자신의 잃어버린 멤버들,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되찾기 위해 다시 그녀의 레스폴 기타를 향해 손을 뻗는다.

"과거를 향해 손을 뻗어서, 미래를 바라볼 거야."

 
챕터 2 - 짙은 안개 속에서 - 에피소드 4
작성일 : 20-09-28 09:01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8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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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시.

 해는 노오랗게 지고 있고 종례를 모두 끝낸 고등부 학생들은 교문 밖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

 

 나는 담임 선생님이 종례를 끝내고 날 지목할 새도 없이 재빠르게 교실을 빠져나왔다.

 분명 선생님들이 날 좋게 보지는 않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일생에 한 번 밖에 없을 그런 기회를 놓치는 것보단 낫다.

 특히 그 기회가 내 꿈을 향한 거의 유일한 길이라면...

 

 나는 교문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분명 소민이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헉, 헉...흐아..."

 

 "앗, 한별이 선배!"

 그렇게 난 숨을 거칠게 헐떡이며 뛰어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민이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급하게 달려오는 나를 보고 걱정스러웠는지 미간 쪽이 살짝 올라간다.

 

 "괘, 괜찮으세요?"

 

 "어, 어...괜찮아. 후우..."

 

 "오늘 아침에 감기 걸리셨던 거 같은데, 제가 무리를 드린 게 아닐까 싶어서..."

 소민이는 정말 아무리 사소한 것에도 미안함을 느낀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지만 말이다...

 

 "아, 오늘 보건실에서 감기약 먹고 실컷 잤거든. 점심시간쯤 되니깐 완전히 나았어."

 이렇게 말하니 소민이는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 다행이네요! 그러면..."

 여전히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있나?'

 물론, 소민이가 처음으로 이러는 건 아니다.

 그녀는 언제나 소심하고 자신감, 자존감이 부족했기에 이러는 건 신기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진실을 털어놓지 않은 채로 밴드를 몰락으로 이끈 것이 그녀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당당해지고 조금은 뻔뻔해져야만 한다며 생각했다.

 

 "어쨌든, 빙수 먹으러 가자. 이야기도 좀 하면서."

 

 "네...!"

 

 .

 .

 .

 

 학교 근처에 있는 번화가의 빙수 전문점.

 우리는 그곳에 자리를 잡아서 앉고 메뉴판을 펼쳐보았다.

 

 "그래서, 뭐 먹을 거야?"

 

 "제, 제가 고르는 건가요?"

 

 "그럼, 오랜만에 보는 거니깐 내가 쏜다!"

 내가 이렇게 말하고 나니 그녀의 눈에는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계속 망설이다가 고개를 천천히 숙이고 검지 손가락 끝을 맞대고 꾹꾹 누르다가 메뉴를 가리켰다.

 

 "으음...초코 듬뿍 오레오 빙수?"

 

 "...네..."

 그녀는 그렇게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키오스크로 다가가서 초코 듬뿍 오레오 빙수를 골랐다.

 스마트 워치를 키오스크에 대고 결제를 끝내고 영수증과 함께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저, 저 같은 사람이 남이 사주는 빙수를 먹어도 될지..."

 그녀는 남이 자신에게 사준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걸까?

 

 "괜찮아,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선배인 내가 사줘야지."

 

 "...정말 그래도 될지..."

 이상하다, 그녀의 반응은 확실히 꽤나 과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호의를 보이면 한번 거절을 하다가 곧 호의를 받아들이는데...

 

 지금 그녀는 마치 마음속에 담아둔 무언가가 있는지

 계속 자신을 향한 호의가 절대로 마땅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나 같은 뻔뻔한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괜찮대도...? 혹시, 뭔가 불편해?"

 그녀는 눈을 아래로 깔고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 그러니까..."

 

 "말해도 돼, 내가 기분 나빠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고 힐끔 나를 바라보다가 테이블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괜찮을까요?"

 

 "약속할게, 화 안 내겠다고."

 

 "..."

 나는 그녀가 입을 열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때가 되면 분명 말을 할 테지, 그녀는 그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스마트 워치가 울리고 있었다.

 주문한 빙수가 준비됐다는 거겠지.

 

 "아, 그러면 빙수 가져올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카운터로 향했다.

 

 .

 .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분명 한별이 선배가 주시는 호의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한별이 선배를 포함한 모두에게 실망을 안겨버렸으니까요.

 

 하지만, 한별이 선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

 역시, 말해야 하겠죠.

 속는 셈 치고, 도움을 요청해야겠죠.

 

 만약 제가 도움을 요청해 약점을 잡힌다고 하면...

 그때는 사람을 절대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의 마지막 의심과 불 확신을 뒤로 하고 작은 용기를 내어 결정을 내렸습니다.

 

 방금 일어나셨던 한별이 선배가 빙수를 올린 쟁반을 들고 오셔서 테이블에 놓으셨습니다.

 

 "이야, 역시 전문점 답네! 맛있어 보이네!"

 

 "우와아..."

 빙수는 정말 맛있어 보였습니다.

 

 초코우유를 얼려 만든 듯한 신기한 빙수 조각들...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오레오를 비롯한 여러 개의 초코맛 디저트 등등...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나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저는 먼저 스푼을 들고 빙수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우와, 정말 최고네요...달콤한 초콜릿이 듬뿍...!!"

 

 "헤, 방금까지 어두운 표정이었던 애가 이렇게 웃으니깐 조금 귀엽네."

 

 "그, 그런가요...?"

 갑자기 귀엽다고 말씀하시다니, 부끄러워지는데요...

 

 "그래서, 말하고 싶어? 화 안 낼 거니깐."

 저는 그 말을 듣자 살짝 움찔해서 스푼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눈을 똑바로 뜨고 한별이 선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습니다.

 

 "작곡이랑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으면 해요...!"

 

 "어? 정말?"

 그렇게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다가 박장대소하셨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정말, 겨우 그 부탁 하나 하겠다고 그렇게까지 고민한 거야?"

 

 "ㄴ...네..."

 

 "당연히 도와줘야지! 네가 뭘 잘못한 것도 없으니깐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네? 하, 하지만...제가 신입생 환영회에서 공연이 엉망이 된 건 모두 제 탓이잖아요...!"

 그렇게 설명을 하고 나니 선배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씨익 웃었습니다.

 

 "모든 게 네 탓 같은 거야?"

 

 "...네."

 

 저는 그때 많은 사람 앞에서 밴드의 운명이 달린 공연을 첫 공연으로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더니, 저는 앰프의 선에 걸려서 넘어졌고, 그렇게 앰프가 완전히 꺼져버렸습니다.

 강당에서 울리던 노랫소리는 그렇게 싸늘한 침묵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탓이었습니다.

 

 "무조건 네 탓이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내가 리더로써 너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많은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서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했는데, 귀찮다고 안 했으니까, 책임감 없게..."

 한별이 선배가 눈을 감으면서 한숨을 푹 쉬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직도 공연을 망친 주범은 저라는 것에 확신하고 있었지만, 한별이 선배가 한 말에 아주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무조건 네 탓이 아니야'

 별 거 아닌 것 같은 한마디였지만, 스스로를 대역죄인 취급하는 저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아무리 저 말씀이 거짓이라 한들, 지금, 이 순간은 마음이 한시름 놓였습니다.

 

 "히..."

 짧고 단순하지만, 담요처럼 따뜻한 위로 한마디.

 덕분인지, 저는 입가에 진심이 담긴 미소를 지었습니다.

 

 제가 미소 짓는 것을 보고 살짝 웃으시다가 눈을 휘둥그레 뜨셨습니다.

 

 "으아악! 빙수! 빙수 녹는다!!"

 

 "아, 예!? 그럼 빨리 먹어야...!"

 그렇게 저와 선배는 급하게 스푼을 들고 다시 먹기 시작했습니다.

 입안에 빙수를 넣고 즐기면서, 이 한순간을 함께 즐겼습니다.

 

 .

 .

 .

 

 거의 8시가 되었다.

 

 나는 소민이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작곡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의외로 그리 멀지는 않았기에 막차가 끊길 우려는 없었다.

 

 "그나저나 우리 집에는 처음 와보신 거네요?"

 

 "그렇지, 전 밴드 멤버들은 널 제외 하면 다 소꿉친구거든."

 

 "헤헤, 왠지 모르지만 설레네요."

 

 "그래, 네 기분이 눈에 다 보여."

 

 그녀는 신나있었다.

 마치 자신의 집에 근사한 것이 있어 자랑해줄 것이 있는 것처럼.

 

 "그나저나 너희 부모님은 이 시간에 안 오셔?"

 

 "...그..."

 그녀는 또다시 대답을 주저하고 있었다.

 아마, 미녀는 비밀이 많다고 하던가.

 

 딱히 미녀가 아닌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녀는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나는 억지로 대답을 끌어낼 생각은 없었으니 물러나 보기로 했다.

 

 "아, 대답은 안 해도 괜찮아. 그냥 궁금했으니까."

 그녀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조용히 끄덕였다.

 

 "그, 그러고 보니깐, 한별이 선배는 요즘 잘 지내고 계셨나요? 어쩌다 보니 안부를 안 물어봤었네요!"

 그녀는 바로 대화의 주제를 돌리려고 말을 꺼냈다.

 

 "뭐, 숨 쉬면서 살아있지.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여러모로..."

 내 꿈이 가로막혔고, 그 일진녀와 따까리들이 날 놀려먹기 위해 협박했다.

 친한 친구라고 부를 만한 애는 별로 없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폭위가 열리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안 좋은 일들이 계속 나를 엄습하고 있었지만, 아직 내 숨은 붙어있었다.

 이게 그저 숨 쉬면서 살아있는 게 아니면 뭔가 싶다.

 

 "그렇군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라본다.

 

 "요즘도 유나 선배랑 만나요?"

 

 "어, 걔? 가끔만, 걘 요즘 농구부에서 인기쟁이라서 나랑 만날 시간도 없는 거 같더라고."

 문득 점심시간에 싸웠던 일이 생각났다.

 유나는 싸우는 날 보고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그렇군요, 브리타나 선배랑은 화해하셨어요?"

 

 "..."

 브리타나는 나를 향한 증오를 아직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있었다.

 나를 지렁이만도 못한 생물로 보고 있는 거겠지,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무시하는 거 보면...

 

 "...그렇군요, 유감이에요."

 소민이는 눈치를 챘는지 그렇게 대답했다.

 

 "뭐,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겠지. 소꿉친구가 갑자기 나와 완전히 절교하고..."

 내 곁에는 지금 친구가 없었다.

 

 물론, 인터넷에서는 나와 친한 스케이트보드 동호회 친구 한 명이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친구는 인터넷 친구, 자주 만나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안 좋은 이야기만 나오니 소민이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외로우신 건가요?"

 

 "...뭐, 글쎄다."

 알 바가 없었다.

 내 마음속은 유선 이어폰을 둥글게 말아 주머니에 넣었더니 꺼낼 때 이리저리 꼬인 것처럼 복잡했기 때문이다.

 

 "앗, 우리 집에 다 왔어요."

 

 "음...?"

 그렇게 나는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평범하게 빨간 벽돌로 지어진 빌라.

 하지만, 조금 오래된 건물이었는지 계단으로 올라가다 보면 벽에 금이 가 있거나 어떤 센서 등은 켜지지도 않았다.

 

 계단을 계속해서 올라가다가 5층쯤에 도달하니 천천히 그녀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닥 특별하다고 할 건 없었다, 그렇다고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물론, 계단을 올라가면 다락방이 있었다는 점은 꽤나 신기했다.

 

 "그래서, 작곡 하는 거랑 어쿠스틱 기타 연주 도와달라고 했지?"

 

 "아, 그래도 집에 들어오고 나면 씻어야 해요. 저 샤워하고 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소민이는 그렇게 말하고선 화장실로 사라졌다.

 그녀가 그렇게 샤워를 하는 동안 나는 할 짓이 없어서 집 안을 마음껏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주방의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종이가 보였다.

 왠지 궁금해져선 종이를 들고 쓰여있는 글자를 읽었다.

 

 사랑하는 소민이에게,

 

 생일 축하해, 우리 딸!

 이번 생일도 함께 있지 못해서 미안해, 일이 너무나도 많고 바빠서...

 난 소민이가 이 세상에 와줘서 정말로 기쁘고 행복하단다.

 앞으로도 계속 엄마의 곁에 있어 주렴!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아마 오늘이 생일이었던 것 같다.

 우연스럽게도 내가 빙수를 사준 게 생일선물이 되어버렸다.

 

 나는 알 수 없는 뿌듯함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종이를 뒤집었다.

 종이 뒤에는 '소원을 적어봐!' 라고 쓰여있었다.

 

 "소원...소민이의 소원은 뭘까?"

 그런 의문은 바로 아래에 적혀있는 손글씨로 해결되었다.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나는 그 한 문장을 보고서 눈을 깜빡였다.

 

 지금까지 외로웠던 걸까?

 얘도 나처럼 친구가 없이 지내는 걸까?

 

 그 일 이후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생각하니 소민이를 향한 연민이 생겼다.

 

 "...!"

 소민이는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리면서 주방으로 걸어와 놀란 모습을 보여줬다.

 아마 이 쪽지에 적혀있는 그녀의 소원을 내가 봐서 그런 것 같다.

 

 "그, 그거 주세요...!"

 그렇게 그녀는 내 앞으로 빠르게 달려와서 손에 들려있던 쪽지를 낚아챘다.

 소심한 그녀가 이렇게까지 빠르고 격하게 반응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보셨나요...?"

 나는 멀뚱멀뚱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으읏..."

 

 "...정말, 이런 걸 너 혼자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거잖아."

 

 "...바보같죠? 저는 친구도 없고, 엄마도 일 때문에 자주 안 들어오시고, 제 아빠의 얼굴은 한 번도 본적이 없고... 그저 제가 만든 감옥에서만 사는 저란 존재는..."

 그녀는 조금씩 울먹이고 있었다.

 마음속에 담아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인지 말을 할 때마다 점점 목소리가 떨려왔다.

 

 친구가 없다면 가족으로 향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엄마는 일 때문에 자주 집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아빠는 한 번도 소민이에게 얼굴을 보인 적도 없었다.

 

 후퇴하고 자신의 편이라고 부를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소민아."

 

 "...예...?"

 

 "혹시, 내가 널 배신하고 해칠 거란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어?"

 그녀는 잠깐 대답 없이 고민하다가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분명, 마음에 입은 상처가 많아 피해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저랬지, 마치 모두가 내 적군 같았지.

 그 어떤 것도 순식간에 나에게서 등을 돌릴 수 있단 그런 무의식 속의 생각이 날 괴롭혔었지.

 

 현재의 그녀도, 그런 식이었던 것이다.

 자세히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지만, 그녀는 마음을 완전히 닫아둔 상태였다.

 

 아까는 그나마 먹는 것으로 유인하고 나서 그녀를 달랬기에 마음을 조금 열었지.

 하지만, 그것은 아직도 역부족이었다.

 

 나는 그녀의 편이라는 것을 약속해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을 것이다.

 

 "소민아, 나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실패한 공연 이후로 너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어본 적이 없어."

 

 "..."

 

 "나는 절대 네 탓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 오히려 널 제대로 연습시키지 않은 내 탓이라고 생각했지."

 나는 천천히 다가가 무릎을 살짝 굽히고 상체를 살짝 낮춰 소민이의 눈높이에 맞춰주었다.

 

 "난 네가 오히려 자랑스러워, 그 일 이후로도 넌 너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려고 노력했잖아."

 

 "...네에...."

 

 "소민아,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한 애야.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의지 굳은 애야."

 

 "...하지만, 전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는 걸요."

 

 "우리 모두 그런 거야, 우린 그저 인간이지. 나도 나 혼자서 락스타의 길을 개척해 가려 했어, 하지만 실패로 돌아갔지."

 소민이는 그렇게 훌쩍이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소민아, 우리 다시 밴드 하자."

 

 "그치만, 그치만...학교에서 완전히 금지해버렸잖아요...아무리 다시 한다고 해도 모두가 싫어할 거에요."

 

 "응, 맞아...모두가 싫어하겠지. 하지만 넌 평생 함께 있어 줄 친구가 생기는 거잖아?"

 

 "...친구...요?"

 

 "응, 친구. 서로를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친구."

 소민이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슬쩍 숙였다.

 

 "나는 소민이에게 외롭지 않게 함께 있어 주고 작곡이랑 어쿠스틱 기타 연주 레슨을 도와줄 거야."

 

 "그러면, 제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뭔가요?"

 

 "대가? 하하, 대가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지만..."

 

 "...?"

 

 "나와 함께 밴드를 해줬으면 해, 우리 베이스의 귀재가 돌아와 줬으면 해."

 내가 이렇게 말해주자 소민이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질문한다.

 

 "...그거면, 되는 건가요?"

 

 "응, 물론. 그거면 돼."

 

 소민이는 그렇게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내 품에 안겼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응어리졌던 어두운 감정들과 기억을 밖으로 내뿜듯이 눈물을 잔뜩 흘리기 시작했다.

 

 "정말, 제 친구가 돼주시는...거죠...?"

 

 "물론, 당연하지."

 

 .

 .

 .

 

 "자, G 프렛은 이렇게 하고 피크 든 손을 가볍게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그녀는 실컷 울다가 서서히 그쳐서는 내게 재빠르게 레슨을 부탁했다.

 마치, 지금까지 자신에게 한 말이 진실임을 증명해내려는 것처럼 급하게 부탁했다.

 

 "역시 베이스랑 좀 달라서 꽤, 어렵네요..."

 G 프렛 손동작을 하는 것이 어색한지 미간을 찡그렸지만, 곧 감미로운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돼, 됐어요!"

 

 "잘했어! 의외로 어렵지 않지?"

 나는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소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앗, 전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고요. 고등학생이에요, 고등학생!"

 

 "크크, 이제 갓 고1이 된 건 맞는데 그런 작은 중딩 키로 딴 사람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으윽, 놀리지 말아 주세요!"

 나는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살짝살짝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찌르듯 놀려댔다.

 소민이는 겉으로 매우 화내는 척을 보이지만, 잠시 후에 터져 나오는 웃음은 참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제 연주를 들어보자고!"

 나는 그렇게 기타를 들고 있는 소민이의 앞에 앉아서 그녀가 나와 함께 완성한 악보를 들어 보였다.

 

 "...힘낼게요!"

 그렇게 외치고서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시작했다.

 

 그녀는 레슨을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익숙하게 기타를 연주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어쿠스틱 특유의 편안하고 진정되는 음율이 방에 퍼진다.

 나는 그런 그녀의 연주에 미소를 씨익 지으면서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연주가 끝나자 나는 악보를 바닥에 내려놓고 손뼉을 짝짝 쳤다.

 

 "너, 내일 한번 녹음하러 가볼래?"

 

 "왜, 왜요...?!"

 

 "그야, 너 지금 진짜 잘하니까! 내일 우리 집으로 놀러 오면 녹음 장비랑 영상 장비는 다 있어, 그걸로 인터넷에 올려보자!"

 

 "...그, 그래도 그건 좀 부끄러운데..."

 

 "에이, 해보자! 내가 보증설게!"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가 은은한 미소를 보여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11시가 되었다.

 

 나는 늦기 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와 헤어져서 집으로 향했다.

 어둑어둑해진 하늘과 그런 어두운 곳을 비춰주는 가로등과 가게 간판들을 쳐다보면서 나는 미소를 멈추지 못했다.

 

 아마도, 어깨에 무거운 짐을 하나 덜어 둔 것 같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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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챕터 3 - 그저 웃지요 - 에피소드 1 2020 / 9 / 29 274 0 6906   
14 챕터 3 - 그저 웃지요 - 프롤로그 2020 / 9 / 29 265 0 3187   
13 챕터 2 - 짙은 안개 속에서 - 에필로그 2020 / 9 / 29 279 0 1142   
12 챕터 2 - 짙은 안개 속에서 - 에피소드 4 2020 / 9 / 28 292 0 8702   
11 챕터 2 - 짙은 안개 속에서 - 에피소드 3 2020 / 9 / 24 295 1 4961   
10 챕터 2 - 짙은 안개 속에서 - 에피소드 2 2020 / 9 / 21 288 1 5345   
9 챕터 2 - 짙은 안개 속에서 - 에피소드 1 2020 / 9 / 19 284 1 5834   
8 챕터 2 - 짙은 안개 속에서 - 프롤로그 2020 / 9 / 14 294 1 1176   
7 챕터 1 - 몰락 - 에필로그 2020 / 9 / 8 286 1 3417   
6 챕터 1 - 몰락 - 에피소드 5 2020 / 9 / 5 317 1 7505   
5 챕터 1 - 몰락 - 에피소드 4 2020 / 8 / 31 312 1 6298   
4 챕터 1 - 몰락 - 에피소드 3 2020 / 8 / 27 299 1 5995   
3 챕터 1 - 몰락 - 에피소드 2 2020 / 8 / 24 311 1 4614   
2 챕터 1 - 몰락 - 에피소드 1 2020 / 8 / 22 340 1 4467   
1 프롤로그 (2) 2020 / 8 / 22 554 2 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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