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기타
고잉홈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쓸쓸한 삶과 죽음을 대하는 고귀한 삶과 죽음에 대하여.

 
결코 우리가 이길 수 없는 것
작성일 : 20-09-27 21:42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155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미 기울기 시작한 저울은 다시 평행선을 만들 수 없었다. 기운 쪽으로 넘어가든지 다시 돌아오려 했다가는 반대쪽으로 넘어가든지, 어차피 둘 중의 하나였다. 평행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를 어쩌면 긴 시간만이 깨닫게 해 준다. 사실은 노력이 소용 없다라기 보다는 노력이 되지 않는다. 이미 힘을 잃은 그 의지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퇴화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음이 이끄는 의지는 강했지만 너무도 허무하게 사라지기 때문에 마치 없어져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은 일종의 실체 없는 잔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미 종료된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알게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 변화된 온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완충작용이랄까.

  난 시간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충격은 느껴졌다.

 

  “나, 이사해.”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점점 늦어졌던 그의 퇴근시간, 잦아졌던 그의 야근, 뜸해졌던 그의 전화와 웃는 얼굴이, 그리고 우리의 대화가 그 시간을 따라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난 그의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어디로....... 가기로 한 거야?”

  난 담담히 물었다.

  “우선 회사 기숙사로 들어가.”

  담담히 그는 답했다. 그리고 말했다.

  “........... 너도......... 편할 대로 해........ 엄마한테 가는 건 어때? 여기 계속 살 거면........ 보증금은 그대로 둘게.”

  그의 말에 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심호흡을 하고 난 말했다.

  “나도 알아봐야지. 회사에서 가까운 데로. 구해지는 대로 연락할게. 여긴, 같이 정리하자.”

  “.......... 그래. 그렇게 해.”

  그가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며칠 후, 퇴근하고 집에 오니 커다란 캐리어 두 개에 짐을 모두 싸 놓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 오늘 마지막인데.........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 하고.........”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저녁은 무슨.......... 그래. 그러든지.”

  난 사실 그의 행동과 말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른 채 답하고 행동해왔다.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적어도 무조건 피하진 말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린 한 때 단골이었던 동네 해장국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식당도 음식도 그대로였지만 맛은 예전 같지 못했다. 우린 말없이 식사를 마쳤고 그는 끝내 내게 한 마디를 건넸다.

  “다음에 또 밥 먹자.”

  난 그냥 웃었다.

  “들어가. 추운데........”

  그가 말했다. 난 그의 커다란 짐을 쳐다보았다. 그는 내 시선을 따라가며 말했다.

  “택시 불렀어. 걱정 말고 들어가. 감기 걸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 집으로 왔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어두운 방에 불을 켜니, 그대로인 것들과 달라진 부분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난 말끔히 정리되어 있는 침대 위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차올랐다. 텅 빈 방의 고요함이 날 참을 수 없게 했다. 난 목 놓아 울었다. 몸에 열이 느껴졌고 내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그렇게 난 혼자가 되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오! 나의 보디가드 2020 / 9 / 27 339 0 3945   
22 골목라면 2020 / 9 / 27 357 0 4220   
21 ‘0’의 일상(승주) 2020 / 9 / 27 349 0 853   
20 결코 우리가 이길 수 없는 것 2020 / 9 / 27 350 0 1553   
19 변화와 변질의 상반된 의미 2020 / 9 / 27 354 0 3905   
18 사라지는 나 2020 / 9 / 27 367 0 8502   
17 일상은 우릴 깨닫게 하거나 무뎌지게 했다 2020 / 9 / 27 360 0 12743   
16 여름 나기 2020 / 9 / 27 339 0 8314   
15 연애감정 2020 / 9 / 27 368 0 5037   
14 부모와의 인연이란 어떤 것일까 2020 / 9 / 27 371 0 4594   
13 처음이라는 것 2020 / 9 / 27 346 0 10945   
12 갈비의 기억 2020 / 9 / 27 345 0 2923   
11 연희 2020 / 9 / 27 348 0 4131   
10 상처만 주는 변화를 갈구한다 2020 / 9 / 27 356 0 6014   
9 라면 한그릇 2020 / 9 / 27 366 0 5372   
8 익숙해지겠지 2020 / 9 / 27 365 0 9755   
7 두렵지 않은 시간이 포함된 두려운 삶 2020 / 9 / 27 354 0 3825   
6 다시 살기 2020 / 9 / 27 350 0 6362   
5 마지막 기억 2020 / 9 / 27 348 0 13363   
4 하고 싶은 기억 2020 / 9 / 27 360 0 3327   
3 새로움, 지지부진함 2020 / 9 / 27 345 0 2127   
2 어린 부모 2020 / 9 / 27 360 0 6219   
1 승주 2020 / 9 / 27 583 0 185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너의 플레이리스
땡글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